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1 / 김용택 시인

[청노루]

섬진강 1

가문의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198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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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60) 시인은 섬진강의 시인이다. 전북 임실군 덕치면 진메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전북 임실군 덕치면 덕치초등학교 선생이다.

그는 하루도 섬진강을 보지 않는 날이 없이 섬진강과 함께 살아왔다.

그를 80년대 대표적인 농촌시인으로 우뚝 서게 한 섬진강 연작시는

섬진강변의 새와 풀꽃과 흙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가득 담고 있다.

그에게 섬진강이라는 공간은

“치마폭에 쌓이는 눈물을/ 강물을 가져다버리”(‘선진강 2’)는 누이가 살던 곳이요.

“강 건너 산밭에 하루 내내 스무 번도 더, 거름을 져 나르”면서

“해 저문 강 길을 홀로 어둑어둑 돌아오시는 어머니”(‘섬진강9’)가 살아온 곳이요.

“누구는 이라자라 쟁기질 잘하고/ 소 잘 다루고/ 누구는 선일 잘하고/

모 잘 심고 써레질 잘하고“(섬진강 13‘)

그리하여 다 사람 구실을 하고 인심이 변동이 없는 곳이다.

이 시는 섬진강 연작시의 말미의 시이다.

생명들의 이마에 꽃등을 달아주는 생명의 젖줄 섬진강을 노래했다.

지도에는 없지만 그네들만은 서로 아끼고 챙겨가며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사는 곳,

일어서서 껄껄 웃는 지리산과 훤한 이마 끄덕이는 무등산을 부모처럼 이웃처럼 모시고 사는 곳,

그런 큰 산들의 역사와 함께 살아온 까닭에 지금껏 마른 적 없는 도도한 흐름이 있는 곳,

크고 굳 세고 건강한 살림 공동체.....

섬진강 연작시에는 시골 사람들의 투박한 입담이 들꽃처럼 곳곳에 피어 있다.

‘너무 그리 말더라고’ 등의 전라도 방언과

‘저런 오사릴 놈들’ 같은 상말을 구사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툭 터놓고 말하는 그의 시는 맑고 정직하나,

“나는 내 이웃들의 농사에/ 내 손이 희어서 부끄러웠고/ 뙤약볕 아래 그을린 농사꾼들의/

억울한 일생이/ 보리꺼시락처럼 목에 걸려/

때로 못밥이 넘어가지 않아/ 못 드는 술진을 들곤 했다,“

(‘길에서’)는 고해성서와도 같은 자기고백을 보라.

그럼으로써 “우리 어매 날 낳아/ 가난한 일 속에 날 기른/ 헐벗은 젖 가슴 같은 산천”(섬진강 27‘)을

다 노래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았다. 그럼으로써 그는

“아직도 두 눈 시퍼렇게 부릅뜨고/ 땅을 파는/

농군“(마당은 비둘이졌어도 장구는 바로 치자”)의 편에 섰다.

살 아프고 맘 아픈 그들의 편에 서서 환장할 것 같은,

기가 차고 어안이 벙벙한 농촌의 현실을 다 발언했다.

그의 시에서는 포슬포슬한 흙냄새가 난다.

그의 시를 통해 은어 떼가 헤엄치는 푸른 강과 넓디넓은 평야를 본다.

가슴이 넓어지고 따뜻하다,

[문태준 시인]

30일 재생기간 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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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심]

청노루님 시도 잘 읽고 설명도 감사합니다.
청노루님 어제 우리 정모였는데 참석 하셔서 함께 즐기시면 좋을텐데요.
그리고 청노루님 글을 올려 놓으시고 댓글이 없으면 섭섭 하시지요.
친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올릴때는 아래 친구들 사진이나 글에 몆줄이라도
댓글을 달아 주시는게 예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청노루]

아, 그랬었군요. 아침에 글 올리고 바삐 외출하느라고
다른 분의 글을 읽지 못하였습니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유의하겠습니다. 정모에는 가고싶으나 그럴만한 사유가
있어서 불참하오니 너그럽게 이해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구현]

섬진강시인의시 설명과함께올려주셔서
잘보고 갑니다,

[청노루]

슬슬 발동이 걸리는 요즈음입니다. 남해 방향으로 진로를 잡아볼까 생각중인데
마침 좋은 시가 눈에 띄어서 올렸습니다. 앍어주시고 답글 주시고 하니 여한이 없습니다.
근간에 얼굴 보도록 해요. 감사합니다.

[돌뫼]

섬진강변에 전개되는 우리 민중의 삶을 통해서 본 끈질긴 생명력을 느낍니다.
지리산이야 발원지이니 마땅히 등장할지나,
시인의 눈길은 코앞의 백운산을 훌쩍 뛰어넘어 멀리 무등산에 머무는군요!
정감이 가는 좋은 시, 잘 읽고 갑니다.
1982년 등단작품으로 기억됩니다.

[주음치]

섬진강을 주제로 한 시 감사히 보고 가요
요즈음 그곳은 매화곷이 한창 이랍니다

[당아욱]

좋은시와 자세한 설명 고마워요. 오랫만에 여기서 보니 친구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잘 지내지요?. 자주 들려 줘요.

[연지향]

좋은시 설명과 함께 잘 보았네요 늘~행복하시고 정모에 한번 나오세요...

[죽전]

감사히 머물다 갑니다.
요번에 함께 섬진강에 다녀 왔으면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