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관한 시모음 24)
유월의 들꽃 /박종영
낮은 산허리 감고 밋밋하게
떠도는 안개 사슬,
푸른빛 밟고 가는 산천마다
풀국새 뭉개진 울음이
쑥 빛으로 물들고,
밭둑 가 애기똥풀이
아장아장 걸어 나오면
더운 바람에 길 내어주고 비켜선
민들레 가벼운 웃음,
그제야,
등 시린 추억 등에 업고
그리움 밀어올리는 유월의 들꽃.
6월의 에피소드 /박금숙
1
하늘 한 모금에
비비대는 저 종달새 좀 봐라
엄지발가락만한 몸짓이
저리도 자유로울 수가
호시절이란 저런 거구나
누구의 허락도 없이
문 밖의 영토를 누리는 것.
2
길모퉁이 나뭇가지에
외진 사랑 하나 걸려있다
굳이 애쓰지 않았어도
군살처럼 덕지덕지
짙어 버린 그리움
바람이 정수리를 흔들 때마다
그렁그렁 하늘이 시리다.
3
권태로운 태양이
누구 집 담벼락에
낙서를 하고 있다
아이 하나 토닥토닥 걸어 나온다
빛 고물이 눈에 들어갔는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손,
안에서 굵은 감자 한 알 튀어나와
흙 밭에 구른다
아, 길고 배고픈 한낮.
4
갑작스런 후드득 비,
그녀의 치마폭 같은 잎사귀에
치렁치렁 소문이 술렁인다
작년에 물꼬 터진 강둑
제방이 위험하다고
성급한 사내들 웃통을 벗는다
저런, 땀방울이 빗방울처럼
흘러서야 되리.
5
하찮은 파리 한 마리에
패를 건다
필사적으로 후려쳤지만
앗! 놓쳐버린 실수
창밖으로 아슬하게 멀어진
점·점·점 소실점
아차, 저 소실점도
살아가는 생명이었구나
한철 부여받은
우리와 같은 시간대 위의 운명.
6월의 노래 /최상섭
6월의
달력을 뜯어서
종이 비행기를 접어
1월의 길목으로
날려 보낸다
잠시후
종이배가 되어
내마음의 실개천을 따라
7월을 싣고 오누나
유월의 강 /김덕성
진달래꽃 지고
요란스럽던 벚꽃도 꽃비 내리니
피고 지는 아쉬움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 가득한데
벌 나비 사랑 나누고
붉은 꽃향기 날리며
군림한 계절의 여왕 장미꽃
장밋빛 세상 이루더니
씽씽한 초록빛으로 대물림하는 유월
희망의 초록빛으로
성숙하게 도약해 가는 힘찬 유월은
사랑으로 꽃피우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흐르는
유월의 강이어라
6월을 보내며 /배태성
6월을 보내는
비가 눈물뿌리듯
하늘을 적신다.
못내 아쉬워
하염없이 추억 속으로 달려가
꼬박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초라해진 어깨 위로
북받쳐 오르는 슬픔이
하얀 입김 내 뿜으며
희뿌연 창문에 눈물 되어 흐른다.
그리움 뒤로 하고 돌아서는 등뒤엔
고단한 삶을 꼭 껴안은 얼룩진 세월들이
부셔저 떨어지는 빗물 속으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추억을 찾아
발목을 적시며 길 떠난다.
유월의 그늘 /이원문
아카시아꽃 지우며 떠나는 오월
오월이 떠나면 봄도 함께 떠나야 하는지
기슭의 찔레꽃 잎마름에 떨어지고
봄 그림 하나 둘 뻐꾹새 울음에 묻혀 간다
돋았느니 피었느니 기다렸느니
호미에 바구니 들고 봄바람에 나물 케던 날
추워도 돋고 피어 호미 쥐고 바구니 찾았다
그렇게 묻어가는 오월 따라 가는 봄
추녀 끝 제비 식구 높이 뜨던 종달새 알고 있었는지
먹이 나르는 어미 제비 가버린 종달이
그 나부끼던 보리밭 누런히 영글어 가고
유월이 덮는 봄 한 시절 그림 된다
유월 /최병도
여름의 시작부터
삼십 도를 넘나들며
열기가 뜨겁다
화려했던 장미 향은 시들고
짙어가는 녹음 사이로
풋과일이 제 모습을 갖추며
새콤한 입맛이 돌고
또 한편으로
마음 아픈 달이기도 하지만
교훈으로 삼으며
굵직한 행사에 최선을 다하여
다 잘 되기를 바라본다
북미회담
지방선거
월드컵 등
알찬 결실을 보아
우리의 바램대로
행복한 유월이 되기를 기도해본다
가파르게 갈 6월 /봄내 최미봉
투박스러운
나뭇가지마다 푸른 이파리들
산뜻함은 오월 끝이라
뚜벅거리며 오는
계절의 일상을 시끄럽게 넘기니
온통 유월의 햇살 이기적으로 비집는다
빛의 본능안에
어김없는 소망 있는 한
당당함의 화두에 꼬리표 내리는
흐즐근했던 이유
질주 하며 또다시 맞는
충만한 사랑의 유월을 위함이다
유월의 약속 /정태중
여보세요
잠깐만요
실례가 안된다면
얼굴 한 번 봐도 될까요?
눈이
침침하니
가까이서
한 번 보고 싶어서요
안되겠죠?
지랄이죠?
미친놈 맞아요
그래도 봐야 겠어요
그대 눈에
이 나라
운명이 있어서요
제가 똥 관상쟁이 거든요
노트
선거에 즈음하여....
6월 바람 때문 /홍경임
그대는 물이 들어오고 있는 갯벌로
그리던 숭어를 잡으러 가고
6월 바람과 싸운다며
아카시아 나무 가는 허리를 굽혀
드리워준 그늘에 않아
난 꽃잎 세례를 받는다
6월 바람 때문
간간이 바다도 못 이기는 척 파도를 치고
제부도 동산 아카시아 나무 가족들도
서쪽 먼 바다로부터 온 바람과 속삭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난 그들의 작은 소리까지도 듣고 싶어
내 가슴문을 활짝 열고 은밀히 귀 기울인다
6월 바람 때문
이 시간 바닷물은 자꾸 불어만 가고
바닷길로 가는 어선은 소리가 높은데
낚시 나간 그대는 소식이 묘연하다.
유월 저녁 /이원문
저녁바람불어와
삽 씻는 아버지
뻑꾹새 저녁 울음에
먼 산 바라본다
가야 할 집 누가 있나
노루 꼬리에 쫓기는 아버지
낮 뻑꾹새 저녁 울음
이제 이 개울 건너 갈까
석양에 저문 저녁
바람 쓸쓸하고
어느덧 아이들
소 몰고 들어온다
6월의 희망 수첩 /은파 오애숙
길섶에 하얗게 핀 아까시 꽃망울이
흰구름 뭉게뭉게 피어난 꽃동산에
6월이 휘감기면서 해말갛게 웃을 때
한해의 산허리도 힘겹게 올라왔다
거울에 비춰지는 모습에 격려하며
남은 날 절반의 계절 가슴으로 깁는다
6月의 코스모스 /고혜경
풀 섶에
홀로 선 새벽
긴 목숨
쪽물에 적셔
바다 속
탯줄을 끊고
붉은 아스콘 심장(心腸) 갖고
태어나도
너희들 곁에 못가네
입술마저
떨굴 수 없는
그 못다 한 사랑
서풍(西風)의 기나긴
절규 후에나 식어 지려나
보드라운 살결
진실(眞實)이
불에 타
그 목마름에
깨어나도
너희들 곁에 못가 어이하지
6월 나의 예수를 /이해인
삶에 지치고
아픈 사람들이
툭하면 매게 와서 묻는다
예수가 어디에 계시냐고
찾아도 아니 보인다고
오랜 세월
예수를 사랑하면서도
시원한 답을 줄 수 없어
답답한 나는 목이 메인다
예수의 마음이 닿는
마음마다 눈물을 흘렸으며
예수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사랑의 불길이 타올랐음을
보고 듣고 알면서도
믿지는 못하는 걸까
그는 오늘도
소리 없이 움직이는 순례자
멈추지 않고 걸어 다니는
사랑의 집
나의 예수를 어떻게 설명할까
말보다 강한 사랑의 삶을
나는 어떻게 보여주어
예수를 믿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