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행 시즌이 되었습니다. 사실 추워서 겨울 산행을 기피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뭐니뭐니 해도
산꾼들의 산행은 겨울이 최고입니다.
왜 최고냐고 물으신다면 하여간 그저 힘들기 때문에 최고라고 그냥 한 마디 올립니다.^^
산 이야기는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 하면 술술술 나오는데 손가락으로는 웬지....~~~^^
시간과 공간, 그리고 개인적인 이유로 함께 산행을 못하고 눈팅만 하고 있습니다.
비록 함께 산에는 못 가지만 겨울 장비에 대해서 부족한 지식이나마 틈틈이 소개 글 올려 보려고 합니다.
지난번 하이투오에서 겨울 등산시 복장에 대해 잠깐 설명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게시판의 최근 겨울 산행 사진들을 보고, 또 지난 겨울 북경 근교의 산을 오르면서 느낀 것
그리고 여태까지의 제 개인적인 경험을 종합해서 참고가 되실까 싶어 정리해 보겠습니다.
다 아시는 내용일테지만 처음 산을 시작하시는 분들께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실 수도 있겠다 생각합니다.
최근의 게시판을 보니 아이젠과 스패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군요.
우선 가장 먼저 아이젠에 대해서 간단히 글 올려 봅니다.
1) 종류
아이젠이라는 말은 독일어의 Steigeisen에서 나온 말입니다.
영어로는 크람폰(Crampons) 가 정확한 말입니다.
영어로 아이젠이란 말은 없다는 말이지요. ^^
크람폰은 본래 유럽에서 알프스 산의 빙벽과 설벽을 등반하기 위해 개발된 등산 도구입니다.
종류는 대개 발톱(챠케-독일어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게 스펠링을 모르겠군요)의 개수로
4발짜리, 6발, 8발, 10발, 12~14발 짜리로 구분합니다.
12발 서부터는 경사가 급한 빙벽이나 설벽을 등반할때 사용하고 10발 이하로는 워킹용으로 사용합니다.
재질은 합금이나 단철을 많이 사용하는데, 등반하고자 하는 대상에 따라 종류나 형태가 무척 다양합니다.
뭔 등반 대상? ㅎㅎ 겨울 등산을 안해 보신 분들, 또 만년설을 접해 보지 못하신 분들은 산과 계곡에 있는
눈과 얼음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있는지 잘 모르실 겁니다. 하기는 이것은 전문 산꾼들의 이야기고
취미로 주말 산행하시는 분들은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니 그냥 패쓰합니다.
북경 인근의 2000미터급 겨울 워킹 산행에서 필요한 것은 시중의 등산 장비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는
4~10발 정도의 크람폰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55B7054B05E8FB64)
< 빙벽 등반시 사용하는 프론트 포인트가 있는 12발 원터치식 크람폰 >
2) 구입시 고려하여야 할 점
용도는 뭐 당연하겠지만 산과 계곡의 얼음판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발톱의 길이는 얼음에 깊이 박히는 것이 좋으므로, 길수록 좋지만 충분한 기술이 없으면 걷기에 오히려
불편합니다. 너무 짧으면 경사진 길의 푸석 얼움(썩은 얼음이라고도 합니다)에 미끄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길이는 크게 고려를 안하셔도 됩니다. 시중에 파는 정도의 길이면 충분합니다.
발톱의 수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습니다. 4발짜리는 신발의 중간 오목한 부분에 장착을
하는 구조가 대부분으로, 신발에 착용하고 잠깐은 모르겠지만 오래 걷기에는 상당히 불편합니다.
또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고정끈이 끊어지거나 풀리기 쉽습니다.
10발짜리는 구조상 발의 앞과 뒤꿈치를 모두 카버하기에 하중이 분산되어 4발짜리에 비해 걷기가
편하고 또 미끄러질 확율도 낮아집니다. 하지만 흔히 신고 다니는 일반 등산화에
착용을 하게 되면 역시 걷기가 불편합니다. 신발의 앞부분이 구부러지는데 그 밑에 철판을 대고 걷는 것을
생각하시면 왜 걷기가 힘든지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사실 겨울 등산 신발은 바닥이 구부러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만, 이런 동계용 신발은 고가에다
무겁고 게다가 경험이 없으면 신고 다니시기가 쉽지 않습니다.(위 사진 참조)
그래서 8발 이상 짜리의 크람폰은 중간이 꺾이는 구조가 많습니다. 이런 크람폰은 신발에 고정시키는
위치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작 기술이 좋아져서 아예 체인 형태의 것이 나와 많이 편해졌습니다.
조금 값이 나가더라도 오래 쓸 수 있으므로 이런 것들을 구입하셔서 사용하시면 좋습니다.
한가지 구입시 주의할 점은 자신의 신발에 잘 장착이 되는가 반드시 확인을 하시고 사시면 됩니다.
너무 크거나 작으면 걷기에 불편하거나 벗겨지는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신발과 고정시키는 끈이
튼튼한 것을 사십시오, 또 신고 벗기에 편한 구조인지도 살펴보셔야 합니다.
간혹 고정 끈이 고무 밴드의 형태로 된 것도 있는데, 경험상 별로 좋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끈의 형태로 된 것을 구입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3) 크람폰 착용시 주의 사항 - 중요 - "크람폰은 겨울 산행에서 만능이 아니다."
크람폰을 사용하시고 산행하실 때 가장 간과하기 쉬운 것은, 눈길에서는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설사면에서는 있으나마나 입니다. 또 돌길에 눈이 살짝 덮여 있는 경우에도 효과가 없습니다.
크람폰은 오로지 눈이 없는 얼음길에서만 효과가 있습니다.
또 주의하실 것은 재질이 쇠이다 보니 물이 묻어 크람폰의 밑면에 눈과 얼음이 달라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전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고 오히려 더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크람폰을 착용하셨을 때는 얼음이 붙어 있는지 자주 확인을 하시고 얼음을 제거 해야 합니다.
겨울에 히프스키^^ 를 타는 재미를 빼 놓을 수 없는데, 이 경우 앞사람과의 간격을 충분히 주의하시지
않으신다면 흉기가 됩니다. 또 급경사 오르막이나 내리막 길에서는 앞사람과 반드시 충분한 간격을
두어야 합니다. 자칫 미끄러진다면 함께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큰 부상을 입히는 위험이 있으니 반드시
조심하셔야 합니다.
사실 크람폰은 등산로 훼손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땅위로 노출되어 있는 나무 뿌리에는 치명적입니다.
또 땅을 파헤치므로 풀뿌리들을 끊어 놓아 고산 초원의 길이 황폐해지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제 선배께서는 산이 아파한다고 표현하시더군요. ^^
저는 가지고는 다니지만 20여년간 등반이 불가능하거나 부상의 위험이 있겠다 싶은 경우를 빼놓고는
거의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워킹 스틱을 잘 사용하신다면 크람폰이 없어도 미끄러지지 않고 잘 가실 수
있는 길이 대부분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겨울에 산에 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크람폰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단지 양지바른 사면에 낮에 태양빛에 눈이 녹은 후, 밤에 다시 얼어 붙은 빙판 길,
계곡의 얼음길 등에서만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빙판길에도 눈이 많이 쌓여 있다면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산에 다니다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신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군요.
추운 겨울날 벗고 신기에는 조금 불편하시겠지만 꼭 필요하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배낭에 여러 장식들이 괜히 달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벗어서 배낭에 달고 가시다가 끌러서 그때그때 착용하시기를......
자연을 보호하고 즐거운 산행을 하는 작은 실천이 됩니다.
다음편은 스패츠 - 게이터에 대해서 글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