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후반기 <동심문학>10호
동화
소나무들의 합창
전세준
-쏴아 쏴아 엄마 아빠 보고보고 파요
밤낮없이 불러봐도 오지않는 우리엄마
무서워요 사람들이 오는것이 무서워요
엄마 아빠 모두같이 있으면 참 좋은데
엄마 아빠 돌아와요 우리하고 살아요.
준호는 집을 나와 부리나케 뒷산으로 올랐어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숨을 헐떡이면서.
“준호야!.”
엄마의 외침이 바람 타고 왔지만 준호의 귀에는 모기소리처럼 들려왔어요.
헐떡이던 준호는 소나무 그루터기 위에 올라앉아 한숨을 몰아쉬었어요.
“왜 그러니, 준호야?.”
어디선가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너는 누구니?”
준호는 사방을 살펴보면서 두 눈을 크게 떴어요.
이곳에는 사람이 사는 마을이 아니기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어요.
“응, 나야 나, 너 친구.”
“뭐, 내 친구?”
“으응, 그래 매일 만나는 친구도 모르니?.”
바람 타고 오는 소리는 무척 화가 난 듯했어요.
“어디 어디 있어?”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은 없었어요.
“어이구 이 바보 나도 못 알아보니?.”
굵은 목소리는 여전히 솔바람 타고 들려왔어요.
“도대체 누구니? 보여야 알지?.”
“내가 안 보인다고? 호호호.”
“그래 처음 듣는 목소리도 아닌데. 도대체 넌 누구니?”
“그렇기도 할 거야.”
“뭐? 무슨 소리야!”
소리는 점점 커졌어요.
“그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증거야! 에이, 미워!.”
“도대체 누구냐?”
“나야 나!”
“나라니? 나라고 말만 하지 말고 모습을 보여봐!.”
“매일 나를 만나면서도 나를 모른다니, 어이구 정말 미운 녀석이다!”
“뭐, 미운 녀석?.”
“그래, 미운 녀석!.”
“허허 참 이젠 별소리 다 듣는구나!. 나 보고 미운 녀석이라니. 처음 들어보는 소리 구나.”
“나도 처음 해 보는 소리다!. 별로 좋은 소리는 아니지만.”
“흥, 알기는 아는구나. ” “흥, 그런 것 모르는 물건도 있니?.” “뭐 물건?”
“그래, 물건이지 뭐냐. 네가 무슨 사람이나 된 듯 참.”
준호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보냈어요.
“참, 너는 엄마도 못 알아보니?” “뭐. 엄마?” “그래 내가 네 엄마다!.”
“무슨 소리야. 네가 내 엄마라니?.”
“네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니?.”
어디선가 짜증스럽다는 듯 한 소리가 들려왔어요.
“우리 엄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어!.”
준호의 목소리가 눈물에 젖는 듯 착 가라앉았어요. “뭐. 돌아가셨다고?.”
“응, 그래.”
“왜 어디 아프셨니.?”
“아니, 아니야.” “그럼 왜?”
“이 바보야. 나만 보지 말고 내 옆을 좀 보렴. 어이구 답답해!.”
“응, 네 옆에?”
“그래.”
준호는 여기저기를 살펴보았어요.
“아니, 여기는 소나무밖에 없어.”
“그래 똑똑 하구나. 이제야 알아보는구나. 여기는 소나무밖에 없어.”
“그래 여기는 조그마한 산등성이 사람들이 운동하며 걷는 산 언덕이야.”
“그런데?.”
“다른 등산객들은 내 목소리 좋고 노래도 잘하기 때문에 모두 잠 간 쉬면서 내 노 래를 듣을 때마다 손뼉 쳐 주는데. 너는 아직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어.”
“손뼉을 쳐 준다고?”
“그래 가끔은 손뼉 소리를 못 듣지만 그 외는 언제나 손뼉을 치고 내가 부르는 노 래를 따라 부른단다.”
“뭐? 따라부른다고?”
“그래, 그런데 너는 한번도 노래 안 하고 멍하니 앉았다가 산 아래로 가버리곤 했 어!.”
“흥,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렇지? 네가 이곳에서 잠시 쉴 동안 노래 한 번 안 불러주고 산 아래로 내려가곤 했으니까.”
“응 그래 난 여기서 잠시 쉬고는 곧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갔지.”
“그래서 모른다는 거야. 우리들이 불러주는 노래도 안 듣고...참, 너는 바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도대체 너는 지금 어디서 말하고 있는거니?”
준호는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지만 사람이라고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어이구 못난이 하늘을 쳐다봐!.” “뭐 하늘을?.”
“그래!.”
준호는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쳐다보았어요.
울창한 산등선 소나무들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을 뿐 어디에도 사람의 얼굴은 보이 지 않았어요.
“허허하하 참 너는 정말 바보인가보다!.”
여기저기서 웃는 초록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준호는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어요.
“나, 가야겠다.”
한마디 혼자 중얼거리며 산 아래로 향했어요.
“어이구 바보! 쯧쯧.”
여기저기 우렁찬 목소리가 준호 뒤를 따라갔어요.
“야, 준호야! 뒤 돌아 봐. 그리고 다시 올라와!.”
산 아래로 내려가는 준호의 귓속으로 외침이 크게 들려왔어요.
“이제 오니?” “응, 역시 산등성이 솔밭이 좋아요.”
“그래? 무더운 날씨일 때 뒷동산 소나무 언덕에 올라가 시원한 솔바람을 마시고 오 면 정신도 맑아지고 참 좋은 일이지.”
“그래서 그곳에 산책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가 봐요.”
“그래 마을 가까이 있는 산책길이니 아침 저녁 마을 사람들이 산책하러 오는 모양 이야.”
“엄마, 엄마도 가끔 그곳으로 산책해 봐요. 집에만 있지 말고.”
집안일만 하는 엄마에게 언제나 미안한 생각을 하고있는 준호는 엄마 손 잡고 같 이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찼지만 엄마는 늘 바쁘다며 산책을 하지 않았어요.
준호는 자기 혼자만 늘 시간나는 대로 마을 동산에 등산하는 것이 어쩐지 엄마에 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정신 차려요!.- -엄마, 빨리 일어나요!- -엄마, 아프면 않되요!- -엄마, 엄마!-
“이게 무슨 소리야?”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던 엄마는 준호 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에 놀라 급히 준호 방 안으로 갔어요.
“얘, 준호야 준호야! 왜 그래”
엄마는 잠속에서 두 팔을 흔드는 준호를 보며 크게 외쳤어요.
“엄마!”
준호가 눈을 번쩍 뜨며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엄마를 쳐다보았어요.
“응. 우리 엄마 맞아요?”
“너 지금 무슨 소릴하고 있는거니?”
눈을 뜨고 자기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준호를 바라보았어요.
“우리 엄마 산에서 미끄러져 병원차가 와서 싣고 갔어요!.”
“뭐?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니?”
엄마는 더욱 놀란 듯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준호를 흔들었어요.
“으응?” 준호는 다시 엄마릏 쳐다보며 두 눈을 크게 떴어요. “너 무슨 꿈을 꾸었구나!.”
빙그레 웃으며 엄마는 준호를 바라보았어요.
“아, 내가 꿈을 꾸었나!.” “도대체 무슨 일이니?” “응, 내가 엄마하고 등산 갔는데...” “등산?” “그래요. 손잡고 내가 매일 넘는 마을 옆 동산에 갔다가 그만..”
“내가 너하고 등산?”
엄마의 얼굴에 가느다란 미소가 흘렀어요
“응, 그런데 그만 산등성이를 넘다가 그만 엄마가...”
“엄마가?”
“네.”
“엄마가 너하고 등산을 가?”
엄마의 눈동자가 더욱 커졌어요.
“그래요. 엄마하고 등산 갔는데...그만 엄마가 주르륵 썰매 타는 듯 산 아래로 굴러 갔어요!.”
“뭐, 내가?” “네. 저가 잡았지만 엄마는 내 손에서 빠져나가 산등성이 아래로 아래로 굴러떨어 졌어요.”
“그래, 그래서?”
듣고 있던 엄마는 재미있다는 듯 준호를 바라보았어요.
나는 어떻게 할 줄 몰라 소리를 질렀어요.”
“소리를?”
“그래야만 엄마를 살릴 수 있으니까요.”
“호호호 우리 아들 최고네! 엄마가 사고 나면 어쩌라고...”
“호호호 고맙구나, 역시 너는 내 아들이구나!.”
“엄마, 바람에 쓰러진 소나무들이 너무 많아요.“
“그렇구나... 바람 때문에 소나무가 이겨낼 수 없어 그냥 쓰러지고, 사람들이 큰 톱 으로 온몸을 잘라서 가져가고.” “이제는 우리만 남았어요!.”
“같이 살아온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인데...”
“그래도 할아버지는 큰 힘을 주셨잖아!,” “우리에게 큰 힘?”
“그래 바람이 불어와도 눈보라가 쳐들어와도 우리들은 힘내어 그들을 물리쳤잖아.”
“그래요. 우리 솔가족들은 대단해요!.”
“사시사철 푸른 동산 솔바람 노래 불러주는 우리 소나무 식구들이 너무 자랑스러워 요.”
“아니다 모두들 노래하고 싶어서 부르는 게 아니란다.”
“네?” “네가 듣기는 모두 즐거워서 노래 부르는 것 같지만...”
“.....?”
엄마는 산등성이에 있는 소나무들을 쳐다보다 하던 말을 멈추었어요.
“얘, 준호야 그 네 귀에 들리는 소리는 바람 소리가 아니라 엄마를 잃어버린 아기 소나무들이 엄마를 부르는 소리란다!.”
소나무 노래소리 들으며 산등성이를 넘는다.
*약력
*‘75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 입선
*‘93 한국아동문학연구소 동화 신인문학상
*17회 세계문학상 수상 외 *‘2016. 26회 불교동요 당선
*‘제1회 강릉문학상 수상.
제6회 <아름다운 글 문학상 수상> .
26회 <관동문학상>외
*저서;
동화집 4권, 회고록, 꽁트집. 동요 가사집 2권. 동요가사 100여 편 작곡외
*경력.
강릉문학회 이사 .<해파리>문학회 회장. 강원아동문학회 감사.등 엮임. 현<솔바람>.동요 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