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 비망록 24
서궁세가의 힘을 빌어 찬마교의 부활을 이루었으나 이제 거의 모든 것을 서궁세가에 이용당한 후 잃어버린 비운의 인물. 그래서 그는 미쳐 버렸다.
[크핫하하하... 죽여버릴 테다. 서궁수...서궁수... 그 놈 어디 있어. 개
새끼...]
서궁수를 찾고 있다.
쏴아아아...
[크흐흐...놈은 철저히... 나를 농락했어. 모두를 죽였단 말이야. 잔인한 놈. 무섭게 잔인한 인간... 죽여버릴 테다.]
그는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서궁수가 사라졌던 방향으로 아득히 멀어져 갔다.
철류향은 탄식했다.
[비극은 또 다른 비극을 낳고 한은 또 다른 한을 낳았다. 죽이고 죽음을 당해야 하는 이 비극의 땅덩어리... 무슨 애착이 있어 아직 머물고 있었던가?]
그녀는 걸었다. 목적지는 없었다. 그냥 정처 없이 걷는 것이다. 서궁수의 말을 들은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다.
서궁세가가 안고 있는 한과 증오. 그것을 결코 원망만은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어쩌면 당연히 갈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그녀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쏴아아... 파도는 참으로 무심히도 왔다갔다.
[크아악!]
비명. 그리고 이시대의 최고 인물을 꿈꾸던 적용운의 몸은 천천히 모래바닥에 무너지고 있었다. 그의 가슴은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단 일장이었다. 적용운은 그 일장을 막지 못하고 죽음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서궁수.
그는 무심한 시선으로 허공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적용운의 더운 피가 묻어 있었다. 적용운은 툴툴 웃었다.
[후후...결국... 이...이렇게 계산된... 것인가... 이...이용한 후 죽이도록... 너..너의 머릿속에...]
서궁수는 시선을 적용운에게 던졌다.
[이용당했다고 생각하는가?]
[아...아니란 말인가?]
[아니다.]
서궁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는 복수를 했을 뿐이다.
[보..복수...? 무...무슨 원한이 있기에?]
[후후..너는 모른다. 우리가 너의 선조인 백면요희에게 품고 있는 한을. 이제 머지않아 알게 되겠지.]
서궁수는 몸을 돌렸다. 쏴아아... 적용운의 눈은 서서히 감기고 있었다.
아직은 남은 이 땅에 대한 미련이 있었음인가. 그의 눈은 반쯤 감기고 굳어
졌다.
[아...]
흐릿한 탄식을 끝으로 고개가 꺾인다. 이것으로 천마의 마지막 맥을 이어가던 적용운. 그의 운명은 다한 것이다.
쏴아아.... 그의 몸을 쓸고 있는 파도는 역시 말이 엇다.
[배를 띄우도록 하라. 우리는 중원을 떠난다. 서궁수는 서궁세가의 구대가신을 향해 나직이 명했다.
구대가신은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그들에게 있어 이 어린 가주의 명은 절대에 가깝다. 한 팔이 잘린 서궁세가의 부가주 천백은 하늘을 우러러 한스런 중얼거림을 토했다.
[중원...중원이여... 기다려라. 우리는 십년 후 다시 올 것이다. 그때 철군무... 단엽... 그대들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이다. 크핫하하하...]
쏴아아아.... 파도 위로 한척의 거대한 범선이 띄워지고 있었다. 서궁수는 범선을 보며 독백했다.
[단엽... 그렇지. 나에게는 가장 무서운 적수 단엽이 있었지. 내게 생의 최초의 패배를 안겨 준 인물... 서궁세가의 무수한 인물의 생명을 앗아간 단엽...]
그는 비릿하게 웃었다.
[운명이다... 이 땅 위에 너와 내가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은... 그리고 내가 너를 죽이지 못했음도 운명이다...]
쏴아아....
[본래 그대와 나와의 원한은 없었으나... 서궁세가의 인물이 너에 의해 죽음을 당한 이상... 너 또한 고통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십 년 후... 너는 나에 의해 피눈물을 흘리게 되리라...]
천하에 대한 야망은 없으나 한과 증오에 대한 야망만은 누구보다도 큰 인물...
그가 떠나고 있었다. 악마의 숨결이 일었던 천마도를 떠나고 있다.
大尾
알려드립니다. 원래의 글은 여기서 반권 분량이 더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여기서 끝내는게 좋은 여운을 남길 것 같군요. 뒷 부분은 차
라리 안보시는게 속편합니다. 짜증 그 자체입니다. 연재자 직권으로 여기서
자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