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팔자 상팔자...♤
도라지 뿌리는 절대로 산삼이 되지 못합니다.
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이제는 도라지가
산삼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개천에서 용(龍)이 나오는 세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개(犬)’라는
동물은 지금이야말로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을 누리고 있습니다.
사람이 키우는 개는 분명 네발짐승인데, 사람이 받들어주는
대접을 받으니,이놈은 용이 된 게 분명합니다.
걷기 싫다는 시늉을 하면, 달랑 안아 가슴에 품고 이놈을 대접합니다.
이놈을 발로 찼다간 ‘학대했다’는 죄목으로, 벌을 받거나 벌금을 내야 합니다.
옛날에 이놈은 섬돌까지만 올라올 수 있었지, 마루까지 올랐다간 빗자루로
엉덩이를 사정없이 얻어맞고, 마루 밑이나 마당으로 내쫓겼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놈이 사람보다 먼저 방으로 들어가, 사람 자는
침대를 자기 잠자리로 차지하고, 안아주지 않으면 안달을 합니다.
이놈은 이제 반려동물이라고 하여 인권에 버금가는 법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이놈은 무엇인가? 뽕밭이 상전벽해 (桑田碧海)가 된다한들,
개라는 짐승은 분명 ‘네발짐승’입니다.
닭은 고기와 달걀을 얻기 위해서 키웠고, 돼지는 시장에 내다팔거나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서 키웠으며, 소는 논밭갈이 시켜서
농사짓기 위하여 키웠습니다.
그리고 개는 집을 지키라고 키웠지만, 사실 놀고먹는 놈이었습니다.
그래서 개를 두고 ‘개 팔자 상팔자’라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유난스레 대접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네발짐승이었고,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 찌꺼기만 얻어먹었습니다.
오죽하면, ‘개밥신세’라는 말이 생겼을까요 ?
이처럼, 집 짐승이었던 개가 언제부터인가 사람의
대접을 한 몸에 받는 견공(犬公)이 되어, 그야말로
‘개 팔자 상팔자’라는 말이 현실화되었습니다.
사람은 인권(人權)을 얻기 위하여 수백 년간 투쟁해 왔지만,
개는 네발 하나 까딱 않고 견권(犬權)을 확보한 셈이니,
그야말로 ‘개 팔자 상팔자’라는 옛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개 같은 놈’이니 ‘개자식’이니, 이런
욕지거리는 성립될 수가 없습니다.
옛날은 낱말 앞에 ‘개’가 붙으면 나쁜 말이 되었습니다.
먹는 꽃이 참꽃이고, 못 먹는 꽃이면 개꽃이었습니다.
열매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살구는 못 먹는 살구였고,
못 먹는 버섯이면 개버섯이라 불렀습니다.
망신 중에도 제일가는 망신을 두고 ‘개망신’이라 했습니다.
제일 못나고 나쁜 사람을 ‘개자식’이라 했고,
못된 짓거리를 하면 ‘개 같은 놈’이라는 욕을 먹었습니다.
이제는 개의 신분이 높을 대로 높아져
‘사람이 개를 모시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개똑똑’ ‘개이뻐’ ‘개쩔어’처럼,
‘개’자(字)마저도 좋은 뜻을 얻었으니,
노인의 귀를 어리둥절케 합니다.
아무튼, ‘개 팔자 상팔자’라는 옛말이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이젠 반려동물 ‘49재’까지… 전용 법당도
강아지·고양이 제사 지내는 세상
지난 17일 경북 영천시 천룡정사의 주지 지덕 스님이 ‘축생법당’ 벽에
걸린 반려동물들의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지난 17일 경북 영천시의 천룡정사.
법당 내부에 누군가의 명복을 비는 촛불과
향불, 영가등(燈)이 밝혀져 있었다.
‘나무 극락도사 아미타불’이란 글귀도 보였다.
그런데 영정 사진을 자세히 보니 사람이 아니라 개와 고양이 얼굴이었다.
위패를 두는 영단에는 동물 사료가 올려져 있었다.
주인 곁을 떠난 반려동물의 명복을 전문으로 비는 ‘축생법당’이다.
2019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졌다.
주지 지덕 스님은 “죽은 반려동물을 위해 (불교식 장례 의식인)
49재와 천도재를 지내준다”고 했다.
벽에는 지난 4년간 49재를 지낸 개와 고양이 75마리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작년에만 25마리의 49재를 지냈다.
초록색 영가등에는 ‘망 복실 영가 극락왕생’처럼 떠난 반려동물(복실)이
극락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길 비는 문구도 적혀 있다.
개·고양이뿐 아니라 너구리와 노루도 보였다.
스님은 “사람 가족을 보내고도 여러 번 장례 의식을 하는 경우는
드문데 반려동물을 위해 10번 넘게 방문하는 분들도 있다”며
“애도하는 가족 모습을 보면 염불하다가 울컥하기도 한다”고 했다.
반려동물 49재도 사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우선 반려동물의 영혼을 불러내 씻기고 공양을 올린다.
영혼이 음식을 먹으면 명복을 빌어주고 반려동물 관련 물품을 불태운다.
2시간쯤 소요된다. 정식으로 49재를 지내면 100만원 이상 든다고 한다.
사연도 다양하다. 경찰관 아빠를 둔 경찰견 무진이, 반려견 자두를 위해
인천에서 7번 왕복한 가족, 수십 년 전 잡아먹은 노루에게 미안하다며
뒤늦게 법당을 찾은 70대 노인, 전염병으로 소를 살처분하고
다녀간 축사 주인, 고국에서 반려견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고
온 재일 교포, 강아지를 잃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학생 등이 기억난다고 스님은 말했다.
주인들은 “펫 로스 증후군(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서울 송파구의 이모(59)씨는 지난해 10살짜리 반려견을 떠나보냈다.
그는 “49재 전에는 유골함을 집에 보관할 정도로 이별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가족 모두가 편해졌다”며 “불교 신자가 아닌데도
스님 말씀을 들으니 집착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재작년 인천 불정사에서 반려견 49재를 지냈다는 이모(62)씨도
“반려동물을 잘 보내주는 의식이자, 남은
가족의 마음 치유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조경 한국반려동물진흥원 교육센터장은 “반려동물이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장례 문화가
생겼고 더 나간 것이 49재”라고 했다.
최근 반려동물은 자녀 같은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
서울 광진구에는 반려견 코스 요리 식당이 문을 열었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고 가격은 반려견 크기에 따라
11만3000원~15만3000원 선이다.
반려동물의 눈동자·털 색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진단해주는 업체도 성업 중이다.
반려견 유치원은 ‘개 반장’까지 뽑는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반려동물용 유모차인 ‘개모차’가
유아용 유모차보다 더 많이 팔리기도 했다.
과거 선거에선 후보가 유권자 자녀 이름 외우는 것이
중요했지만 요즘은 반려동물 이름을 알아야
유권자 마음을 얻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KB 경영연구소의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552만 가구로
전체의 25.7%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려동물에 대해선 49재까지 지내지만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사람은 갈수록 줄고 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작년 10월 발표한 ‘제례 문화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9%가 “앞으로 제사를 지낼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젊은 세대가 과도하게 반려동물에 몰입하면 저출생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