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으면 보이는 사람
- 친구, 백성현을 생각하며
아마, 10 년쯤은 됐을까
갑자기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서 전화를 했다
“성현아, 별 일 없나?”
“죽고 싶다...”
깜짝 놀랐다 친구로부터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이 게 무슨 말인가 현장에매인 몸이라 당장 달려갈 수 없는 처지라서 같은 서울에 살고 있는 홍기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기표야, 성현이한테 무슨 일 생겼나보다 사무실로 찾아가서 알아봐라”
“그래 알았다”
어느 해 여름 날 친구의 집 근처 ‘드림랜드’(무슨 동인지 알 수 없음,) 앞마당에 자리를 깔고 두 부부가 밤새껏 술판을 벌였다 성현이 부인이 말 했다
“처음엔, 우리 성현 씨가 재벌 아들 쯤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러자 친구가 말을 받아 한 마디 했다
“내가 외국 생활 10 여년을 하고 돌아왔을 때 서울에 집 5채 현금 5천만원쯤 갖고 있었는데 친구들 중 내가 제일 많이 갖었더라구...” 성현이 친구는 학창시절 자기 형님들과는(그 당시 큰 형님은 강상 41기 대한석탄공사 비서실장?, 작은형 백하현 형님은 서울 MBC 총무부장) 달리 동네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않고 공부는 뒷전인 채 시내로만 돌아다닌 탓에 강경상고에도 못 들어가 통학열차를 타고 다니며 이리공고 자동차과를 다녔지만 세상은 변하고 훗날 정비 기술자로 사우디아라비아등 중동지역으로 나가 그렇게 돈을 모아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그야말로 윤택한 생활을 했었다
그 뒤, 서울 지하철에 중장비 임대사업을 하다가 좀 여유가 생겨서 건축업에 뛰어들었다가 잘 못 됐다는 소식을 언뜻 들은 것 같았는데 뭐 별 일 있겠나 싶었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떻게 살았든 지난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고 친구라는 이름이 나에겐 더 소중했기 때문에 다시 전화를 했다
“성현아, 대전에 내려와서 나를 만나자”그러자 친구는
“다른 친구들에게는 말 하지 마라”
“그럴 필요도 없지만 아무튼 내려 와”
“그럼 어데서 만나야 되니?”
“열차 타고 내려와 대전 역에 내리면 시계탑이 있다 그 곳에서 연락주면 바로 달려간다”며칠 지나서 반갑게 만났다 평소 술을 좋아하던 친구라서 제법 알아주는 곳을 찾아 술잔을 놓고 마주앉았다 옛날의 그 호기는 어데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축 늘어진 어깨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저 일을 어쩌나 싶은 것 보다 먼저 사람이 살고 봐야 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 더 앞섰다, 우선, 한잔 하자고 했더니 고개를 숙인 채 죽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받은 어음 20억 정도가 부도나고 집과 아내가 운영하던 까페며 처가에까지 압류딱지가 붙었다는 거였다 상상 밖이었다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운명 앞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보다 훨씬 이전에 이층 집 가게와 아파트까지 순식간에 잃어버렸을 때 감당하기 어려워 죽음까지 떠올렸던 그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 무렵 “역경 속에서도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용기다”라는 글귀를 어느 책에서 읽고 정신을 바짝 차린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지만 과연 그런 말을 친구에게 해 준다 하더라도 받아들여질까 염려를 하면서 조심조심 말을 꺼냈다
“성현아, 그래도 오늘까지는 살고 꼭 죽고 싶거든 내일 죽어라 네가 눈물 흘리면 네 쌍둥이 아들, 그리고 네 아내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 대전으로 내려와라 나는 이미 경험자야 너 보다 액수는 작지만 각자 느끼는 크기는 같은 거야 현실을 빨리 인정 하자 너 혼자 죽는다는 것은 직무유기야 어려울 때일수록 가족과 함께 있어야 도리 아니냐”
“알았어 내려올게”그렇게 말 하는 친구가 고마웠다
“그래 잘 생각했다”
대전에 몸만 갖이고 내려온 두 부부를 데리고 작은 식당자리를 알아보고 다니다가 제법 괜찮은 곳을 정했다 성현이 친구가 말 했다
“식당 허가를 받아야 되는데 우리 이름으로 허가를 받으면 혹시 우리들의 위치가 드러나 채권자들이 몰려올지도 모르는데...”
“걱정하지 마라 내 이름으로 허가 내면 되잖아”
“이틀 동안 교육도 받아야 된다고 하더라”
“그것도 내가 받는다 걱정 하지 마”그리고 “아이들과 엄마는 함께 있어야 돼 그래야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불안하지 않아 처가에 맡겨놓은 아이들을 대전으로 데려와라 우리 집으로 주소 이전해 놓고 식당 근처에 방 얻어 함께 생활하면 되잖아...”그러나 친구는 더 이상 그럴 수 없다고 완강하게 거부했다 “만약 채권자들이 너의 집으로 들이닥치기라도 하면 친구가 곤란을 겪는다”고 했다 “그래도 걱정 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는데도 그 말만은 끝까지 듣지 않았다 아무튼 한 숨 돌렸는지 친구의 얼굴은 점점 펴지기 시작했고 친구의 아내 역시 까페 운영을 했던 경험자답게 사교성 있는 성격으로 그럭저럭 돈을 모으며 재미있게 살아갔다 성현이 친구는 경상도 사천 삼성건설 무슨 책임자로 그럭저럭 살아가던 어느 날 갑자기 몸에 이상증세가 있다면서 대전으로 급히 올라왔다 몸은 호리호리한데 혈압이 높아 약간의 풍기가 온 것이라고 했다 곧바로 한방병원에 입원을 했다 그런데, 친구가 무슨 말을 하려는 눈치가 보였다
“뭔데? 무슨 할 말 있냐?”그러자 친구가 말 했다
“떠돌이 생활을 하다보니 의료보험증이 없어서...”
“걱정 마라 내 의료보험증을 사용하면 되잖아 넌, 오늘부터 백성현이 아니고 박승범이야 알았지? 누가 갑자기 물어봐도 넌, 박승범이야 그리고 병원에 입원한 기회에 담배를 끊어라 니코틴이 우리 몸 안에서 피의 흐름을 방해 한다더라”그런데도 끝까지 담배를 끊지 못한 채 제법 오랫동안 치료를 받고 퇴원 한 뒤 경기도 안산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그 곳으로 이사를 했다 친구의 아내가 다시 까페를 운영하고 친구는 건설 쪽으로 일을 한다는 소식만 들었는데 얼마 후 박종도 친구에게서 가게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 그렇게 한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갑자기 성현이 친구의 부음(訃音)이 날아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허무함이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도무지 감 잡을 수 없었다 옛날처럼 다시 일어나 건강하게 잘 사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는데...
‘불쌍한 놈, 그렇게 가려고 왔나...’사진 속 편안한 웃음이 왜 그토록 어울리지 않고 낯설게만 느껴지던지 그 당시 대학을 다니던 쌍둥이 아들에게 선물 하려던 핸드폰 두 개가 친구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더란다
친구의 어머니와 우리 외할머니는 서로 이웃하면서 아주 가깝게 지내셨다 큰 형님은 우리 막내 외삼촌(전정호)과 동기 동창, 그리고 작은 형 하현이 선배는 우습게도 우리 외삼촌이 하던 그대로 뒤따랐다 강경중앙 전체반장 강경중학교 학생회장 강경상고 학생회장 등 그래서 우리는 다른 친구들과는 그 뭔가 사뭇 다른 느낌을 갖고 있었다
친구야, 하늘나라에선 좋은 곳 찾아 훨훨 날아다니며 편안하게 잘 지내라 그리고 남겨 놓은 식구들의 앞길을 훤하게 밝혀주고... 아직도 이 세상에 네가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새벽별처럼 그렇게 스러져 간 친구야...잊지 않을께
첫댓글 이글을 읽노라니 가슴이 뭉클하구나 .....승범 친구가 참 어려운 일을 했는데.....하늘나라에 간 성현이도 승범이를 잊지못하구 잇을거여 ......
그런 사연이 있었군. 나는 그친구가 병으로 죽었다는 말만 들었는데, 술이 문제였다고...암튼 술들 먹지 말고 건강들 챙겨..
가슴이 아픈 얘기.먼저간 친구가 승범이 같은 친구를 갖고 간건 . 저승에서도 자랑스러울거야...따뜻한 마음.그런 니모습이 너무 예쁘다.
아! 친구와 성현이 친구간에 그런 일들이 있었군. 성현이 세상을 하직했단 소식은 들었지만 승범친구의 배려를 생각해서라도 꿋꿋하게 살아갔어야... 아무튼 과유불급 이라고... 더구나 담배야 말해 무엇하겠나. 승범친구의 우정에 찬사를... 짝짝짝,,
언젠가전화대화로 성현이애기를 물었을때 성현이 얘기를들려준적있지 백하연이가우리집에많이놀러왔으며나도성현이와친했었지 죽었다는소리를 유성에서들었고 자세한내막은승범이한테들었다 좋은친구가슴에묻었구나 생각날때마다기도하렴 좋은곳에서 행복하라고
지금도 먼 곳으로 갔다는 생각이 안들어 그래서인지 문득문득 떠오르곤 해 그 곳에선 부도 안내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거야 그렇게 믿어
백 성현,,,,백성현,,, 기억이날듯 말듯하지만,,,,,,,,,,,,,,,,, 우덜 칭구엿다니.... 먼저간 칭구에게 할말은 업내.. 공연히,,슬퍼짐이야...고인에 명복을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