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쿨(Cool) 한가
김 난 석
언어를 유기체라 한다. 살아서 움직인다는 뜻일 게다. 그러기에 언어집단에서 자생한 언어라도 경계를 이탈하기도 하고 한동안 유랑하다가 돌아오기도 하며, 돌아올 땐 다른 언어와 뒤섞여 오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힘을 얻으면 다른 언어집단의 고유 언어로 들어앉기도 하고 힘을 잃으면 사라지기도 한다.
택견과 태권도를 보자. 택견은 우리 안에서 자생해 우리 안에 고유하게 존재할 뿐이지만 태권도는 그와 다르다. 우리 안에서도 우리 태권도요 밖에서도 우리 태권도이니 그렇게 말해본다. 이와 반대로 텔레비전은 영상틀이 아니라 서양의 텔레비전이요, 선(禪)은 중국의 세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우리의 주체성을 살려나가려면 병행해서 언어의 힘도 길러야 한다.
얼마 전부터 티브이 드라마나 연예프로그램에서 ‘쿨하다’ 란 말을 간간 듣게 된다. 우리말사전에 ‘쿨쿨’ 이란 부사(큰 구멍으로 물이 쏟아져 흐르는 소리, 곤히 잠들었을 때 숨 쉬는 소리나 모습)는 보이지만 ‘쿨’ 이란 명사나 형용사는 보이지 않는다. ‘쿨하다’ 는 영어권에서 온 말일 성싶다.
영어의 ‘쿨(Cool)’ 은 따뜻함과 차가움의 중간쯤 되는 상태라 한다.(between warm and cold) 침착함이나 냉정함이라고도 하고(calm, unexcited) 뻔뻔스러움이라고도 하며(without shame) 냉담이라고도 하는데(not showing interesting), 속어로는 즐거움(pleasant)이나 훌륭함(fine)이라고도 하는 것 같다.(옥스퍼드 영영사전)
우리 가운데 사용되는 ‘쿨하다’ 는 어떤 의미일까? 우선은 화자(話者)가 말하는 상황과 연관해서 생각해 보게 되지만, 나에겐 ‘마음에 거리낄 것 없이 대담하게’ 란 뜻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그 뜻을 ‘사랑’ 에 얹어보면 어찌 될까? 마음에 거리낄 것 없이 사랑의 대상을 찾고 마음에 거리낄 것 없이 사랑을 나누고, 그러다가 마음에 거리낄 것 없이 사랑을 바꿔나가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말이다. 물론 에로스의 사랑이 아닌 아가페의 사랑이라면야 사랑의 대상을 찾는 데 거리낄 게 무엇이며 사랑을 주는 데 거리낄 게 무엇이냐는 반문도 생길 것이다.
현대의 특징 중 하나는 복잡한 사회상황에서 제대로 적응할 사상적 지주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이라 한다. 신(神)을 내던지고 이성과 합리성에 의존해 본다지만 인간의 오만과 편견으로 구렁텅이에 떨어진 채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어정쩡한 화두를 붙잡고 헤매는 게 오늘의 실상이라고도 한다. 과거를 묻어버리면 뉘우침이 없고 앞을 내다보지 않으면 희망도 없다. 오로지 오늘의 쾌락에만 매달린다면 그렇게 되고 말리라.
삶은 자기실현의 과정이라 한다.(폴 틸리히) 자기를 실현하려면 생명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생명력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목적 없는 용기는 만용일 뿐이니 생명력은 일정한 지향성(intentionality)을 가진 용기로 충전되어야 한다.
오늘도 강변에 나서본다. 우수도 지난 2월의 하순이니 날씨는 많이 풀렸다지만 그늘로는 아직도 얼음으로 차디차다. 차 안에 들어와 시동을 걸어보니 마음은 고요하나 지난가을 핸들 위쪽에 올려놓은 가랑잎 하나가 잔잔하게 진동한다. 바싹 말라버린 작은 잎새, 그게 시선을 끄는 것이다. 손톱만 한 아이 씨(Integrated Circuit) 칩에 백과사전이 다 담긴다는데, 이 작은 잎새에는 지난 가을날 방향 없이 맴돌던 나의 발자국이 다 들어있는 것이다.
행동에 옮긴 다음 합리화를 생각하는 때도 있고 생각한 다음에 행동에 옮기는 때도 있는데, 생명 없는 가랑잎을 바라보는 나는 쿨한가? 그것을 헤아리기 전에 오늘은 나의 발걸음이 이 봄판의 어디를 향하게 될지 생각해 보게 된다.(지난 봄날)
이석근 감독의 영화 <너의 결혼식>이 있었다(2018. 8. ). 런닝타임 두 시간에 가까운 청춘 애정물이다. 여학생 환승희(박보영 분)와 남학생 황우연(김영광 분)이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만나 13년간의 길고 긴 첫사랑을 엮어나가다가 환승희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되자 황우연이 결혼식장에 찾아가 축하해 주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결국 황우연의 입장에서 본 첫사랑이요 <너의 결혼식>이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꺼내고 싶은 토픽이 ‘쿨(Cool)’ 이다. 만약 환승희의 입장에서 본 <너의 결혼식>이었다면 환승희가 찾아가 축하해 줬을까? 물론 쿨하지 못하고 가벼운 인연에 연연하는 나의 묵은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의문이지만 우리나라의 황혼 이혼율이 높아가고 있다는 뉴스가 보이기도 하다.
여성이 주도하는 황혼이혼까지 아울러 보면 남성들은 여성들의 감정 변화에 순치(馴致)되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싶다. 3초의 첫인상(印象)에 인생을 건다는 환승희(환승열차가 아니다), 우연을 기다릴 뿐인 황우연. 가히 양자역학시대를 내다보면서 전자의 빠른 스핀(Spin)과 불확정성원리(하이젠베르크)를 보는 것 같다. /2022. 9..3.
위 글은 두어 해 전에 쓴 글이다.
당시 쿨하다는 유행어가 방송가를 떠돌았는데
그래서 써본 글이지만
톡톡 수다방에 옛 유행어가 올라와서(다애 님의 글)
이 글을 꺼내본다.
내가 느끼기로 유행어는 술집, 그것도 요정에서 많이 생산되었다.
수다, 수다, 수다... 요정 작부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유행어
그건 사실 그들도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것들을 퍼뜨리는 거였다.
골프장의 캐디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다애 님의 유행어는 참 참신하다.
시골에서 학교를 다닌 나로서는 그렇게 느껴진다.
시골 머스마의 몸매라는 게 어디 몸매라 할 수 있겠는가?
다애 님의 현재 몸매는 어떨까....?
내가 괜한 궁금증을 털어 놓는데
여긴 톡톡 수다방이니까.ㅎ
*사진은 두물머리에 선 석촌의 뒤태이다.(서라벌 님 촬영)
첫댓글 좋은하루 늘 건강 하세요..ㅎ
밝은빛에게도 밝은빛이길~~
톡톡 수다방에
긴 수다~~~ㅎ
그래도 차분하게 들었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마워요 옥이야님 ^^
옛날 술집은
니나노 가옥이라는
명칭이었지요
니나노 아가씨들과
니나노~ 니나노~ 닐니리야~ 얼시구 조타~
막걸리 마시면서
유행어도 시부러 가며 놀던 때가
까마득 합니다
니나노는 집이었지요.
방석집 매미집 이런거요.
요정은 집이 아니라 관이었는데
명월관 삼청각 이런거요.
여하튼 이젠 가물가물한 시절이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