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 남파랑길(네 번째 - 2)
(회진항∼보성다원, 2023년 5월 27일-28일)
瓦也 정유순
회진면 신상리는 정남진방조제에서 관산읍 삼산리로 이어진다. 관산읍(冠山邑)은 북·서·남쪽이 해발고도 300∼500m의 구릉성 산지로 둘러싸여 있고, 그 사이를 고읍천이 가로질러 득량만으로 흐르고, 그 연안에 평지가 길게 펼쳐져 있다. 해안에는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방조제가 구축되어 넓은 간척지가 조성되어 있다. 연근해에서는 숭어·장어 등이 잡히고 김 양식이 이루어진다. 교통은 강진∼영암 등을 잇는 국도와 지방도가 있으나, 삼면이 산지로 둘러싸여서 불편한 편이다.
<정남진방조제>
관산읍 삼산리(三山里)는 수동 제2저수지가 있고, 마을 북서쪽에 천관산이 있으며, 자연마을로는 관덕, 우산, 석의도, 산서, 산동 등이 있다. 관덕은 관산과 대덕 사이라서 붙여진 지명이고, 우산은 마을이 소 모양이라 하여 붙여진 지명이며, 석의도는 돌로 이루어진 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산서는 마을이 주봉의 서쪽에 있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우산마을 앞 야트막한 언덕 위에는 정남진전망대가 위치한다.
<마삭줄>
<정남진전망대>
정남진(正南津)이라는 이름은 광화문 기준 정남쪽 방향에 있는 곳이다. 정남진전망대에서는 득량만 일대와 고흥 소록도, 거금도, 완도, 금일도 등 수많은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대의 높이는 45.9m로 상층은 떠오르는 태양을, 중층은 황포돛대를, 하층은 파도를 형상화하였다. 정남향이라는 방향 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율려’라는 둥근 조형물은 둥근 분지처럼 생긴 땅에 바닷물이 찼다는 의미를 담아, 정남진의 둥근 바다를 표현했다.
<정남진표지석 - 네이버캡쳐>
총 10층으로 구성된 전망대는 꼭대기인 9·10층에 전망대와 카페가 있고, 각층별로 북카페(8층), 문학영화관(7층), 추억여행관(6층), 축제관(5층), 이야기관(4층), 푸드홍보관(3층), 트릭아트포토존(2층), 여행정보센터(1층)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남진전망대는 황홀한 야경과 일출을 빼놓을 수 없다는데, 그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그냥 내려온다. 섬 사이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과는 다른 느낌을 줄 것만 같다.
<정남진전망대>
정남진전망대 마당에는 뜻밖에 안중근(安重根, 1879~1910) 의사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동상이 이곳에 세워진 것은 장흥 유림 안홍천이 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를 제사 지내는 곳이 한곳도 없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문중을 설득하여 죽산안씨 문중 사당인 만수사(萬壽祠) 옆에 작은 전각인 해동사(海東祠)를 창건하여 안중근 의사의 영정과 위패를 봉안하고 매년 음력 3월 12일에 해동사에서 추모제향을 모시고 있으며, 2010년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독지가의 성금으로 이 동상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안중근의사 동상>
오전을 마무리하고 오후에는 식당에서 가까운 천관산 입구 장천재로 향한다. ‘호남제일지제영산(湖南第一支提靈山)’인 천관산(天冠山, 723m)은 남원의 지리산, 부안의 내변산, 정읍의 내장산, 영암의 월출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정상의 억새가 일품이고 다도해는 물론 멀리 제주도 한라산이 보인다. 지제산은 천관산의 옛 이름으로, 화엄경에는 지제산에 천관보살이 산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호남제일 지제영산 표지석>
<천관산 입구>
전라남도 유형문화재(제72호 1978. 9)로 지정된 장천재(長川齋)는 본래 장천암(長川庵)이라는 사찰이었으나 장흥위씨 묘각을 짓고 승려로 하여금 지키게 한 것이 유래가 되어 장흥위씨(長興魏氏) 제각(祭閣)으로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호남 실학을 창제한 존재 위백규(存齋 魏伯珪 1727∼1798)는 이곳에서 수학하고 후진을 양성하였다. 특히 위백규가 명명한 <장천팔경(長川八景)>이 있는 수려한 경관과 함께 관광지로서 각광을 받는 곳이다.
<장천재>
기왕에 내친김에 관산읍 능안리에 있는 천관사로 이동한다. 천관사(天冠寺)는 송광사의 말사로, 신라 신라의 승려 통령이 창건한 사찰이다. 예전에는 화엄사라 불리며 89개의 암자를 거느렸으나, 그 후 폐찰된 것을 1963년 극락보전과 요사채와 종각 등을 짓고 천관사라 하였다. 주위에 흩어져 있던 3층 석탑(보물 795)과 석등(전남유형문화재 134), 5층 석탑(전남유형문화재 135) 등 유물을 모아 옛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웅보전을 다시 세우고 사찰의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불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천관사대웅전>
<천관사 극락보전과 석등>
이곳에서 바라보는 천관산(天冠山, 723m)은 장흥군 관산읍과 대덕읍의 경계에 펼쳐져 있으며,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기암괴석과 빼어난 자연 경관으로 인해 도립공원으로 지정(1998년 10월 13일)되었다. 온 산이 바위로 뒤덮여 있으며, 특히 아기바위·사자바위·부처바위·천주봉·관음봉·선재봉·돛대봉·갈대봉·독성암 등 수많은 기암괴석과 기봉이 정상에 우뚝 솟아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천자(天子)가 쓰는 면류관 같다 하여 ‘천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천관산 원경 - 천관사에서>
다시 발걸음은 관산읍 죽청리로 이동한다. 죽청리(竹靑里)는 죽순이 많아서 대파리라 불렸고, 1934년 행정구역 개편 때 관산읍 죽청리로 개명하여 오늘에 이른다. 자연마을로는 신월 등이 있다. 신월은 1920년경 간척사업으로 많은 농토가 조성된 마을로, 새롭고 살기 좋은 곳에 달이 뜬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장흥에는 한우가 유명한데, 이곳에는 소를 키우는 축사가 어느 지역 웬만한 공장 보다 규모가 큰 축사들이 즐비하다.
<관산읍 죽청리 해안>
<관산읍 죽청리 축사>
죽청리를 지나면 장흥군 용산면 상발리가 나온다. 용산면(蓉山面)은 연대봉(燃台峰, 397m)·억불산(億佛山, 518m)·광춘산(廣春山, 384m)·부용산(芙溶山, 609m)에 의해 분지를 형성하며, 용산면의 중앙을 가로질러 득량만으로 흘러드는 여의천(如意川) 주위에 소규모의 곡저평야(谷底平野)와 해안평야가 발달해 있다. 쌀·보리의 주곡생산 외에 특용작물인 참깨·들깨 등의 재배가 이루어진다. 바다와 면해 있기 때문에 수산업도 발달되어 있는데 특히 남포마을에는 굴 생산이 활발하다.
<용산면 상발리전망대>
상발리(上鉢里)는 구릉성 평지로 이루어진 해안지역으로, 작은 하천이 흘러 논농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1940년 남면이 용산면으로 개명되면서 남포리를 분리시켜 상발리로 이어져 오고 있으며, 일설에는 발산(鉢山) 위쪽의 바깥이 되므로 상발리라 하였다고 한다. 마을 앞의 자라섬은 옛날 삼신할머니가 치마에 흙을 담아 노두를 놓고 고흥으로 건너가려다 치마에 구멍이 뚫려 흙이 쏟아지는 바람에 자라섬이 되었다는 구전이 있다. 자연마을로는 외발산, 개미테, 남포, 배낭골, 생끼미마을 등이 있다.
<용산면 상발리 마을>
상발리 다음에는 용산면 풍길리다. 풍길리(豊吉里)는 동남쪽으로 바다를 끼고 있는 해안지역으로, 마을 북쪽에 남상천이 흐른다. 과거에는 만이었으나 바다를 막아 간척지가 되었다. 그래서 풍수지리에서 ‘산물이 풍부하고 좋은 땅’이라는 뜻의 ‘풍산길지(豊産吉地)’에서 따온 이름인가? 마을이름도 ‘새로운 풍요’를 나타내는 신풍(新豊)마을이 있고, ‘말 바위’가 있어 두암(斗岩)마을 이며, ‘농어가 많이 잡히던 농어대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농어두 마을인가? 마을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풍요로워진다.
<농어두마을 버스정류장>
풍길마을 앞 너른 들에서는 지금 바쁘게 수확해야할 보리밭에 수확 대신 불길이 연기로 구름처럼 하늘을 가린다. 너른 들녘에 보리와 밀 등이 싱싱하게 자라 풍요로워 보였는데, 그리고 알곡 수확을 위한 농사였는지? 아니면 가축들의 사료용으로 제배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불길에 휩싸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도 아프지만 직접 불을 질러 태워야 할 수밖에 없는 농부의 마음은 어떠할까?
<보리밭과 축사>
<연기에 휩싸인 보리밭>
그래도 길옆에는 우리 토종 엉겅퀴가 늦은 오후 햇살에 기를 돋운다. 엉겅퀴는 피를 엉퀴게 해서 엉겅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말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토종 엉겅퀴 종자에는 간질환 치료에 효능을 보이는 실리마린이란 물질이 들어 있어 인기가 좋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고유의 민속이 외국의 뿌리 없는 풍습에 밀리듯 우리 산야에 그렇게 많던 엉겅퀴도 요즘은 외래종에 밀려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제주도 한라산 초원에 야생하는 엉겅퀴는 임신한 암컷 노루가 즐겨 먹는 보양식이라고 한다.
<엉겅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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