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 날리는 아침
새벽 네시 십분 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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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식탁머리 앉아
세계의 정치 경제들에 관해
교재, 요약, 문제들을
두루두루 오락 가락...
현재 시각 여섯시 사십오분
발이 시리다
그리고 희뿌옇게 밝아오는 창밖이 궁금하다.
커피 포트의 스위치를 'ON'상태로 딸깍!!
옅은 살구색 버티칼 여남은 가닥을 예쁘게 커텐 묶듯이
포물선으로 가닥가닥 포개어 빨래 집게로 꽂는다.
유리창을 열고 십삼층 오십여미터 아래를 내려다 본다.
아스팔트 바닥은 검은색으로 촉촉하게 젖어있고 하늘도 흐려있네
비 오는 것 같진 않은데..
손을 내밀어 등쪽을 하늘에 대어 본다.
실잠자리 날다가 연못 물위에 슬쩍 꼬리 담그듯,
보이지도 않는 찬 점이 가끔씩 살짝 손등에 스치네.
가늘디 가늘어 줄기도 없는,
그 형상이 뭉뚱그려 그냥 부우연 색깔 뿐인
안개비가
몇개, 아님 여러개 뭉쳐져 한번씩 내 손등에 내려 앉으며
자기의 존재를 확인 시켜주는 것 인가 보다
별로 반가웁지는 않다.
요즘 일주일도 더 넘게 장마도 아닌 비가
거의 매일 오다 가다 흩뿌리기도하고
때론 천둥을 데리고와 변압기를 커다란 소리로 내려치기도 하기 때문에..
창문을 닫고 돌아서 걸어들어오는 발바닥 느낌이 눅눅하다.
난방 스위치도 'ON'으로 올리고 현재 실내온도 25도에서 멈춘
온도조절기를 오른쪽으로 돌려 0.5도만 올려놓았다.
이내 녹색 점등과 함께 보일러가 돌아가는 신호, '딸깍'.
'다이소'라는 일본 잡화점 - 우리나라 천냥 하우스정도? - 에 구경삼아 들렀다가
아주 맘에들어 사온 2000원짜리 커다란 잔에 향기나는 갈색 투명의 커피를
남실남실 따라서 식탁위에 놓고 다시 의자를 당겨 앉는다.
이런 기분으론 공부가 잘 안되는데...
눅눅해진 발가락 사이가 고슬고슬해질때 까지만 딴전 피우고 놀아버릴까?
샤프를 집어들다말고 연필 꽂이에 꽂힌 갖가지 색깔의 펜들중에 젤로 예쁜
자주빛나는 보라색-그걸 옛날 울엄마는 맨드라미색이라든가?-펜으로 골라 잡고
나는 어줍쟎은 글쓰기로 오늘아침 풍경을 예쁜색깔로 그리고 있다.
'안개비가 날리는 것과 그외 풍경을 말이다.
D-day - 6월 29일.
그날까지 한점 흐트러짐 없이 학문에 정진하길..
뻐근한 목을 오른쪽 왼쪽 또 한바퀴 돌리며
맘 속으로 다짐!!
예쁜색 펜은 꽂아놓고 아까 잠시 버려둔 껌은색 샤프를
다시 집어들고 원위치!!
태양이 떠오르면
부우연 안개비 알갱이들은 금새 말려버리고
모자와 양산과 썬그라스와 썬크림으로 차단해야할 자외선을
이 세상에 끊임없이
마구 마구 쏘아 대겠지?
첫댓글 안개비 내리는 아침에 세밀한 일상을 적으셨습니다.. 자외선이 이세상을 마꾸 내리쏘듯이 D-day - 6월 29일까지 열공~!! 편안하신 일상의 숨소리를 듣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수,
지루한 일상, 잠시 탈출구 찾아헤멘글이었지만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읽어주시고 친히 글까지 남겨 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비장함이 엿보이는 6.29.의 대비를 위해 노력하는 님의 글이 전개되네요.썬크림이 자외선을 차단하듯이, 노력으로 장애물 극복하여 좋은 결과 있으시길 빕니다.
다늦게 시작한 공부인지라 마음 뿐이지 따라주질 못하는게 현실인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더 많답니다. 관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