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관광안내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하늘은 구름이 가득하지만 미세먼지가 좋다는 예보답게 부남호 주변은 시야가 깨끗하다. 태안보물선 상징탑에 가서 사진을 남긴다. 지난 번에는 오후에 도착해서 역광의 조건이었으나 지금은 태양을 등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늘은 두툼한 구름이 덮고 있어서 오히려 햇빛이 적절히 차단되어 사물을 찍기에는 조건이 좋다. 부남호 난간에 서서 호수를 본다. 짙게 깔린 구름은 멀리 수평선 쪽으로 달려가고 우측의 현대 서산농장이 있는 곳에는 현대건설의 로고가 그려진 대형 사일로가 있고 좌측으로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드라이빙익스프리언스센터도 잘 있다. 수평서 너머로는 도비산과 팔봉산 그리고 백화산이 아련히 들어온다.
오늘도 날이 좋아 조망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태안군에서 설치한 경계안내 조형물을 스쳐간다. 그동안 리아시스식 해안의 굴곡이 심한 곳을 지나느라 한참동안을 태안에서 머물렀으나 지금부터는 서산시로 잠시 들어갔다가 간월암을 지나면서 궁리항으로 이어갈 즈음에는 홍성으로 지역이 바뀐다. 이제는 서해안을 따라 보령과 대천을 지나고 마랑포구와 비인마저 쏜살같이 건너가면 충남의 끝자락인 장항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마음은 벌써 전북의 군산에 가 있게 된다.
서산B지구방조제를 지나는 자전거도로 전용길은 도로 옆으로 함께 간다. 우측 바다 너머로 사장교가 보인다. 안면도와 황도를 이어주는 연륙교인 황도교다. 안면도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육지로 변한 황도는 사람들이 거주하기 전에는 황무지였으나 보리밭으로 가꾸면서 여름에는 황금벌판으로 변하여 황도(黃島)로 불렀다고 한다. 그 앞에는 다시 아주 작은 섬인 외섬이 떨어져 있는데 창리포구 부근에 있는 토끼섬과 가까워 보인다.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지만 아직도 부남호 저멀리 수평선 끝에는 백화산과 팔봉산이 선명하다. 요즘 미세먼지가 좋은 날이 자주 있다. 최근에는 공휴일에 비가 계속 내렸으나 서해랑길을 걷는 날은 왠일인지 비가 비껴갔다. 오늘은 오후 3시경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므로 지켜볼 일이다. 그래도 아침부터 비가 내리지 않으니 그나마 복받은 기분이다.
방조제는 금방 서산농장까지 왔다. 지난 65코스에서 태안관광안내소까지 이미 걸었으니 거리가 짧아진 탓이다. 부남호의 배수갑문을 지나면 바로 현대서산농장 정문이다. 이곳을 작년 9월 초에 다녀갔는데 벌써 8개월이 지났다. 당시 태안의 74코스를 8월 네째 주에 마치고 지선 6개의 코스를 걸었다. 서해랑길 지선은 지금 걷는 64코스에 있는 창리포구에서 출발하여 서산농장을 경유한 후 서산 내륙을 돌아 당진에 있는 삽교천시외버스터미널까지 트레킹하였다. 그 지선 출발지가 서산농장 앞의 신호등을 건너가면 바로 있다. 창리포구쪽으로 가면서 뒤를 돌아 농장 쪽을 바라본다. 한문으로 현대라고 쓴 커다란 표지석이 보이고 그 뒤로 숲이 보이는데 오래전에 정주영회장이 방조제를 건설할 때 현장에 있을 때 묶었던 숙소가 있는 곳이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잘 보존되고 있을 것이다.
명사포님과 함께 해안가 쪽으로 걷는다. 바다 건너편으로 서산방조제 끝이 가까워 보이고 당암포구의 마을 전경이 비쳐진다. 예전 현역시절에 한 두번은 이 방조제를 차량으로 건너 갔을 것 같은데 기억이 없다. 삽교천 방조제는 확실이 기억은 있는데 서산방조제는 기억이 없다면 처음부터 다닌 적이 없던 것일까. 하얀 이팝나무꽃이 한창인 제방을 따라 창리회타운을 지나 창리선착장으로 간다. 변함없이 정자는 주차장의 차량속에 묻혀있고 서산창리바다낚시터을 알리는 조형물도 바다에 떠 있고 좌대낚시도 여전하다. 바람이 세게 불고 있어서 파도 물결은 출렁거린다. 모자 뒤쪽에 있는 끈을 좀 더 조이고 다시 깊이 쓴다. 해안 제방을 따라 걷는다. 어느 집 앞마당에 패랭이가 군락으로 붉은 꽃이 피었는데 바라보는 눈을 호강시켜 준다. 창리교차로쪽으로 가기전에 창촌나루터 앞에는 육지와 연결된 검조도가 녹색의 나무들을 등지고 있다. 간척사업 후에 자연적으로 육지와 연결된 듯하다.
구세군부남교회 건물 앞에서 창리교차로의 횡단보도를 건너 서산 방향으로 길을 이어간다. 교차로에서 간월암 방향으로 갈 때는 우측으로 보행하는 길은 없다. 서해랑길은 서산 방향으로 갈 경우 좌측에 조성된 자전거전용길을 따라 홍성의 궁리항 입구까지 가야 한다.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며 SK주유소와 하모니마트를 지나는데 길가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에 꽃이 피었다. 예전에는 5월 하순에 보이던 이 꽃도 벌써 세상에 나와 온난화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도로 옆으로 조성된 자전거전용길을 따라 걷는다. 농지에는 이미 흙갈이와 균평작업을 끝내고 써래질까지 마쳤다. 그래서 논에는 가둔 물이 흥건하다. 몇일 있음은 모내기가 시작될 것이다. 그 너머 산 능선에는 둥지전망대와 철새전시관 그리고 4D영상관까지 건물 일부가 살짝 보인다. 서산버드랜드가 그곳에 있음을 홍보하고 있다. 철새도래지인 천수만을 보전하고 생태관광의 활성화를 위해 만든 철새생태학습장이다. 둥지전망대의 경우 하단 구조물은 배를 형상화했고 상단은 회오리 모양으로 철새알을 상징했다고 한다.
도로 옹벽을 끼고 계속 가면 96번 지방도로에서 버드랜드로 들어가기 위해 만든 터널이 있고 그 곳에는 새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보이는데 날개 부분에 새와의 공간 서산버드랜드라는 글이 써 있다. 칼라풀하게 제작하였으나 가창오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노을 지는 천수만에는 가창오리의 군무가 유명하다. 버드랜드와 연결된 도로에는 키가 작은 가로수가 보기 좋게 심어 있다. 자전거전용길보다 지방도로가 높아서 우측의 상황을 알 수 없지만 지도를 보면 검조도를 경유했고 토끼섬과 간월호 쉼터공원까지 못보고 지나간다. 버드랜드로 들어가는 도로에 있는 현수막 전용 게시판에는 서산시의 홍보물이 걸려 있다. 도약하는 서산, 살맛나는 서산. 터널을 지나는데 트랙터 2대가 물이 담긴 농지에서 써레질을 하고 있다. 아마도 옆의 논에서 작업을 끝내고 이곳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옛날에는 소를 이용하여 사람이 쟁기로 흙을 갈았다. 써레질할 때는 워워~ 이랴 이랴~하며 소를 향해 말을 하고 어떤 때는 회초리로 등을 살짝 치기도 했다. 이런 시절을 겪기도 했으니 격세지감이다. 써래질을 마친 논에는 왜가리 몇 마리가 날으며 자리를 옮기고 있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니 겁이나서 이동하는 것인지 아니면 영역다툼에서 밀려나서 그런 것인지는 알수 없으나 물이 가득한 논에는 먹거리가 풍부할 것이라서 왜가리의 식탐을 충분히 만족시켜 줄 것이다.
아라메길 안내판이 보인다. 서산의 삼길포항과 구도항 그리고 해미읍성과 개심사를 지나며 만났던 서산아라메길이다. 태안으로 진입하며 헤어졌으나 서산을 다시 경유하면서 이렇게 조우한 것이다. 여기는 서산아라메길 6코스다. 간월도선착장에서 서산버드랜드와 부남호제방길을 지나 터널이 있는 이곳까지 약 17Km 구간이다. 그래서 작년에 지선64-1코스를 창리포구에서 시작하여 현대서산농장을 지나 부남호 제방길을 걸을 때 아라메길 이정표를 보게 된 것이다. 아라메길 6코스는 서해랑길 64코스와 일부 구간이 겹치면서 아름다운 길로 거듭 나고 있다. 길은 살짝 오르면서 도로와 마주친다. 건너편을 보니 서산A2지구방조제 개보수사업이라고 쓴 현수막이 걸린 단층 건물이 보인다. 어떤 공사가 시작될 것 임을 알리는 것 같다. 건물 옆으로는 암석들이 널브러져 있다. 수석같지는 않고 물막이 공사 때 쓰는 돌들로 보이는데 문외한이라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지 못하겠다. 지도상으로는 천수만쉼터가 있는 곳인데 라이더들이 횡단보도를 건너서 쉴까?
농경지에는 트렉터가 작업한 바퀴 자국이 수없이 표시된 곳이 있기도 하고 잡초가 자라서 연녹색으로 변해가는 땅도 있다. 드넓은 농지 중간에 살며시 솟아 있는 언덕같은 곳은 일직선의 단조로운 지평선에 변화를 주어서 보는 눈을 살짝 아름답게 보이게 만든다. 좌측으로 낮게 보이는 산자락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어떤 산일까 생각하는데 금방 머리를 때린다. 도비산이다. 태안관광안내소에서 부남호 건너편으로 보이던 그 산이다. 그곳에서 이만큼 걸어 왔으니 도비산이 좌측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측으로 간척지 너머 산 줄기가 보이는 곳은 어디일까. 구름이 짙어서 흐리게 보이지만 시야는 좋은 편이라서 능선위로 송신탑이 있는 듯 없는 듯하다. 지선64-2코스를 걸을 때 해미읍성에서 보았던 가야산이다. 서산B지구방조제에서는 부남호를 통해 백화산과 팔봉산을 보았으나 간월암으로 가는 길에서는 도비산과 가야산이 함께 한다.
횡단보도가 나온다. 명사포님과 함께 건너간다. 편의점이 있고 주유소도 보인다. 여기는 닭섬이라고 하는데 예전에 방조제와 엮이기 전에는 섬이었나보다. 바람이 너무 불어된다. 평소에 비해 엄청나다. 모자가 날아갈까봐 벗어서 손으로 잡는다. 창리포구 쪽을 바라본다. 특이한 전경은 없다. 방조제와 연결된 검조도는 바다 쪽으로 튀어 나왔고 한걸음 옆으로 토끼섬이 물방울처럼 떠 있다. 그 사이로 당암포구도 보인다. 중앙으로는 안면도에 속하는 황도도 가깝다. 갈매기들은 어디로 갔는지 두 마리만 하늘을 날고 있다. 좌측면에는 방조제가 뻗어가고 우측으로 이어진 땅 끝에는 붉은 등대와 섬 안에 붙은 범종각이 살포시 아는체 한다. 잠시 후에 방문할 간월암이다. 그리고 그 뒤로 다소 높아 보이는 산이 흐릿하게 자리잡고 있다. 어느 산인가 궁금하여 지도를 확인해보니 충남에서 제일 높고 가을에 억새로 유명한 오서산이다. 2년 전에 오서산을 올랐을 때 정상에서 내포지방은 열심이 바라본 기억은 살아나지만 바다 건너에 있는 서산방조제는 산 주변을 맴돌던 구름에 가려 가까운 지역을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았다. 정상에서 정암사 방향으로 하산을 했으니 날이 깨끗했으면 충분히 방조제의 모습은 찾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보다는 너무 멀어서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되었을 것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대니 금방 자전거전용길로 다시 복귀한다. 갑자기 전봇대의 방향이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는 도로 옆의 가로수가 있는 공간에 설치되었으나 지금은 좌측의 농경지 수로와 자전거전용길 사이에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그러다보니 멀리 농경지를 바라볼 때 전선이 경관을 가리고 되어 조망이 흐트러진다. 그 외에는 변화가 없다. 드넓은 농경지와 산줄기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어쩐일인지 라이더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한 명도 오고가지 않고 있다. 비 예보로 외출을 삼가고 있는 것인가. 그러다보니 자전거를 신경쓰지 않게되어 걷는것이 좀더 홀가분해진다. 어떤 때는 도로상에 자전거와 차량이 잠시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자전거는 전혀 다니지 않고 차량도로는 방조제 양쪽끝에서 신호 대기 시간만큼 멈추고 있어서 그렇다. 짧은 순간이지만 방조제 도로는 내 몸 하나로 집중된다. 창리포구쪽의 하늘은 파란 하늘늘을 보여준다. 이대로 거무스름한 구름은 걷히는 것일까.
도로에서 빠져나온 샛길이 자전거도로를 넘어 농경지의 농로를 따라 길게 이어지며 지평선 속으로 사라지고 지평선 사이사이에는 건물들이 하나 둘씩 보이는데 창고로 보이고 농경지 중간에 자리잡은 건물들은 정미소로 보이기도 한다. 가로수로 심어 있는 소나무 아래에는 애기똥풀의 노란 꽃들이 거센 바람에 몹시 흔들리지만 폭풍이나 태풍의 강풍도 이겨낸 전력이 있어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전봇대를 세어가며 걷다보니 도로에 세워진 이정표는 간월암으로 꺽어지는 길이 300m 남았다고 알려준다. 여기는 천수만에 방조제가 구축되면서 부남호와 간월호라는 2개의 담수호가 만들어졌는데 간월암을 지나면 간월호를 막아논 서산A지구방조제를 걷는다.
간월영농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으로 넘어간다. 서해랑길 이정표를 보니 총 13.2Km 중 종점인 궁리출장소까지 5.5Km 남았다. 서산아라메길 안내 기둥에는 간월도선착장이 1.4Km남았다고 알려준다. 갯벌 너머로 방파제 끝에 있는 붉은 등대가 바다를 홀로 지키고 있다. 간월암은 간월도에 가려져서 보이지는 않는다. 지나온 방조제가 서쪽으로 이어지고 그 멀리에는 작아진 창리포구와 토끼섬이 보인다. 안면도는 남쪽으로 길게 뻗어나가고 있다. 지금 보이는 바다는 안면도와 내륙인 홍성 사이의 천수만이다. 아마도 대천해변 즈음에 가야 광활한 서해 바다와 마주할 것이다. 이 또한 얼마 남지 않았다. 제방 위에는 규모가 작은 하얀 찔레꽃이 피어있다. 해당화가 이 자리에 없는 것이 이상하다. 산행하면 매년 만나는데 올해는 이렇게 해안가를 거닐면서 찔레꽃과도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도로를 조금 휘돌아 가면 예술가의 정원이라는 카페 간판이 눈에 띤다. 작은 2인극 야외극장도 있는 곳이다. 언덕 위에 있어서 볼 수는 없지만 이름 자체가 인상적이다. 저녁에 와인 한잔 곁들이며 노을 지는 간월암의 바다를 보며 여행과 함께 연극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도로를 걷는데 어리굴젓 직판장이 있고 영양굴밥 식당도 보인다. 간월도의 어리굴젖은 작아서 젓갈용으로 정평이 있다. 그래서 간월도에는 굴밥, 굴국밥, 굴전 등을 맛볼 수 있다. 간월도 굴탑 조형물이 해안가에 서 있다. 관련 안내판을 못봐서 어떤 상징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기둥 두개 사이의 상단에 굴껍질속에 굴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알아 본다. 그리고 그 옆에는 굴을 채취하는 3명의 청동 여인상이 있다. 어리굴젓기념탑이다. 앉아서 굴을 따거나 힘들어서 잠시 허리를 펴는 모습 그리고 수확한 굴을 담은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이다. 바위에서 굴을 따는데 필요한 갈고리 형태의 조새는 모두 들고 있다. 예전에는 굴 따는 일을 여인네들이 도맡아 한 것 같아 고달픈 일상이 엿보이지만 이를 통해 오늘날의 어리굴젓은 계승되고 발전되었다.
갯벌을 바라보니 시설물이 보여 그곳으로 걸어간다. 이것은 간월암의 낙조를 바다에서 볼 수 있게 만든 해양경관 탐방로다. 끝에는 중앙이 둥글게 뚫린 원형의 조형물을 몇 개 묶어 만든 포토존이 있다. 열린 원 안으로 간월암의 경관이 들어오게 끔 각도를 조정하여 만들었다. 지금은 만조시간대가 아니라서 간월암은 갯벌 너머로 보인다. 아무래도 간월암은 만조 때 보아야 아름다운 멋이 더 살아나는 듯하다. 탐방로를 이곳에 설치함으로써 경관이 아름다운 간월암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하나 더 늘어서 좋지만 어느 누구는 자연 경관을 흐려 놓았다고 말할 수 도 있다. 탐방로 데크에서 둘러본다. 간월암은 갯벌로 이어져 있어서 다수의 사람들이 오고 가고 있고 갯벌에는 많은 사람들이 쪼그리고 앉아서 굴을 따는 체험을 하는 모습들이 들어온다. 간월도에서 나오는 굴의 유명세가 느껴진다.
명사포님과 함께 인증샷을 찍고 간월암으로 향한다. 주차장으로 직접 가지 않고 갯벌로 내려가지만 지금 걷는 이곳은 간척사업으로 인해 육지와 연결된 간월도다. 해양수산부에서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 마을 100선에 포함되었으니 경관이 뭔가 다른 것이다. 지금은 주변을 둘러보아도 섬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좌측으로는 조금 전에 다녀온 탐방로가 갯벌위에 서 있다. 탐방로 시설물이 바다 위에 세워져 있으니 경관은 멋지지만 갯벌에서 보니 그것은 자연 경관을 약간 헤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니 설치할 때 반대가 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갯벌에는 낮은 암석들이 퍼져있어서 걷기가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갈 수는 없으니 그대로 다가간다.
간월암의 경관이 순간 너무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어느곳에서 본 듯한 저 모습을 어디서 보았을까. 생각난다. 얼마전에 유튜브에서 젊은 시절에 보았던 영화 '라스트콘서트' 의 주제가를 들었다. 그때 스텔라가 걸어 나오는 화면에 프랑스의 수도원이었던 몽생미셸(Le Mont-Saint -michel)이 배경으로 나왔다. 긴 백사장 끝 암석 위에 지어진 수도원의 모습이 지금 바라보는 간월암에서 비슷한 모습을 연상한 것이다. 모래해변과 갯벌은 차이가 있지만 물이 빠진 갯벌 위의 암석에 자리잡은 간월암에서 유사한 경관을 본 것이다. 특히 갯벌 위로 사람이 다닌 흔적 위에만 물기가 남아 있어서 그것이 모래 해변을 연상케 하여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간월암을 몇 번 다녀갔지만 매번 주차장에서 건너 본 것이 전부라서 이렇게 갯벌에서 옆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다. 그러다보니 간월암 본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예전과는 색다르게 느낄 수 있다. 이것도 서해랑길을 2년 가까이 걸으며 자연과 호흡하며 자연과 동화되니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된 것이리라. 이와는 별개로 간월암의 야경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는지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에도 이름이 올라있다. 간월암에서 단체 사진을 남기고 남은 구간을 향하여 전진한다.
굴탑을 지나며 해안길을 따라 제방쪽으로 다가간다. 제방 멀리 산이 솟구친 것이 보인다. 위치상으로 볼 때 용봉산이 아닐까 생각한다. 갯벌 너머로 바닷물이 조금씩 밀려 오고 있는데 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서 그런지 물결도 거칠게 출렁인다. 그 경계선상에서 굴 채취를 마치고 나오는 두 명이 보이는데 여유있게 걷고 있다. 바다 건너편에는 길게 뻗어나간 땅이 보이는 곳은 안면도다. 그래서 대천항에 도착할 때 까지 보이는 바다는 안면도와 내륙인 홍성 사이의 천수만이다. 간월도캠핌장역마차펜션 앞을 지난다. 숲 속 사이로 서부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 역마차가 일렬로 서 있다. 말만 없을 뿐이지 형태는 비슷하다. 월도리684카페 건물이 보인다. 수제맥주양조장 표시가 있으니 카페에서 수제맥주도 함께 공급하는 걸로 생각된다. 맥주는 예전부터 즐겨 마시지 않았다. 수제맥주를 마신 경험은 있지만 맛에 대한 기억이 없다.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부는 넓은 갯벌에 남녀 두 사람만이 걷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무슨 생각들을 하면서 저 광할한 바다를 바라볼까.
96번 지방도로가 나온다. 간월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간다. 자전거전용길을 다시 이용하기 위함이다. 지금부터는 간월호를 탄생시킨 서산A지구방조제를 걷게된다. 서해랑길이정표를 보니 종점인 궁리출장소까지 4.1Km 남았다. 오늘 일과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시 도비산과 가야산을 마주하고 갯벌 대신에 흙갈이가 잘 마무리된 농경지의 평야지대를 보게된다. 간월호의 농경지 제방길을 달려 온 차량이 간월암 방향으로 꺾지 않고 되돌려 나간다. 담수호의 경계선인 차량 길은 괜찮았는데 여기서 지방도로로 빠져 나가는 길이 불확실하게 보여서 그럴까. 자전거전용길은 붉은 색의 아스콘이 갈라지고 뜯겨나가서 보기 흉하다. 지금까지는 이런 아스콘 없이 시멘트 길이 었는데 여기는 무슨 연유로 덧붙였을까. 2016년도에 행안부의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 공모전에서 현재 걷고 있는 천수만자전거길도 선정되었는데 이런 부실한 길은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멀기에 조심해야한다. 간월암에 도착하기 전에 보았던 전봇대도 이곳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지루할 수 있는 방조제 길이 그나마 간월호의 자연 경관과 어울려 멋잇는 모습이 투영된다.
지금도 방조제의 자전거전용길에서는 라이더를 볼 수가 없다.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에 라이딩을 나서지 않는가 보다. 실제 하늘은 구름이 더욱 짙게 덮고 있고 부는 바람 또한 비가 내릴 듯하다. 비가 내릴 때는 걷는 것 보다 라이딩이 훨씬 불편할 것이니 이해된다. 간월호와 계속 함께 걷는다. 호수는 한없이 넓다. 호수 끝을 바라보고 도비산과 가야산 산자락도 둘러본다. 작년 9월 지선 64-2코스를 걸을 때 간월호로 들어가는 도당천 부근의 농경지를 걸어 가던 길이 호수 끝자락 어딘가에 있겠지만 너무 멀어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그 여정을 지켜보았던 도비산과 가야산 자락은 지금도 방조제를 걷는 내내 수호천사같이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뒤를 돌아본다. 일행 몇 분이 보인다. 간월암에서 점심식사를 끝내고 후미에서 이제서야 오는 분들이다. 명사포님과 함께 간월호철새탐조대에서 휴식 시간을 갖는다.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서 앉아 쉬기가 불편하지만 보랏빛의 등나무꽃이 완전히 지지않은 채 줄기에 붙어있는 등나무 쉼터는 그래도 쉬어가는 사람을 잠시 머물게 하는 매력이 있다. 온기가 남아있는 믹스커피 한잔과 더블어 김밥 한 줄을 먹는데 등나무는 간월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잘 막아주고 있어서 고맙기 그지없다.
간월호에서 철새를 볼 수 있는 탐조대 건물이 이곳에 있었던것 같은데 지금은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뉴스를 보면 겨울 철새들이 즐겨찾는 모래톱이 사라졌다고 한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고 강수 또한 증가되어서 간월호로 유입되는 수량이 늘어서 수면 아래로 잠긴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탐조대 운영을 중단했다고 하는데 그 영향으로 건물이 철거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해가 안되지만 현실은 그렇다. 간월호 부근의 농경지는 대규모 영농으로 인해 떨어진 낱알이 많고 호수에는 다양한 어류 등이 풍부하기 때문에 천수만에 철새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산시는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간척지 지역주민의 도움을 받아 볏짚 존치와 무논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볏짚 존치는 추수할 때 나오는 낙곡과 볏짚으로 먹이와 휴식처를 제공하는 것이고 무논조성은 논에 물을 가둬서 천적을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탐조대 건물이 있던 곳이라서 주차장이 아직 남아 있고 그 옆에는 서산간척지의 대역사와 정주영공법을 알려주는 대형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1980년대에 진행된 방조제 공사에서 마지막 난관이 물막는 단계다. 조수간만의 차가 워낙 크다 보니 빠른 유속으로 인해 물을 막지 못하고 있을 때 정주영 회장이 아이디어를 내어 완공했다. 그것은 세계토목건설사상 처음으로 유조선을 활용한 것이고 고철로 쓸 대형 중고 유조선에 바닷물을 가득 담아 가라 앉히면서 방조제의 물막이 공사를 완공시킨 사건이다. 이를 통해 3,000만평 이상의 대단위 농경지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후 40년이 지난 지금은 부남호방조제를 일부 허무는 역간척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부남호의 수질이 너무나 악화되어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없는 단계까지 왔다. 그래서 바닷물을 드나들게 하여 생태계를 복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장기적인 사업은 예상과 다르게 진행될 수 있으므로 당초대로 추진할 필요는 없다.
철새탐조대를 지나면 바로 홍성군으로 진입한다. 경기도에서 넘어오면서 거쳤던 예산, 당진, 서산, 태안 지역은 막을 내리고 이제부터는 홍성으로 이어지고 횡보하거나 우회하는 것 보다는 주로 해안가를 따라 남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길은 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도로와 약간 비켜서 아래로 내려간다. 간월호에 세원진 자전거전용길의 난간 사이에는 센스있게 자전거 모양이 새겨있다. 길은 96번 지방도로의 축대를 돌아가고 축대 위에는 몇 그루의 아카시아나무에 하얀 꽃이 무수히 달려 있다. 도로 아래를 지나가기 전에 간월호를 둘러본다. 궁리항으로 넘어가면 간월호를 당분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빗방울이 간간히 뿌린다. 종점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비 맞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간월호 배수갑문을 지나면 한국농어촌공사 천수만사업단의 서산A유지관리사무소 앞을 지나간다. 오전에 창리포구를 지나고 천수만쉼터를 지날 즈음에 현수막에서 보았던 서산A2지구방조제 개보수사업과 비슷하다. 이 모두 간월호의 역간척 사업을 알리는 것은 동일하다. 우측으로 길은 꺾이면서 궁리항으로 내려간다. 여기는 한산하다. 차량들도 뜸하고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여행지로서는 격이 어울리지 않는가 보다. 길은 제방과 차이가 없다. 좌측으로 안면도가 낮은 자세로 길게 뻗어가고 있고 우측으로는 방금 지나온 방조제가 배수갑문을 시작으로 직선으로 나가고 이제는 만조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어서 간월암이 바다에 떠 있는 모습으로 보이며 육지와 떨어진 섬으로 변했다.
도로 좌측의 홍성조류탐사과학관을 잠시 곁눈질하고 어민쉼터로 사용되고 있는 간이 시설물을 지날 때 비가 이슬비로 바뀐다. 우산을 꺼내 쓴다. 바람이 몹시 불어서 우산을 쓰고 걷기가 불편하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다. 바람에 날리며 파고드는 비를 맞으며 궁리 출장소로 향한다. 방파제 끝에 빨간 등대가 보이고 다른 방파제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소형 배들을 통과시키기 위한 배려로 보인다. 비가 내리고 있으니 등대 방문은 다음 코스가 시작할 때 들려보기로 생각한다. 야산에 타워가 보인다. 간월암에서도 보이던 타워다. 무엇인가 궁금했는데 홍성에서 자랑하는 홍성스카이타워전망대다. 다음 코스를 진행할 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저 맨위에 오르면 어떤 그림이 보일지 기대된다. 제방 위에 바닷가로 향하는 천국의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계단위를 오르면 지상에서 영원으로가는 느낌을 받을까. 홍성군에서 만든 관광안내도의 뒷면에는 장소는 모르지만 어느 해변의 낙조를 배경으로 삼았는데 마음을 당긴다. 궁리출장소 옆에 있는 64코스 안내판에서 QR 인증을 받고 이번 일정을 마친다. ^(^
첫댓글 멋진 글 잘 보았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토요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