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은 22일 “공무원의 행정행위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월성원전 감사와 관련 “정책에 대해 수사하고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공무원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다”고 지적한 데 대해 “공무원의 행정행위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투명하게 해야 된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는데 이 말이 뉴스가 되었다. 요사이는 불법, 편법, 부적절, 부당이 권력을 업고 판을 치니 해가 동쪽에서 뜬다고 말해도 뉴스가 된다.
최 원장은 “공무원의 행위에 법의 잣대를 대서는 안 된다는 표현이 그런 뜻으로 말씀하신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냥 그 정도로 넘어가겠다”고 말을 줄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공약하신 사항의 정책수행은 제대로 해야 되는 게 맞다”며 “그러나 공약을 이행하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두 정당화된다는 주장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희가 감사한 내용은 정책 수행의 목적 설정 자체를 본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수행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지켰느냐를 본 것”이라고 했다. 탈원전 정책이 추진된 과정을 보면 대통령이 황당무계한 엉터리 정보에 입각하여 원자력 산업 해체를 결정하고 부하 공무원들은 이 정해진 결론에 맞추려고 적법절차를 무시하거나 자료를 조작하였다. 사실, 과학, 법치를 한꺼번에 파괴한 反문명적 행위였다.
이런 일이 대통령 공약이니까 따지면 안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대통령을 무소불위의 帝王으로 설정한 사고방식이다. “정책에 대해 수사하고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공무원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다”는 질문은 말로서 성립되지 않는다. 국민과 헌법이 공무원에게 법과 규정을 무시할 수 있는 특권을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정책은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는 지난해 10월 월성 1호기 감사 발표 이후부터 민주당이 감사원을 공격해온 논리라고 한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월성 1호기 폐쇄는 대선공약으로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은 정책”이라며 “폐쇄 정책 자체를 감사 또는 수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썼었다. 월성 1호기 감사는 조기폐쇄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 과정의 절차적 적법성 여부만 다뤘다.
감사원이 지난달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수립과정이 절차적으로 타당했는지 감사에 착수하자 여당은 다시 같은 논리로 압박했다고 한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감사 착수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 “감사원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감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인데 ‘월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그러나 이번 감사가 정책 수립 자체의 타당성이 아니라 정책 수립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다룬다고 강조했었다.
어제 법사위 회의에선 월성 1호기 감사 이후 수사참고자료를 검찰로 송부한 데 감사위원 전원이 동의했느냐는 소병철 민주당 의원 질의도 있었는데, 최 원장은 “그것은 감사위원회 의결 사항이 아니다”며 “수사참고자료를 (검찰로) 보내는 데 이의 제기하는 분들이 아무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이와 관련해 논란이 있자 “(감사위) 회의록을 열람하는 데 이의가 없다”고 했다. 매사 자신만만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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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은 진열대에 있는 아이들을 물건 고르듯이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10년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입양 아동’ 실언이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연일 논란 중인 가운데, 엉뚱하게도 최재형 감사원장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됐다.
최 감사원장을 이 논란에 소환한 건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다. 조 의원은 19일 두 아들을 입양한 최재형 감사원장의 과거 인터뷰를 인용해 ‘입양아 교체’ 발언을 한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입양 가정에서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 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변할 수가 있기 때문에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중략)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라고 발언해 논란이 커졌다.
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이를 가슴으로 낳는 것이 입양”이라며 최 감사원장의 과거 인터뷰 기사를 소개했다. 두 아들을 입양한 최 감사원장은 인터뷰에서 “입양은 진열대에 있는 아이들을 물건 고르듯이 고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이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아이에게 무언가를 기대해서 입양을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양은 말 그대로 아이에게 사랑과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감사원장은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는데, 이 중 두 아들은 입양되었다. 1984년생, 1988년생 두 딸을 키우다가 2000년과 2006년 각각 9개월, 11살 남자 아이를 입양했다.
그는 2011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입양 과정에서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입양으로 인한 통과의례와도 같은 고통이 있다. 입양 사실이 알려졌을 때 부모와 아이가 함께 겪어야 하는 고통이다. 그런데 그 고통에는 총량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고 한다. 입양 사실을 아이에게 미리 알려주면 입양에 대한 충격을 나눠서 받아들여 아이가 입양 사실을 감당해낼 수 있다.”
최 감사원장의 입양 스토리를 소개한 조 의원은 “대통령이 생중계 기자회견에서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같이 민망한 얘기를 꺼내는 건 국제적 망신”이라며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 출신이다. 가슴이 답답해진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