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새 Jordan Rules란 책을 읽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좀 바쁜 일이 생겨서 진득하게 앉아 읽을 시간이 없어서 며칠 걸리네요. ㅎㅎ 참고로 이 책은 시카고 트리뷴에서 시카고 불스를 담당하는 기자였던 샘 스미스가 쓴 책으로서, 첫 우승 당시부터 3연패를 이루는 시점 이후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담당기자로서 알 수 있었던 라커룸 내에서의 인간적인 갈등, 불화, 에피소드 등이 나와 있습니다. 특히 90-91시즌이 자세하게 다뤄져 있어 매우 흥미롭습니다.
물론 다소 흥미위주로 쓰여졌기 때문에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것들에 대한 내용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90-91시즌 당시 불스가 18승 1패를 기록한 구간에 대해서는 그 기간에 디펜딩 챔피언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에 거둔 승, 보스턴 셀틱스에 거둔 30점차 대승도 포함되었음에도 상세한 언급 없이 넘어가고2주 뒤에 보스턴 셀틱스에게 2차 연장 끝에 당한 패배는 거의 6페이지에 걸쳐 묘사했죠. 또한 조던이 명활약한 경기 (보스턴을 상대로 야투율 68% 41점, 백투백 40점 경기들 등)이나 그 외에 11승 1패 기간에 대해서도 언급만 하고 넘어가거나 아예 언급을 않습니다.
"물론 조던은 (승리를 차지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피펜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진짜 영웅은 그들의 압박수비였다." 시즌 후반 밀워키 벅스전에 대한 그의 묘사인데 당시 조던은 야투 17/27(63%), 46점을 한 반면 피펜은 2/6(33%)으로 6점 (6어시 4리바 6턴오버 1스틸 1블럭), 밀워키는 팀 야투율 48%에 주전 중 가드 제이 험프리스를 제외한 전원이 야투율 5할 이상을 기록했다는 걸 생각하면 "무슨 소리지?" 싶더군요.
그러나 스미스가 조던을 누구보다 뛰어난 선수로 평가하는 걸 보면 조던 안티는 결코 아니고 긍정적인 면은 이미 많이 다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적은 걸로 보입니다.
어쨌든 불스 라커룸에서 외부인으로선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보낸 스미스가 전하는 일화들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나눌까 합니다.
* 원래 불스 첫 우승 당시 팀의 과도기적 모습과 이때까지만 해도 트라이앵글 오펜스가 삐걱거릴 때가 많았고, 그때마다 조던의 원맨쇼로 활로를 마련하던 묘사에 대해 서술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너무 많네요;;; 나머지 부분은 다음에 정리하겠습니다.
* 토니 쿠코치에게 집착하는 크라우스
불스 GM 제리 크라우스가 크로아티아 (당시 유고슬로비아)의 젊은 슈퍼스타 토니 쿠코치에게 끊임없는 구애를 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크라우스의 집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더군요. 당시 불스와 제리 레인스도프 구단주, 크라우스는 언제라도 쿠코치를 데려오기 위해 샐러리 캡에 180~200만 달러라는, 당시로선 상당한 액수의 여유를 두었습니다. 이 때문에 90-91시즌 당시 불스의 팀 연봉은 리그 15위에 불과했고, 이보다 적은 액수를 받는 스카티 피펜은 항상 불만이 있었죠. 심지어 시즌 중에 크라우스와 레인스도프 구단주가 유고슬라비아로 쿠코치를 설득하러 가자 피펜이 언론에 "언제까지 불스에 있을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였습니다. 레인스도프 구단주는 이에 크게 분노했는데, 유고슬라비아 행 전에 피펜을 만나 계약 연장을 구두로 약속했고, 이에 대해 피펜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었죠.
사실 피펜은 연봉보다도 계약 연장에 집착했다고 합니다. 가난하게 자란 그는 언제 부상으로 커리어가 끝날지 몰라 전전긍긍했고, 위에 언급된 구단주의 유고행 이후 찰스 바클리가 다리를 다치자 이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합니다. 피펜이 이와같이 불안해한 이유는 그가 특급 유망주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피펜이 나온 센트럴 아칸소 대학은 그를 제외하면 NBA선수를 역사상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샘 스미스에 따르면 피펜은 드래프트 직후 무조건 장기 계약을 고집하며 에이전트에게 "그들(팀)이 나를 루키 시즌에 방출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나"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절박함이 그가 급성장할 수 있게 도왔는지도 모릅니다. 피펜이 풀타임 주전으로 나선 건 89-90시즌에 이르러서였고, 그 전에는 그의 동료 호러스 그랜트보다도 출장시간과 팀내 비중이 적었으니까요.
피펜은 90시즌에 첫 올스타 선정되었음에도 90-91시즌에 이게 뽀록이 아니란 걸 증명하고자 전전긍긍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결국 그는 91시즌엔 올스타에 뽑히지 못했죠.
* BFF 수준인 그랜트와 피펜
당시 경기 영상을 보면 경기 이후 피펜과 그랜트는 항상 어께동무를 하고 나가거나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입니다. 87년 드래프트 동기였던 둘은 똑같이 루키 시즌을 벤치에서 20분 정도 출장했고, 88-89시즌을 거치며 점점 주축으로 성장했으며, 피펜이 더 좋은 선수란 차이점은 있었지만 불스 왕조의 빼놓을 수 없는 사이드킥들이었습니다.
Jordan Rules에 보면 당시 둘이 얼마나 친했는지 나오는데, 하루에 열번도 넘게 전화하고 같은 차를 스폰받아서 타고 다니고, 같은 동네에 사는 한편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고 서로의 신랑 들러리(best man)이었다고 합니다. 같은 에이전트를 두고 같이 휴가를 가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개도 같은 종을 키우고 우연의 일치로 둘 다 첫째가 아들이라고 하네요. 게다가 불스가 1년이 끝나고 서로에게 메시지를 적는 기념앨범(yearbook)을 돌릴 때 피펜은 "우주여행을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은?"이란 질문에 "호러스 그랜트"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다만 둘의 우정과 별개로 그랜트는 피펜에게 조금 거리를 두기 시작했는데, 피펜은 조던의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따라하기 시작했고 결혼 후 몇년 만에 이혼을 했는데, 집안에서 불화가 생기기 시작했던 그랜트는 이렇게 살다가 자기도 이혼할까봐 두려웠다고 합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그랜트는 ㅅㄹ제로 원정시 클럽이나 술집에 나가노는 동료들과 달리 아예 아내를 대동하곤 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호러스와 도나 그랜트는 몇년 전 이혼을 하고 맙니다.
그랜트는 순한 성격이었지만 팀내 공격롤이 지나치게 조던과 피펜에게 편중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공개적으로 비난한 또 하나의 대상은 제리 크라우스였죠.
* 제리 크라우스는 욕 먹을만 했다
잔인할 정도로 거친 면이 있던 조던은 종종 크라우스는 놀리곤 했고, 그가 이에 분노해 눈물이 고이곤 했다는 일화들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동정심을 사기도 했는데요, 이 책을 읽고 느낀건 사실 그가 욕을 먹을만하긴 했구나....였습니다. 실제로 조던 뿐 아니라 피펜, 필 잭슨, 그랜트를 포함해 불스의 대부분 멤버들이 그를 싫어했는데요, 재밌는 건 이들 대부분이 크라우스가 데려온 사람들이란 겁니다. 심지어 잭슨은 선수시절에 한번 데려오려 했고, 은퇴후 코치로 데려와서 결국 감독에 앉혔죠. 다른 책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그런 잭슨에게 크라우스가 97-98 시즌 당시 한 말은 "당신이 82승 0패를 해도 상관없어. 당신은 씨X 끝이야! (I don't care if we go 82-0 this season, you're fxxxing gone!)." 또 크라우스 딸 결혼식에 불스의 모든 코치진을 초대했다고 합니다. 잭슨만 빼고요.
어쨌거나 책에서 묘사된 크라우스를 보면, 욕을 사서 먹는 타입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당시 그는 호러스 그랜트에게 80만 달러 이상을 주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나중엔 필 잭슨에게 "어떤 감독도 내 밑에선 100만 달러 이상 받지 못할 거다"라고 했습니다. 웃긴 건 이래놓고 결국 줬습니다. 어차피 돈 줄 거면서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미움을 받는 거죠.
또한 피펜에게 "내가 없었으면 자넨 아무것도 아닐세!"라고 해서 미움을 하기도 했죠.
존 팩슨과의 일화가 있는데, 90-91시즌 당시 존 팩슨의 연봉은 38만5천달러로, 리그에서 가장 돈을 적게 받는 주전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팩슨의 좋은 친구이던 에드 닐리란 선수가 선즈와 70만 달러로 계약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 말을 듣곤 크라우스는 팩슨에게 "자네 저런 연봉 받을 생각 말게"라고 했죠. 팩슨은 이 무신경함에 너무 분노한 나머지 변호사를 통해 구단주 제리 레인스도프에게 크라우스가 앞으로 자신에게 다시는 말 걸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답니다. 연봉 뿐 아니라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요.
이것도 웃긴게 우승 이후 존 팩슨의 공로와 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불스는 결국 그에게 160만 달러 연봉을 줍니다. 그때까지 팩슨이 NBA생활하면서 번 돈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였죠. 결국 줄 거면서 저런 소리는 왜 하는 걸까요?
크라우스는 협상의 달인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는 선수들의 가치를 지나치게 평가절하했고, 트래이드 협상 할때 아무것도 안 주고 뭔가 얻어오길 바라는 태도라 다른 팀들이 그를 꺼려했다고 합니다. 이런 태도가 통했을까요? 실제로 그의 트래이드나 FA영입 행적은 처참합니다. 존 팩슨, 룩 롱리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선수였고, 빌 카트라이트를 얻기 위해 그보다 젊고 선수가치가 높은 찰스 오클리를 줬으며 (물론 이는 신의 한수가 됩니다), 그 외에 데려온 선수는 샘 빈센트 정도였습니다. 데니스 로드맨은 스퍼스가 버리다시피한 선수였죠. 크라우스가 대박낸 선수는 거의 드래프트 출신이었습니다.
90-91시즌 당시 주전들이 벌려놓은 점수차를 후보들이 깎아먹는데 질린 조던은 벤치 스코어러 한명을 영입하라고 탄원했는데, 그가 원한 선수는 그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선배이자 만 37세로 황혼기에 접어든 득점기계 월터 데이비스였죠. 그러나 언급된 크라우스의 악명으로 인해 덴버 너깃츠는 그와 딜하는 것 자체를 꺼려했고 결국 아무도 데려오지 못한채 트래이드 데드라인이 지나고 맙니다. 당연히 조던은 길길히 날뛰었죠.
크라우스의 4차원적인 면모는 여러 번 묘사되는데, 87드래프트 당시 피펜이 워크아웃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가가 올라가자 난데없이 팀이 지원을 해줄테니 하와이로 휴가가 있으라고 제안한 건 유명한 일화죠. 근데 다음 해에도 그는 이런 짓을 합니다.
훗날 "썬더 댄"이라고 알려지는 댄 멀리는 1라운드 지명이 확실시되는 유망주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멀리에게 크라우스는 뭔 생각인지 "우리가 3라운드에 지명해줄테니 다친 척 하게"라고 제안을 합니다. 당연히 멀리는 "거절하겠습니다. 1라운드에 지명되어야 돈을 더 받을 수 있는데요"라고 거부했죠.
또 하나의 특이한 일화는 90년 드래프트를 앞두고 나왔습니다. 당시 도미니크 윌킨스를 중심으로 한 베테랑 팀을 꾸리고 있던 호크스는 신인이 별로 필요없었고, 이들이 갖고 있던 2라운드 픽 36번, 41번 지명권 중 순번이 앞서는 36번픽을 트래이드하려고 했습니다. 호크스 사장 스탠 카스텐은 자신에게 접근한 크라우스에게 "우리에게 뭘 줄 수 있소?"라고 물었고, 크라우스는 "아무것도 없소"라고 답했습니다. 황당한 그는 "그러면 대체 내가 왜 당신에게 지명권을 줘야 한단 말이오?"라고 물었고, 크라우스는 "그러면 당신이 똑같은 선수를 41번으로 지명하고 더 적은 돈으로 계약할 수 있을테니까요"란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당연히 실패했죠.
아무튼 특이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와 레인스도프가 정말 양아치짓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크라우스의 구두계약을 선수들이 믿지 않게 된 계기기도 했죠. 위에 언급한대로 불스는 거물급 보강에 인색했습니다. (Time 잡지가 대놓고 구단주를 cheapskate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90오프시즌에 데려온 가장 거물이 백업 SF인 클리프 레빙스턴이었는데 여기엔 뒷얘기가 있습니다.
레빙스턴은 당시 애틀란타에서 양 포워드 포지션을 백업하던 선수로 20분대의 출장시간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는 여러 팀들로부터 러브 콜을 받았고 원소속팀 선수로부터 제법 괜찮은 액수인 4년/4백만달러를 오퍼받았죠.
레빙스턴은 당시 기준으로 슬슬 커리어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였고 불스는 장기계약을 꺼려했습니다. 이에 레빙스턴의 에이전트는 연간 130~140만달러를 원한다고 했고, 크라우스는 "전혀 문제없다"고 구두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계약은 질질 끌었죠.
물론 그러는 사이에 호크스를 포함한 다른 팀들은 레빙스턴을 포기하고 다른 선수들과 계약했고, 유일하게 남은 팀이 불스가 되었습니다. 레빙스턴과 에이전트가 지나치게 순진했던 거죠. 그리고 마침내 불스가 내놓은 오퍼는 1년에 고작 75만 달러였습니다.
이런 행동엔 나름 이유가 있었습니다. 레빙스턴이 원하는 액수를 맞춰주면 당시 76만5천달러를 받던 피펜이 자신의 백업보다 적게 받게 됩니다. 이미 불만이 많은 피펜을 달래기 위한 조치였죠. 두번째로는 위에 언급된 쿠코치였습니다. 쿠코치를 위해 캡 여유를 남기려면 레빙스턴에게 저런 돈을 줄 여유가 없었습니다.
레빙스턴의 에이전트는 충격을 받아 "클리프에게 뭐라고 말하란 말이에요??"라고 했고 크라우스는 "저 돈 받거나 유럽 가라고 말하시오"라고 했죠. 레빙스턴이 유럽을 가길 꺼려한다는 걸 알고 한 소리였습니다.
이에 빡친 레빙스턴은 진짜로 유럽행을 알아보게 되었고 결국 불스는 이에 한보 후퇴, 2년/215만 달러에 1년만 보장되는 계약을 제시하게 됩니다. 첫 해 연봉은 그대로 75만 달러, 두번째 해에 팀옵션이 걸려있는데 팀이 이를 포기할 경우 40만달러를 지급하는 계약이었죠. 장기계약이나 돈을 원했던 클리프 레빙스턴에겐 어떤 것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최악의 선택이었습니다. 결국 불스행은 레빙스턴에게 악수가 되었는데, 그는 출장시간도 10분 가까이 줄고 계약 이후 유럽으로 결국 넘어가야 했죠. 결과론적이지만 애틀란타 계약을 택했다면 훨씬 이득이었을 겁니다.
- 여담이지만 레빙스턴은 역사에 남을 명장면의 조연이기도 한다. 마이클 조던이 91년 파이널 2차전에서 한 유명한 손바꾸기 레이업에서 돌파하다가 조던에게 킥아웃해준 선수가 바로 레빙스턴입니다.
* 조던이 동료들의 기회를 뺏었는가?
- 이 부분은 밑에 언급된 뉴져지 전과 매직전에서 문구를 제외하면 샘 스미스의 책과 무난한 제 개인적인 분석입니다.
예전에도 상세히 적은 적이 있지만, 이상하게 마이클 조던의 "이기심"으로 그의 팀동료들의 공격기회를 앗아갔다는 오해가 있고, 당시에도 그런 인식이 있었습니다. 이 책에도 그런 점이 부각되어 있고, 당시 동료들의 불평에 대해 상세히 전하고 있죠. 그런데 객관적으로 보면 이렇게 보기 힘듭니다.
본문에 따르면, 34점차로 이긴 뉴져지에서 42점을 넣은 것에 대해 동료들이 "그 없이도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지나치게 슛을 많이 쐈다"고 불평했다면서 부정적인 묘사를 했는데, 당시 조던의 출장시간은 그의 시즌평균 37분 (시카고 불스 시절 중 출장시간 조정받던 86시즌을 제외하면 가장 적음)에 비하면 훨씬 적은 30분이었죠. 야투율은 무려 16/26, 61.5%, 자유투는 10/11이었습니다. 승부가 기운 경기에서 스탯쌓기를 한게 아니고, 승부가 기운 상태에서 조기퇴근했음에도 너무나 강력해서 저런 미친 스탯을 쌓은 거죠.
또한 4점차로 승리한 올랜도 매직 전에서 매직이 그랜트를 막을 선수가 없어 그랜트가 겨우 야투 5개를 던지고 12점을 넣을 정도로 효율적으로(야투 3/5) 뛰었지만 슛을 26개나 던진 조던 때문에 불만이 많았다고 적고 있습니다. 근데 정작 스미스가 빼먹은 조던의 야투효율을 보면 17/26(65.4%)입니다. 당시 그의 시즌 스탯은 평균 야투 22.4개 시도해 12.1개 성공(53.9%)였는데, 저렇게 야투가 잘 들어간 경기에서 평상시보다 4개 더 던진게 그리 큰 문제가 되는지는 모르겠군요.
어쨌든 당시 멤버들이 조던으로 인해 기회를 잃었는지 여부를 따져보겠습니다. 일단 주전들만 보죠.
존 팩슨은 시카고에 합류하기 전 두 시즌동안 딱 한번 주전으로 나온 선수였습니다. 야투시도, 득점, 출장시간을 포함한 모든 스탯이 시카고 시절에 획기적으로 올랐습니다. 사실상 트라이앵글에서도 조던과의 궁합 때문에 주전 PG로 나온 선수로 조던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죠
.
"피펜이 조던을 위해 모든 걸 희생했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피펜은 91-92시즌 당시 이미 야투를 16.6개, 92.-3시즌엔 야투률 16.4개 던지던 선수였습니다. 조던이 은퇴하고 팀의 1옵션이 된 93-94시즌에는 슛을 마음껏 던졌을까요? 이 시즌 그는 17.8개의 야투를 시도했습니다. 득점으로 따지면 92시즌에 21점, 93시즌에 18.6점, 94시즌에 딱 22점으로 조던이 있을때와 없을 때는 야투 1.2개, 득점 딱 1점 차이입니다. 심지어 조던이 복귀한 96-97시즌엔 16.7개나 던졌습니다. 야투율이 떨어져 20.2점이 됐지만요.
즉, "조던으로 인해 손해봤다"고 볼 수 있는 야투 시도는 끽해야 한 개 정도입니다. 조던이 있어서 한 개 덜 던진거에요. 개인적으로 93-94시즌이 그의 전성기였다는 점, 조던 없이 대부분 시즌을 소화한 94-95시즌에 조던 복귀 전까지 평년이랑 비슷한 16개대의 야투를 던졌다는 걸 생각하면 그냥 94시즌에 피펜이 최전성기라 저 차이가 났을 뿐이라고 봅니다만...
빌 카트라이트는 명확하죠. 패트릭 유잉의 합류 이후 닉스는 그와 유잉을 트윈타워로 기용합니다. 그러나 이후 87-88시즌에 닉스는 그를 벤치로 내립니다. 이때 스탯은 11.1점 4.7리바운드. 불스 합류 이후 수비위주 센터로 역할을 맡으며 전반적인 스탯과 출장시간, 팀내롤이 늘었습니다.
호러스 그랜트의 경우 불스 시절 공격롤이 적다고 불평했지만, 정작 조던과 뛰면서 야투 10.7개(90시즌), 10.8개 (93시즌)을 기록했음에도 (커리어 하이 94시즌은 조던이 없으니 제외), 이적한 이후 95시즌엔 오히려 야투 9.6개, 그 다음엔 10.7개로 별 차이가 없거나 더 적습니다. 심지어 샤크가 이적한 이후인 96-97시즌에도 10.4개, 페니까지 부상으로 거의 못 뛴 98시즌엔 11.3개였습니다. 이를 보면 불스 시절에 그는 능력에 비해 충분한 공격기회를 받은 걸로 보입니다.
BJ암스트롱의 경우를 보죠. BJ는 시카고 시절인 93, 94,95시즌에 야투 10개, 12.3개, 10.9개를 기록한게 커리어에서 가장 높습니다. 이후 두자리수 야투를 기록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불스 시절 당시 그는 마이클에 비해 공격기회를 못 받는다고 불평했는데 오히려 다른 팀에선 마이클과 함께 주전으로 나선 시절만큼의 공격기회도 못 받았죠. 당시 그는 자신이 팩슨보다 뛰어남에도 주전으로 못 나선다고 불평했는데 정작 시카고를 떠나자마자 골스에서도 주전 자리에서 밀려났죠. 오히려 불스에서 기회를 가장 많이 받은 셈입니다.
2차 3연패 기간은 좀 간단히 언급하면 론 하퍼는 조던 합류 전에 이미 득점이 한자리수로 떨어졌고, 로드맨은 원래 조던과 역할이 전혀 겹치지 않으며, 룩 롱리는 이적 직전에 당시 안습팀인 미네소타 (가넷 데뷔 전)에서 49경기동안 29경기를 주전으로, 그것도 경기당 20.2분 뛰던 선수였습니다. 데뷔 이후 95시즌까지 롱리는 21분 이상 뛰어본 적이 없는데 조던과 풀시즌을 보낸 첫 시즌인 96시즌에 출장시간이 26.5분으로 껑충 뛰고 97,98시즌 동안 24.9분, 29.4분을 기록했죠. 야투시도, 득점, 리바운드, 출장시간, 주전으로 뛴 경기수, 블럭 모두 조던과 함께 하면서 커리어하이를 찍었고, 이후 피닉스로 이적하면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팩슨과 함께 조던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만하죠.
나머지 부분은 다음에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조던 피펜 조합 말고 만약이 있다면 당시에 조던과 누가 잘어울렸을까요?
조던은 온볼이나 오프볼 둘 다 능숙해서 웬만한 선수들하곤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 ㅎㅎ 굳이 몇명만 들면 당시 시카고가 존 스탁턴에게 관심을 보였다는데 속공 전개능력이 톱인 선수가 시야와 패스가 톱인 선수와 만나니 엄청났을 것 같고, 커리어 후반부에 닉스행이 유력하게 거론되었는데 슬래셔와 인사이드 스코어러의 조합이라 무서웠을 것 같군요. 근데 드리블 페네트레이션과 캐치앤슛 둘 다 능숙해서 말씀드린대로 조합을 크게 타는 선수는 아닙니다 ㅎㅎ
@maverick45 ㅎㅎ 항상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넵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다음 글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시간 되는대로 바로 정리해보려고요 ㅎㅎ 원래 조던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거라 다음엔 조던 위주로 하려고 합니다
@maverick45 조던 얘기 많이 해주세요. 왠만큼 다 아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은 건 아니라서 뭔가 더 디테일한 것들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잘 봤습니다
그런데 쿠콕은 세르비아가 아니고 크로아티아 아닌지요?
맞습니다 ㅎㅎ 순간 같은 세대인 블라디 디바치랑 헷갈네요. 드래프트 당시 유고슬라비아->크로아티아가 맞고 92년에 드림팀 원년과 결승에서 붙었죠.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할게요~
오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나름 불스의 올드팬 입장에서도 몰랐던 내용들이 많네요.
본문에 언급하신 클리프레빙스턴은 시카고에서 딱 2시즌 뛰었고 팀내 비중도 매우 낮은 벤치자원이지만 그에 비해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로 기억합니다.
본문처럼 91년 파이널의 가장 유명한 장면에서 조연으로 등장하기도 하거니와 벤치리액션도 매우 좋고 성격이 외향적이라서 늘 눈에 띄는 선수였죠.
특히나 경기 전 통로에서 선수들이 스크럼을 짜고 파이팅을 할 때 "What time is it"을 선창하던 선수라 당시엔 리더격 핵심자원인줄 알았습니다
맞습니다. 항상 웃고 다녀서 인기가 많은 선수였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사실 전 조던로즈님보다 연배가 아래라 2차 3연패 팀 당시 론 하퍼나 랜디 브라운, 스티브 커같은 선수들이 기억에 남는데, 레빙스턴은 녹화 영상으로 봐도 딱 유쾌한게 보이더라고요
좋은 글 너무 감사드립니다~ 당시 루키같은 잡지로만 소식을 들었는데 비하인드 스토리는 새롭네요 ㅎㅎ
아닙니다 ㅎㅎ 요새 시간이 안 나서 읽다말다하고 있는데 이 책이 정말 꿀잼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책을 2/3 정도 읽었는데 첫 우승까지의 내용이 주라 뉴욕과는 많이 없을 것 같습니다 ㅎㅎ 제가 요 며칠 좀 시간이 없었는데 다 읽고 나머지 정리해보려고요
너무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좋은글 감사드려요!
격려 감사합니다~^^
스카티는 진짜 90년 올스타엔 살짝 안 어울렸습니다. 91년엔 올스타에 못뽑힌게 이상했었고요.
크라우스는 진짜 쿠코치와 사랑에 빠졌던 듯 해요. 제가 그랬었듯이...
완전 공감합니다 ㅎㅎ 그리고 쿠코치는 사랑에 빠지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당시 전 어려서 그의 진가를 완전히 몰랐지만 지나고 나면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든 새로운 타입의 선수였죠. 어쩌면 시대를 너무 앞서간게 그가 빅리그에서 대성하지 못한 이유일 지도...
매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쓰는 실력이 너무 좋으셔서 광속으로 읽었네요
과찬이십니다 ㅎㅎ 감사해요~
불스왕조 이야기는 왤케 질리지가 않을까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ㅎㅎ 그래서 책을 더 재밌게 읽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