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일월, 3일 연휴는 정말 내게는 황금의 시간들이었다.
제3공화국과 제5공화국 드라마 70부를 보았다. 마지막 30부 정도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생략.
1960년부터 1990년까지 30년 세월의 청와대 이야기를 3일에 요약해 본 것이다.
박정희 정권 탄생과 전두환 탄생과 몰락 과정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다.
요약하면,
1. 12.12사태가 나자마자 미군 지휘관이 등장할 때 많은 기대를 했었는데, 고작 하는 말이
"우리 미국민의 피해가 얼마인지 알아봐!" 였다.
- 역시 환란이 닥치면 자국민의 피해상황부터 파악해야 하는가 보다.
2 10.26사태 때 그 짧은 순간에 잠깐 상황을 잘못 파악하여 인생을 파멸로 몰고 간 이들이 있다.
김계원 비서실장은 무기징역, 정승화 대장은 파면
- 그러고 보니 최규하 대통령도 무기징역 감이다. 만약 그에게 대통령이란 막강한 권력이 없었다면.
- 5.16 때의 장도영도 그런 식으로 양다리 걸치다가 거세당한다.
3. 전두환은 사고방식이 올곧지 않은 듯하다. 힘이 곧 권력이다 만이 그의 진리인 듯하다.
모든 걸 힘으로 밀어부친다.
나중에 재산이 29만원뿐이라며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를 보면 한없는 비애감이 느껴진다.
세월호 사건 때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던 이준석 선장만 나무랄 게 아니다.
4. 이후락 비리 조사 때 박종규 비서실장은 그 엄청난 비자금을 밝혀 내면서 놀란다.
그러나 박종규 역시 비리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었다.
권력자들은 기회만 있으면 돈 먹으려고 덤빈다.
전두환 시절엔 전경환, 이순자 가족들이 벌때처럼 달려들어 죽기살기로 돈을 긁어모아간다.
드라마 속에선 얌전해 보이는 유학성 장군도 안양 구시청 옆에 엄청 큰 건물이 있음을 나는 보았다.
정말, 박정희마저 그랬다면 우리나라는 필리핀 저리가라였을 것이다.
5. 의식 있는 척 미국을 비하하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의 엄청난 힘에 고분고분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을 잡으면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수단으로 미국 방문에 열을 올린다.
케네디 만나고 온 박정희는 그때부터 기세등등하고, 전두환 역시 그러하다.
쿠데타에 성공하고 미국방문에 열을 올리지만 막상 다녀오면 미국 별거 아니라며 거드름을 피운다.
6. 군사정권을 비하하지만 때로는 그들의 등장이 신선함을 주기도 한다.
고리타분한 장면 정권, 권력 다툼에 진저리를 느끼게 하는 3김 씨
그들을 송두리째 흔든 건 군사정권이었다.
7. 장세동 안기부장이 조작한 수지 킴 간첩단 사건.
부부싸움으로 죽게 된 수지킴. 갑자기 간첩이 된 그녀를 죽인 남편은 영웅이 되고 ...
엄마는 홧병으로 죽고, 수지킴 5남매는 죽거나 가족이 풍비박산 된다.
나중에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후 장세동은 말한다. 유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독재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8. 국제상사는 전두환정권에 밉보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단칼에 날아간다.
군사정권 문화의 큰 잘못은 대를 다스리기 위해 소에게 뽄때를 보여준다는 것.
9. 권력은 마약과 같다.
박정희에게 팽당한 38세의 장도영 육참총장이나, 전두환에게 강제로 쫓겨난 최규하 전대통령은
나중에 뭔가 할 말이 있다며 언론에 대고 뭐라뭐라 하지만 그들이 잠시 맛보았던 국가 정상급에서 누렸던 권력의 맛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었다. 권력의 정상에 서면 인간은 잠시 눈이 머는 것 같다.
10. 5000억원대 사기극을 벌인 장영자. 장영자의 행실을 보노라면 괜히 내 혈압이 오르락내리락한다.
당시 돈 5000억 원이면 지금 돈으로 약 8조 원은 넘을 것이다. 당시 내 대학 등록금이 20만 원, 지금은 약 450만 원이다.
그녀를 뒷조사하던 기자의 멘트가 재밌다.
고교 시절에 장영자의 생활기록부를 보면,
"허영심이 있고 거짓말을 잘하는" 성격의 소유자라 한다.
이후, 큰 사건이 벌어지면 으레 피의자의 고교시절 생기부가 증거물처럼 등장한다.
11. 데모의 역사를 보면 대학교 홍보장인 듯하다.
P가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면, L이 연대 출신이 아니라면...
각 대학마다 자기 출신자들의 데모 희생자들을 내세우는 듯하다.
오늘날에 유관순 열사가 이화학당 홍보용이라며 3.1운동에서 그녀를 빼자는 것도 어느정도 일리있어 보인다.
12. 위의 드라마틱한 한국 현대사를 후대에 누군가가 소설로 쓴다면
중국의 삼국지에 버금갈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그 많은 자료를 다 가지고 계신 건가요?? 저도 한 번 쫘~~~악 보고 싶어져요 ^^
유투브에서 제3공화국 제5공화국 검색하면 자료 화면이 줄줄이 다 떠요.
무지 재밌어요. 인생과 역사가 그곳에 다 있습니다.
바로 한 번 찾아보겠습니당~~~~~
방학 때 작정하고 보세요. 우리의 현대사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놀라실 겁니다. 저는 옛날에 많이 봐와서 필요한 부분만 드문드문 봤지만 처음부터 자세히 보면 심장이 얼어붙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