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목련화
때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학원 앞 분식집에 갔다.
동료 A는 김밥과 라면으로 한끼를 대신하고 있었다.
서로 간의 소통이 많지 않아
가볍게 근황을 묻는데
39살에 결혼을 하여, 초등 4학년, 3학년의
연년생 남매를 두었다 한다.
“ 요즘 참 힘드네요! 벌써 50이 넘어 수학 강사 외에 다른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더라구요
잘 버텨야겠어요!!”
김밥 한 알을 삼키려다
그의 말에 나는 울컥 목이 맨다.
창밖으로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가난한 집 아홉 남매의 장남,
박봉의 공무원 월급으로 우리 5남매를 키우신 큰 나무.
그 말없는 고통과 무게가 어떠셨을까?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중년이 되어
때늦게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낀다.
산다는 것이 녹녹지 않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
아버지의 품 안에서 바람과 눈비가 세찬 줄도 그때는 몰랐었다.
아버지라는 멍에가 얼마나 많은 눈물과 가시를 삼키고 버티게 했을지 그때는 몰랐었다.
아버지는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지상의 딸을 위해 버팀목으로 오늘의 나를 버티게 하신다.
첫댓글 중년의 삶에 들어서야 아버님의 살아온 과거 고통을 생각하게 하는 시입니다.
사랑은 내리사랑이어서 부모님의 사랑, 헌신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참 착한 목련화십니다.
동료의 아픔을 감지하시고, 아버님을 떠올리시고요. . .
60년대 ~ 90년대의 우리 삶이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았지요.
누구나 다자녀에 수입이 적었던 시대의 아픔 몇개 쯤은 다 가지고 계실걸요? 아마.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부모님 나이가 되어서야 진정한 부모님을 알게되는 것이 인간인가 봅니다
가족을위해 참아내고 버텨내신 부모님 덕분에 우리 또한 잘 버티며 살아가지요
저 애들이 잘 따라오기를 희망 하면서요 돌아가고 돌아오는 시간의 과정
을 느끼게하는 버티기 시 입니다.
네! 선생님들!
까죽 장아찌 잘 담그셨지요?
이소예 선생님 뜨락이 온통 푸릇푸릇 하셔서 산보하기 좋으실 것 같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님들의 삶이 얼마나 많은 고비가 있었을지 뒤늦게 살아가면서 많이 느낍니다.
요즘 중간고사 기간이라 바쁘게 쓰다 보니 '녹록지 않다'도 '녹녹'으로 쓰고 엉망입니다.
아이리스 선생님께서 바로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상이 숙성되었는지도 염려도 됩니다.
응원 글 감사합니다.
우리 세대 아버지는 모두 버티기를 잘 하셨습니다. 그 아버지의 아들은 지금 또다시 버티기를 합니다. 목련화님은 잘 버텨야겠다는 동료 수학 강사의 말에 아버지가 생각나서 목이 메었습니다. 김밥에 체하지나 않았는지 걱정이 됩니다. 세상은 많이 달라졌지만 아버지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목련화 삶에서 아버지께서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함께 하십니다. 어버지가 생각나는 글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