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장대』
차는 잠실을 지나 복정 사거리, 약진로를 거쳐 남한산성 남문께를 달리고 있다. 우거진 삼림 사이로 이어진 좁고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산성로. 이 길에도 어김없이 가을은 깊어가고 있다. 고갯길을 오르자 한 뼘은 더 가깝게 다가서는 하늘. 슬프도록 짙은 파란색의 그 하늘이 남한산성 남문에 걸려 있다. 울긋불긋한 단풍도 남문 너머에서 더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다.
전형적인 석성 건축법을 따라 지어졌다는 남문(지화문)은 마치 시간과 계절을 거슬러 오르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모양을 내지 않고 주변의 흩어진 바위들을 적당히 쌓아올려 소박했고, 성문도 철판을 누더기처럼 기워놓아 독특했다. 남문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기 위해 산성로터리로 향하자 밀려드는 가을색에 정신이 아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남문을 통과해 산성 내부에 있는 로터리를 돌아 그냥 동문으로 나가 버린다는데, 드라이브만 즐기기엔 아까운 풍경이다. 단풍철인 요즘엔 꼭 발품을 들여 산성 일주 트레킹을 해 보는 즐거움을 누려보자.
산성 트레킹은 청량산(높이 479.9m) 정상 부근에 있는 수어장대를 먼저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어장대는 잘 단장된 오른쪽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도 좋고, 성벽을 따라 아이들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도 된다. 석축벽은 옛날 그대로지만 산성 위로 보이는 성벽은 다시 단장을 해서 깔끔한 모습이다. 산등성이를 타고 왼편, 오른편으로 꾸불꾸불 흘러 내려오는 성벽도 그림처럼 아름답다.
「석축벽」
그런 석축벽을 따라, 혹은 산책로를 따라 남문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수어장대에 앞서 영춘정이 나타난다. 원래는 대남문 아래 있었으나 성 아래 성남 땅이 훤히 보이는 곳에 옮겨 세워 전망이 뛰어나다. 왼편으로는 성남 비행장이 보이고, 한강줄기도 한눈에 들어온다. 분당과 수서도 지척이고, 날씨가 좋을 때는 남산타워와 도봉산까지 보일 정도다.
하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저녁놀에는 그 아름다움이 미치지 못한다. 땅거미가 청계산과 관악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짙고 연한 산 그림자 사이사이 를 누비는 붉은빛 노을도 압권이다.
영춘정에서 수어장대까지는 5분 정도가 걸린다. 영장이 진을 치고 휘하장졸들을 지휘하던 곳인 수어장대(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호)는 인조 2년 때 단층으로 축조한 것을 영조 27년 때 2층 누각으로 증축한 것이다. 올라서면 성곽과 한강, 분지처럼 꺼져 있는 성 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불타오르듯 환한 단풍지대도 보인다. 바다 같이 넓은 단풍지대에 붉어지는 얼굴. 자연과 사람은 그렇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 수어장대는 남한산성 축성 때 죽은 영혼과 병자호란으로 죽은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진 청량당과 이어져 있다. 하지만 전망대인 수어장대와 달리 그곳엔 늘 기도하는 부녀자들의 애닯은 손길이 머물러 애잔한 느낌을 갖게 한다.
▶ 승용차편
남한산성은 서울에서 성남을 통해 들어갈 수도 있고, 하남을 통해 들어갈 수도 있다. 성남 쪽에서 진입하면 남한산성의 남문으로 이어지고, 하남 쪽에서 진입하면 동문을 통과하게 되는데, 서울에서는 대개 남문으로 진입해 동문으로 나오는 코스를 이용한다. 서울에서 남문은 양재나 잠실 쪽에서 송파대로를 타고 성남 입구 복정 사거리까지 간 뒤 좌회전해 남한산성길(약진로. 308번 지방도)을 따라 8km 가면 되고, 동문은 하남 쪽에서 광주방향 43번 국도를 따라가다 광지원리 중부농협 앞에서 우회전해 308번 지방도로를 타면 된다. 또 남문은 경부고속도로 양재I.C~헌인릉 앞~세곡동~대왕교~약진로를 거쳐가도 되고, 동문은 중부고속도로 경안I.C~광지원을 거쳐가도 된다. 강남에서 남한산성 남문까지는 15분 정도 걸리며, 남한산성 입구에서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가면 남문 매표소에 닿는다. 입장료는 자동차도 1천원(주차료), 사람도 1천원이다.
▶ 대중교통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성남.모란행 8호선을 타고 가다가 산성역(2번 출구)에서 내려 모란~성호시장~인하병원~신흥주공아파트~남문~남한산성내 로터리를 오가는 9번 마을버스(경기교통)를 타도 되고, 동서울 터미널(2호선 강변역)을 출발, 천호동~명일동~암사동~신장~광지원~동문~산성로터리를 잇는 15-1번 버스(명진교통)를 타도 된다. 또 산성 안에 있는 로터리까지 가지 않고 남한산성 입구에서 내려 1시간 정도 오르막 산행을 즐기려면 지하철 8호선 남한산성 입구역(2번 출구)에서 내려 36, 66, 30, 30-1, 33-2, 55, 555번 버스를 타도 된다. 남한산성 입구역에서 남한산성유원지 입구까지는 버스로 5분 정도가 소요되며, 유원지 입구에는 대형 주차장도 있다.
▶ 음식정보
항간에 '남한산성 주변에는 개고기를 파는 식당만 즐비하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이 말은 낭설에 불과하다. 실제로 가보면 개고기를 파는 식당은 한두 군데뿐이고 대부분 산채정식, 한정식, 토종닭 같은 토속 먹거리들을 내놓고 있다. 80여 곳이나 된다는 식당들의 메뉴가 엇비슷한 게 흠이긴 하지만 모두 세련된 현대식 기와집 모양을 하고 있어 깔끔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 중 맛있기로 소문난 집은 서울의 종로에 해당하는 산성로터리에서 북문으로 오르는 입구에 있는 백제장과 반월정. 이들은 20여 년의 내력이 있는 토박이집으로 백제장은 한정식, 반월정은 산채정식으로 유명하다. 또 청와정, 옛골, 한마당 등도 솜씨 좋기로 알려진 음식점들이고, 독특한 차맛과 아름다운 공간이 인상적인 터와 유럽 스타일의 외양이 눈길을 끄는 레스토랑 파우제도 단골들이 유독 많다는 음식점이다. 영락신학원 인근에 있는 훈제 생구이 전문점인 돌집도 벽난로가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음식점이고, 남한산성 동문 아래에 최근 형성된 라이브 카페촌에서도 식사 후 기분 좋게 차 한잔 음미할 수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출처:리더스클럽-여행文化,다음이미지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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