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수리실에서 첫번째 모임(3/22~23)

[꿀강아지]

나와 우리 가족에게는 두 번째인 농사학림 공부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작년 한 해 여주에서의 농사에 참여하면서

아 진짜 너무 설렁설렁 안 열심히 했다... 생각 하면서 반성과 후회만 크게 했었는데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올 해 두 번째 농사함림은 마음이 가볍다.

여전히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이렇게 마음이 가볍고 뭔가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 것을 보니

이제는 앞서 걸어가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선생님들을 믿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인 것 같다. 

작년 첫 모임! 하면 생각나는 것이 더블 디깅인데(정작 나는 힘들어서 삽질 몇 번에 포기하긴 하였지만.. 절대 내 능력 밖의 농법)

올해 시작은 멋지게 틀밭으로 열었다.

밭에 도착하니 기언샘, 옥균샘, 덕연샘이 한창 작업 중이셨다.

하여 우리가족도 작업에 투입~ 지후네, 그리고 나중에 온 해인이네랑 린이네 가족도 힘을 합쳐서 저녁 식사 전까지 틀밭 13개를 완성하였다.

전부 아빠들의 눈물의 노동의 결과다...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2개는 덕연샘이 미리 해놓으신 것이니까 11개 완성~

다 해놓고 낙엽이랑 짚으로 멀칭을 하니까 보기에도 너무 좋다. 분명 여기서 자라날 작물들도 포근하고 좋을 것이다!

틀밭을 만드는 방법은 이러했다

재료: 덕연샘이 제재소에서 사오신 죽데기, 콘크리트 벽돌들, 그리고 마당에 있던 나뭇 가지들로 만든 나무 말뚝

우선 덕연샘이 줄을 띄워놓은 위치에 따라 긴 직사각형의 자리대로 틀을 만들었다.

양 옆의 긴 변은 죽데기로, 짧은 변은 벽돌로 쌓고 죽데기의 바깥쪽에는 나무 말뚝을 박아서 고정했다.

나중에 기언샘이 올리신 글을 읽어보니 틀 안은 거름 등으로 차차 채워가는 방식인 것 같은데...

우리는 모두 틀 안에 흙을 채우고 위에 낙옆과 짚으로 멀칭을 했다.

덕연샘의 설명으로는 이 틀밭은 이랑과 고랑처럼 매년 새로 일구는 것이 아니라 해를 거듭해도 틀은 그대로 두고 위에서 거름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땅속의 유기집들을 계속해서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하셨다.

제일 궁금한 점은 앞으로 싸울 억초와의 전쟁에서 틀밭이나 자연 멀칭의 효과가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점인데...

그건 날씨가 따뜻해져야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에는 농사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이야기, 가르치는 이야기에서 애덜 키우는 이야기까지 두루두루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삶에 대해 같은 화두를 가지고 고민하는 분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이 참 좋다.

그래서 그런지 늦게 자고도 비교적 일찍 일어났다. 즐거워서 ㅋㅋ(그냥 발딱... 원래 나의 마님 체질로는 불가능한 일인데...)

일요일 오전에는 어제 만든 틀밭에 감자. 시금치, 완두콩, 상추를 심었다.

그런데 분명히 아침에 식탁위에서 당근씨앗도 봤는데... 누가 당근도 심으셨나요? ... 궁금해요

씨앗을 심으면서 멀칭을 심은 부분만 살짝 헤집어서 씨앗의 종류에 따라 줄뿌림, 점뿌림을 하고 작물의 종류에 맞게 간격도 주었다. (이 작업은 작년에 배운 것이라 기쁜 마음으로 했다. 다시 해보니 좋네)

궁금한 점 또 하나, 아침에 지후엄마가 요리해 주신 감자요리에서 증명되었듯이 올해 씨감자 맛이 일품이던데.. 즙고 많고..

이 씨감자를 심으면 같은 맛의 감자를 수확하는 것이겠지요? 토양이나 기후 조건에 따라 맛이 영 딴판이 될 수도 있나요?

씨앗을 심은 후에는 멀칭이 날아가지 않게 발로 꾹꾹 밟아 주었다.

그 다음에는 윗밭으로 자리를 옮겨서 정원농 숙제를 받았다. 윗밭의 빈 땅들을 각자 테마를 갖고 먹을 수 있는 작물들이 자라면서도 보기에도 좋은... 정원으로 꾸미는 것이다. 덕연샘은 설명하시면서 베르사이유 궁전 예를 들으셨는데, 그건 좀 너무 먼 비유 아닌가요?  혼자 웃었다. ㅋㅋ

내가 해보고 싶은 정원농 디자인에는 각종 허브류나 먹을 수 있는 꽃들을 심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해보았다. 꽃밥, 꽃 샐러드, 이런 것들 해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 하지만 대부분이 월동이 되지 않는 것들이라 우리 땅에 알맞는 작물의 종류를 고르려면 공부 좀 해야 할 듯 싶다. 디자인도 나무말둑이나 항아리 돌 등을 생각해서 해야 하는데 좀 걱정이다 (좀처럼 감이 안오네) 

숙제를 끝으로 이번 모임도 끝~ 벌써 다음이 기대된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신났던 것은 애덜이다 5~6세 클럽이 무려 네 명이라(3학년 언니도 한 명! 애들 옆에 있으니 완전 의젓하다) 버팔로 떼처럼 아이들 떼가 우우 뛰어가며 노는 모습이 장관이다. 모두들 헤어지는 날에 안 간다고 울거나 집에 가기를 거부하는 것을 보니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평소 우리가 유치원이며 장난감이며 해가며 애들을 키우는 것에 대한 회의다. 옆에서 아빠, 엄마들이 흙을 일구고 애들은 자동으로 놀고 있으니 참 이상적인데.... 휴 끝없는 고민 중의 하나다.

오늘 첫 모임에서는(앞서 홍동 모임에 참여하질 않아서, 그리고 게으르게도 카페도 열심히 살피질 못해서...ㅠㅠ)

보고싶었던 분들을 다 보질 못했다.

이상대 선생님, 봉순샘, 지안이네(지안이 아빠가 일요일 아침에 오셔서 반가웠다 ㅋㅋ 와 주셔서 감사해요!), 나랑이나 태평이 선생님 그리고 푸른 숲 학교 선생님들은 올해는 안오시는지 궁금했다. 카페 글을 읽어보니 대부분의 샘들은 사당으로 가신 것 같은데... 여주에도 놀러오세요~ 

[풀씨기언]

ㅎㅎㅎ 풀과 싸우려 하지 말고 친하게 지내는 경지에 도전해 보자구요. 좋은 놈을 심으면 좋은 놈이 나올 거란 기대를 갖는 게 당연한디요... 농사는 하늘과 땅에 기대는 것이라고 하니... 그래도 벗들이 자꾸 사랑해주면 더 낫지 않을까요? ㅋㅋ 연우네가 자주 들러 듬뿍듬뿍~~

[봄비갠후]

같은 일을 하면서도 생각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죠

[왕피천(이동철)]

당근은 늦게 심어야 할 것 같아서 4~5월로 계획한 것 같아요.

[봉타민]

나 사당으로 가요^^ 여주 진짜가구 싶다~~^^

[늘보]

저도 간만에 반가웠습니다^^ 태평이샘은 기언샘이 연락이 닿는다고 했으니 기대해 볼 수 있을듯함다 유기멀칭 틀밭 잘해서 풀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봅시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