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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로 걷는 스승*
네 발로 걷는 스승이라는 冊이 있었다 장애견이나 유기견을 거두고 있지만 그 중 '자비'녀석은 忌日까지 기념하지만 한겨울 뒷산에서 학대와 기아로 凍死 직전에 구출된 '기쁨'이는 다시 얻은 이름 그대로 재활에 성공한 케이스지만) 오늘 나는 보았다 출가한 것이 분명한 어느 집 개인지 도심의 횡단보도를 단정히 건너는 준법的인 모습을
개들이 얼마나 세상을 알려고 하는지 차에 태워보면 안다 슬픈 가축의 歷史, 초롱하기도 하고 그윽한 그 눈이 선량하다
* 네 발로 걷는 스승 / 원제 Kinship with all life
고양이에게서 배우다
내 누이 겨울동안 도시에서 걸식하는
(이 분석은 내 누이의 救命施食에 대한
쇠냇골 통신 182 - 길 위에서
그때 한적한 Bohol 섬에서 주인은 파도소리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할 것이라며 그 숙소를 만류했었다 海潮音이 나를 붙들어 둔 것도 모르고,
주인 할머니는 젊을 때 모아둔 돈으로 바닷가 이 언덕을 사두고 십 년째 Cottage를 짓고 있다고 했다 이른 아침엔 바다정원에서 돌고래의 群舞를 볼 수 있을 거라고도 했다 할머니는 이 땅을 Treasure Island 로 명명했는데, 흰색 페인트로 써놓은 입간판의 -->표 방향을 따라가면 '보물섬'에 이른다
나는 지금도 이 보물섬의 지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 섬으로 말할 것 같으면 車들도 서행 한다 도열한 야자수들은 목탁을 높은 곳에 매달고 고독한 명상을 수행 중이고 핏빛 유도화 만발했을 거라
주인은 나에게 그곳을 인수하라고 했다 (속으로 나는 벌써 해뜨는 집*으로 改名을 해두었는데) 나만 가면 ?아나오시던 그 할머니 지금 무고하신지,
아침에 우편함에서 우리詩 5월호를 받아들고 보홀 가는 뱃길을 떠올렸다 (시誌를 지키시는 이들에게 축복을!)
고비사막에서 몰려온 점령군들은 밤새 물러갔다
2011. 5. 3
초정리에서 18 - 해뜨는 집*
문을 열면 太平洋이다
쇠냇골 통신 169 - 세상 속으로
환승을 하며 왕복 두 시간, 매일 버스를 타고 일터를 다녀온다 천 원을 내면 기사가 딸린 이 큰차를 공동으로 쓸 수 있다
車窓 밖으로 60년代 내 학창시절이 지나가고 나는 이방인처럼 승객을, 탑승자는 나를 흘끔 쳐다보는 것이었는데 忠大 입구에서 '글로벌 경영'을 달랑 들고 올라탄 女大生 - 사실은 책이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이고 관상은 보지 못했다 후일 글로벌 경영을 잘해 줄 것을 속으로 빌어 주었다
벌써 4월 중순, 피복의 두께는 얇아지고 여인들의 치마가 짧아졌다 동향의 사람들은 기억하리라, 다리 건너 無心川 둑길에 벚꽃이 일제히 피어 올랐다 (겨울동안 나무들은 花信을 주고받으며 內通을 했을 것이다)
점심엔 연하의 남편과 살고 있다고 자기소개를 한 식당 여주인은 아직 나를 사장님이라고 불러 주었다 나는 사장이 아니라고 몇 차례 시정해 주었다 퇴근 길에 수고하신다는 내 인사에 버스 기사의 응대가 없어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정말로 그는 나보다 수고가 많으실테니까)
집 앞에서 목련이 마중을 했다 아파트 마당에 그는 언제나 의무처럼 서있다 지금부터 두 시간이 내게 배정된 시를 읽을 시간이다 어제는 '봄나무에서는 비누냄새가 난다'라는 시를 읽었다 봄밤엔 나도 아내가 읽어줄 시를 쓰고 싶다 좋은 시 한 편은 일용할 양식이다
아침 저녁 나는 한 시간씩 익숙한 거리에서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2011. 4. 15 밤
쇠냇골 통신 187 - 길 위에서
조금씩 앞당기며 살아왔다 약속이 불발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도 나는 10分씩 미리 나가 있었다 기다리는 쪽이 편했고 이렇게 소심한 내가 싫은 적도 있었지만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었다
학생이었을 때, 시험공부만 벼락치기를 했다 그건 오로지 성과와 효용성 때문이었다 지금 일터에 도착하는 시간은 아예 30分을 당겼다 (오너는 감동했겠지만,) 전무후무할 이 준비性!
그러나 내가 다 아는 이 거리를 통과하려면 잠시 몽상할 시간이 필요할 것인데 간혹 길 위에서 詩語를 건지기도 하는 이 여분의 시간,
2011. 5. 9
쇠냇골 통신 194 - 들판에서
땅 속에 다 있다 거기서 사과나무는 사과만, 포도나무는 포도만 나무들은 제 것만 취한다
아름다운 햇살과 비와 바람을 합성하는 이 엽록의 공장은 지금 분주하다
거기 작은 씨방에 들어앉을 칩 속에 유전자 지도가 있다 오직 과육을 달게 만들어 이동의 자유가 있는 날짐승과 길짐승, 사람들에게 먼곳으로 종족을 퍼뜨려 주기를 위탁하는 것이다
이 공장의 특산품은 비타민인데 사람들은 만들지 못한다 그리고 여기는 방문객이 쓰다가 버린 탄소와 산소를 맞바꾸는 장터다 (만일에 나무도 산소를 마셔야 한다면 누가 숲에 가겠는가)
접 붙이는 것은 나무를 욕되게 하는 일이다 최근에 생물학자들은 나무들도 말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2011. 5. 17
쇠냇골 통신 199 - 地名에 대하여
내 고향은 淸原郡 北二面 書堂里, (지금은 畜産里가 되었지만) 지명은 사람 이름과 같아 자꾸 불러주면 그렇게 된다
대개의 지명은 어떤 연유와 계시록 같은 것이 숨어 있는데, 동향의 飛上里, 飛下里에는 어느날 갑자기 軍航과 民航이 들어왔다 이륙하고 착륙하는 활주로의 방향이 일치한다 漁夫洞은 어떻고? 바다가 없는 충청도 산골짝 하늘 아래 첫동네가 지금은 대청湖畔의 아름다운 어촌이 되었다 (한시절 나는 그 산굴청에서 釣師가 된 적이 있었는데) 천년 전, 길가던 노승이 쉬어가며 이 이름을 붙여 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길이 道인가 보다
쇠냇골도 그렇다, 金川洞을 나는 듣기좋게 이렇게 부르는 것인데, 내가 처음 집을 사러 다닐 때만 해도 장화가 없으면 여름을 나지 못하던 동네였다 예전에 이곳을 흐르는 작은 강이 있어 혹 砂金이라도 채취했는지 몰라도 여하튼 이 땅을 지킨 사람들에게는 지금 황금이 흐르는 내(川)가 되었으니까
모쪼록 땅도, 집도 이름을 보고 살아볼 일이다 좋은 이름은 자꾸 불러줘야 한다 呪文처럼 암송해야 된다
2011. 5. 23
* 풍수에 문외한이지만, 우리의 지리와 이름에는 보물찾기 같은 신기함이 있다 천동설의 시대에 살다간 옛사람의 지혜가 놀라울 때가 있다 현대보다 더 놀라운 문명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本籍이 서당리인데, 시의 길은 멀기만 하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건강하다 내 이름을 音譯하면 병이 없다는 말이 되니까
쇠냇골 통신 201 - 봄 풍경 하나,
겨우내 햇볕을 보지 못한 다리들이 아슬한 봄나들이 나왔다
다리들만으로도 빛나는 거리, 내 봄날엔 순경들이 무릎 위 치마길이를 재고 다녔다
(열대化가 빨리 진행되면 동산의 이브처럼 벗고 살라나?)
2011. 5. 25
쇠냇골 통신 205 - 길 위에서
선하신 조물주의 유일한 실패는 약육강식의 생존의 법칙이다
벌레들은 새들의 먹이가 되고 새들은 뱀의 먹이가 되고 뱀은 사람이 천적이다
제 발로 걸어가 먹이가 된 적은 없다 먹잇감은 최악의 상태로 절명한다 무릇 약한 것은 강한 것의 먹잇감이다
독버섯처럼 치명적인 것 하나쯤 내장하여 강한 것이 넘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1. 5. 31
* 主를 믿는 사람들은 온갓 먹거리를 하느님의 축복이라 여기고, 또 다른 종교는 戒律로 살생을 하지 말라고 한다
살아있는 것들의 공포와 통증이 없는 식사는 없는가, 이런 생각에 시달릴 때가 있다
쇠냇골 통신 207 - 다시 들판에서
새들은 위험한 곳에 집을 짓는다 우리는 종종 새가슴에 대해 이야기 했다
사실 자동항법장치는 이 부족이 처음 사용했는데 대륙 간의 이동에 유용하다 우리도 '쇠로 만든 새'에 달아 놓았다 네비게이션도 이 부족이 처음 만들었을 것 이라는 심증이 간다
방위와 항로에 관한 한, 집을 찾아오는 일에 관한 한 그를 따를 자 없다
포르릉, 작은 새가 흔적을 지우며 날아 간다 날아가면서 뒤를 보지 않는다
2011.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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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원문보기 글쓴이: 동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