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영국의 아이들이 마술에 빠지고 있다.
마술학교 수련생과 그의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해리 포터 시리즈’가 출판된 이후 영국 마술인
클럽에 가입하려는 지원자가 부쩍 늘고있다고 영국 마술인 동호회가 발표했다. 이 협회 소속
'젊은 마술인 클럽'의 경우 책이 나온 이래 회원 수가 지난 수개월간 200명에서 250명으로 25% 증가했으며
다른 마술인 동호회에서도 회원 수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계적 마술사인 데이비드 커퍼필드도 소속된 이 협회에 가입하려면 협회에서 터득한 기술을 비회원들에게
공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방송계가 먼저 마술을 시작하였다.
TV 오락 및 토크 프로그램에서 마술 개인기 보여주기가 흔하게 연출되고 있다.최근 가수 김장훈과
틴틴 파이브 콘서트에서는 직접 그들이 펼쳐 보이는 다채로운 마술쇼가 열렸다.텔런트 장동건은 팬클럽
창단식에서 마술을 선보였다. 방송계의 이러한 영향으로 '마술 배우기 붐' 이 일고 있다.
CF도 예외는 아니다.
태평양의 '두보레 비누' CF에서 모델 윤해영은 ‘핸드 팜’이라는 마술쇼를 펼치며 꽃잎이
비누로 바뀌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또한 한국 통신 'n016' CF에서도 텔런트 김규리가 장미를
가지고 텔런트 류시원에게 프로포즈를 한다.
또한 인터넷 마술 동호회 다음 카페 '마술학교' 경우 하루 신규 가입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보통
2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를 대변이라도 하듯 지난 15일 서울 롯데월드에서 국내 처음으로 '제1회 대한민국
마술대회' 가 개최되었다. 놀랍게도 이 대회를 기획한 사람은 개그맨 전유성씨이다. 전유성씨는
평소에도 마술을 즐기는 마술 매니아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는 참 좋다. 마술 불모지인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마술을 선보인 1 세대
마술사의 뒤를 이은 젊은 마술사들이 꾸준이 늘고 있다. 그들의 노력으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또 하나 늘어난 샘이다.
하지만 이런 갑작스런 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TV 방송에선 마술을 보여 주며 그
마술의 트릭을 공개하였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러한 트릭의 공개로 마술을 많이 접하지 못한
시청자들은 마술사들을 '속임수꾼' 이나 '사기꾼' 정도로 취급하기 쉽상이다. 그러한 마술을 준비하는
마술사들의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라던지 기획과 연출등 모든 분야를 다 신경 써야 한다. 또한 마술에서
NG 란 있을 수 없기에 완벽한 연출을 위해 스텝들과 끊임없는 연습을 한다. 우리가 TV에서 편히 앉아
접하는 마술은 그러한 마술사들의 땀과 노력의 결과인 샘이다.
연세대학교 연합 마술동호회 '일루젼' 의 이동택씨 얘기이다.
"마술은 남을 속이는 것일까요? 물론 마술은 상대방을 속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술사는 남을 속임으로서
자신만의 이익을 취하며 남의 불행을 만드는 사기꾼과는 다릅니다. 마술사는 상대방을 잠시 속임으로서
상대방으로부터 웃음을 자아내고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상대방이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 것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마술... 나름대로 묘미가 있지 않나요? 물론 마술을 관람하는 사람도 관중으로서의 예의를
알아야만 하고, 꼭 지켜주어야 합니다. 그런 관람태도를 갖추신 분께는 기꺼이 마술사가 더 많은 마술을 보여
드리게 마련입니다. 마술사가 허락하기 전엔 절대 마술에 끼어 들거나 도구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실수를
해도 너그러이 봐 주시고 자신이 아는 것이라도 또는 자신이 트릭을 봤더라도 끝까지 보신 후 박수를
보내주세요. 그 사람은 나름대로 관중을 위해 준비한 마술입니다. 마술을 다 보신 후 공개를 요구하지
마세요. 마술을 보여준 쪽도 난처하고 거절당할 자신도 난처해집니다. 마술은 연출과, 조명,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 예술입니다. TV에서 나오는 세계적인 마술사의 공연을 보세요. 리듬에 맞추어 연출하는
그들의 마술은 예술에 가깝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피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보통 사람이
하기 힘든 기술을 음악과 조명에 맞춰 남들 앞에서 보인다고 생각해 보세요.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런
것을 무턱대고 가르쳐 달라고 하면 누가 쉽게 공개할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모 방송사의 마술
공개 프로그램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외국에서는 TV에서 마술 공개를 할 경우 "세계 마술가 협회" 에 우선적으로 공문을 보내어 '허락'을
받는다고 한다. 물론 허락해 줄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시청률이라고 하는 틀에 끼어
시청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볼 권리'와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준다고는 하지만 마술의 경우는 틀리다.
마술은 '속을 권리' 도 있는 섬세한 문화의 한 형태이다. 우리가 산타의 비밀을 몰랐던 시절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대와 설례임으로 하얗게 지세운 기억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산타의 실체는 언젠부터인가
부정하기 시작하였다. 그 부정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크리스마스 이브의 그러한 설례임은
다시는 느낄 수 없다.
TV 방송에서의 마술 공개도 이와 같을 것이다. 방송국에서는 우리에게서 '속는 즐거움'을 빼앗아 가는
행위를 그만 두어야 한다. '알 권리'를 채워준다는 명목으로 우리의 무한 상상력과 신기함을 빼앗아 갈
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