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알갱이는 작지만 가장 오래된 곡식
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토종작물로 분류된다.
벼과에 속하는 일년생 단자엽 식물로서 곡류 중에서 알갱이가 가장 작다.
그러나 어떤 작물보다도 저장성이 강하다.
조는 그 원형이 강아지풀이다.
강아지풀은 세계적인 잡초로서 아직도 조와 교배가 용이하고
또한 조와 동일한 발생지에 분포한다.
조는 중국, 만주에서 오랫동안 재배되어 왔다.
기록에 의하면 조는 서기전 2700년경 중국 신농의 오곡 중에 포함되어 있다.
이미 그 시대에 야생종을 순화하여 재배했다는 증거이다.
우리나라도 재배시기는 대략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원시농경의 형태가 남아있는 황해도 봉산군 지탑리 유적에서 발견된 곡식이 조 또는 피로 보인다고 한다.
조는 온난하고 건조한 지역에 적합한 작물이며 북위 45~50도 이남에 분포한다.
또한 해발 1300m지대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실제로 조는 세계 전역에서 넓게 재배되고 있다.
유럽 동남부, 아프리카 북부, 아시아 전역은 물론, 북남미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미국에는, 초기의 유럽 이민들이 전파하였으며
1848년 경부터 재배가 장려되어 20세기 초반에는 이미 미국의
기장류 중 90%를 차지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쌀보다 먼저 들어온 조는 예전에는 주곡의 하나로 취급되었다.
그래서 지난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14만ha의 면적에 재배되었으나,
그후 재배면적이 급격하게 줄어 1983년에는 1천5백ha밖에 재배되지 않았다.
줄잡아서 20년 동안 재배면적이 1백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역사가 오래된 작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조를 오곡에 포함시키지 않은 점은 의아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조의 식량적 가치가 다른 곡식에 비하여 낮고 소출량이 낮아
경제적 수익성이 따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에는 차조와 메조가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재배현황을 보면 메조가 80~90%를 차지하고 있다.
조는 알갱이가 무척 작고 둥글다.
이를 일컬어 흔히들 좁쌀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좁쌀영감'하면
잔소리가 많으며 속이 좁은 사람을 가리키는데
이것도 조알갱이의 모습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종자의 껍질색은 동색, 황색, 회색, 흑색 등 다양하며
종피색도 회백색, 황백색, 암녹색, 회색 등이 있다.
그리고 줄기는 단면이 둥글며 속이 차있는 것이 특징이다.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줄기의 크기는 대략 80~150Cm 정도까지 자란다.
이삭의 표면은 많은 털이 달려있어 거칠고 강아지풀처럼 알갱이가 단단히 뭉쳐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본격적으로 조 품종의 육종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재래종을 수집하여 분류하는데 그치고 있다.
봄조에는 모래조, 지나조, 천안조(차조)가 있으며
그루조에는 청미실, 강달조, 국분 등이 알려져 있다.
조는 주로 강원도, 경상북도, 전라남도, 제주도에서 많이 재배되며 단위수량도 높은 편이다.
현재는 전남 해남군 화원면 일대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으나 해마다 그 재배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성분
조는 단백질과 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소화흡수율이 뛰어나다.
도정한 조의 영양성분을 보면 단백질10%, 당질 70%로 대부분 쌀과 같은 녹말이다.
쓰임새
과거에 조는 쌀이나 보리와 함께 섞어서 주식으로 이용되었다.
또한 엿, 떡, 소주, 풀, 새먹이 등으로 이용된다.
또한 짚은 연료 및 벌레를 잡는데 쓰인다.
특히 조의 줄기는 가난한 사람들이 봄철 보릿고개를 지날 때 다른 곡물이나 채소와 함께 섞어서
짚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이밖에도 가축의 사료, 지붕 이엉, 땔감 등에 사용되어 왔다.
근래에 들어 조의 생산량도 줄고 쓰임새도 축소되어 이제는 가축이나 새의 사료로 사용되는 정도이다.
그러나 만주 일대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은 아직도 조를 주곡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구미지역에서는 좁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빵을 만들기도 한다.
순수한 밀가루 빵보다 맛은 약간 떨어지지만 영양면에서는 손색이 없다.
한편으로 조는 민간약으로 쓰이기도 한다.
{신수본초}에 의하면 '좁쌀 뜨물은 곽란으로 열이 나고 번갈이 있을 때 마시면 즉시 낫고
소갈을 그친다'고 나와 있다.
{본초습유}에서는 '좁쌀을 물에 끓여 먹으면 복통 및 코피를 멎게 하고
가루를 만들어 물에 타서 죽을 먹으면 몸의 독을 푼다.
곽란 및 위통을 다스리고 놀라는 병에 좋다'는 기록이 있다.
{본초강목}에 의하면 '차좁쌀은 폐병을 다스린다.
차조는 폐의 곡물이니 마땅히 폐병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조를 활용한 민간요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구토가 심할 때는 좁쌀가루를 식초에 조금 타서 먹는다.(천금방)
*설사에는 차좁쌀 가루에 설탕을 조금 섞어 4~5숟갈씩 먹는다.(간역방)
*소갈증에는 좁쌀로 밥을 지어 말린 다음 이것을 가루를 내어 물에 타서 먹는다.(의방심경)
*코피가 그치지 않을 때 좁쌀 가루를 물에 타서 먹는다.
좁쌀 미음은 특히 환자들에게 좋다.
인삼을 함께 넣어서 푹 끓여 체에 받쳐서 먹는다.
좁쌀 미음은 특히 신장병 환자에 적합한 식품이다.
특히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게는 쌀밥보다는 조밥을 주는 것이 현명하다.
쌀에 차좁쌀을 적당히 섞어서 밥을 지어 먹으면 소화나 영양 면에서 매우 좋다고 한다.
이밖에도 조는 각종 전염병 예방과 위장, 비장, 간장, 안질환 등에 탁월한 약효를 지니고 있다.
이것이 토종
현재 조는 중국산이 다량 반입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 해남 화원 등지에서 다량 재배되었으나
지금은 중국산에 밀려 재배면적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해남 화원의 경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화원 단위농협에서
매해 수백 톤씩 수매를 했으나 92년도에는 수매량이 5톤 정도에 머물렀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머지 않아 토종 좁쌀은 멸종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농가에서 조 재배를 기피하는 이유는
여타의 작물과 마찬가지로 저가격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메조의 경우에는 중국산에 완전히 장악되어버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산은 차조와 메조의 구분이 모호하여 두 가지 다 누른색이 강하다.
이것은, 황하 유역에서 조가 많이 재배되므로 황색토양의 영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국산과 차이가 분명한 차조를 우리가 적극적으로 재배한다면
결코 수입산에 밀리지 않고 순수한 토종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토종 좁쌀의 특징을 보면 메조의 경우
이삭이 작고, 알갱이는 약간 흰빛이 도는 연노란색으로 대체로 색깔이 연한 편이다.
또한 차조는 메조보다 이삭이 훨씬 크고 굵으며 알갱이는 녹색에 가까운 노란색이다.
토종 좁쌀은 현재 농협에서 일괄 수매하여 보급하고 있다.
***참고자료
1.{민족문화 대백과}
2.{약용 음식물 백선}
3.전남 해남 화원 단위농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