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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 문자...인류의 삶과 오래된 역사의 징표 글씨, ‘잘 쓰는 게 목표가 아닌, 새로워지는 게 목표’ |
사진: 제주문예회관
[미술여행=윤장섭 기자] 어제의 글씨가 오늘 더 아름다워졌다고 해서 결코 변화된 것이 아니다. “변화의 생리는 새로움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 쓰는 게 목표가 아니라, 새로워지는 게 목표’여야 한다. <한천 양상철 선생님의 전시 평론글 중에서 발췌>
서여 이창기 서예가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동광로 69길에 위치한 제주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제주대학교 정년기념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두 번째 개인전인 '2024 春望(춘망) 싹틔운 筆墨(필묵)'展을 개최한다.
사진: 서여 이창기 서예가. 작가 제공
이창기 서예가는 그동안 공부해 온 다양한 서체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2월 11일(일)부터 15일(목)까지 개최되는 서여 이창기展...'2024 春望•싹틔운 筆墨'전시에서는 4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친 이창기 서예가의 최신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35(추사 과우즉사) 69X68cm. 이창기 작가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알려진 지 오래지 않은 죽간 또는 목간이라 불리는 한간천자문도 만나볼 수 있다. 이창기 서예가는 작품 길이가 10미터에 달하는(205x980cm) 대형작품과 은허문자로도 알려진 갑골문, 청동기에 새겨진 금문자를 소재로 한 작품 등 5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제주어를 소재로한 10여점을 통해 잊혀져 가는 고향의 언어를 반추해 되새겼다.
사진: 7(촌음시경) 이창기 작가 제공
이창기 서예가는 그동안 공부해 온 다양한 서체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창기 작가 제공
이창기 서예가는 전시를 앞두고 "서예 문자는 작품의 단순한 소재이기 전에, 인류의 삶과 오래된 역사의 징표로서 이해한다면 글씨에 향기가 있고 접하는 태도가 다를 것이다"라며 많은 분들이 전시장을 방문해 서예 글씨의 향기에 취해 보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사진: 29(여인무경) 이창기 작가 제공
<작가노트>
서여 이창기 작가
제주대학교 정년을 기념하며 개인전을 연지 4년차에 접어 들면서 그간에 공부했던 내용을 확인도 할 겸 두 번째 개인전을 욕심내었다.
막상 작품을 준비해보니 내용면에서 부족함을 절감하였다. 개인전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갖는 것도 그렇다지만, 1년 동안에 모든 전시작품을 완성한다는게 무리한 일일 수 도 있었다.
"너무 욕심내는 게 아닐까?." "가당치도 않은 작품으로 무모하게 도전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마음을 짓눌러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도전할 수 없다면 앞으로 도전할 기회가 다시 쉽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결심을 굳혔다.
나는 땀이 모든 것을 이루어 준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 내가 짓는 농사도 그렇고 서예도 그러리라 믿었다. 그러나 서예의 가치는 이런 단순한 역학으로 재단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알았다. 잘 쓴 글씨에만 예술성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에는 땀 외에도 정신성과 심적 작용에 교응하는 교양과 지식들이 더 중요하다. 만약 서예가 이러한 인간의 내적 작용을 배제하여 기능성만을 목표한다면 얼마나 평범한 예술일 것인가? 서예 문자는 작품의 단순한 소재이기전에, 인류의 삶과 오래된 역사의 징표로 이해한다면 글씨에 향기기 있고 글씨를 접하는 태도가 다를 것이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얻는 것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깨달음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성과는 나의 은사이신 한천 양상철 선생님의 격려와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예술의 방향성과 진정성을 일깨워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나는 전시가 세상에 선보이기 전에 하나의 일기와 같은 기록이라 생각한다. 준비하는 동안 변화된 환경과 주변 상황 등으로 감내하기 힘든 역경도 있었다. 이런 산고가 있었으므로 전시라는 보람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024. 춘망 필묵의 싹을 틔우며 여안재에서 서여 이창기
사진: 51(보롬코지) 이창기 작가 제공
● 전시를 축하하며
양상철(융합서예술가)
갑진년 첫머리에 여는 서여 이창기전을 축하한다. 새싹 돋는 입춘절에 먹향을 음미하는 일이란 실로 즐겁고도 고마운 일이다.
전시란 오랜 훈련을 겪은 후 경기에 나가는 것과 같이 작가로서 필요한 과정이며 궁극적인 도전이다. 도전하는 사람은 늘 아름답다. 서여가 나와 함께 한지도 10수년이 훨씬 넘었다. 배움이란 자신이 찾는 일이지 억지로 만들어지는 일이 아니다. 전시 도록 머리에 얹히는 말이라고 해서 애써 작품 평을 핑계로 지면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서여의 두 번째 개인전에 부쳐 서예 작가로서 공감해야 할 몇 가지를 두서없이 꺼내어 이를 대신하고자 한다.
예술은 그 역사를 관통하는 전통의 힘에 의해 전개되고 유지된다. 고전이라고 해서 낡은 것이 아니다. 시대를 초월한 미래의 정답이 그 속에 숨겨져 있다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과정에서 되새겨야 할 것은 “내가 쓰는 글씨는 나의 것인가, 아니면 옛 사람의 것인가?” ‘모방인가 창신인가’ 의 문제를 줄곧 자신에게 되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능(技能)과 시간(時間)의 공력만으로 정리되지 못한 새로운 심미세계(審美世界)를 열기 위해, 자아의 내면적 특성이 드러나는 새로움을 찾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시대예술(時代藝術)의 특성으로 보이는 이러한 새로운 심미는, 창작 주체자의 인격적 개성이 여러 가지 환경에 적응되었을 때, 비로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예술은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창조를 위해 끊임없이 변해간다. 예술의 이러한 모험적인 특성은 사고가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흥취 있는 예술 활동을 통해, 예술을 공통적인 본질에 머무르지 못하도록 항시 유동 시켜왔다. 현대미술의 이러한 흐름도 서예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어제 보다 오늘 더 잘 쓰고, 오늘 보다 내일 더 잘 써야 한다’ 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어제의 글씨가 오늘 더 아름다워졌다고 해서 결코 변화된 것이 아니다. “변화의 생리는 새로움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 쓰는 게 목표가 아니라, 새로워지는 게 목표’여야 한다.
예술에 종착점은 없다. ‘예술의 완성(完成)은 영혼(靈魂)의 소멸과 궤를 같이 한다.’ 그래서 예술은 미완이며, 완성의 끝도 없는 것이다. 미완이 다시 미완으로 이어지고, 쉼 없이 시대의 새로움을 구하는 과정인 것이다. 현명한자는 미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에 겸손하고 시간을 기다리며 결코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무외(無畏), 얼마나 담대한 말인가?
두려움을 극복해야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이게 현대성을 구하는 서예의 미래이며, 서여의 서예세상을 여는 단초(端初)다. -양상철(융합서예술가)
이창기 서예가는 그동안 공부해 온 다양한 서체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창기 작가 제공
한편 서여 이창기(曙如 李彰起) 서예가는 제주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체육교육전공,교육학석사)에서 재직한 뒤 2021년 정년퇴직했다.
<개인전 및 초대전>
2020.06. 서여 이창기전(제주대학교 박물관)
2020.10. 제주서예문화축전 서여 이창기 초대전( 제주특별자치도 문예회관 2전시실)
2024.02. 제2회 서여 이창기전(제주특별자치도 제주문예회관 제1전시실)
<공모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대한민국서예전람회, 공무원미술대전, 농업인미술대전, 한라서예전람회 등에서 수회 입상
<단체전>
2018. 제주특별자치도문예진흥원초청<한국서예평화의메시지전>
2018. 제주특별자치도문예회관개관30주년 기념<세대의 경계를 넘어전>
2016-2021. 탐묵서연전
2016-2023. 제주특별자치도서예문인화총연합회전
2021-2023. 제주서예문화축전초대작가전
2023. 해정 박태준선생 추모전
이창기 작가는 현재 한국서가협회 회원, 한라서예전람회 초대작가, 도련뜰블루베리 농부다.
제2회 서여 이창기展...2024 春望•싹틔운 筆墨전시의 관람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설연휴 기간도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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