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 밑반찬
지금처럼 찬거리를 쉽게 사서 찬을 장만할 수 없던 옛날에는 제철의 식품을 가지고 저장 식품을 얼마나 골고루 만들어 놓는지에 따라 얼마나 살림을 알뜰하게 하는지를 판단했다. 우리나라에서 각종 김치와 장, 장아찌 등이 유난히 발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장아찌는 한자로는 장과(醬瓜)라고 하며 제철에 흔한 채소를 간장(진간장), 고추장, 된장 등에 넣어 장기간 저장하는 음식이다. 대개는 1년쯤 지나야 제대로 맛이 나므로 미리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식품 저장법으로 보아 염장법에 속하는 장아찌는 짭짤해서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아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밑반찬이나 술안주로 삼을 수 있다. 대개 햇장이 익은 다음 지난해 먹다 남은 간장(진간장)이나 고추장, 된장을 이용하여 담근다. 장에 저장하는 동안 장의 맛과 염분이 고루 스며들고 미생물이 발효 작용을 해서 독특한 맛과 질감을 낸다.
장이찌의 매력은 짭조름한 맛과 아삭아삭 씹는 맛에 있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의 음식 문화에서 개운한 밑반찬 구실을 하는 중요한 식품이다. 워낙 짜므로 얇게 썰거나 채썰어 한 번 정도만 물에 헹구어 짠 맛을 빼고 참기름, 설탕, 깨소금 등을 넣어 고루 무쳐서 먹는다.
장아찌는 날로 먹는 채소라면 대부분 만들 수 있지만 수분이 많고 섬유소가 적은 것은 마땅치 않다. 많이 담그는 것으로는 마늘, 마늘종, 깻잎, 무, 오이, 풋고추, 더덕, 도라지, 고춧잎, 무말랭이, 무청, 배추속대 등이 있다. 지방에 따라서 울외, 우엉, 참외, 수박, 당근, 콩잎, 산초잎, 산초 열매, 풋감, 송이버섯, 표고버섯, 씀바귀 등으로도 담근다. 전라도 지방에서 특히 많이 만들고 절에서도 항상 준비하는 찬이다. 채소 외에도 김, 지누아리, 미역, 다시마 등의 해초와 굴비, 북어 등의 해물과 두부, 도토리묵으로도 담근다.
대부분 채소이므로 먼저 소금에 절여서 물기를 빼야 한다. 무나 오이는 소금을 3~4% 뿌려서 절이고, 고춧잎이나 산채는 끓는 물에 잠깐 데쳐서 수득수득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 물기를 빼서 잠깐 말렸다가 담근다. 고추나 깻잎 등이 너무 자라 억센 것과 마늘이나 마늘종처럼 향이 강한 것은 소금물이나 식촛물에 여러 날 담가 두어 섬유소를 연하게 하여 담근다.
장아찌를 박았던 장은 채소에서 수분이 나와 묽어지고 신맛이 들 때도 있으며 쉬 상하기 때문에 한 번 끓여서 식혀 두고, 된장이나 고추장도 주걱으로 저으면서 끓여 수분을 증발시키고, 싱거우면 소금을 약간 넣어 두고 먹는다. 찌개나 국에는 넣지 말고 볶음이나 조림할 때 쓴다.
다양한 채소 장아찌
간장장아찌를 담그려면 간장(진간장)에 식초, 설탕, 생강, 마늘, 마른 고추를 넣고 일단 끓여서 식힌 것을 쓰는 것이 더 맛있다. 재료를 항아리나 보존 용기에 차곡차곡 담고 무거운 것으로 눌러서 달인 장물을 부어 둔다. 간장(진간장)에 담근 장아찌는 두어 달에 한 번쯤 장물을 따라 내서 끓인 후 도로 붓기를 두세 번 하면 해를 넘겨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가을걷이에 마지막 남아 있는 푸른빛의 고추로 담근 풋고추장아찌는 꼭지와 잎을 떼지 않고 소금물에 삭혔다가 물기를 쭉 빼고 달인 장물을 붓는다. 오이지나 무짠지 남은 것이 있으면 볕에 널어 수득수득 말렸다가 넣는다.
고춧잎장아찌는 서리 오기 전에 고춧잎을 줄거리 없이 따서 깨끗이 씻은 후에 데쳐서 다시 물에 담가 우려 가지고 꼭 짜서 수득수득 말린다. 간장(진간장)을 붓고 실고추와 파, 마늘, 생강 저민 것을 한데 넣어 둔다.
고추장아찌는 풋고추를 맹물에다 넣고 돌로 눌러 두었다가 몇 달 후에 건져 깨끗이 씻어서 보자기에 싼 다음 맷돌로 눌렀다가 진장(진간장)을 부어서 삭힌다. 억세고 매운 고추는 삶아서 말렸다가 넣으며, 무말랭이와 고춧잎을 같이 넣어도 좋다.
무말랭이장아찌는 무를 굵게 쪼개어 바싹 말려 두었다가 물에 씻어서 건져 간장(진간장)을 붓고 양념을 넣는다. 여러 달 두었다가 꺼내어 갖은 양념을 한다.
김장 무렵이면 무와 배추속대, 고춧잎 말린 것을 한데 섞어 담그기도 한다. 실고추, 파, 마늘, 생강 등의 양념도 저미거나 채썰어 넣고, 갓이나 미나리를 넣기도 한다.
겨울에 주로 담가 먹는 외장아찌는, 작은 오이나 꽃맺이 오이를 통째로 소금에 잠깐 절였다가 보에 싸서 맷돌에 하루만 누르면 오글쪼글해지는데 그 때 진장에 넣고 실고추와 파, 마늘, 생강을 썰어 넣으며 배추속대나 무말랭이, 고춧잎, 풋고추를 같이 넣어도 좋다.
마늘장아찌는 연한 통마늘을 식촛물에 삭혔다가 초간장을 끓여 부어서 담근다. 희게 만들려면 마늘을 소금물에 삭혔다가 소금으로 간을 한 식촛물을 붓는다. 마늘은 덜 여물어서 쪽이 붙어 있고 대가 약간 푸르며 껍질이 불그레한 육쪽마늘이 좋다. 간장(진간장)에 담그려면 소금물에 삭히는 대신 심심한 식촛물에 나흘 정도 담근 후 간장(진간장) 다섯 컵에 식초 반 컵과 설탕 반 컵을 끓여 식혀서 항아리에 붓는다. 열흘에 한 번씩 간장(진간장) 물만 따라 내어 다시 끓여서 식혀 붓기를 서너 번 반복한다.
연한 마늘종에도 식촛물을 부어 삭혀서 고추장에 박아 두거나 약간 말려 짧게 끊어서 양념한다. 풋마늘도 똑같은 방법으로 담근다.
된장이나 고추장에 담그는 장아찌는 장을 훑어서 일일이 꺼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베나 망사 주머니에 채소를 넣어서 담가 두면 꺼내기도 쉽고 여러 재료를 한 항아리에 넣어 놓아도 구별하기가 쉽다.
장아찌는 처음부터 한 가지 장으로만 담글 수도 있지만 된장에 넣었던 것을 고추장에 다시 넣거나 간장(진간장)에 넣었던 것을 고추장이나 된장에 넣기도 한다.
장과 장아찌 연중 계획표
장과 장아찌 연중 계획표
종류 |
간장 장아찌 |
된장·고추장 장아찌 |
장류 |
월 |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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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
담북장 |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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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
간장(정월장), 고추장, 메주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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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무, 김 |
간장(2월장), 고추장 |
4월 |
풋마늘, 마늘종 |
마늘종, 더덕 |
장 기르기(간장, 된장), 막장 |
5월 |
꽃게장 |
더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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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
풋고추, 양파 |
매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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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
오이, 깻잎 |
깻잎, 오이, 풋고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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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
풋고추 |
양파, 가지, 참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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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
가지 |
감, 오이, 참외, 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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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
참게장, 배추, 고춧잎 |
우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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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
무 |
김, 묵 |
집장 |
12월 |
무말랭이 |
홍합 |
청국장, 메주 |
익힌 장아찌 ‘숙장과’
채소를 작게 썰어서 절인 후 양념하여 볶거나 조린 장아찌가 있다. 익혀서 만들었다고 하여 ‘숙장과(熟醬瓜)’, 갑자기 만들었다고 해서 ‘갑장과’라고도 한다. 오이, 무, 열무, 배추속대, 실파, 미나리 등으로 담그는데 대개는 쇠고기를 양념하여 같이 볶아서 무친다.
오이는 막대 모양으로 썰어 소금에 절이고, 무는 간장(진간장)에 절여서 물기를 꼭 짜서 채썬 쇠고기·표고버섯과 함께 볶아서 식혀 깨소금과 참기름으로 무친다. 배추속대는 갸름하게 썰어서 간장(진간장)에 절였다가 같은 방법으로 볶아 무친다.
열무는 세로로 잘라서 절였다가 꼭 짜서 기름에 볶아 담그고, 실파·미나리·부추 등은 다듬어 적당히 잘라서 살짝 볶아 식힌 다음 큰 대접에 쇠고기를 양념하여 볶은 것과 간장(진간장), 기름, 깨소금, 고춧가루를 뿌려서 꼭꼭 눌러 두었다 먹는다. 실파와 부추는 미리 간장(진간장)에 절였다가 담가도 된다.
오이통장아찌는 작은 오이를 통째로 절여서 눌러 물기를 빼고 기름에 볶아 식힌 후 오이소박이처럼 칼집을 내어 양념한 고기를 볶아서 소로 채워 넣고 간장(진간장)을 부었다가 먹는다.
머위장아찌는 머위 줄기를 껍질을 벗기고 잘라서 삶고 간장(진간장)과 꿀 또는 설탕을 넣고 까맣게 졸인다. 이 때 씨를 뺀 통고추를 넣어 조리면 맛이 더 좋다.
그 밖의 장아찌
예전에는 두부나 해물, 달걀 등을 짜게 조린 반찬을 장아찌라고도 하였다.『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해물이나 육류를 간장(진간장)에 조린 것과 토란, 두부 장아찌 등이 나온다.
전복장아찌는 마른 전복을 불리거나 생전복을 데쳐서 얇게 저며서 썰어 간장(진간장)과 설탕을 넣고 저민 쇠고기와 함께 조린다. 홍합장아찌는 생홍합을 다듬어서 끓는 물에 데쳐 같은 방법으로 담그고, 굴장아찌는 굴에 간장(진간장)과 실고추를 넣고 잠깐 끓여 낸다.
족장아찌는 족을 삶아서 굵직하게 썰어 물을 붓고 무르게 끓이다가 간장(진간장), 기름, 깨소금, 설탕, 후춧가루를 치고 끓인다. 국물이 잦아들면 계핏가루를 뿌린다.
토란장아찌는 간장(진간장)을 쳐서 토란을 쇠고기와 함께 바짝 조리고, 두부장아찌는 두부를 번철에 지져서 진장에 기름, 깨소금, 후춧가루, 고춧가루를 까불러서 볶으며 이 때 다시마를 넣기도 한다. 장조림 간장(진간장)에 삶은 달걀을 함께 조리는 달걀장아찌는 고기와 같이 먹는다.
궁중 음식 중에 삼합장과가 있는데 귀한 재료인 말린 전복, 해삼, 홍합으로 담근 장아찌로 사치스럽지만 별미이다.
조리법
장아찌는 ‘장과(醬瓜)’라 하기도 하는데 제철에 흔한 채소를 간장(진간장), 고추장, 된장에 넣어 장기간 저장하는 음식이다. 대개 1년쯤 지나야 제맛이 난다.
마늘종장아찌
마늘종장아찌
재료
마늘종 1kg
(가) 소금 ½컵, 물 4컵
(나) 식초 1컵, 설탕 ½컵, 물 3컵, 소금 2큰술
(다) 고운 고춧가루·다진 파·다진 마늘·설탕·참기름·통깨 각 적량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연한 마늘종을 골라서 끝의 억센 부분은 잘라내고 열 가닥 정도를 한 묶음씩 묶어서 (가)의 소금물을 부어 절인다.
2. 절인 마늘종 한 묶음씩을 둥근 타래로 하여 항아리나 병에 담는다.
3. (나)의 재료를 냄비에 담고 끓여서 식혀서 항아리에 붓고 떠오르지 않게 위를 돌이나 접시로 눌러 둔다.
4. 보름쯤 두어 노랗게 삭으면 꺼내어 채반에 널어 꾸득꾸득하게 말려서 4cm 정도로 잘라 (다)의 양념을 넣어 고루 무친다.
5. 삭은 마늘종에 간장(진간장)을 부어 두거나 고추장에 박아서 더 두었다가 찬으로 한다.
더덕장아찌
더덕장아찌(앞), 오이고추장장아찌(뒤 왼쪽), 무된장장아찌(뒤 오른쪽)
재료
더덕 1kg, 고추장 적량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더덕을 껍질을 벗겨 방망이로 두들겨서 납작하게 만들어 햇볕에 꾸득꾸득 말린다.
2. 항아리에 고추장을 한 켜 깔고 말린 더덕을 놓고 위에 고추장을 고루 펴놓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여 2달 정도 둔다.
3. 더덕에 간이 배면 먹을 때는 하나씩 꺼내어 길이대로 쪽쪽 갈라서 참기름, 깨소금, 설탕 등을 넣어 고루 무친다.
* 고추장에 넣기 전에 된장에 한 달 정도 박아 두었다가 고추장에 옮겨 담아도 별미이다.
오이고추장아찌
재료
오이(소) 30개, 고추장 적량
(나) 고운 고춧가루, 다진 파, 다진 마늘, 설탕·참기름·통깨 각 적량
(가) 소금 1컵, 물 10컵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길이가 짧고 통통하면서 씨가 적은 재래종 오이를 골라서 소금으로 문질러 씻어 물기를 없애고 항아리나 병에 차곡차곡 담는다.
2. 냄비에 (가)의 물을 팔팔 끓여서 소금을 넣고 뜨거울 때 오이에 부어 두면 껍질이 연하고 아작아작하다. 절인 오이를 건져서 채반에 넣어 꾸득꾸득 말린다.
3. 말린 오이를 고추장에 박아 둔다.
4. 오이에 간이 배면 여분의 고추장은 훑어 내고 꺼내어 동글납작하게 썰어 (나)의 양념으로 고루 무친다.
무된장장아찌
재료
무(동치미용) 10개, 된장 적량
(가) 고운 고춧가루, 다진 파, 다진 마늘, 설탕·참기름·통깨 적량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무는 깨끗이 씻어서 반이나 4등분으로 갈라서 채반에 널어서 3∼4일간 겉이 꾸득꾸득하게 말린다.
2. 항아리에 된장을 한 켜 깔고 무를 깔고 다시 된장을 얹어서 무에 된장이 고루 묻게 하여 위에는 된장이 충분히 덮이도록 한다.
3. 넉 달 이상 되면 무에 간이 배므로 된장을 훑어 내고 꺼내어 물에 얼른 씻어서 가늘게 채썰어 (가)의 양념으로 고루 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