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지소(膚受之愬)
살에 닿는 참소라는 뜻으로, 살을 찌르는 통절한 하소연 또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몸에 때가 끼듯 차츰차츰 남을 참소하는 일을 말한다.
膚 : 살갗 부(月/11)
受 : 받을 수(又/6)
之 : 갈 지(丿/3)
遡 : 하소연할 소(心/10)
(유의어)
부수지언(膚受之言)
침윤지참(浸潤之譖)
출전 : 논어(論語) 第12 안연(顔淵)
이 성어는 논어(論語) 제12 안연(顔淵)편 6장에 나오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장이 밝음을 여쭈온대, 공자 가라사대 “점점 스며드는 참소와 피부에 와 닿는 호소가 행해지지 못하면 밝다고 할 수 있음이라. 점점 스며드는 참소와 피부에 와닿는 호소가 행해지지 못하면 멀다고 할 수 있음이라.”
(註)
다른 사람을 참소하는데 있어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다는 속담과 같은 의미이다. 즉 자주 호소하는데다 마치 당장 급박한 듯이 매달리면 그 말을 믿을 수 밖에 없게 됨을 말한다. 이것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지면 침윤(浸潤)의 참소이고, 단시간 내에 효과를 보게 하는 부수(膚受)의 호소이다.
사람이 남을 다스리는 윗자리에 있다 보면 이런 참소를 하는 자들이 몰려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것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널리 배워서(博學) 잘 분별할(審問→愼思→明辨) 줄 알면 된다.
그러면 마침내 돈독히 행하게 되는데(篤行), 이것이 밝은 정사이며, 이러한 밝은 정사는 멀리까지 비추므로 그런 사회에서는 참소가 행해지지 못하게 된다. 위의 공자의 답변은 밝은 政事를 행하려면 學問을 바탕으로 하여 篤行하는데 있음을 일깨워주는 말씀이다.
① 주자
浸潤은 如水之浸灌滋潤이니 漸漬而不驟也라 譖은 毁人之行也라 膚受는 謂肌膚所受에 利害切身이 如易所謂剝床以膚는 切近災者也라愬는 愬己之冤也라 毁人者 漸漬而不驟면 則聽者 不覺其入而信之深矣요 愬寃者 急迫而切身이면 則聽者 不及致詳而發之暴矣라 二者는 難察而能察之면 則可見其心之明而不蔽於近矣니 此亦必因子張之失而告之라 故로 其辭繁而不殺하여 以致丁寧之意云이라
침윤(浸潤)은 물이 점차 들어와 잠기어 불어나 적시는 것과 같으니 점차 잠겨 갑자기 하지 않음이라.참(譖)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허무는 것이라. 부수(膚受)는 살갗이 받는 바에 이롭고 해로움이 몸에 간절함이 마치 주역(剝괘 육사효:)의 이른바 ‘박상이부(상을 깎는데 살로써 하니)와 같이 심히 재앙에 가까움이라. 소(愬)는 몸의 원통함을 호소함이라. 남을 허무는 자가 점점 적시면서 갑자기 아니하면 듣는 자가 그 들어옴을 깨닫지 못하여 믿음이 깊어지고, 원통함을 호소하는 자가 급박하게 몸에 간절하게 하면, 듣는 자가 자세함에 이르지 못하여 발함이 사나우니라(흥분함이라). 두 가지는 살피기 어려운데 살필 수 있다면 그 마음의 밝음을 볼 수 있어 가까운 데에서 가리워지지 않으니 이 또한 반드시 자장의 실수로 인하여 가르쳐 주심이라. 이에 그 말이 (두 번을 거듭하여) 번거롭되 덜어내지 아니하여 이로써 정녕한 뜻을 이루었다고 하니라.
⏹ 이하는 정천구의 부수지소(膚受之愬)의 글이다.
군자는 늘 소인을 경계한다. 그 자신이 소인이 될까 삼가고 삼가기 때문에 소인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보고 피한다.
그러나 소인도 만만치 않은 존재다. 특히 간교한 소인은 군자도 조심해야 할 무서운 존재다. 기나긴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군자가 소인을 이긴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소인으로 말미암아 군자가 궁지에 몰려서 곤경에 처한 경우가 허다하다.
하물며 심지가 굳지 못한 부인이나 어리석은 자식이라면 간교한 소인의 꾐에 넘어가지 않겠는가?
논어(論語) 안연(顔淵)편을 보면, 자장(子張)이 공자에게 ‘밝음’이란 어떤 것이냐고 물었을 때, 공자가 “浸潤之譖, 膚受之愬, 不行焉, 可謂明也已矣”라고 대답한 것이 나온다. “차츰차츰 젖어드는 헐뜯음, 살갗에 와 닿는 하소연 따위가 통하지 않는다면, 밝다고 할 만하다”라는 뜻이다.
헐뜯는 말이나 하소연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밝은 지혜라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맹자가 말한 부동심(不動心)을 지녀야 비로소 벼슬살이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려 때 유응규(庾應圭)는 행실이 곧고 야무졌다. 남경(南京; 지금의 楊州)의 판관으로 갔을 때, 청렴하고 고결하게 공사(公事)를 처리했다.
高麗庾應圭, 操行貞固, 嘗倅南京, 今楊州, 政尙淸介。
그의 아내가 해산한 뒤에 젖멍울이 심했는데도 오직 나물국만 먹었다. 그래서 한 아전이 몰래 꿩 두 마리를 바쳤다.
其妻因娩, 乳疾甚, 但菜羹而已。
有一衙吏密饋隻雉。
그의 아내가 말했다. “남편이 평소에 남의 선물을 받지 않았는데, 어찌 내 입과 배를 위해 남편의 맑은 덕에 누를 끼치겠느냐.”
아전이 부끄러워 하며 물러갔다.
妻曰 : 良人平日, 不受人饋, 豈以我尸腹, 累良人淸德。
吏慚而退, 倅者, 判官也。
⚪ 공부 시랑(工部侍郞) 유응규(庾應圭)가 졸하였다.
응규는 그 풍채가 옥 같고 글을 잘 지었고 몸가짐이 바르고 곧았으며, 지론(持論)이 단정하였다. 일찍이 남경 유수(南京留守)로 있을 때 정사를 맑게 하여 하나도 백성들에게서 취하지 않았다.
그의 처가 산후(産後)가 좋지 않아 병을 얻었으나 채소국뿐이었다. 한 관리가 닭 한 마리를 보냈는데 처가 말하기를, “양인(良人; 자기의 남편을 일컫는 말)이 평생 남에게서 선물을 받은 일이 없었는데, 어찌 배를 채우기 위해서 깨끗한 덕에 누를 끼치겠는가?”
하니, 관리는 부끄럽게 여기고 물러갔는데, 남방 사람들이 이를 칭송하였다.
일찍이 금나라에 사신으로 갔는데 금나라 사람이 그 절개를 높게 여겨 항상 사신의 왕래가 있을 때마다 반드시 그의 안부를 물었다.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이 벼슬살이하면서 청렴했다. 어느 관인이 자기 아내가 뇌물을 받아 비방을 듣고 있음을 걱정하자, 김공이 일러주었다. “부인의 하소연을 하나도 들어주지 않으면 비방이 그칠 것이네.”
金淸陰尙憲, 居官淸白。有一官人, 憂其婦女受賂有謗, 公曰 : 婦人所請, 一不施行, 則謗息矣。
그 관인이 크게 깨닫고는 그 말대로 했다. 그러자 그 부인이 늘 김공을 욕했다고 한다. “저 늙은이가 저만 청백리가 되면 그만이지, 왜 남까지 본받게 해서 나를 이리도 고생시키는가.”
官人大悟, 一如其言。婦人常罵金公曰 : 彼老漢, 自爲淸白吏足矣, 何令人效之, 使我喫苦如此, 鄭載崙因繼錄。
▶️ 膚(살갗 부)는 형성문자로 肤(부)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육달월(月=肉; 살, 몸)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편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글자 (로, 부)로 이루어졌다. 살 위를 펴덮고 있는 것의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膚(부)는 ①살갗, 피부(皮膚) ②겉껍질, 표피(表皮) ③제육(돼지고기), 저민 고기 ④깔개 ⑤길이(네 손가락을 나란히 한 폭) ⑥이끼 ⑦아는 것이 얕다, 천박하다 ⑧떨어지다 ⑨벗기다 ⑩크다, 넓다 ⑪붙다 ⑫아름답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살가죽 기(肌), 껍질 각(殼), 갑옷 갑(甲), 가죽 피(皮), 겉 표(表), 가죽 혁(革)이다. 용례로는 천박한 학문을 부학(膚學), 인물이 뛰어나고 재주가 있음을 부민(膚敏), 피상적인 관찰이나 천박한 견해를 부견(膚見), 지식이나 말이 천박함이나 생각이 얕음을 부천(膚淺), 큰 공로를 부공(膚功), 피부에 와 닿는 것처럼 하는 매우 절실한 참소를 부소(膚訴), 살갗에 소름이 돋음 또는 그 소름을 부속(膚粟), 얕은 지식을 부식(膚識), 살결을 부리(膚理), 척추동물의 몸의 겉은 싼 외피를 피부(皮膚), 머리털과 살을 발부(髮膚), 얼음 같이 맑고 깨끗한 살결을 빙부(氷膚), 옥과 같이 아름답고 고운 살갗을 옥부(玉膚), 흠이 없이 완전한 채로 있는 살가죽을 완부(完膚), 추위로 살에 생기는 소름을 속부(粟膚), 곡식알에 겉껍질이 없는 것을 무부(無膚), 몸과 피부를 체부(體膚), 살을 에는 듯이 사무침을 절부(切膚), 춥거나 무섭거나 징그러울 때 살갗이 오그라들며 겉에 좁쌀 같은 것이 도톨도톨하게 돋는 것을 교부(鮫膚), 사람이나 동물의 몸을 싸고 있는 살 또는 살가죽을 기부(肌膚), 살을 대는 듯한 통절한 하소연을 부수지소(膚受之愬) 등에 쓰인다.
▶️ 受(받을 수)는 ❶회의문자로 또 우(又; 오른손, 또, 다시)部와 爪(조; 손), 민갓머리(冖; 덮개, 덮다)部의 합자(合字)이다. 손에서 손으로 물건을 주고 받는 모양으로, 주는 것도 받는 것도 受(수)였으나 나중에 授(주다)와 受(받다)로 나누어졌다. ❷회의문자로 受자는 '받다'나 '얻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受자는 爫(손톱 조)자와 冖(덮을 멱)자, 又(또 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受자를 보면 舟(배 주)자 위아래로 손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배에서 물건을 건네주거나 받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사실 갑골문에서의 受자는 '받다'나 '주다'의 구별이 없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이를 구별하기 위해 受자는 '받다'라는 뜻으로 扌(손 수)자가 더해진 授(줄 수)자는 '주다'라는 뜻으로 분리되었다. 그래서 受(수)는 ①받다 ②거두어 들이다, 회수하다 ③받아들이다, 받아들여 쓰다, 배우다 ④얻다, 이익을 누리다 ⑤주다, 내려 주다, 수여하다 ⑥담보하다 ⑦응하다, 들어주다 ⑧이루다 ⑨잇다, 이어받다 ⑩등용하다 ⑪12인연(因緣)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거느릴 령/영(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도울 필(拂), 줄 수(授), 보낼 송(送), 줄 급(給), 줄 여(與)이다. 용례로는 남의 문물이나 의견 등을 인정하거나 용납하여 받아 들이는 것을 수용(受容), 요구를 받아 들여 승낙함을 수락(受諾), 우편이나 전보 따위의 통신을 받음을 수신(受信), 돈이나 물품 따위를 받음을 수령(受領), 상을 받음을 수상(受賞), 남으로부터 움직임을 받음이나 작용을 받음을 수동(受動), 강습이나 강의를 받음을 수강(受講), 남에게 모멸을 당함을 수모(受侮), 학업이나 기술의 가르침을 받음을 수업(受業), 은혜를 입음을 수혜(受惠), 암수의 생식 세포가 서로 하나로 합치는 현상을 수정(受精), 요구를 받아들여 승낙함을 수낙(受諾), 받음과 치름을 수불(受拂), 재난을 당함이나 어려운 일을 당함을 수난(受難), 정권을 이어받는 것을 수권(受權), 물건이나 권리를 넘기어 받음을 인수(引受), 받아 들임을 접수(接受), 군말 없이 달게 받음을 감수(甘受), 입은 은혜가 그지없음을 일컫는 말을 수은망극(受恩罔極), 왕위에 오름을 일컫는 말을 수명어천(受命於天), 자기가 저지른 일의 과보를 자기가 받음을 일컫는 말을 자작자수(自作自受), 업무 따위를 넘겨받고 물려줌을 이르는 말을 인수인계(引受引繼), 남에게 재앙이 가게 하려다가 도리어 재앙을 받음을 일컫는 말을 반수기앙(反受其殃), 본분의 임무를 어기고 부정한 청탁을 받으며 뇌물을 받아 재산 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죄를 일컫는 말을 배임수뢰(背任受賂), 장물을 주는 이나 받는 이나 둘 다 죄가 같다는 말을 여수동죄(與受同罪)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遡(하소연할 소, 두려워할 색)는 형성문자로 泝(소), 溯(소), 溸(소)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마음심(心=忄;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朔(삭, 소)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遡(소, 색)는 ①하소연하다 ②참소(讒訴)하다(남을 헐뜯어서 죄가 있는 것처럼 꾸며 윗사람에게 고하여 바치다) ③비방하다 ④헐뜯다 ⑤일러 바치다, 헐뜯어 말하다 ⑥향하다, 거슬러 맞서다 ⑦하소연(딱한 사정 따위를 간곡히 호소함) 그리고 ⓐ두려워하다(색) ⓑ두렵다(색)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고하여 하소연 함을 고소(告愬), 살을 대는 듯한 통절한 하소연을 이르는 말을 부수지소(膚受之愬)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