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사회 - 그들은 겨울에 스카치 위스키나 꼬냑을 마신다
술을 전혀 못 마시는 사람들조차 폭염이 쏟아지는 한여름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 정도가 생각날 수도 있다. 작열하는 태양과 가마솥처럼 타오르는 지열에 우리 몸이 견딜 수 없을 때 시원하게 뽑은 생맥주 한 잔의 청량감은 찜통더위를 날려주는 한 방의 역전 만루 홈런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철 맥줏집은 언제나 붐빈다. 더운 날 마시는 맥주는 결코 술이 아니다. 성인들이 가장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청량음료나 진배없다.
혹한의 겨울을 단번에 따끈하게 녹여줄 수 있는 술은 무엇일까? 이때는 위스키나 꼬냑이 제격이다. 하지만 아마 대부분은 도수가 높은 술을 꼽을 것이다. 특히 남자들일수록 높은 알코올도수가 목으로 '화끈하게' 넘어가 단숨에 몸을 달궈주기 때문이다.
추위를 물리치는 위스키나 꼬냑의 탁월함에는 이유가 많다.
먼저, 시선을 확 낚아채는 짙은 황금빛의 오묘함이다. 한방에 눈을 매료시키는 이 색이야 말로 위스키와 꼬냑 최고의 매력이다.
영롱함'이란 투명한 방울 입자의 경이로움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인데, 그윽하면서 황홀하게, 짙게 때로는 은은하게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이 오묘한 색은 누가봐도 영롱하다는 표현이 나온다. 꼭 반짝이는 보석처럼.
해서 감히 어떤 술도 범접하지 못할 최고의 색이다.
그래서 이 수려한 황금색에 먼저 취한다.
운명적 사랑은 모두 첫눈에 반하지 않던가. 한방에 눈을 매료시키는 이 색이야 말로 위스키와 꼬냑 최고의 매력이다. 눈에 들어오면 그 다음엔 손이 자동으로 간다. 옆에 고소하게 볶은 콩이 있으면 자동으로 가듯이. 보기에 좋으니 손도 가고, 입도 가는 법이다.
두 번째 매력은 후각을 압도하는 아로마 향이다.
위스키와 꼬냑의 첫 취기는 코로 전해지는 후각적 향이어서 마시기 전에 코가 먼저 취한다. 공기와 접촉한 경계의 면에서 더러는 새색시처럼 살포시, 때로는 전쟁터의 전사처럼 저돌적으로, 간혹 용광로의 쇳물처럼 뜨겁게 후각을 파고드니 변화무쌍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동일한 병에서 나왔어도 공기와 접촉하면서 수십가지 모습으로 팔색조처럼 변한다.
위스키의 성지인 스코틀랜드는 크게 평지 중심의 저지대(lowland)와 높은 산악이나 깊은 계곡 중심의 고지대(highland)로 나눠진다. 여기에 섬의 특징까지 가세해 스카치 위스키는 비릿한 바다 향과 다양한 과일향, 그리고 피트가 만들어내는 이탄의 무거운 향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특히 싱글몰트가 아닌 블랜딩 위스키의 경우 특유의 복잡 미묘한 향이 더욱 화려하다. 대다수 마스터 블렌드의 한결같은 주장이 "스카치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자연"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세 번째 매력은 입안으로 전해오는 화끈한 알코올 맛이다. 즉 화끈한 불맛이 전해오는 것이다.
도수가 엄청 높은 알콜 음료를 단숨에 마시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스카치 위스키나 꼬냑은 다양한 아로마 향 때문에 원샷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야말로 '상남자' 켈드족인 스코티시들에게 제격이다. 아주 추운 고지대에서도 자신들의 부족을 상징하는 킬트 스커트를 입는 남자들이 스코티시다. 거칠었던 켈트족의 후예들답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남자들은 위스키에 물을 타지 말고 그냥 마시라고 권한다. 코를 통해 전해오는 향기, 입으로 건너오는 독특한 맛, 목으로 화끈하게 넘어가는 일련의 과정이 물과 함께 희석되면 달갑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많은 위스키 공장의 마스터 블랜드들은 "원액 그대로 마시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술은 알코올성 음료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술'이란 단어에 묶을 경우 용도가 제한되고 만다. 한마디로 '억울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음료'로서의 기능이 '알코올'의 기능에 지배당하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나쁘고, 음료는 착하다는 구도마저 설정되면 착한 놈이 나쁜 놈을 이기기 힘들다.
유럽은 먹거리(food)와 마실거리(drink)를 철저히 구분한다. 우리처럼 '음식'이라고 묶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나는 알콜성 음료에 대해 drink보다 food의 기능에 더 많은 의미를 얹고 싶다.
이들은 술 한잔을 홀짝거림서 몇시간씩 마시는데 반해서 한국은 '노틀카'라는 단어에서 나타나듯이 술을 무슨 전쟁 치르듯 마시는 문화가 한때 팽배했고,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알콜로 인한 병들이 많고, 여기에 더하여 술을 즐기지 않기에 술맛을 모르고 마시다보니 맹맹한 소주류를 선호한다. 따라서 문화 다운 술문화가 없다보니 유럽의 술 문화에 비하면 좀 더 푸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술은 친구 같은 존재다. 몇 년 전 승하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저녁에 위스키 한 잔을 즐겼을 정도다.
간혹 스코틀랜드의 호텔에 가면 포리지(귀리죽) 옆에 위스키 병이 놓여 있곤 한다. 이때 위스키의 용도는 포리지에 몇 방울을 넣어 함께 먹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위스키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겨울 위스키와 스코틀랜드는 참으로 좋은 궁합이다. 이들은 건배할 때 반드시 한목소리로 웅장하게 "슬란츠바"를 외친다. "건강을 위해서"란 뜻이다. 술은 food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콜은 독이다.
마실땐 좋을련지 모르겠으나 마신 후는 위.장. 간.신장. 뇌세포를 차례로 망가트린다. 그긧도 철저히.
만약 알콜이 마약보다 늦게 발견되었다면 한외마약 정도가 아니라 1급 독성 마약으로 분류되었을 것이다.
뭣이던지 도를 지나지면 나쁘다.
술도 또한 같다.
조금씩 잘 마시면 약이 될수도 있지만 과하면 치명적 독이 된다.
조심할 일이다.
첫댓글 조금씩 잘 마시면 약이 될수도 있지만
과하면 치명적 독이 된다.
술을 좋아하는 제가 조심해야할 글귀 세기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설 명절되세요
내가 잴 좋아하는 발렝이네여 ㅎㅎ 아침부터 땡기네여 ^-^
감사합니다.
행복한 설 명절되세요
명주네요!
행복한 명절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