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노래 두 곡] 김금래의 시 <시골 의자>, 이선희의 노래 <인연> 외
시골 의자
김금래
시골 마을 텃밭 옆에 폐타이어가 있지. 바퀴 닳도록 길을 달리다 할머니를 만난 폐타이어. “비 맞아도 젖지 않는당께. 앉아 보소! 엉덩이가 따습구만이라.” 밭이랑의 참외처럼 달달한 할머니 칭찬에 타이어는 시골 의자가 되었어. 허리 두드리며 텃밭을 나온 할머니가 수건으로 옷을 탈탈 털고 의자에 앉으면 이웃 사람들 흘러와 맑은 물소리를 내지. 낼은 운동회고 글피는 혼자 사는 할아버지 생일이고 시냇물에 나무다리 떠내려간 것도 사투리로 아는 의자. 나비, 방아깨비, 별도 달도 앉았다 가는 의자. 아이들 달려와 둥글게 앉으면 해바라기가 되는 의자. 동그라미 속에 토끼풀도 키우는, 이제는 시골 사람 다 된 의자.
(김금래 동시집 <꽃피는 보푸라기>, 한겨레아이들, 2016, 64쪽)
[감상]
어느 날 시골 마을 텃밭 옆에 폐타이어가 놓여 있게 되었습니다. 폐타이어가 어떻게 거기 놓이게 되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도시에서 폐타이어를 공터에 놓으면 자칫 지저분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시골 마을에서 타이어를 공터에 비치하니 나름 쓸모 있는 것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무용지용(無用之用),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이었습니다.
폐타이어는 그 둥근 몸체 덕분에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고 금방 말랐습니다. 할머니가 살짝 앉아보니 온기도 남아 있는 데다, 돌이나 나무처럼 딱딱하지 않아서 참 안락하기 그지없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비 맞아도 젖지 않는당께. 앉아 보소! 엉덩이가 따습구만이라.”
폐타이어는 쉼터가 되었고, 정보를 교환하는 모임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폐타이어는 마을의 모든 일일 속속들이 아는 영물이 되었습니다. 나비, 방아깨비, 별도 달도 앉았다 가는 의자였습니다. 아이들이 달려와 둥글게 앉으니 글쎄, 해바라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폐타이어는 동그라미 속에 토끼풀을 키웁니다. 그야말로 시골 사람이 다 되었습니다. 폐타이어에 한번 앉아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노래 두 곡] 이선희의 노래 <인연> + <그 중에 그대를 만나>
https://youtu.be/xkKo2nD8R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