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大地)의 노래, 죽음 그리고 말러의 새로운 태동을 알리는 노래이다. 이 곡은 9번째로 발표한 교향곡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 말러의 심정이 악곡 곳곳에 담겨진 곡이다. 교향곡 9번이 아닌 〈대지(大地)의 노래〉라 제목을 붙인 건 말러가 느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회피하고자 했던 일종의 미신과 같다. 《대지의 노래》는 말러의 걸작으로 교향곡과 가곡에 대한 그의 관심을 동시에 담고 있다. 한스 베트게의 시 「중국의 피리」에 음악을 붙인 이 가곡 작품은 테너를 위한 노래 세 곡과 메조소프라노를 위한 세 곡의 노래를 번갈아 가며 등장시킨다. 노래의 내용은 암흑 속의 삶, 살아야 한다는 필요 의식, 위축에 대한 형이상학적 관심, 수면, 휴식, 죽음과 부활이라는 소재를 다룬다.
말러가 교향곡 8번에 이어 발표한 9번째 관현악 작품 〈대지의 노래〉는 그의 후기 3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자, 그가 평생 추구해온 관현악과 성악의 만남이 절정에 이른 작품이기도 하다. 한스 베트게가 83수의 중국 시를 번역하여 출판한 〈중국 피리〉 중 6편의 시에 음악을 붙인 이 작품은 테너와 메조소프라노를 위한 노래를 번갈아 제시하고 있다.
두 명의 성악가가 교대로 한 악장을 노래하는 독특한 구성 뿐 아니라, 이전의 작품들과는 달리 동양의 색채를 짙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매우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중국의 시를 가사로 선택했기 때문인지, 그는 5음음계를 중심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푸치니의 〈나비부인〉에서 소개된 일본음계도 사용하였다. 또한 가믈란 음악을 연상시키는 헤테로포니 풍의 불규칙한 유니즌을 제시하고 있으며 텅 빈 텍스처와 음향으로 한 편의 동양화 같은 여백의 미를 연출하기도 했다.
말러의 음악은 거의 언제나 비관적인 정조를 내포하고 있지만, 이 작품은 유달리 염세적이고 허무에 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시간을 초월한 듯한 부유하는 느낌이 작품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허무한 느낌은 당시 말러가 맞닥뜨렸던 세 차례의 비극적인 사건과 그로 인한 좌절을 반영하고 있다. 이 작품에 착수했던 1907년, 그는 빈 오페라 극장에서 사임해야 했고, 장녀 마리아가 사망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심지어 그 자신도 심장에 심각한 질병이 있음을 선고받고 죽음에의 공포에 시달렸다. 말러의 아내 알마는, 그가 이 작품은 교향곡 ‘9번’이 아닌 〈대지의 노래〉로 발표한 것은 죽음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베토벤이나 브루크너, 드보르작 등 말러가 존경했던 작곡가들이 교향곡 9번을 마지막으로 죽음을 맞았다는 미신적인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딸의 죽음과 잃어버린 일터와 건강 등 한꺼번에 비극을 경험하면서 느낀 그의 절망과 불안이 이 작품 전반에 깊이 투영되어 있다. 이 가장 자전적인 교향곡은 결국 그의 생전에 연주되지 못했다. 그가 사망하고 몇 달 뒤인 1911년 11월, 말러의 제자 브루노발터의 지휘로 초연되었을 때, 말러를 사랑했던 수많은 음악가들이 감동과 회한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백(李白)의 시를 기반으로 한 1악장은 A단조를 중심으로 하는데, 이 조성은 말러의 음악에서 비극과 염세적 관점을 상징하는 조성이다.
2악장: 가을에 고독한 자 - 천천히 기어가는 것처럼, 지친 듯이
느린 8분음표로 조용히 물결치는 바이올린의 오스티나토가 관조적인 음향을 만들어내면서 한 편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며 악장이 시작되고, 시인은 ‘나의 마음은 지쳤노라’라고 노래한다. 말러는 성악가에게 ‘에스프레시보 없이 건조하게’ 노래하라고 지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창법으로 인해 고독한 가사가 더욱 쓸쓸한 느낌으로 전달된다.
3악장: 청춘에 대하여, 편안하고 명랑하게
말러는 청춘의 활기와 싱그러움을 노래한 3악장을 위해 가볍고 투명한 음향을 만들어내려 했다. 무거운 느낌의 트롬본과 팀파니를 제외하고 더블베이스와 트럼펫의 사용도 자제하였다. 가끔씩 들려오는 베이스드럼과 심벌즈의 울림은 민속음악 같은 느낌을 만들어내고 트라이앵글이 영롱한 느낌을 자아낸다. 작은 연못 가운데에 자리한 정자에 모여 환담하는 청년들을 묘사한 노래는 가벼운 음악으로 이어지다가 투명한 신기루처럼 종결된다.
4악장 아름다움에 대하여, 편안하고 매우 부드럽게
이백의 시를 가사로 한 4악장은 연꽃 따는 여인들을 묘사한 우아하고 서정적인 음악과 거칠게 말을 타고 등장한 한량들을 묘사한 격렬한 음악이 대조를 이루는 악장이다. 알토가 5음음계로 이루어진 부드러운 선율을 노래하고 목관과 현악성부가 섬세하게 반주하면서 여인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묘사한다.
5악장: 봄과 술을 노래하며, 빠르게
〈대지의 노래〉 중 두 번째로 제시되는 술노래인 5악장은 1악장과 마찬가지로 이백의 시를 기반으로 한다. 봄의 정취와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 이 시를 말러는 저음부를 배제한 성악과 혼란스럽게 교차되는 성부진행으로 보다 취기어린 음향으로 표현했다. 호른이 호탕한 취기를 묘사하듯 5음음계의 팡파르를 연주하면서 악장이 시작된다.
6악장: 고별, 무겁게
마지막 악장은 연주시간이 거의 30분에 달하는 가장 긴 악장으로, 당나라의 시인 맹호연과 왕유의 두 시를 하나의 음악으로 엮어내고 있다. 호른과 콘트라바순이 음산한 저음을 연주하는 가운데 탐탐이 공허하게 울리면서 음악이 시작되면, 하프와 첼로, 더블베이스가 무거운 피치카토를 연주하고 뒤이어 오보에가 구슬픈 선율을 연주한다. 첼로가 낮게 깔리는 가운데 알토가 ‘해는 서산으로 지고’로 시작되는 맹호연의 시를 레치타티보로 노래한다. 알토의 노래는 플루트의 오블리가토로만 반주되어 텅 빈 음향을 만들어냄으로써 한 편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뒤이어 하프와 클라리넷, 플루트가 잔잔한 시냇물을 묘사한 뒤 다시 알토가 새의 모습을 노래하고 목관이 새소리를 모방한 음형을 연주한다.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만돌린과 플루트가 신비로운 저음을 연주하는 가운데 알토가 서정적인 아리아를 노래한다. 아리아의 말미에 말러가 삽입한 ‘오 아름다움이여, 오 영원한 사랑과 인생에 취한 세상이여’라는 가사에서 음악은 절정에 이르고 곧바로 붕괴해 버린다.
뒤이어 왕유의 시를 가사로 한 발전부가 음산하게 시작된다. 탐탐이 죽음의 그림자처럼 어둡게 울리고 잉글리시호른이 앞서 오보에가 연주했던 구슬픈 선율을 나지막이 반복한다. 뒤이어 목관이 비탄에 찬 칸틸레나를 연주한 뒤, ‘나는 간다네, 산속을 방황한다네’로 시작되는 아리아가 제시된다. 어둡고 쓸쓸한 노래가 이어지다가 조성이 장조로 변하면서 영원의 아리아가 시작된다. 하프와 첼레스타가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면서 청아하고 신비로운 천상의 음향을 연출하고, 가수가 ‘영원히’라는 가사를 끝없이 반복하면서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첫댓글 새 물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가득 찬
항아리를 비워야 합니다.
지금 마음이 분주하거나,
꽉 막힌 듯 답답하거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면 먼저
침묵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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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맑고 초여름의 더운 날이겠습니다.
그래도 즐거운 날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