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바꿀 지름길, 충무공에게 묻다.

[leader2010]

[이순신 보면 ‘신인류’ 보인다]

지략·위기관리 능력 뛰어난 멀티 플레이어 … 미래의 진정한 CEO 모델

“16세기 무장이었던 이순신이 바로 21세기 디지털 지식정보사회가 원하는 진정한 ‘CEO’입니다.”

김덕수 공주대학교 사범대 교수가 ‘이순신 리더십’에 대해 11년간 연구·분석한 결과다.

그의 말대로 최근 이순신의 CEO적 면모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민족의 성웅 또는 영웅에서

샐러리맨과 CEO, 정치인 등 현대인의 표본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것.

역동적 변화의 시대인 현대 사회에 요구되는 ‘멀티형 인재’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자신을 던졌던 이순신의 리더십이 40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빛이

바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사즉생’은 곧 삶의 리모델링

이순신의 ‘사즉생(死則生) 정신’은 명예퇴직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4050 세대에 ‘제2의 성공적인 인생’을

위해 삶을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용기와 격려를 북돋아준다.

또 젊은 세대엔 ‘평범한 나도 1인자가 될 수 있다’는 비전과 희망을 제시한다.

김 교수는 “다방면에 재능을 갖춘 이순신은 주변의 사사로운 일부터 나랏일까지 두루 돌봤다”며

“16세기의 이순신으로부터 21세기에 요구되는 디지털 인재의 자질을 발견하고, 인간 이순신의

리더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순신의 생애와 업적뿐 아니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적인 고뇌를 연구한 김 교수는

이순신을 ‘오감만족(五感滿足) 인재’라고 단언했다.

한마디로 ‘전인적 르네상스 칼라’로서 멀티 플레이어라는 얘기다.

“국내의 전반적인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정치는 불신과 갈등 그리고 파행으로 우왕좌왕

세월만 낭비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경제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리더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순신은 치밀한 전략과 리더십을 두루 갖춘 CEO형 지도자입니다.

이순신의 리더 자질을 배우자는 움직임이 학계와 재계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유입니다.

난세에 영웅을 원하는 대중심리와 같습니다.  특히 임진왜란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23전 23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성과는 지금 한국 사회에 요구되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김 교수는 이순신의 리더십을 크게 8가지 지수(Quotient)로 나눠 설명했다.

▲ 다양성지수(Multi Quotient)

▲ 열정지수(Passion Quotient)

▲ 감성지수(Emotional Quotient)

▲ 정보지수(Information Quotient)

▲ 창의력 지수(Originality Quouent)

▲ 기록지수(Record Quotient)

▲ 도덕지수(Moral Quotient)

▲ 변화지수(Change Quotient) 등이 그것이다.

김 교수는 “이순신의 삶과 사상, 경륜, 능력 등은 임진왜란 때보다 치열한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에도 새로운 역할 모델로써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의 전술과 전략은 당시보다도 현 시대에 더욱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면서 “특히 이순신의

특징들은 삶을 리모델링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분석한 ‘이순신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 이순신은 멀티 플레이어다

“이순신은 수학자, 화가, 건축가, 설계사 등으로 활약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비롯한 르네상스

인물들에 뒤지지 않는다.  그만큼 다방면에 많은 재주를 갖고 있었다.

그는 육전과 해전은 물론 전술과 전략에도 조예가 깊었다.  거북선을 만들고 신무기 개발에

주력하는 등 과학 기술 분야에도 막힘이 없었다.

또 바둑, 장기, 활쏘기, 말 타기 등 ‘잡기(雜技)’에도 능했다. 특히 ‘한산섬 달 밝은 밤에…’로 시작되는

'한산도가'를 비롯한 이순신의 진중 문학작품을 보면 그의 뛰어난 문학적 자질과 섬세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전문분야는 있었다.  바로 해전이었다.  이는 1593년 그가 선조에게 올린 장계를 보면 알 수 있다.

‘…臣雖專門水戰 於陸戰之備 念不少弛…’ 비록 해전을 전문으로 맡았지만, 육전의 방비에 대해서도

조금도 등한히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순신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해전 분야를 자신의 ‘업’

으로 설정, 거기에 모든 노력과 역량을 집중시켰다.”

② 이순신은 열정으로 무장한 프로페셔널이다

“이순신은 ‘혼(魂)’의 정신으로 조국을 지켜냈다. 해전을 앞둔 밤이면 어김없이 꿈속에서까지 전투를

생각했고, 밤낮없이 나라와 백성을 왜군에게서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는 그가 남긴 여려 명언에서 드러난다.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다…죽으려고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반드시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③ 이순신은 따뜻한 인간미가 넘쳤다

“그의 홀어머니에 대한 효성과 부모 잃은 조카들까지 친자식처럼 돌보는 따뜻한 마음은 곧 나라와

백성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졌다.

이순신은 백성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전쟁을 치르면서 민군(民軍) 간의 견고한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비록 전투는 군인이 하지만 전쟁은 백성들과 함께 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었다.

왜군을 전멸시킬 때도 패잔병들이 타고 도망갈 수 있는 배 한두 척은 꼭 남겨뒀다.

그들이 육지로 올라와 백성들을 해치지 않을까 해서였다. 이에 감동한 백성들은 정보 제공, 의병 참여,

군량미 제공 등 조선 수군을 돕는데 적극 동참했다.”

④ 이순신은 세계 최초·최고를 지향했다

“그는 세계 최초의 철갑선인 거북선을 발명할 정도로 창의적인 인물이었다. 이는 재계에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창조경영’과 일맥상통한다.

천, 지, 현, 황의 대형 총통을 개발해 배치하고 일본군에게서 노획한 조총을 연구해 정철 총통을 개발하기도 했다.

조정의 지원이 끊기자 어업활동과 둔전경영, 그리고 통행첩의 발행을 통해 군자금을 확보하는 수단도

발휘했다.  그는 23번의 해전을 치르는 동안 같은 전략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왜군들의 허를 찌르기 위해서였다.

견내량에 정박하고 있는 일본의 수군을 한산도 앞바다로 유인해 격파한 ‘학익진(鶴翼陣) 전법’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이순신의 창의력은 충분한 휴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난중일기>를 보면 나라의 제삿날이나 문중의 제삿날 등에는 공무를 보지 않았다.

잘 쉬는 게 곧 경쟁력이라는 ‘휴테크 경영’을 한 셈이다.”

⑤ 이순신은 자기반성으로 신뢰를 찾았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가치를 인정받기 힘든 법이다. 그는 진중에서 <난중일기>를 썼다.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영국의 넬슨도, 미국의 맥아더도, 독일의 롬멜도 못한 일이다.

<난중일기>는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사생활, 조선 수군의 활약상 등을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이순신은 해전을 치른 날 밤에도 장병들을 재워놓고 등불 앞에 홀로 앉아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반성

하고 내일을 기약했다.”

⑥ 이순신은 투명·윤리경영을 실천했다

“이순신의 솔선수범한 자기희생은 혼탁한 요즘 세상에 한층 빛을 발한다.

그는 ‘어항 속 금붕어’처럼 투명했다. 공사가 분명했고, 언제나 사보다 공을 우선시했다.

발포만호(鉢浦萬戶) 시절 자신의 직속상관이었던 전라좌수사 성박이 거문고를 만들기 위해 객사의

뜰에 있는 오동나무를 베려하자 ‘나라의 재산’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가 고초를 치르기도 했다.

또 종친이었던 이율곡이 사람을 보내 인사상의 도움을 주려하자 단호히 뿌리친 일화는 그가 진정한

청백리였음을 보여준다.

그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삼도수군통제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들을 전쟁터로 내보내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⑦ 이순신은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났다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한국경제 5년 후 위기론’이 화제다. 이순신은 일찍이 왜군의 내습을 예견,

거북선을 건조하고 수군을 정예화시키는 등 주변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견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비무환의 자세를 갖고 있었다.

1592년 4월 13일 임진왜란 발발 하루 전인 1592년 4월 12일 <난중일기>에서 ‘전쟁 준비 완료’를 명시했을 정도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나이다’로 요약되는 절대 열세인 조건에서 연전연승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