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제19편 영별그날>②도흥별천목탁소리-38
“이히히, 동혁혼령께서 이따금 암수 흘레붙여 깜짝 논다오!”
점룡이 슬쩍 말을 건네자, 코보는 예삿일처럼 말하였다.
그러나 점룡은 혜영을 떠올리었다. 혜영이 점룡을 만나기 전 천복의 아이를 가졌기에 복회를 낳았고, 그 뒤 점룡의 아이를 포태하여 용회를 낳았으니, 닮은꼴이었다.
“동혁혼령께서 외종사촌형님의 큰아들 점룡거사를 말씀하시지 않더군?”
천복이 생각난 듯 말하자, 점룡이 깜빡 잊었는지 아니면, 그럴 틈을 못 내었는지 말하였다.
“제가 먼저 인사드려야하는데, 깜빡 잊었습니다!”
그는 정녕 잊었을 거였다. 처음 천복을 따라 방으로 들어가 앉았을 때 ‘으흐흐’ 웃음소리가 들릴 때까지 동혁혼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 거였다. 그리고 ‘만물종시...’ 하면서 말씀을 이어가실 적에야, 희미한 영상처럼 나타나 보이는데, 도시 생경한 모습이었을 거였다.
게다가 동혁혼령은 그를 외사촌의 맏아들 외종조카라고 부르겠지만, 그로서 내종아저씨라 불러야하는데, 영 그 호칭이 입안에서만 배배꼬였을 거였다.
천복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술잔을 목으로 넘기고는 말하였다.
“내가 오늘밤 점룡거사를 만나 내 생각이 차츰 현실감으로 돌아서는 느낌이군! 아하하. 어서 술잔 비우게!”
점룡이 그의 말에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홀짝 비우고, 입을 여는 거였다.
“내일 특별한 일 없으시면, 재혈하여 광파는 법과 시신을 광에 하관하는 법을 가르쳐주십시오!”
“오늘 날이 새면, 상오엔 사십 명 가까이 검진을 마치고, 하오에 점룡거사에게 장법을 일러주고. 하룻밤 더 지난 내일 하오에는 도흥별천 장지에 가서 재혈하여 광 팔 자리를 직접 일러주겠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점룡이 천복의 말에 고개를 조아리면서 감사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천복은 그의 감사하다는 말이 천부당만부당하였다. 경산을 유택에 모시는 일인데, 아무리 고모할머니라도, 친할머니를 모시기보다 근친상사는 아닐 거였다.
“감사할 것 없네! 내가 외레 고맙지 않나?”
“저는 고모할머니보다 선생님의 은혜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천복이 점룡의 말을 듣자니, 어쩌면, 코보와 똑같이 닮아있었다.
그런데 코보가 말하였다.
“신령님, 방검 동혁혼령끼서나 윤자현티 씨를 뿌리라거 혀신기 다 의미가 있었고먼이라오! 이히히.”
점룡이 코보의 말을 가만히 듣더니, 그 홍윤자라는 여자가 젖을 빨리던 아이가 바로 천복의 아들이었으니, 다음 아이는 코보의 아이를 낳아야한다는 동혁혼령의 말씀이 그의 아내 혜영과 꼭 닮은꼴이었다.
“아하하, 이제 보니, 고 형과 내가 선생님의 씨를 포태하여 낳은 여자들과 살고 있으니, 참으로 만나기 어려운 귀한 의형제사이군요! 아하하.”
“이히히...”
코보도 점룡의 말에 덩달아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먼동이 부옇게 트자, 코보는 석순을 만나러 경산의 방으로 가고, 점룡은 천복이 가리키는 침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옥룡을 데리고, 준희의 방으로 들어가 잠시 눈을 붙일 사이도 없이 누웠다가 일어난 거였다.
그런데 아침때 점룡이 들어간 침실에서 옥희가 나오는 게 아닌가.
“여보, 혜영이 냄편이랑 잤어라오! 깔깔깔.”
그녀는 거리낌 없이 점룡과 잤다고 하였다. 천복은 그녀가 그 방에 혼자 있었으리라는 생각은 못하였다.
“어떻게 서로 만난 거요?”
그는 의아하여 물었지만, 뻔한 일 아닌가. 그녀 혼자 있는 방에 점룡에게 들어가 자라고 하였으니, 저절로 만났을 거였다. 그녀가 방싯 웃고 있었다.
“즈그 혼제 잔디, 그가 들와서나 자기여, 즈가 들붙어 잤어라오! 깔깔깔.”
“내 진외사촌이니, 아주버니 뻘이오! 술이 곤드레만드레 취했을 걸?”
“벨러 안 취혀서나 재밌기 놀았어라오. 아츰 먹거, 또 침실이서나 만내기러 혔어유! 깔깔깔.”
“옥희, 깍쟁이! 이뿐 것!”
천복은 그녀의 볼을 살짝 쥐어주고 있었다.
상오에 검진을 마치고, 준희 방에 들어가 명난의 진료까지 마친 뒤, 점심을 먹는데, 그는 경숙과 앉았고, 맞은편에 점룡과 옥희가 붙어 앉았다. 또 그 옆으로는 코보와 석순이 앉아있었다.
“할머니 방에는 누가 있나요?”
천복은 석순이 나온 걸 보고, 불안감이 드는지 묻는 거였다.
“조정자할무니랑 인숙엄니 글거, 양지숙이 아그 데꼬 가서나 젖빨리라오!”
첫댓글 원대로 장법을 배우게 됩니다
장법이란 사람이 운명하여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이죠.
원시시대는 선돌 고인돌같은 시설물을 설치하여 유체
들에 버리다시피하였으나 그뒤로 水葬 火葬등 여러가
지 장사법이 병용되다가 땅에묻는 土葬이 오래토록유
행했지요. 지금도 토장의시대인데 불교가성하여 화장
이 유행하지만 토장보다 깔끔한장사는없죠. 여기에서
점룡이 천복에게배우려는 장법은 까다롭지요. 명당자
리를 먼저 잡아야하고 자리를잡은뒤는 穴자리를 재혈
하여 광자리를정하고 지맥에따라서 시신의 방향을 맞
추어 정밀하게 모시는 과정이 제법 엄숙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