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5.1 지난 4월 30일 토요일 충북 음성과 대구에서 판소리를 불렀다. 소리 부르는 오행 기운이 그 날 들었는지 일 년 가야 두어 번 있는 판소리 불러달라는 부탁이 같은 날 겹쳤다. 아직 실력이 일천하여 드러내 자랑할 소리는 아니지만 친척들 동무들 모인 자리에서 허물없이 놀기는 좋은 게 판소리라 용기를 냈다. 음성은 사돈어른 팔순 찬치 자리고 대구는 글 쓰는 동무가 다니는 서당 모임 자리였다. 하루 자고 올라와야 할 것 같아 아이들 식사를 챙겨놓고 곧 중간고사 보는 건희 준비 잘하라고 당부해놓고 장염 걸린 소영이 먹을 죽 더 끓여놓고 오전에 출발하여 일죽휴게소에서 11시 반에 형 만나 음성에 가니 12시. 친척들 조카들 만나 인사 나누고 2시에 행사 시작하여 소리를 했다. 판소리 잘 모르는 분들 앞이라 유명하고 친근한 춘향가 중 쑥대머리로 시작해서 흥겹고 재미있는 흥보가 중 흥보 박 타는 데에 이어 돈타령을 불렀다. 점심 먹고 3시에 서둘러 출발해 대구 갔다. 멀구나. 대구는 몇 년 전 태어나 처음 가보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참 어디 가본 데가 없다. 집짐승이다. 티브이 단골 메뉴 꽃구경 단풍구경 축제 구경도 모르고 그저 집이며 작업실이 편하고 좋다. 대구 가는 길, 문경 선산 구미 거쳐 왜관 가는데 동무 생각난다. 왜관 대안학교에 몇 년 있던 동무. 이제는 부산에서 인형극단 만들어 거기서 인형극 공연하며 지내기에 왜관에 있지도 않은데 왜관 이정표 보니 고속도로에서 샛길로 빠져나가면 거기 아직 동무가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대구 다 가서야 대구 사는 다른 동무에게 전화했다. 그저 전시회 축가라고만 들어서 소리 부를 자리가 어떤지도 모르고 자게 될지 아니면 곧바로 올라오게 될지 일정을 몰라 미리 연락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부담 없이 오붓한 자리가 될 것 같아 전화를 했다. 그 동무 서울에서 친구도 왔고 저녁에는 다른 공연 보러 갈 계획이라고 하더니 다음 날로 미루고 만나러 오겠다고 한다. 대구 도착하니 6시. 시간이 약간 남는다. 우선 범어동 동무 작업실 먼저 들렀다. 지난 번 본 게 5년인가 그렇다. 먼저 오신 분들과 차 마시며 이야기하다가 전시장 갔다. 훈장님 댁에 작은 전시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대문 앞에 이르러 동무 말이 여기는 들어가서 큰절 올리는 거라고 한다. 아니, 웬 큰절인가 싶더니 여럿이 서로 큰절을 하고 보니, 아랫사람이 어른께 큰절 올리고 어른은 앉아서 받는 게 아니고 서로 맞절로 예를 나누니 방문하는 마음과 맞이하는 마음이 가지런해져서 기분이 좋다. 뒤늦게 연락한 그림 그리는 동무가 찾아왔다. 간단한 눈인사.
모임이 시작되고 서로 인사와 소개 뒤에 준비해간 서각과 물고기접시, 내 그림책 몇 권을 드렸다. 화가 동무가 가져온 달력 몇 권도 드렸다. 훈장님은 시아버지께 한학을 오래 공부했는데 집에다가 서당 만들어서 10년을 학채 받지 않고 가르치는 분이라고 한다. 명랑하면서도 점잖고 활발하면서도 겸손하고 멋지다. 상을 놓고 앉아 간단한 음식 나누다가 판소리를 했다. 서당 훈장님도 계시고 서당에서 한학 배우는 분들 앞이라 소식의 시에 정정렬 선생이 곡을 붙인 단가 적벽부로 시작했다. 추임새 없는 것 보니 다들 판소리 처음 듣는 눈치다. 다만 훈장님은 적벽부 시를 작은 소리로 따라 읊는다. 단가 끝나고 춘향가 중 쑥대머리를 불렀다. 판소리 길어지면 잘 모르는 분들 지루할까 봐서 준비해간 흥보가와 심청가는 분위기 무르익은 후에 부르려고 아껴두고 자리에 앉았다. 서당 학생 중 거문고하시는 분이 경기민요 두어 곡 부르고 다시 음식 먹으며 담소 나누다가 판소리를 청하기에 심청가 중 추월만정 대목 추월만정, 타루비, 뺑덕어멈 행실, 황성 가는 데까지 불렀다. 이 대목은 워낙 짜임새도 좋고 한스러움과 슬픔과 재담이 고루 잘 짜인 데라 반응이 좋다. 다시 돌아가며 민요 몇 곡과 유행가를 넘나들며 시간 지난 후에 또 판소리를 청해서 심청가 중 곽씨 부인 유언대목을 심봉사 탄식하는 데까지 불렀다. 보름 전부터 목감기가 심해서 며칠 전 겨우 나았는데 연습과 연이은 소리로 상청이 깨끗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판소리는 고음이 나오지 않거나 고음에서 음 이탈하는 걸 너그럽게 봐주는 분위기라 크게 허물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소리 중간부터 훈장님이 가까이 오더니 콧물 훌쩍거리며 우신다. 슬픈 대목 부를 때는 소리에 집중해서 연기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목이 메는데 훈장님이 울면서 훌쩍거리니 나도 더 슬퍼져서 눈물 난다. 모인 분들 다 티브이에서나 판소리 들었지 직접 듣기는 처음이라는데 울림이 크고 생각보다 참 좋다고 한다. 자신의 공연에 만족할 수야 없다고 하지만 나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밤참까지 먹고 밤 12시 다 되어 자리 정리하고 서로 인사하고 헤어졌다. 다시 보고 싶은 분들이다.
그림 그리는 동무와 함께 글 쓰는 동무의 작업실로 갔다. 글 쓰는 동무는 도자기와 명주실을 이용해 브로치도 만들고 시각작업을 해서 지난 해 전시회도 하고 일본에서 초대전까지 했다고 한다. 요즘 목공예도 배우고 있다고 한다. 박물관에서 일하고 글 써서 책을 내기에 그런가 보다 했더니 어느새 내 전문분야인 미술 영역까지 침략을 했다. 그림 그리는 동무는 요즘 재봉틀을 사서 옷을 만들고 또 첼로를 배우고 있다 한다. 나만 호시탐탐 영역을 넘보는 게 아니었구나. 그림 그리는 동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오래 알고 지내면서도 속에 있는 이야기 서로 잘 몰랐는데 더 많이 듣고 나누고 그러면서 이해하고, 서로의 마음속에 미처 짐작하지 못했던 속내들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 내 판소리에 대한 동무의 소감을 들었는데 놀라웠다. 잘 모르고 관심 없던 판소리를 처음 듣고도 그렇게 정확하게 제대로 읽어내고 정리해 명료하게 이야기해주기 쉽지 않은데. 이런 저런 이야기로 새벽 3시까지 오붓하게 자잘한 말 나누다 동무 택시 태워 보내고 잤다. 길고 복잡하고 멀리 다니며 하루 보냈다. 오늘 만난 많은 사람들의 낱낱의 얼굴들과 음색과 몸짓들, 그 속의 결들을 보았다. 소리 과하게 부르느라고 허리도 욱신거린다. 자고 일요일 늦게 일어나 점심 때 아침 먹고 돌아왔다. 길 막힌다. 저녁 8시 되어 집에 돌아왔다.
오늘 판소리 수업 듣고 돌아오는데 출판사에서 연락 왔다. 내 그림책 ‘감자에 싹이 나서’를 3쇄 찍는다고 한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좋은 일이 잦다. 봄볕처럼 따스한 일이.
물고기 진주 접시 15 느티나무 아코야진주 천연오일 세로20Cm 가로50Cm 두께2.8Cm
일기 쓸 때는 그냥 쓰는데 게시글에 붙이자니 쑥스럽기도 했는데요. 이제 몇 년 되고 보니 괜찮습니다. 약간 부끄럽긴 합니다만. 동무라는 순우리말 두고 한문으로 친구라고 꼭 써야 하나 싶어서 저는 즐겨 씁니다. 어쩐지 한문투의 말보다는 순우리말이 더 좋더라고요. 판소리는 아직 모자란 실력인데 남들 앞에 서기도 합니다. 6년을 배우고도 방안퉁수처럼 혼자 연습만 하기는 재미가 없어서요. ㅎ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대구 가게 되니 그렇잖아도 도편수님이랑 그 도편수님 친구 요수지인님 생각이 났습니다만, 연락드리기는 무엇해서 그냥 왔습니다. 어깨 아픈 건 쉬면서 무리하지 않아야 나을 텐데 작업도 그렇고 과수원 일도 나 몰라라 할 수 없으니 걱정입니다. 물리치료만 하기보다는 침을 한 번 맞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림책은 인터넷서점에도 있고 일반 서점에도 있는데요. 제가 사놓은 게 몇 권 있으니 쪽지로 주소 주시면 사인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첫댓글 소소한 일상 스스럼 없이 웹상에 뱉기 껄끄러울텐데...
동무라는 용어...국민학교 이후 쓰지 못하게끔 했던 과거 시절도 떠오르고...
장거리 운전임에도 낯선 판소리 음향 주위분들에게 자연스레 젖어들게 하셨군요.
3쇄 출판 축하드려요...^^*
일기 쓸 때는 그냥 쓰는데 게시글에 붙이자니 쑥스럽기도 했는데요.
이제 몇 년 되고 보니 괜찮습니다. 약간 부끄럽긴 합니다만.
동무라는 순우리말 두고 한문으로 친구라고 꼭 써야 하나 싶어서 저는 즐겨 씁니다.
어쩐지 한문투의 말보다는 순우리말이 더 좋더라고요.
판소리는 아직 모자란 실력인데 남들 앞에 서기도 합니다.
6년을 배우고도 방안퉁수처럼 혼자 연습만 하기는 재미가 없어서요. ㅎ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많이많이 축하드립니다...^^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절판되지 않고 꾸준히 팔리고 살아있는 책이 되니 많은 위안이 됩니다.
대구 범어동에 다녀 가셨군요,,ㅎ
좋은일,,,저도 많이 바빠요,어깨가 나을지 말지 모를 정도로요,,ㅎㅎ
님의 그림책은 대구서점에서도 구할수 있는가요?
대구 가게 되니 그렇잖아도 도편수님이랑 그 도편수님 친구 요수지인님 생각이 났습니다만,
연락드리기는 무엇해서 그냥 왔습니다.
어깨 아픈 건 쉬면서 무리하지 않아야 나을 텐데 작업도 그렇고 과수원 일도 나 몰라라 할 수 없으니 걱정입니다.
물리치료만 하기보다는 침을 한 번 맞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림책은 인터넷서점에도 있고 일반 서점에도 있는데요.
제가 사놓은 게 몇 권 있으니 쪽지로 주소 주시면 사인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정말 멋진 작품이네요..
진호네아빠님, 오랜만입니다. 바쁘셨나 봅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