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삼국지 ‘필동, 을지, 남포’를 맛보다 조금만 걸어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높은 습도와 뙤약볕에 숨이 턱턱 막혀온다. 이런 날엔 속을 시원하게 뚫어줄 냉면을 찾게된다. 냉면은 본래 평안남도 평양이 원조로 ‘평양냉면’은 냉면 중의 냉면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 그 원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보석 같은 북한식 평양냉면 맛집을 찾았다. 45년 전통의 남포면옥 평양냉면은 뭐니 뭐니 해도 육수가 생명. 냉면이 나오자마자 육수부터 한 입 들이켰다. 평양 냉면이지만 50년 세월에 서울 사람들의 입맛이 배겨있다. 소고기(양지머리, 사태육)로 우려낸 육수에 직접 담근 동치미 국물을 가미한 육수는 한 입으로 먹는 이를 행복하게 만든다. 입에 착 감기는 그 맛에 더위는 한 방에 날아가고 젓가락질은 바빠진다. 4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남포면옥은 그 맛도 맛이지만 기왓장과 나무로 멋을 낸 한옥 내부구조의 토속적인 정취가 냉면 맛을 더한다. 곳곳에 보이는 장독대, 항아리에서 노란 바가지로 메밀가루를 퍼 나르는 모습이 예스럽다.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서 고향을 만난 느낌이다. 남포면옥은 그 명성 덕분에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허둥지둥 서두르는 것 없이 점잖은 분주함 속에서 손님들을 맞이한다. 종업원들은 연신 웃는 얼굴로 음식이 아닌 정을 나른다. 위치 : 을지로입구 1번 출구에서 하나은행과 삼성화재 골목으로 50m 정도 들어가 신라 약국 골목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우측에 있다. 영업시간 : 오전 11시30분 ~ 오후 10시 (연중무휴) 문의 : (02)777-3131 필동면옥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당신이라면 필동면옥 냉면의 첫 맛은 조금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필동면옥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 심심하면서도 은근한 맛이다. 일반 냉면을 쌀밥에 비유하자면 필동 면옥의 냉면은 구수한 보리밥에 비유할 수 있다. 메밀로 만든 면은 쫄깃함은 떨어지지만 입에 한 가득 넣어도 목 막힘이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면을 따로 자를 필요가 없다. 면을 씹을수록 메밀의 구수함이 육수와 어우러져 묘하게 감도는 감칠맛을 낸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로 낸 육수를 고춧가루와 파로 고기의 누린 맛을 잡고 담백함을 더했다. 전통 평양냉면을 그대로 재연했기 때문에 ‘원조 냉면’을 찾는 사람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가게다. 위치 : 충무로역 1번 출구에서 직진하다가 행복예식장을 끼고 우회전해서 200m정도 직진하다보면 왼쪽 골목에 위치해 있다.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9시 (둘째, 넷째 일요일 휴무) 문의 : (02)2266-2611 을지면옥 오래된 간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화려한 인테리어도 없이 묵묵히 40여년을 장사해 온 ‘을지면옥’이 보인다. 기자가 사진을 찍어도 사장님께 질문을 해도 묵묵부답이다. “드신 대로 평가해 주세요”라는 말뿐. 을지면옥은 입소문으로 찾아가는 맛집의 정석을 보여준다. 을지면옥의 냉면은 파와 고춧가루의 고명이 다소 낯설다. 돼지 머릿고기 한 점을 메밀 면과 함께 말아 먹으면 기름이 적당히 빠져 쫄깃쫄깃한 머릿고기에 메밀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그 맛이 또 일품이다. 한입에 한입, 그리고 또 한입을 더해 갈수록 그 맛이 더해진다. 짭쪼름한 육수는 살얼음이 없이도 가슴 시원하게 더위를 식혀준다. 육수만 더 추가 하고 싶은 아쉬움을 남기게 하는 을지면옥. 육수도 그 면도 그 맛의 비결은 ‘며느리도 모르는 일급비밀’. 단지 1, 2층 자리를 가득 메운 손님이 그 맛을 증명해 주고 있다. 위치 : 을지로3가 5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간판이 보인다.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9시(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 문의 : (02)2266-7052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의 차이 한여름엔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은 바로 냉면이다. 새콤한 동치미국에 둥둥 띄워 놓은 얼음만 보아도 시원하고 땀이 가신다. 계절 별미로 자리매김한 냉면은 그 인기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그 중 대표주자는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이다.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두 냉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함흥냉면 긴 면발과 눈물이 날 정도로 맵고 진한 냉면 비빔장이 특징이다. 함경도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동해안을 끼고 있어 갖가지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을 이용한 음식이 많이 발달했다. 회를 얹어먹는 회냉면이나 가자미로 만든 식혜가 유명한 것도 이런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또한 함경도 지역의 특산물인 질 좋은 고구마, 감자 전분으로 뽑아낸 특유의 가늘고 질긴 면발을 가졌다. 함흥식 냉면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 홍어회가 든 매운 회냉면이다. 후후 불며 함께 먹는 뜨거운 육수, 질긴 면발과 머릿속에 땀나도록 매운 비빔양념장은 함경도 지역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갔던 함경도 사람들의 강인한 기질이 그대로 녹아 있는 전통 ‘북한 식문화’이다. 평양냉면 맵거나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감자나 고구마 전분이 많은 함흥냉면에 비해 평양냉면은 주로 메밀로 면을 뽑는다. 함흥냉면에 비해 거칠고 쉽게 끊기며 면발이 굵다. 냉면육수로는 꿩 삶은 국물을 으뜸으로 삼으며 대개 사골을 우린 물이나 동치미 국물이 이용된다. 평안도는 산세가 높고 험하나 평야가 넓어 곡식이 풍부한 편이다. 또 서쪽은 서해와 닿아있어 해산물이 많이 나고 옛부터 중국과의 교류가 많은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평안도 사람들은 진취적이고 소탈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음식들도 사람들을 닮아 많은 종류의 음식이 발달되기 보다는 한두 가지를 큼직하고 풍성하고 담백하게 만들어 먹는 것을 즐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