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 모여있지만 대화가 없었다, 수시간 기다렸지만 불평이 없었다
22일 서울 노원구 서울북부고용지원센터 4층 교육장. 실직자 200여명이 고용센터 직원의 안내로 실업급여 신청 양식을 작성하고 있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베이비붐 세대가 절반 가까이 앉아 있었지만, 분위기는 마치 고3 교실과도 같았다. 신청서 작성 요령을 설명하는 고용센터 직원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모두가 조용히 집중하고 있었다."긴장하지 말고 상식적으로 쉽게 쓰시면 됩니다.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고용센터 직원은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신청서의 23개 문항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작성 요령을 설명해주고 있지만 실직자들은 쉽사리 기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나 잘못 기입해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할까 조심스러운 것이다. 1시간30분 동안의 교육시간이 끝나고 신청서를 교육장 밖의 창구에 접수해야 하지만 10여명의 실직자는 아직도 미진한 점이 있는지 교육장 앞의 직원에게 몰려갔다.
우리나라에서 실업급여 수급자가 가장 많은 서울북부고용지원센터는 하루에 많으면 700명씩 몰려든다. 비교적 사람이 적은 금요일이었지만 이날도 400명이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번잡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한꺼번에 수백명이 들어선 구직창구, 실업급여 신청 창구조차 의외로 조용했다. 실직자라는 자괴감 때문인지 센터 직원이 아니면 다른 사람과 말을 주고받는 사람도 없었다. 취재진이 만나본 베이비붐 실직자들도 열에 아홉은 "시간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베이비붐 세대의 자부심은 실직과 취업난에 파묻혀 버렸다. 구직 창구에 앉아 있던 이모(53)씨는 사연을 들려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사람이 없는 복도로 나가서야 입을 열었다.
- ▲ 22일 서울북부고용지원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을 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설명회를 듣고 상담을 하기 위해 조용히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이한수 서울북부고용지원센터 소장은 "실직자라는 자괴심 때문에 이곳에 오시면 다들 남의 시선을 피하고 위축되곤 한다"라며 "장시간 대기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드러내놓고 불평하는 분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노원·강북·동대문·중랑·도봉구 등 5개구를 관장하고 있는 서울 북부고용지원센터는 작년 한 해 24만명에게 1747억원의 실업급여를 지급했다. 주거 밀집 지역이라 인구도 많고, 그 때문에 취업한파가 가장 빨리, 가장 깊이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베이비붐 세대 실직자가 전 연령대 가운데서 가장 빠르게 급증하고 있었다. 서울북부고용지원센터에서 실업급여를 받는 실직자 가운데 45~54세 연령대의 비율은 2008년 16.7%에서 작년에는 19.1%로 급증했고, 작년 12월엔 20.7%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 연령대의 작년 취업 성공률은 15.9%에 불과했다.
첫댓글 희정씨 ... 연희야 ... 미술관 가겠다고 하면 예약할깨... 이번주 돌아오는 주말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