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유래와 의미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첫날인 ‘재의 수요일’은 사순 제1주일 전(前) 수요일을 말합니다. 이날 교회는 미사 중에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하여 이마에 바르는 예식을 행하는 데서 재의 수요일이라는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사순시기가 40일로 정착된 것은 니케아 공의회(325년)의 결정이며, 재의 수요일이 사순시기 첫날로 성립된 시기는 교황 대 그레고리우스 1세(재위 590-604년)때 부터였습니다.
그리고 교황 바오로 6세(재위 1963-1978년)가 이날에 전 세계교회가 단식과 금육을 지키도록 규정했습니다. 그 후 전년도에 받아 보관했던 성지 가지를 태워 재를 얹는 모습은 12세기부터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현 예식에서는 재의 수요일에 단식과 금육제를 지키고 이마에 재의 십자표를 바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는 고대로부터 통회, 참회, 덧없음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고대 시대의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불과 재가 정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모든 세계의 축제는 재의 수요일 전날까지 거행되며, 소위 축제를 의미하는 ‘카니발’이란 용어도 라틴어 ‘Carne Vale’(육고기야 가라!)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선교했던 유럽 선교사들은 사순시기에 육고기 대신 생선으로 만든 어묵, 즉 ‘뗀뿌라’를 먹도록 했는데 ‘뗀뿌라’ 용어도 라틴어의 시간을 뜻하는 ‘Tempus’(뗌뿌스)의 복수 ‘Tempora(뗌뽀라)’ 즉 ‘시간들’이란 뜻으로 사순시기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성금요일과 더불어 재의 수요일에 시행되는 단식의 의미는 굶주림의 고행이 아니라 인내와 극기 희생을 통해 다른 이들의 곤경에 관심을 가지고 절약한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사랑으로 나누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재의 수요일 ‘재를 바르는 예식’ 그 자체는 준성사로써 교회법 제844조에서 명시한 경우를 제외한 누구에게든, 그가 가톨릭 신자든 아니든 상관없이 수여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교회법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축복은 우선적으로 가톨릭 신자들에게 주는 것이지만, 예비신자들에게도, 또한 교회의 금지가 방해하지 아니하는 한, 비가톨릭 신자들에게도 줄 수 있다”(교회법 제1170조). 또한 이 예식은 미사 없이도 독립적으로 거행할 수 있습니다.
이 예식에서 우리는 사제에게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명심하십시오”(창세 3,19) 또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마르 1,15)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개인적인 슬픔과 비애, 그리고 참회를 공적으로 드러내는 이 상징은 우리의 현세의 삶이 허무하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비록 현세의 삶을 살고 있지만, 이 삶은 궁극적으로는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삶을 준비하는 것임을 깨닫고 하느님의 가르침에 따라 현세의 삶을 더욱 충실히 살아가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하는 사순시기를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예수님의 부활의 영광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가 결정됩니다.
더하여, 흥미로운 점은 재의 수요일을 이용하여 국가가 정책적인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국가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일랜드 공화국에서는 재의 수요일을 ‘국가 금연의 날’로 지정해 놓고 있습니다. 이유는 짐작하시겠지요?
사순시기가 시작하는 이날 하루만큼이라도 자신의 기호품인 담배를 봉헌하자는 것입니다.
또한 영국에서도 1984년 재의 수요일을 ‘금연의 날’로 제정한 후, 현재는 3월 둘째 주 수요일로 바꿔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톨릭사랑방 catholic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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