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도 갑을관계 적나라게 드러나" | ||||||
'제9회 개혁과부흥 컨퍼런스' 개최, 오세택 목사 강의 | ||||||
편의점주들의 잇따른 자살, 대형마트와 협력사 간의 불공정 거래, 남양유업 사태 등 한국사사회는 ‘갑을’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때에 성경적으로 ‘갑을관계’를 풀어보는 컨퍼런스가 개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매년 사회적 이슈에 대해 성경적 해석 및 대안을 제시하던 개혁과부흥 컨퍼런스가 제9회째를 맞아 ‘상하주종을 넘어 협력공존을 지향하는 성경적 갑을관계’를 주제로 12일부터 14일까지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개최된다. 이번 컨퍼런스에 주관단체로 참여한 문화와설교연구원 대표 신동식 목사는 “한국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이면의 모습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너무 많이 있음을 본다.”면서 “한 쪽에서는 몇 억씩 성과급 잔치가 벌어지고 있지만 다른 편에서는 24시간 노동의 결과가 빚 덩어리에 내몰리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서 우리 모두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위하여 분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첫 날 ‘성경이 말하는 갑을관계’를 주제로 강의한 오세택 목사(두레교회)는 최근 발생한 항공기 여승무원 폭언, 남양유업 밀어내기 횡포,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형 혐의 등 일련의 사건들을 언급하며 이 사건들의 공통점에 ‘갑의 횡포’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택 목사는 “갑의 횡포는 어제 오늘의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패하고 타락한 인간의 현상이었다.”면서 “인간군상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성경에도 갑의 횡포와 을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오 목사는 인간이 타락해 하나님을 등지게 되면서 인간은 존재론적 결핍, 거역할 수 없는 자기애적 집착과 탐욕의 존재가 되어 “인간은 서로 원망하고, 시기하며, 죽고 죽이는 고통의 관계로 전락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고 인간이 번성할수록 이런 '갑'과 '을'의 고통은 증폭된다. 라멕의 경우는 포악이 폭발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한 때다. 이렇게 사람들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 마음에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 하나님은 땅 위에 지으셨음을 한탄하고 또 한탄하시게 된다.”면서 “이에 하나님은 한 번은 홍수로, 한 번은 언어의 혼잡으로 심판하셨지만, 인간이 하나님을 등지므로 악육강식, 우성열패, 승자독식과 같은 갑을관계, 사자가 소를 잡아먹듯이 '갑'이 '을'을 삼키며, 마음대로 '을'의 눈을 뽑는 인간 실존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여러분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창세기 12장 1절부터 3절 말씀은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면서 “힘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먹고, 강자가 약자의 눈과 이를 뽑는 인간의 실존을 한탄하신 하나님께서 모든 인간이 존엄하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소망하시면서 아브라함을 불러내 언약을 맺으셨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철저한 ‘을’의 삶을 살았던 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역사라고 설명하면서 “애굽에 있었던 430년 동안의 연단을 통해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힘 있는 자들의 탐욕으로 인해 힘없는 자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체험하게 하셨다.”며 “갑의 횡포와 그로인한 을의 고통을 내면화하는 시간을 가지게 하셨던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복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인식케 하셨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율법의 정신 또한 “갑과 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해 갑의 한계를 정하신 것”임을 강조하면서 “이 법들에 나타난 복의 정신은 이 땅의 모든 인간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특히 이웃에는 짐승까지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교절을 절기로 지키게 하셨던 이유도 애굽 땅에서 겪었던 고통스런 경험, 즉 갑의 횡포와 을의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열국의 백성들이 복 받게 하기 위해 바로의 산해진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욕망을 내려놓고, 그 입맛까지도 바꾸라는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강조했다. 오 목사는 “인간의 현실은 여전히 '갑'도 '을'도 없는 복된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도를 주셨지만 인간은 현실을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여전히 '갑'이 되기를 원하는 삶을 살아버리고 있다.”면서 “이런 인간들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법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겨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그리고 경제적 풍요를 누리도록 한 인물이 바로 다윗”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갑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절대 을인 타자를 해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다윗도 결정적인 실수를 했는데, 우리아를 비열하게 죽이고 그의 아내 밧세바를 빼앗은 사건이었다.”면서 “이 사건으로 인해 다윗은 자신과 인간의 절대 죄인으로 하나님의 법으로 갑과 을이 평등하게 된다는 것이 허구임을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구원의 의미에는 단순히 죄 씻음 받고 천당 가는 것만이 아니다.”고 강조하며 “바울에 의하면 하나님을 등짐으로 자기애적 욕망에 사로잡혀 고통과 죄를 짓던 인간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의 부활과 함께 새 생명으로 살아나 다시는 자기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와 타자, 고통 받는 타자를 위해 사는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오 목사는 “하나님을 등짐으로 자기애적 탐욕으로 부패하고 타락한 인간의 법은 ‘갑’이 ‘을’을 잡아먹는 것이다. 이를 한탄하셔서 열국을 복되게 하려고 선택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준 모세의 법은 ‘갑’과 ‘을’이 평등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인간을 새로운 존재로 만드시기 위해 십자가와 부활로 주신 구원의 법은 ‘갑’이 고통 받는 ‘을’의 종이 되어 떠받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남오성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의 ‘종교적 권위로 무장한 교회 안의 갑을관계’, ‘전세 값과 함께 치솟는 갑의 지위, 임대인’을 주제로 김남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동산 팀장)가 강의를 했다. 둘째 날인 13일에는 최병성 목사(환경운동가)의 ‘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갑, 인간’, 은수미 의원(민주통합동 국회의원)의 ‘법 위에 군림하는 갑, 자본’, 유종일 교수(KDI 국제정책대학원)가 ‘갑을관계 재정립을 위한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강의한다. 마지막 날인 14일에는 정욱식 대표(평화네트워크)의 ‘관존민비에서 시작된 절대 갑, 국가’, 홍세화 대표(학벌없는사회)의 ‘왜곡된 갑을관계의 시작, 학벌’, 서기호 의원(진보정의당 국회의원)이 ‘법제도 개정을 통한 갑과 을의 관계 재조정’을 주제로 강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