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좡 여행2 - 주장에서 비단 스카프를 사면서 실크로드 일대일로를 생각하다!
어제 2023년 10월 27일 쑤저우 에서 지하철을 타고 옛 수향 마을인 퉁리(同里 동리) 에 도착해 퇴사원
(退思园) 과 진주탑경원에 숭본당을 구경하고 하룻밤을 자고는...... 10월 28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하로 나가니 9시 20분인데 벌써 관광객들이 밀어닥쳐서 운하에서 배 를 타는 모습을 봅니다.
강남 10대 수향 마을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저우좡(주장) 으로 가야 하니 어제 호텔 여직원에게 택시를
부탁한지라 10시가 되니 아저씨가 나타났기로.... 운하를 홍예교 다리로 건너서 따라가니 민가가
나오고 거기 승용차를 타고 30분을 달려 저우좡 에 우리가 예약한 호텔에 도착하기로 70위안을 줍니다.
호텔로 들어가 바우처를 보이니 조금 기다리라더니 왠 여자가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여자분은
휴대폰에서 언어번역 앱 을 켜서는 지금은 10시 40분이라 청소가 된 방이 없으니
오후 2시 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표사는 곳 을 안내해 주겠다기에 배낭은 호텔에 맡기고는 따라갑니다.
운하에 도착해 심청검표구 (沈廳檢票口) 에서 표를 사는데 입장료 문표는 100위안이지만 60세 이상과 20세
미만은 반액인 50위안 이라 표를 끊는데 얼굴 사진 까지 찍으니 후 문표 앞 면에는 반액 표시가 적혀있고
뒷면에 희미하게 얼굴 사진이 보이는데.... 다 른 사람이 이 문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인가 봅니다.
그러고는 골목길로 해서 관광경구 로 들어가는데 골목이 어찌나 좁은지 놀라며 50미터 를 가니
운하 인데 관광객들이 어찌나 많은지 인산인해라.... 오른쪽으로 50여미터를 걷자
홍예교인 부안교 다리를 넘어가니 중시가(中市街) 거리도 사람에 치이면서 통과할 지경입니다.
저우좡(주장) 은 소주에서 남동쪽으로 약 30㎞ 떨어진 곳에 있는데 역사가 900년이 넘었으나 수향
집진 (물을 바탕으로 밀집하여 생겨난 마을) 의 원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주장의 주요
명소로는 전복사(全福寺), 징허도원(澄虛道院), 심청(沈廳), 부안교(富安橋), 미루(迷樓) 등 입니다.
오래된 옛날 도시라고 하는 저우좡(周庄 주장) 마을의 환경은 그윽하고 우아 하며, 하천을
골격으로 하여 마을 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집들은 물가에 붙어 있으니 2.4㎢
에 지나지 않은 작은 마을에 100채나 넘는 고전택원과 60개가 넘는 문루 가 남아 있습니다.
여기 물의 도시 자우좡 의 거리를 구경하다가 문득 성균관대 이준식 교수가 동아일보
‘이준식의 한시 한수’ 칼 럼에 올린 “ 여인의 유혹” 이란 글이 떠오릅니다.
물빛 처럼 번뜩이는 병주(幷州) 과도, 눈보다 고운 오 지방 소금, 갓 익은 귤을 까는 섬섬옥수. 비단 장막
안은 이제 막 따스해지고, 향로에선 쉼 없이 향훈이 번지는데, 마주 앉아 여인은 생황(笙簧) 을 연주 한다.
낮은 목소리로 묻는 말. “오늘 밤 어느 곳에서 묵으실는지? 성안은 이미 야심한 삼경, 서릿발에
말이 미끄러질 터니 차라리 쉬었다 가시는 게 좋겠어요. 길엔 나다니는 사람도 드물답니다.”
(幷刀如水, 吳鹽勝雪, 纖指破新橙. 錦幄初溫, 獸香不斷, 相對坐調笙. 低聲問, 向誰行宿?
城上已三更, 馬滑霜濃, 不如休去, 直是少人行.) ―‘소년유(少年遊)’ 주방언(周邦彦·1056∼1121)
시가 정중하고 엄숙한 분위기 라면 사(詞)는 경쾌하고 자유분방 하다. 시가 사대부 문학의 정수
라면 사 (詞) 는 연회나 주루(酒樓)의 여흥 분위기 를 돋우는 유흥 문학의 성격이 강하다.
가사의 속성상 근엄한 메시지 보다는 평이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써야 호소력이 더
도드라지는 법이다. 노랫말에 고답적인 삶의 이치나 인간 도리 따위를 담는다면 누가 반기겠는가.
이 작품은 사의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연인 사이인지 아니면 주루에서의 하룻밤인지는 알 수 없다.
비단 장막을 두른 것으로 보아 이 방의 주인은 아마 여인, 갓 익은 귤껍질을 벗기는 섬섬옥수의 주인공 이겠다.
잘 드는 과도와 백설 같은 소금을 준비한 것으로 보아 시고 쓴맛이 도는 귤 위에 살짝 소금 을 칠 모양이다.
길상(吉祥) 동물 형상의 향로에 향을 피우고 생황 연주 까지 곁들였으니 그 대접이 여간 곡진하지 않다.
급기야 나지막이 건네는 한마디. ‘야심한 데다 서릿발로 길이 미끄러우니 쉬어가시라.’
배려인 듯 애소(哀訴)인 듯 여인의 농염한 유혹 에 밤이 무르익고 있다. 송 휘종(徽宗)
과 기녀 이사사(李師師) 의 밀회 장면을 묘사한 거라는 믿기 어려운 야사의 기록도 있다.
中市街(중시가) 거리에서 술빵과 과자 를 사서 점심 대용으로 먹으면서 걷다가 다른
가게에서 소고기 육포 를 20위안어치를 사고는 다시 골목길을 걸으니
비단을 판다는 苏州丝绸 (소주사조, 쑤저우 비단) 라고 적힌 가게가 보여 들어갑니다.
이 가게에는 비단 옷이며 비단 스카프 등 여러 가지를 파는데 가격이 너무나 싼지라 미심쩍어 물으니
실크가 맞다는데..... 마눌은 10위안(1,800원) 짜리 비단 스카프 를 하나 사면서 이거 가짜 랍니다.
예전에 쑤저우에 처음 왔을 때 쑤저우 시내 중심가인 관첸제에서 비단 가게 로 들어가서는 거기서는 진짜
실크 스카프 를 사는데 들은게 있는지라 부르는 가격의 40% 로 부르니 절대로 그렇게 주지 못하겠답니다.
그런데 여자는 손으로 가게 땅 바닥 을 치고 남자는 손을 펴서 자기 목을 긋는 시늉을 하는데
이 화상들이 하는 짓이 땅바닥을 치는 것은 그만큼 싼 가격 이며.....
목을 손으로 긋는 것은 밑지고 팔면 자기들은 굶어 죽는다 라? 그냥 헛 웃음이 나오더라는?
그래서 결국에는 자기들이 부르는 가격의 60% 를 주고 비단 스카프를 사가지고 나왔으니....
흥정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40%도 가능 했었지 싶은데, 오늘 이 아주머니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태연하게 실크 랍니다? 하지만 10위안 그러니까 1,800원짜리니 싼 맛 에 삽니다.
실크 스카프 를 사다 보니 동아일보에 김기용 기자가 쓴 “중국 일대일로 10년의 명암 ‘21세기 新실크로드’
표방, 中 굴기 실현 전략 저개발국 ‘부채의 함정’ 에 빠트렸다는 지적도“ 라는 기사가 떠오릅니다.
실크로드 는 고대 동양과 서양을 잇는 대표적 통상교역로였다. 단순히 물자만 오간 것이 아니다. 각종 문화와
종교, 기술 도 전해진 대(大) 통로였다. 여러 북방 민족이 개척한 실크로드는 진시황제 만리장성이나
수양제 대운하같이 특정 인물이나 군주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인간의 필요와 욕구
가 자유롭게 발현돼어서 조성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실크로드에 내재된 핵심 가치는 자유 일지도 모른다.
시진핑 (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첫 집권 직후 밝힌 일대일로 (一帶一路) 구상이
10년을 맞았다. 일대(一帶)는 중국 서부-중앙아시아-유럽을 육상 으로 잇는 것을
의미하고 일로(一路) 는 중국 남부-동남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잇는 해상 로다.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이 구상을 실크로드에 빗대 ‘21세기 육상·해상 신(新)실크로드’ 라고도 부른다.
중국은 일대일로 선상에 있는 국가들과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경제공동체 를 구축하겠다며 10년을
달려왔다. 신흥경제국이나 개발도상국, 저개발국이 많은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했다.
경제 발전을 위해 도로와 철도, 항만, 공항 같은 기반시설 건설이 절실한 나라들은 중국의 지원 이 필요했다.
중국은 큰돈을 빌려주면서 이 나라들에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한 거점 을 마련했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 으로서 위상도 강화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나 다른 서방국
과는 달리 막대한 지원 을 하면서도 이들 국가의 독재정치나 인권 문제 등에 간섭하지 않았다.
일대일로 10주년을 맞은 올해 중국은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중국 국가발전개혁 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152개 나라와 32개 국제기구 가 해외 경제 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에 참여 했다.
아프리카에만 총연장 10만 km가 넘는 고속도로와 1000여개 교량, 100여개 항구 가 지어졌거나 건설 중이다.
이를 통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 것도 사실이다. 일대일로 관련 중국의 누적 투자액(2022년 기준) 은 9620억
달러( 1400조 원) 에 달한다. 중국은 일대일로 10주년을 기념하는 정상 포럼도 17일 수도 베이징에서
개최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 세계 130개국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하지만 일대일로가 저개발국을 사실상 중국에 종속 되도록 만드는 ‘부채의 덫’ 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이 나라들의 경제 발전과 국가 성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보다는 오히려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한 빚 을 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대일로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채와 올가미 협정” 이라고 맹비난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벌어진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14건 가운데 9건이
스리랑카와 아르헨티나, 레바논을 비롯해 일대일로 참여 국가 에서 발생했다.
미국 글로벌개발센터(CGD) 에 따르면 일대일로 참여국 가운데 23개국이 파산 위기 에
처해 있다. 21세기 육상·해상 신실크로드 를 표방하는 일대일로에 대해 세계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인간의 호기심과 욕망 에 따라 자유롭게 개척돼 수백년을 이어온 실크로드 는 인류 발전사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 하지만 새로운 실크로드를 표방하며 21세기 중국에 의해 인위적
으로 만들어진 이 ‘새로운 길’ 이 인류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일대일로가 앞으로 수백 년을 지탱할지는 모르겠지만..... 10년만 더 지켜보면 알게 될 일이다.
그러고는 (迷樓(미루) 라는 건물로 들어가서는 2층으로 올라가는데.... 이 건물에 전시된 자료와 사람
모형을 보아하니 이 집은 국민당 정부 와 싸웠던 비밀결사로 공산주의자들의 연락처 인 것 같습니다.
이 집에서 문득 문학 평론가 이자 전북대 교수 왕은철씨가 동아일보의 칼럼
‘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 에 실린 “음악 예찬” 이란 글이 떠오릅니다.
음악은 추상적인 소리 만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다른 예술 장르는 좀처럼 따라잡기
힘든 경지다. 그래서 월터 페이터의 말처럼 “모든 예술은 끊임없이 음악의 상태를
지향한다.” 동양의 이솝우화라고 불리는 ‘열자(列子)’ 에는 그러한 음악 이야기가 나온다.
진청(秦靑)과 설담(薛譚) 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다. 제자는 어느 정도 노래를 하게 되자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하고 스승에게 하직 인사 를 했다. 스승은 말리지 않고 큰길까지 나가 제자를 전송하며 노래 를 불렀다.
노래가 어찌나 슬프던지 숲이 일렁거리고 흘러가던 구름이 멈췄다. 제자는 그 모습을 보고 너무 부끄러웠다.
그리고 자신이 아직 멀었다는 것을 깨닫고 곁에 남아 더 배울 수 있게 해달라고 스승에게 간청했다.
스승은 그에게 한아(韓娥) 라는 뛰어난 가객(歌客 ) 에 관한 얘기를 해줬다. 언 젠가 그 가객이
어떤 집에서 밥을 얻어먹고 노래를 해줬다. 그런데 그가 떠나고 사흘이 되어도 여운 이 남았다.
그가 아직도 가지 않고 노래를 하는 것만 같았다. 그 집의 대들보에도 소리가 밴 것 같았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가 어떤 여관에 들렀을 때다. 사람들이 모욕적인 말 을 하자 그는 구슬픈 노래 를 부르며 그곳을 떠났다.
그런데 그의 노래를 들은 마을 사람들 모두가 슬픔 에 잠겨 사흘 동안 밥도 먹지 못하고 울었다.
결국 사람들은 그를 뒤쫓아가 찾아내 사과하고 데려왔다. 그가 노래를 부르자 사람들이
슬픔을 잊고 손뼉을 치며 기뻐하고 춤을 추었다. 목소리로 사람들을 들었다 놓았다 한 것이다.
숲이 일렁이고 흘러가던 구름이 멈추고 사람들의 마음은 물론이고 대들보에도 소리가 배게 하는 힘.
조금은 과장이겠지만 음악이 최고조 에 이르면 그렇게 된다는 비유다. 소리 하나만으로 기쁨
과 슬픔을 추상적으로 재현해 내고 위로와 치유의 기능 까지 수행하는 음악의 기적, 그것은
모든 예술이 도달하고 싶어 하는 경지다. 우리가 음악에 때로 기대는 것도 그 놀라운 힘 때문이다.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