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독특한 음식 문화 가운데 푸새 잎에 밥을 싸 먹는 쌈 문화가 있다. 『농가월령가』의 ‘유월령’에는 “아기 어멈 방아 찧어 들바라지 점심하소. 보리밥 파찬국에 고추장 상추쌈을 식구 헤아리되 넉넉히 능을 두소.” 하고 읊은 대목이 있듯이 여름철 농촌에서 땀 흘리며 밭일하다 들밥으로 상추쌈을 먹는 광경을 쉽게 그려 볼 수 있다.
별다른 찬이 없어도 봄부터 여름철에는 밭이나 들에서 나는 채소로 두루 쌈을 싸서 먹었다. 그중 으뜸이 상추이고 이외에도 깻잎, 호박잎, 배춧잎, 미나리, 쑥갓, 콩잎, 소루쟁이, 방가지 등이 있다.
여름철뿐만이 아니라 겨울철에도 마른 나물을 불려서 싸 먹거나 김쌈도 즐긴다. 『동국세시기』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배춧잎과 김으로 밥을 싸서 먹는 ‘복쌈(福裹(복과))’이 있다고 하였다. 쌈에 쌀 때 안에 복을 담고 싶은 소박한 기원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눈칫밥 먹는 주제에 상추쌈까지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쌈을 먹으려면 입을 크게 벌리고 눈을 부라리게 되기 때문이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도 쌈을 먹을 때의 보기 민망한 모습에 대해 적고 있다. 조선 중기 이덕무의 전통 예절에 대한 책 『사소절(士小節)』에서도 “부인이 상추로 밥을 싸서 먹을 때 한 입에 들어갈 수 없을 만큼 크게 해서 먹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니 조심해야 한다. 상추, 취, 김 따위로 쌈을 쌀 적에는 손바닥에 직접 놓고 싸지 마라. 점잖은 행동이 아니다. 쌈 싸 먹는 순서는 먼저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그릇 위에 가로 놓고 젓가락으로 잎을 두세 개 집어다가 떠 놓은 밥 위에 반듯이 덮은 다음 숟가락을 들어 입에 넣고 곧 장을 찍어 먹는다. 입에 넣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싸서 볼이 불거져 보기 싫게 먹지 마라”고 하였다.
상추쌈은 수면제?
상추는 삼국 시대부터 먹기 시작한 듯하다. 중국 수나라 때 고구려의 특산인 상추 씨를 가져갔다는 기록이 『해동역사물지』에 있고, 원나라의 시인 양윤부(楊允孚)의 시 해설문에 “고려 사람은 생채로 밥을 싸서 먹는다”고 한 구절이 있다.
상추쌈은 연한 상추에 쑥갓, 실파를 곁들여서 쌈장을 얹고 밥을 싸 먹는 음식이다. 쌈장은 고추장에 쇠고기와 참기름을 넣어 만든 약고추장과 된장에 쇠고기와 표고를 넣어 마련한다. 형편에 따라 육류와 어류 찬을 보태면 좋다.
한희순 상궁이 전해 준 고종과 순종 시절에 궁에서 마련했던 상추쌈 차림을 그대로 준비해 맛을 보면 쌈과 찬물들이 조화를 잘 이루어 참으로 절미(絶味)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연한 조선 상추와 쑥갓, 가는 세파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채반에 담는다. 상추쌈을 먹을 때 마련하는 찬물로는 절미된장조치와 병어감정, 보리새우볶음, 장똑도기, 약고추장 등이고 참기름 종지는 따로 놓는다.
절미된장조치는 기름진 쇠고기와 마른 표고를 불려서 양념하여 뚝배기에 담아 볶다가 간이 세지 않은 된장을 쌀뜨물로 되직하게 개어 넣고 풋고추, 다홍고추, 파를 어슷하게 썰어 맛이 어우러지도록 끓인다. 조치란 국물이 바특하게 끓인 찌개나 찜, 조림 등 간이 짠 반찬을 말한다.
병어감정은 손바닥만한 병어를 살만 떠서 파, 마늘, 생강을 넣어 국물을 적게 하여 만든 고추장 찌개인데 상추쌈의 찬으로 하려면 국물을 적게 붓고 바특하게 끓인다. 감정이란 고추장으로 맛을 낸 찌개를 말한다.
보리새우볶음은 잔 보리새우를 번철에 마르게 볶아 마른 행주로 비벼서 수염과 꼬리 등 까실한 것을 없앤 다음 기름을 두르고 볶다가 간장(진간장), 조청, 깨로 맛을 낸다. 새우는 불그레하고 윤이 나며 통통한 것이 좋다.
장똑도기자반은 쇠고기를 우둔이나 홍두깨살로 준비해 곱게 채썰어 양념한 다음 달군 냄비에 볶다가 물에 간장(진간장)과 설탕을 넣어 만든 장물을 자작하게 붓고 채썬 파, 마늘, 생강을 얹어 조린다. 국물이 거의 졸아들면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어 고루 윤을 낸다.
약고추장은 고추장에 설탕과 물을 약간 넣고 두꺼운 냄비에 담아 주걱으로 저으면서 볶다가 다진 쇠고기를 볶아서 합하고 참기름과 통잣을 넣어 잠시 더 조린다.
쌈을 먹을 때 상추를 뒤집어서 매끄러운 안쪽을 손바닥에 얹고, 그 위에 밥을 한술 놓은 다음 찬을 두세 가지 올리고 마지막에 반드시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려서 싸 먹는다. 이처럼 상추를 뒤집어 싸 먹으면 절대 체하지 않는다고 하며, 쌈을 먹은 후에는 반드시 계지차를 마신다. 계지는 계피나무의 삭쟁이 가지로 잘게 썰어서 차를 달인다. 한방에서 상추는 찬(寒性(한성)) 식품이고 계지는 따뜻한(溫性(온성)) 식품이라고 하니, 이 두 가지를 함께 섭취해 몸을 중화시켜 보해 주는 것이다.
상추를 꺾으면 나오는 흰 진액에는 ‘리쿠루신’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것이 진통과 마취 작용을 한다. 그래서 상추쌈을 먹고 나면 노곤하고 졸리는 것이다.
날로 싸 먹거나 나물을 하여 싸 먹는 취쌈
취는 곰취, 단풍취, 참취 등 ‘취’ 자가 붙는 산나물의 총칭으로 우리나라 산야에 분포한다. 나물로는 참취나 곰취의 어린 잎으로 만드는데 요즘은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여 연중 먹을 수 있다. 쌈에는 곰취가 잎이 넓어 밥을 싸 먹기에 알맞다. 연하면 날로 싸서 먹어도 좋지만 철이 아닌 때는 말렸던 취를 나물로 하여 쌈을 한다.
생곰취쌈은 취를 깨끗이 씻어 줄기를 자르고 잎을 차곡차곡 놓아 작은 채반이나 소쿠리에 담고 쌈장을 따로 담아 낸다. 삶은 취쌈으로 먹으려면 곰취를 삶아 우려서 줄기를 자르고, 황육을 다져 파, 마늘, 고춧가루, 깨소금, 기름을 넣고 주무른 다음 두세 잎씩 합하여 펴서 뚝배기에 깨소금, 고춧가루를 뿌려 가면서 담아 밥에 쪄서 한 장씩 싸 먹는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나오는 취쌈 먹는 법은 다음과 같다. “마른 취를 물에 하루 불렸다가 삶아서 냉수에 우린 다음 꼭 짜서 깻잎쌈과 같이 끓여서 쌈을 해 먹는다. 취는 생취가 향취와 맛이 가장 좋은데 생취 중에서도 곰취는 양근 땅 용문산 취와 석왕사 설봉산 취가 제일 좋다. 생취는 쌈으로 먹어도 좋지만 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가을에 삶아 가지고 경성으로 들여와 파는 것은 별로 좋지 못하고, 말린 취에도 머위 잎사귀를 많이 섞는데 취 맛이 없으니 자세히 알고 사야 한다. 생취에는 곰취가 제일이고 그 외에도 나무취, 국취, 참취라 하여 여러 가지가 많다”고 하였다.
향긋한 깻잎쌈
요즘에는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상추나 깻잎에 싸서 먹지만 옛날에는 고기를 얹지 않고 그냥 쌈만 먹었다. 깻잎쌈에는 쇠고기 등심보다 돼지 삼겹살이 더 잘 어울린다. 바싹 구워서 된장을 얹고 날깻잎으로 싸서 먹으면 질리지도 않고 향긋하다. 예전에는 날것이 아니라 깻잎찜을 하여 싸 먹는 사람이 더 많았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들깻잎을 시들지 않았을 때 따서 데쳐 잠깐 우렸다가 장과 기름, 깨소금, 파, 다진 살코기를 주무른 다음 물을 조금 넣고 함께 오래 끓여 고추장을 넣고 싸 먹는다. 음식할 줄 모르는 부인은 고춧가루를 친다”고 하였다.
그 밖의 채소쌈
그 밖에 호박잎, 콩잎, 피마자, 배추속대 쌈 등이 있다.
호박잎쌈은 연한 호박잎을 씻어서 찜통에 찐다. 예전에는 밥을 지을때 솥뚜껑에 행주를 처지게 매달아 쪄 냈다. 고추장에 싸 먹는 것이 어울린다.
콩잎쌈은 연한 잎으로 쌈을 하기도 하나 노랗게 단풍진 잎만을 모아 소금물에 삭혀서 된장에 박아 장아찌를 만들었다가 싸 먹는데 맛이 일품이다.
피마자잎쌈은 삶아서 말렸다가 나물처럼 하여 싸 먹는데 예전에는 겨울철에 다른 쌈거리가 없을 때 먹던 것이다. 별 맛은 없다.
배춧잎쌈은 세고 빳빳한 잎은 쌈으로 마땅치 않고 연하고 노란 통배추 속대가 고소하다. 연한 봄동배추는 연하므로 씻어서 그대로 싸서 먹는다. 겨울철에 쌈감이 마땅치 않을 때는 배추김치 잎으로 싸 먹기도 한다. 김치찜쌈은 통김치의 줄기를 떼어 내고 잎사귀만 큼직하게 잘라서 물에 헹구지 않고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다져서 양념하여 냄비에 물을 조금만 넣고 익혀서 싸 먹는다.
조리법
약고추장
상추쌈을 먹을 때 마련하는 쌈장이다.
재료(4인분)
고추장 ½컵, 쇠고기 30g, 참기름 ½큰술, 설탕 2큰술, 꿀 2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쇠고기를 다져서 양념을 하여 국물 없이 볶은 다음 도마에 놓고 다시 곱게 다진다.
2. 냄비에 고추장, 물, 볶은 고기를 넣고 섞어 저으면서 볶는다.
3. 걸쭉해지면 꿀, 참기름, 잣을 넣고 조금 더 볶는다.
병어감정
재료(4인분)
병어 1마리(400g), 파 30g, 마늘 2쪽(10g), 생강 5g
(가) 고추장 3큰술, 간장(진간장) 1큰술, 물 ½컵, 참기름 ½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병어는 싱싱한 것으로 골라 비늘을 잘 긁고 내장을 빼내고 씻는다. 5장 뜨기를 하여 살만 떠서 2cm 폭으로 갸름하게 썬다.
2. 파, 마늘, 생강은 가늘게 채썬다.
3. 냄비에 (가)의 고추장을 담고 간장(진간장)과 물을 넣어 고루 풀어서 끓인다.
4. 고추장이 끓어오르면 병어 살과 채썬 파, 마늘, 생강을 넣고 불을 줄여서 익힌다. 병어가 익으면 참기름을 고루 두르고 살이 부서지지 않게 조심해서 그릇에 옮겨 담는다.
장똑도기
재료(4인분)
쇠고기(우둔) 300g, 깨소금 1큰술, 참기름 1큰술
(가) 간장(진간장) 1큰술, 참기름 ½큰술, 후춧가루 약간
(나) 간장(진간장) 2큰술, 설탕 2큰술, 물 2큰술, 흰파 10cm, 마늘 2쪽(10g), 생강 5g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쇠고기는 연하고 기름기가 없는 우둔살이나 홍두깨살을 골라서 얇게 저민 후 가늘게 채썬다.
2. 파는 3cm로 토막 내어 채썰고 마늘과 생강도 깨끗이 껍질을 벗겨서 곱게 채썬다.
3. 채썬 쇠고기를 (가)의 조미료로 고루 무쳐서 냄비를 뜨겁게 달구어서 볶는다.
4. 고기가 익으면 (나)의 간장(진간장), 설탕, 물을 섞은 장물을 붓고 조리다가 채썬 파, 마늘, 생강을 넣고 서서히 조린다.
5. 장물이 거의 졸아들면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고루 윤이 나게 뒤적인다.
보리새우볶음
재료(4인분)
마른 보리새우 100g, 참기름 1작은술, 통깨 1작은술
(가) 간장(진간장) 1½큰술, 설탕 1큰술, 물 1큰술, 물엿 1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팬에 기름을 두르지 말고 뜨겁게 달구어 마른 새우를 볶아서 마른 행주에 싸서 까실한 수염과 가시가 떨어지도록 비빈다.
2. 팬에 (가)의 간장(진간장), 물, 설탕, 물엿을 넣고 끓인다.
3. 간장(진간장) 물이 거품이 나면서 끓어오르면 볶은 새우를 넣고 고루 섞어서 불에서 내린다.
4. 참기름과 통깨를 넣어 고루 섞는다.
상추상 차림
상추쌈에 먹는 찬품으로는 병어감정, 장똑도기, 보리새우볶음 등이 있다.
참기름 종지도 따로 놓는다.
취쌈
나물로는 참취나 곰취의 어린 잎을 쓰고 밥을 싸 먹기에는 곰취가 좋다.
취쌈
취
재료(4인분)
취 300g, 참기름 2큰술
(가) 고추장 5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½큰술, 깨소금 ½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넓은 취나물을 골라 씻어서 끓는 물에 파랗게 데쳐 낸다. 쓴맛이 많이 나면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서 물기를 꼭 짠다.
2. 데친 취를 참기름으로 고루 주물러서 달군 팬에 볶아서 얼른 펼쳐 식힌 후에 한 장씩 펼쳐서 여러 장을 겹쳐서 접시에 담는다.
3. (가)의 조미료로 초고추장을 만들어 따로 담아 낸다.
상추생채
상추를 먹으면 노곤하고 졸리는 것은 상추의 진액에 리쿠루신이라는 성분이 진통·마취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상추생채
재료(4인분)
상추 300g, 흰파 50g
(가) 간장(진간장) 2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½큰술, 깨소금 ½큰술, 실고추 약간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상추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깨끗이 씻어서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다.
2. 흰파는 3cm 길이로 토막 내어 길이대로 채썰어서 물에 담가 놓는다.
3. (가)의 조미료로 양념장을 만든다.
4. 상추를 손으로 대강 뜯고 파는 건져서 물기를 빼고 섞어서 차게 둔다. 상에 내기 직전에 양념장을 고루 뿌려서 살짝 버무려 그릇에 담는다.
깻잎찜
요즘에는 깻잎을 날것으로 많이 싸 먹는데 예전에는 깻잎찜을 해 먹는 경우가 더 많았다.
깻잎찜
채소쌈밥
재료(4인분)
깻잎 40장
(가) 간장(진간장) 4큰술, 설탕 1작은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½큰술, 참기름 2작은술, 깨소금 2작은술, 다홍고추 1개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깻잎은 씻어서 채반에 건져 물기를 뺀다.
2. (가)의 간장(진간장)에 파, 마늘, 다홍고추를 곱게 다져서 양념 간장(진간장)을 만든다.
3. 대접에 양념 간장(진간장)을 한 수저 떠 놓고 깻잎 두 장을 놓은 다음 그 위에 양념 간장(진간장)을 다시 끼얹고 다시 깻잎을 2장씩 얹는다. 이런 식으로 차곡차곡 겹쳐서 놓는다.
4. 깻잎 담은 대접을 찜통에 넣고 15분 정도 쪄낸다.
*다진 쇠고기를 양념하여 볶아서 양념장에 섞어도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