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74) - 현지에서 살핀 미국 중간선거
이틀 전까지 따뜻하던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다. 기온이 내려가도 일상은 흥미와 관심의 지속, 어제오늘 미국의 중간선거현장을 살피고 역사가 깃든 도심을 되짚었다. 도심탐사는 보스턴 체류 초반에 걸었던 프리덤 트레일의 역코스, 마지막에 들른 퍼블릭공원에서 뛰노는 청설모 무리가 귀엽고 중앙에 우뚝한 워싱턴의 동상이 늠름하다. 마치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듯.
청설모 뛰노는 퍼블릭공원, 워싱턴의 동상이 늠름하고 수양버들 늘어진 연못이 한 폭의 그림이다
11월 8일(화)은 미국의 중간선거일(미국의 선거일은 늘 11월의 첫 월요일 다음 화요일, 금년의 경우 11월 7일이 첫 월요일이어서 다음날인 11월 8일)이다. 중간선거는 4년마다 치르는 대통령선거의 중간에 치러지는 투표행사로 금년에는 임기가 2년인 연방하원의원 전원(435명)과 임기 6년의 상원의원 중 약 1/3(이번 선거에서는 상원 100석 중 35석), 4년의 임기가 만료되는 주지사(이번 선거에서는 36개 주)를 비롯하여 각 주 산하의 임기만료선출직을 동시에 뽑는다. 국외자가 느낀 선거분위기는 조용하여서 한국의 열띤 관심과 대조적, 며칠 전 마사츄세츠 주 두 번째 도시의 공원에서 살핀 유세현장이 유일한 볼거리였다.
마사츄세츠 제2의 도시 공원에서 열린 선거유세 장면
오래 전(1976년 12월), 2주간의 연수과정으로 일본 체류 중 국회의원(중의원) 선거현장을 살필 기회가 있었다. 선거일은 휴일(일본은 항상 일요일)이어서 도쿄에서 두 시간 거리의 소도시 방문 중 아침 산책에 나섰다가 투표현장을 목도하였다. 당시 한국은 엄혹한 유신시절, 선거유세나 투표장의 분위기가 삼엄한 때였는데 조용하고 자연스런 투표소의 모습이 딴 세상처럼 느껴졌다.(선거 전날 한국의 일부 각료와 중앙정보부장의 경질 발표가 있었다. 투표 당일 일본 주요일간지의 1면 톱기사 제목은 ‘한국 중앙정보부장 박정희 대통령 심복 김재규’로 자국의 총선거 목전에 이웃 나라의 정치상황을 크게 다룬 것이 특이하게 여겨졌다.)
수십 년 전 일본에서 투표상황을 살핀 후 두 번째 맞는 외국의 선거일, 흥미를 느끼며 현장을 찾아 나섰다. 투표장소가 어디인지 아무런 정보를 갖지 못한 체 며칠 전에 찾은 뉴턴이라는 소도시에 가면 수 쉽게 투표소를 찾을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막상 현지에 이르러 시내를 두루 살펴도 그런 장소가 눈에 띠지 않는다. 발길을 돌려 들른 곳은 숙소에서 멀지 않은 타운 홀 주변, 부근에 경찰서와 도서관 등 공공기관이 있던 기억을 떠올렸다. 주민들이 들락거리는 도서관을 지나니 전에는 무심히 지난 큰 건물에 눈길이 간다. 가까이 다가서니 어린이를 대동한 여성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뒤따르니 입구에 투표장소라 새긴 입간판이 있고 그 옆으로 여러 명이 줄서 있다.
투표장소를 표시한 입간판과 투표장에 들어서는 유권자 모습
눈 여겨 살피니 초입에서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투표용지를 배부하고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표소에서 투표하는 등의 절차가 우리와 비슷하다. 입구의 탁자에 놓인 투표안내 인쇄물을 집어 들고 투표소를 나서는 발걸음이 홀가분하다. 마사츄세츠 주 당국이 작성한 투표안내 유인물을 통하여 알게 된 정보, 투표방식은 우편투표와 사전투표 및 본 투표로 나뉘는데 우편투표는 11월 1일 마감, 사전투표는 10월 22일부터 11월 4일까지 13일간, 본선거일은 11월 8일 등이 카렌다형식으로 표시되어 있다. 뒤이은 안내는 연방하원의원, 주지시와 부지사 및 주요부서의 장, 주 법원의 판사 등 10여 직종의 마사츄세츠 주 선출직명의 열거. 투표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인데 이는 주마다 다르게 정할 수 있는 듯.
마사츄세츠 주의 중간선거 안내 유인물 표지
선거결과는 우리에게도 주요관심사, 집권당인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하원의 의석분포가 야당인 공화당의 주도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인데 뚜껑은 열어봐야 알 일. 하루 지난 투표결과는 예상대로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겠으나 상원은 박빙이라는 보도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통상 집권당의 패배로 이어지는데 지지도가 높지 않은 바이든의 민주당이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평가, 최종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의 주인은 백성, 민심은 천심이라는데 시민의 엄중한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백성이 많은 것은 왕의 영광이요 백성이 적은 것은 주권자의 패망이니라.’(잠언 14장 28절)
* 1996년 미국 여행 때 뉴욕에 거주하는 지인과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그때 적은 내용, ‘승용차 안의 라디오에서 한국어방송이 나오는데 아나운서의 교민에 대한 공지 가운데 유권자등록을 필하여 11월의 대통령선거에 참여하기를 권유하는 내용이 이채롭다. 지인에게 유권자 등록을 해야 투표권이 있느냐 물으니 시민권을 받은 후 유권자 등록을 한 번 해두면 계속해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교민의 상당수가 시민권만 받으면 노후보장이나 가족이민 초청 등이 가능하므로 그러한 권리획득에만 관심을 두고 유권자등록은 하지 않아 참정권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뉴욕의 퀸즈 지역에 사는 교민이 30여만이나 되는데 그들이 모두 투표권을 행사하여 발언권을 높이도록 여러 경로를 통해 설득, 유도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른 상황, 이번 선거에서 한국계후보들이 여럿 연방하원으로 진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미국동부의 뉴저지 주 펠리세이즈파크 시장 선거에서는 한국계 후보끼리 격돌하기도. 동포들이여, 세계 속에 깊이 뿌리 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