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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봉과 절벽, 폭포, 전설 등이 함께 어우러진 주왕산은 그리 높지도 않고 크지도 않지만 곳곳에 깊은 계곡과 아찔한 절벽이 우뚝하기 때문에 가을 산행의 묘미를 두루 맛볼 수 있는 명산이다. 가을 나들이에 단풍을 빼면 '앙꼬 없는 찐빵'이듯이 주왕산도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 ◆단풍 구경을 겸한 당일 트레킹 코스로 안성맞춤 경북 내륙에 자리 잡은 청송(靑松)은 깊고 궁벽한 골짜기로 예부터 알려진 지역이다. 청송이란 이름부터가 그런 냄새를 짙게 풍긴다. 사방이 거미줄처럼 도로가 깔렸어도 아직도 청송은 좀처럼 마음을 내서 들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곳이다. 청송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주왕산(周王山ㆍ해발 720m)의 등산로는 단풍 구경을 겸한 당일 트레킹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구두 신은 여자도 오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순탄해서 가벼운 걸음만으로도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고, 콧속 깊숙이 느껴지는 맑고 신선한 공기로 일상의 번잡함을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 국립공원인 주왕산의 들머리는 대전사(大典寺)다. 절골과 월외천 계곡 코스도 있지만 주왕산을 찾는 탐방객의 90% 정도가 이 곳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주왕산의 비경이 대전사에서 제3폭포에 이르는 4㎞쯤의 계곡에 한데 모여 있고, 길도 순탄하기 때문이다. 특히 봉우리들이 병풍을 친 듯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래서 주왕산 일대는 예부터 '석병산(石屛山)'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일주문도 사천왕도 보이지 않는 대전사를 빠져나오면 비경의 숲길이 열린다. 주방천 계류와 폭포, 소, 담 그리고 죽순처럼 솟아오른 암봉 및 기암괴석, 여기에 울창한 송림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절경을 빚어낸다. 주방천변의 맑은 물에 반하다 보면 큰 바위에 조그만 자갈들이 수북이 쌓인 아들바위가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아들바위를 지나 10분가량 걸으면 자하교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 400m쯤 올라가면 통일신라시대 때 창건했다는 주왕암이 나타난다. 여기에서 파란 하늘이 아득히 내다보이는 좁은 바위틈 길을 따라 30m쯤 들어가면 주왕이 숨어 있다가 숨졌다는 주왕굴에 부딪히게 된다. 자하교를 다시 나와 북동쪽 계곡 길로 들어서면 망월대와 급수대가 금세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모습으로 압도해온다. 약간의 현기증을 느끼며 이곳을 빠져나오자마자 곧바로 청학과 백학이 다정하게 살았다는 학소대와 성난 거인의 얼굴을 닮은 시루봉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학소대 앞 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학소교를 건너면 마치 '신밧드의 모험'에서 나오는 돌문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바위벽을 넘어서 이어지는 등산로는 전혀 딴 세상이다. 하늘에 구멍을 뚫은 듯 치솟은 병풍바위가 시야를 막는다. 까마득히 올려다보이는 석벽 사이의 협곡 속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힘찬 물줄기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제1폭포다. 사방이 수직절벽에 싸여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가운데 폭포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린다. 선녀탕과 구룡소를 돌아나온 계곡물이 새하얀 포말을 내뿜으며 돌허리를 타고 힘차게 쏟아져 내려 자그마한 소를 이루고 그 앞에 깨끗한 모래밭과 자갈밭을 형성하여 아름다움을 더한다. 주왕산의 절경을 보면 무릉도원을 찾은 신선처럼 시 한 수가 절로 나온다. 제1폭포를 지나면 소박한 여성미를 느낄 수 있는 표주박 형상의 제2폭포와 규모가 웅장해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제3폭포, 그리고 내원동으로 이어진다. 내원동에서 가메봉을 거쳐 절골로 내려서면 주왕산 2대 기암지대를 모두 탐승할 수 있지만, 대부분 제3폭포나 내원동에서 발길을 되돌린다. 등산객 대부분이 주방천 쪽으로 몰리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절골은 좁은 협곡에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절벽과 그 사이로 돌아 흐르는 청류, 그리고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소나무와 단풍이 가히 절경 중의 절경이라 불릴 만한 곳이다. 주왕산의 단풍은 바위벽에 붙어 있는 돌단풍이 압권이다. 단풍은 병풍바위, 시루바위, 장군암, 급수대, 학소대 등의 기암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단풍나무가 설악산 못지않게 아름답다. ◆가볼 만한 곳 주산지: 1720년 조선 숙종 당시 만들어진 주산지(注山池)는 길이 100m, 너비 50m 남짓의 조그만 인공 호수로 왕버들이 없었다면 주왕산 기슭의 호젓한 저수지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 무대였던 주산지는 물속에 잠긴 왕버들의 단풍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아니 세 치 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지녔다. 속세를 떠난 듯 신비스럽고 몽환적인 하얀 물안개를 가슴에 담으려면 해가 뜨기 전에 주산지에 도착해야 한다. 군립 청송 야송미술관: 폐교를 전시 공간으로 개조한 야송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야송 이원좌 화백의 역작인 청양대운도(가로 48m·세로 6.7m)는 봉우리마다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봉화 청량산의 12개 봉우리를 배경으로 1년간의 작업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문의 054-870-6535 ◆숙박 및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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