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마침내 경기옛길 공식 앱이 오픈되었다. 그간 미뤘던 경기옛길의 첫걸음을 떼기위해 드디어 길을 나선다.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역고드름과 소이산을 다녀온 후 설연휴가 지나고 약 2주간의 휴식끝에 길을 나선다. 집에서 교통편이 가장 용이한 삼남길부터 걷기로 한다. '경기옛길'중 가장 먼저 조성된 길이기도 하다.
경기옛길은 그 옛날 전국 팔도에서 한양으로 오고 가던 六大路의 경기도구간이다. 기존의 삼남길, 영남길, 의주길에 이어 작년말에 평해길이 조성되고, 올해는 경흥길, 내년에는 강화길이 완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경기옛길 삼남길중 오늘은 제1길인 한양관문길과 제2길인 인덕원길을 걷기로 한다. 삼남길(하행)은 4호선 남태령역 2번출구에서 시작된다.
삼남길은 본래는 옛 한양도성의 남문인 숭례문이 기점이지만 경기도구간에 복원된 '경기옛길'은 모두 지금의 서울시계를 시,종점으로 하고 있다.
몇일 째 한파가 이어지고있는데 오늘 오후부터는 기온이 많이 오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른 아침의 남태령은 바람이 매우 차갑다. 장갑을 낀 손끝이 시릴 정도로 ......
남태령역 2번출구로 나와 도로 건너편 산자락에 넖게 자리잡은 수도방위사령부를 바라보며 걷기 시작한다. 그 옛날엔 주변이 모두 산자락이었을 텐데 지금은 대로가 지나고 있는 남태령 고갯마루 한가운데에 남태령 표지석이 서있다.
길 왼편 구석에 경기옛길 삼남길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남태령 옛길' 표지석이 보인다. 스탬프함에 도장은 있는 스탬프북은 없다. 하지만 이제부턴 스탬프북이 없어도 될 듯하다. 경기옛길 앱에 전자 스탬프가 찍힌다.
처음 사용하는지라 잘 될지 조금 걱정했는데 일단 첫벗째 스탬프를 받는데 성공한다. 경기옛길 공식 앱을 이용하니 길 찾는데도 도움이 되고, 오디오 가이드가 각 구간에대한 개요를 설명해주니 도로 구간을 걸어도 덜 지루하다.
어느새 과천동 주민센터 앞 성황신목(城隍神木)에 이른다. 오래된 나무를 잠시 둘러보고 돌아나와 도로 건너편 용마골로 접어든다. 지금이 겨울이라 용마계곡은 수량이 많진 않지만 꽁꽁 얼어붙어있고 눈까지 살짝 덮여 매우 미끄럽다.
잔설이 남은 계곡 옆을 조심스럽게 따라 오르다가 계곡을 가로질러 산길로 접어든다. 이제서야 옛사람들이 걷던 옛길의 느낌이 조금 난다. 하지만 산길이 그리 길지는 않다. 다시 도로로 내려서서 과천시를 걷는다.
과천성당을 지나고 온온사(穩穩舍)를 지난다. 온온사는 절이 아니다. 정조가 하사한 객사(客舍)의 명칭으로 '매우 편안한 집'이란 뜻인데 정조가 부친인 장헌세자(사도세자)의 묘인 현륭원으로 행차할 때 묵던 곳이다.
객사 왼쪽 스탬프함으로 다가가니 삼남길 제1길의 두 번째 전자스탬프가 찍힌다. 계속해서 관악산 자락의 이면 도로를 걷는다. 잠시후 계곡을 따라가니 관악산이 올려다 보이는 등산로 입구가 나오고 우측에 과천향교가 있다.
어쩐지 길이 낯설지않다 했더니 서울대입구에서 연주암을 넘어 계곡따라 과천방향으로 내려올 때 지났던 길로 관악산둘레길 과천구간이기도 하다.
한동안 익숙한 길을 걷다 과천시청을 지나 관악산 기상관측소가 바라다 보이는 정부종합청사 앞을 지나서 홍촌천(洪村川)을 따라 걷는다. 홍촌천은 관악산에서 발원해서 양재천을 형성하는 물줄기중 하나다.
정조가 능행차시 목이 말라 마시고는 물 맛이 매우 좋다하여 벼슬을 내렸다고 하는 가자(加資)우물을 지난다. 지금은 완전히 말라버린 우물을 지나면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가 다시 인덕원 부근에서 합쳐진다.
난 좌측의 대로보다 조금 더 나아 보이는 우측의 이면도로를 택한다. 그런데 조금 가다보니 온통 공사로 길이 다 막혀서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구간에 이른다. L.H 공사 과천의왕 사업본부가 있고,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듯 하다.
다행히 좌측에 대로변으로 올라서는 길이 있다. 도로를 따라 조금 걸으니 저만치 안양시임을 알리는 도로 표지판이 보인다. 삼남길 제1길의 종점인 인덕원역에 거의 다다른 것이다.
아까 공사로 막혔던 구간으로 이어지는 이정표가 보이는데 두 갈래길이 다시 합류하는 지점이다. 이정표대로 도로 건너 진행하다가 근처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삼남길 제2길을 이어간다.
인덕원역 6번출구 우측으로 조금 떨어진 지점에 '인덕원 터' 표지석이 있는데 무단 주차된 차들에 가려져 있다. 삼남길 제1길과 제2길의 안내판이 함께 있다. 역시나 이곳도 스탬프함에 도장만 있고 스탬프북은 없으니 무용지물이다.ㅉ
경기옛길은 관리가 잘 안되는 것인지 누가 한 번에 여러개씩 가져간건지 알 길이 없다. 앱에서 제2길 스탬프 획득음이 울린다. 앱이 생겼으니 이제부턴 아예 스탬프북을 갖춰놓지 않으려나?
오후가 되니 아까부터 확실히 기온이 많이 올라서 날이 매우 포근해졌다. 삼남길 제2길은 안양천으로 흘러들어 가는 학의천의 발원지 백운호수까지 학의천변을 따라 걷는 비교적 짧고 편안한 길이다.
징검다리를 건너서 제2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천변 길엔 잔설이 아직 남아있고 학의천엔 오리들 가운데 초록빛이 선명한 청둥오리가 간간이 눈에 띈다.
청계산에서 발원한 청계천(서울의 청계천 아님)이 학의천에 합류하는 지점을 지나고 계속해서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구, 서울외곽 순환도로) 아래를 지난다. 과천,봉담간 도시고속화 도로 밑을 지나 마침내 백운호수에 도착한다.
공영주차장엔 주차된 승용차가 제법 많다. 전방에 화장실이 있고, 삼남길 제3길 모락산길 안내판이 있다. 임영대군묘까지 2Km로 되어 있길래 왕복 4Km를 걸을 각오로 좀 더 걸으려 했으나 진입로가 공사로 꽉 막혀있다.
반대편 계단을 통해 저수지 둑 위로 올라가 보니 화장실과 데크길이 잘 조성되어 있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호수 너머 멀리 광청종주때 지났던 백운산이 보인다. 보트 타는 곳에 이르니 도로와 이어진 통로가 있다.
본래의 길에 다시 합류해 건너편 굴다리를 지난다.
잔설이 남아있는 모락산 자락의 운치있는 길을 잠깐 걸어 올라가니 모락산 둘레길 이정표가 있다. 얼마 안 가 좌측 언덕 위에 세종대왕과 소현왕후 심씨의 4남인 임영대군 이구의 사당이 보인다.
사당에서 내려서서 묘소가 있는 방향으로 조금 더 진행하니 길 한켠에 스탬프함이 보이는데 역시나 여기도 스탬프북은 없다. ㅠㅠ 이번에도 앱으로 전자 스탬프 인증을 받는데는 성공한다.
계속해서 삼남길 제3길 모락산길은 우측으로 곧장 이어지는데 종점까지는 거리가 좀 멀다. 아직도 약 10Km 가까이 남았고 거긴 교통편도 여의치 않다. 당초 계획보다는 더 왔고 버스 정류장으로 되돌아 가야하니 오늘은 여기서 종료하고 다음에 이어서 걷기로 한다.
진달래가 필 무렵 모락산둘레길(약15Km)만 따로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면서 왔던 길을 되짚어 가려다 마침 정면에 굴다리가 있어 그대로 통과해서 좌측으로 나가보니 큰 음식점들이 보이고 저만치 아까 지났던 터널이 보인다.
예상밖에 벌써 원점이다. 약 2Km를 되돌아서 버스 정류장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시간이 조금 단축되었다. 시간적 여유도 있고 여기까지 온 김에 백운호수둘레길(공식 명칭은 백운호수 생태탐방로)을 추가로 걷는다.
모처럼 따뜻한 날씨라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약 3Km 남짓 되는 호숫가 산책까지 마치니 모처럼 20Km 넘게 걷고, 걸음수도 3만보를 초과했다. 마치 2주간 못걸은 보상이라도 하듯이......
하지만 걸을 땐 몰랐는데 막상 다 끝나니 오랫만에 걸어서 그런지 고관절 대퇴부가 뻐근하다. 확실히 이젠 20Km 이상은 슬슬 힘에 부치기 시작하는 것 같다. ㅎㅎ 오늘 걸은 삼남길은 딱딱한 도로구간도 많은데 식사시간 외에는 쉬지 않고 걸었으니......
아뭏튼 오늘 이렇게 경기옛길의 첫발을 내딛었으니 틈틈이 조금씩 걸어야겠다. 날이 너무 더워지기 전에 우선 삼남길을 마치고 그 다음엔 평해길을 걸어 볼 생각이다.
올해의 내 트레킹 버킷리스트가 또 추가되는 순간이다. 아, 진달래 꽃이 필 무렵에 모락산(385m) 둘레길(약15Km)도......
나의 트레킹은 자차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당일에 가능한 범위로 한정하고 있는데도 아무리 걸어도 길이 줄지 않고, 걷고싶은 길은 오히려 자꾸 더 늘어만 가니 ...... ㅎㅎ ^^
남태령고개 표지석
삼남길 제1길 한양관문길
남태령 옛길 표지석
삼남길 제1길 시작점 스탬프함 / 스탬프북(지도)이 하나도 없으니 무용지물
삼남길 안내
잠시 도로에서 벗어난다.
관악산 자락이 보이고 ......
남태령 도신제(都神祭) 성황신목(城隍神木)
용마골(龍馬谷)로 접어든다.
삼남길 표식 (녹색은 상행 / 주황색은 하행)
용마계곡은 얼어있고 잔설이 남아 미끄럽다.
잠시 계곡을 따라 오른다.
삼남길 새 리본
계곡을 가로질러 산길로 접어드니 이제야 옛길의 느낌이 ......
삼남길 이정표
그리 길지않은 산자락을 지나서 ......
과천성당앞을 지나고 ......
온온사(穩穩舍) / 정조가 능 부친의 능행차시 머물던 객사
역대현감 비석군 / 과연 저 모두가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세웠던 것일까?
관악산 계곡을 따라서 ......
관악산 등산로 입구
홍살문 / 과천향교
관악산 기상관측소가 보이고 ......
낯익은 길을 걷는다.
삼남길 이정목을 따라 우측으로 ......
과천시 청사
정부 종합청사 정문에서 바라본 관악산 (사진을 찍으려는데 경비가 다가와 제지한다. 산을 찍으려 한다고 했더니 아무 말 않길래 한컷 )
양재천의 본류로 관악산 골짜기에서 시작한 홍촌천(洪村川)을 따라서 ......
홍촌천 안내판
K-Water 한국 수자원공사
지나온 정부 과천종합청사 뒤로 관악산 줄기가 ...... (청사 앞쪽 드넓은 광장에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려 하는 모양인데 시민들의 반대가 극심한지 여기저기 플래카드가 붙어있고 어수선했다.)
가자우물(加資우물) / 정조가 능행차시 우물맛이 좋아 당상관에 해당하는 벼슬을 하사했다는 우물이나 지금은 말랐다.
두갈래의 길중 대로변이 아닌 이면도로를 택한다.
조금 가니 공사로 막혔는데 그냥 지나쳐 통과한다.
조금 가다보니 결국은 더 이상 진행이 불가 / 앱에는 분명 이 길도 표시되어 있는데 ......
L.H 과천의왕 사업본부 / 대규모 행복주택단지?를 조성중인 듯.
다행히 좌측에 대로변으로 올라서는 길이 있다.
안양시로 들어선다. / 명칭은 옛길이나 대부분의 구간이 이미 현대식으로 변해있다.
공사가 아니라면 청동기 유적지를 지나서 이 길로 나왔을 것 / 옛길의 모습은 점점 더 사라지고 ......
인덕원역 6번출구 / 하행 기준으로 삼남길 제1길의 종점이며 제2길의 시점
삼남길 바닥 이정표
삼남길 제1길 한양관문길 종점
인덕원(仁德院) 터
삼남길 제2길 인덕원길 시점
이정표를 따라서 ......
원(院)이 있던 지역 답게 지금도 음식점이 많다.
학의천(鶴義川) 징검다리를 건너고 ......
백운산 자락 백운호수에서 흘러나온 학의천
초록빛이 선명한 청둥오리떼가 간간이 보이고 ......
삼남길 이정목이 보이고 ......
어느덧 안양시에서 의왕시로 들어서 있다.
학의천 생태길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양천으로 흘러가는 학의천과 청계천의 합수부
청계산에서 발원한 청계천(서울의 청계천이 아님)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구, 서울와곽순환도로) 아래를 지나고 ......
과천봉담간 도시고속화도로가 보이고 ......
학의교를 건너고 .....
백운호수 가는 길
삼남길 제3길(하행 기준) 모락산길의 시점
공사로 막혀있어 우회한다.
백운호수(白雲湖水) 제방
백운호수 둘레길(데크길)
광청종주시 지났던 백운산이 보이고.....
경기옛길 이정표
굴다리를 통과해서 모락산길을 이어간다.
임영대군 묘역 방향으로 ......
잔설(殘雪)이 남은 모락산 자락으로 접어들고 ......
웃는 얼굴 '스마일 바위'란다. / 행복해진다니 웃자! 억지로라도 ......
운치있는 '모락산 둘레길' 일부 구간을 지나고......
진달래 필 무렵 모락산(385m) 둘레길(약15Km)을 따로 한번 걸어봐야겠다.^^
세종대왕과 소현왕후 심씨의 4남인 임영대군 이구의 사당 / 묘역은 조금 떨어진 곳에 .....
삼남길 제3길 모락산길은 이길로 쭉 이어진다. 다음 번 제3길은 여기부터 이어갈 것이다. (전방 우측에 임영대군 묘소로 오르는 길 이정표가 보인다.)
오늘은 이쯤에서 종료하고 정면의 굴다리 통과
전방 좌측에 아까 지났던 굴다리가 반갑다. ^^
데크로 이루어진 백운호수 둘레길의 공식 명칭은 백운호수 생태탐방로 / 약 3Km 조금 넘는 듯.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운치있는 백운호수 생태탐방로를 천천히 걷는다.
'당신에겐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필요합니다.' ^^ / (그래 포기하지말고 잠시 쉬었다 가자 !!!)
백운산이 보이고 ...... / 광청종주시 백운산을 지나며 호수를 내려다 보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능안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 인덕원역으로 가는 마을버스(05,06)가 있다. 05:00이 가까워 지고 있는데 아직 해는 중천이다. ^^
오랫만에 20Km(3만보 초과)이상 걸었다.
경기옛길 앱으로 오늘 획득한 삼남길 스탬프 !!!
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
꼭 버켓리스트중 1개의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마무리님 응원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
달사랑님~^^
응.원합니다
SF69로군요.
해사랑?이 하도 많아서 ...... ㅋㅋ
경기옛길 6개 길 중에 가장 먼저 2013년에 개통한 三南길 걷기 시작한 달사랑(M.L)님을 크게 응원합니다.
불민한 저는 2018년 11월에 삼남길 1차 종주 끝내고 거진 2년 3개월만에 2차 종주 후 오늘 그 완주 인증서와 뱃지, 기념품을 받았답니다. 2년여 전만 해도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명의이던 것이 경기도지사 명의로 바뀌었고 2018년 11월에는 삼남길 거리가 100.0㎞ 였던 것이 달사랑(M.L)님 발견(?)하신대로 99.6㎞로 400m 줄었군요. 慶興길과 江華길까지 합치면 경기옛길 전체의 거리는 404.4㎞더군요. 편안한 밤 되십시오.
응원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