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한달 살이
〔1〕
오래 전부터 기회가 된다면 은퇴 후 제주에서의 한달살이 생활을 하고 싶었던 것이 소망 이였는데, 은퇴 후 해외여행 몇 차례와 전국여행을 쉼 없이 다니다 보니 그간 미루어 두었던 제주살이를 2년여 만에야 다행히 그 꿈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내의 바램 이었고, 아들 며느리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서 한달간 살수 있는 숙소도 예약을 해 놓은 후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집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 아내는 한달치 반찬거리며 여러가지를 준비하면서 신이 났는데, 여행이라는 것은 떠나기 전 준비하는 과정의 설레임이 행복한 시간인 것 같다
아들은 모처럼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다며 직장에 1주일간의 휴가를 내고서 장기간 생활할 짊을 승용차에 챙겨 싫고 배편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창원에서 완도까지 4시간을 이동하여 완도 여객선터미널 인근에 숙소를 정했다
완도의 특산물인 맛난 전복구이도 가족과 함께 먹으니 더 좋았고, 비로소 여행의 참 맛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간 제주를 몇 차례 다녀왔지만 그 어느 때 보다 이번에는 한달이라는 현지생활을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무척이나 설레는 가슴을 안고 다음날 일찍 제주행 카훼리호에 몸을 실었다
완도를 떠난지 3시간30분만에 추자도를 경유 제주항에 도착하여 인근의 맛 집 고기국수로 허기를 달랜 후, 숙소가 있는 서귀포시 남원읍으로 이동 마치 이국처럼 느껴진 주변이 야자나무로 무성한 바닷가에 위치한 숙소에 짊을 풀었다
여장을 풀기 바쁘게 신이 난 두 손주 녀석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해변가 갯돌사이 게도 잡으며 그렇게 제주에서의 생활은 시작되었다
낯선 제주에서 맛 집이나 시장 등 필요한 정보를 알려고 할 때는 그때마다 며느리가 인터넷으로 곧바로 정보를 찾아내곤 하여 전혀 불편함이 없었는데,
우리 기성세대와는 달리 디지털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정보능력은 탁월하게 빨라서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아무런 불편 없이 편리하게 생활 할 수 있었다
아침과 저녁은 숙소에서 직접 해결하고 점심은 여행을 하며 향토음식 맛 집 찾아서 먹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또한 시장 볼일이 있으면 인근 마트나, 서귀포 매일올래시장, 제주 동문재래시장을 이용하니 육지에 나오지 않은 싱싱한 해산물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여 숙소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었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자리돔 회를 수시로 사 먹을 수 있으니 무엇보다도 제주생활에서의 느껴보는 크나큰 행복 이었다
손주 녀석들과 같이 있을 때는 좋아하는 놀이동산 찾아 추억을 맹글어 주는 시간이 되어서 좋았고, 저녁이면 해변가 방파제에 앉아 낚시에 걸려오는 고기를 보면서 마냥 좋아하는 모습들을 보며 한낮 여행의 피로도 씻은 듯 날려 보낸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빨리 일어나 할애비 앞장세우고 바닷가 게 잡으러 나가 천방지축 뛰어 다니며 마냥 신이 나서 좋아 하는 꼬맹이 손주 녀석들을 보면서 한없는 행복을 느낀다
〔2〕
유년기 때는 이처럼 자연 속에 파묻혀 맘껏 뛰어 놀아야 하는데, 도심 아파트 생활은 층간소음 등으로 마음껏 뛰어 놀지 못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며칠 지나 작은 아들이 도착하니 마침내 우리 가족 모두가 제주에서 합류하게 되었다
숙소가 넓다 보니 8명이나 되는 대가족이 머무르기에도 불편함은 하나도 없었고 모처럼 함께 부대끼며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서 좋았다
우리나라 제주에 한곳 있다는 낙타농장 포니벨리에 가서 3대가 함께 한 낙타 트레킹은 오랜 세월이 지나더라도 잊지 못할 좋은 추억거리로 남을 것 같다
그렇게 꼬맹이 녀석들과 1주일간의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제주항에서 큰아들 식구들을 떠나보내고 돌아서니 무척이나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둘째아들과 지내는 동안은 제주의 토속적인 정취를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 농촌 바닷가 어촌마을 골목길까지 돌아보면서 구경도 하고,
한국마사회에서 우수경주마 생산을 위해 천혜의 자연환경에 씨수말구역을 개장 푸른 초원에서 한가롭게 거니는 말들을 보며 여느 풍경보다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게 하는 전경을 맘껏 눈에 담았다
제주 여기저지 잘 보존되어 있는 오름과 숲길은 특히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곳자왈 지대에 잘 조성된 교래 자연휴양림과 사려니숲길, 50여년생 삼나무들이 자생하여 먹는 물 1호로 잘 관리되고 있는 절물자연휴양림, 세계유일의 평지분화구인 삼굼부리는 자연의 깨끗한 숨결을 자랑한 식물의 보고,
그리고 구좌읍의 비자림을 보면서 제주 전체가 마치 보물인 듯 자손대대로 잘 보존해 물려 줘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오름 내부에 다양한 동식물이 자생하여 생태적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거문오름은 가는 날 마침 국제트레킹행사가 있어 운이 좋게도 입장료 무료 혜택도 받고 오름 전 코스 10.5k 풀코스를 답사 할수 있는 횡재도 얻었다
옛 유년기, 청년기 시절에는 수학여행이나 신혼여행지로 제주 관광은 생각 할 수도 없는 일 이었는데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제주관광을 할 수 있는 잘 사는 세상이 되었다
머무르는 동안 천안의 처제, 순천의 처형 가족도 초청하여 세자매가 함께 만나 즐겁게 시간을 보낼수 있었는데 그때도 기사 겸 관광 가이드 역할을 도맡아 했다
이렇게 제주살이 보름정도 지나 시내 어디든 자연스럽게 운전을 하고 시장, 제주항, 공항 마중을 자유롭게 다니다 보니 마치 내가 현지 사람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전 몇 차례 제주방문 때는 인위적으로 조성해 놓은 관광지를 찾아 마냥 바쁘게 여행을 다녔었는데 오래 머무르는 이번에는 여유로운 시간를 가지고 잘 보존된 숲길을 많이 걸으며,
바닷가 올레길 따라 은빛모래사장, 검은 모래해변, 몽돌해변과 주상절리대, 쇠소깍, 해안경승지도 구경하고,
제주를 느낄수 있는 가옥 축담을 현무암으로 축조한 대표초가 송종선 가옥, 신풍어망아방 잔치마을, 설문대 할망 테마공원, 삼양동 선사시대 유적지등 여유롭게 탐방하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
조선후기 서화가였던 추사 김정희 선생의 유배지에서 오늘날 문인화의 선구자 역할을 한 그 삶의 흔적도 느껴 보면서 산방산 탄산온천욕으로 피로도 푸는 힐링의 시간들이 되었다
〔3〕
제주 특히 안개가 수시로 끼기 때문에 10여일 만에 한번 정도 볼 수 있는 한라산을 등산 중 맑고 푸른 백록담의 웅장함도 눈에 담을 수 있었고, 하산 길에는 덤으로 사라오름의 웅장함을 구경 할수 있었다
사라오름은 오름 중에서도 가장 높은 해발 1,324m에 위치하여 분화구가 만들어 낸 넓은 산정호수는 마침 장마 뒤에 가득 찬 에메랄드 빛 호수의 물이 신비스러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제주의 유인도 섬 땅콩이 특산물인 우도, 국내유일의 비양나무가 자생하고 보말죽이 일품인 비양도, 주민 대다수가 해녀생활로 연명하고 있는 가파도 그리고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 마라도까지 가서 해물방풍 짜장면까지 먹으며 제주의 유인도 섬을 다 섭렵하고 나니 그 감개가 무량하였다
이렇게 30일간의 제주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아직도 찾아가 가 볼만한 곳은 많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우리나라에 자연유산 아름다운 제주도가 있다는 것은 크나 큰 자랑이 아닐수 없다
이번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후원해준 아들 며느리에게 고맙고, 아울러 아내에게 늦게나마 힐링이 되는 편안한 여행을 선물하게 되어 퍽 다행스럽게 생각 된다
첫댓글 정말 부럽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제대후 제주여행에 많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꼭 한번 다녀오세요.. 내친구는 은퇴하고 전년도에 7개월째 생활하고 아직까지 제주에 있네요 ㅎ
살아가면서
어느 누구나 꿈꾸는 로망을
하나 하나 이루어 나가시는 모습이
부럽고 또 부러우며,
글을 읽는 순간에도 행복이 묻어나옵니다
눈동자가 맑은 두 손자~
효자 아드님~
얼굴도 마음도 이쁜 인숙이언니~
성씨가 최씨였던가요~ㅎ
티비 드라마속에서 가끔 나오는
행복한 인생극장 같습니다
건강하시구
지금처럼
늘~ 행복하세용~♡
댓글도 맛깔스럽게 남겨주시고..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의 행복은 배가 된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꼬맹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몸은 조금 피곤해도 더 좋구요 ㅎ
여행은 가방챙길때 설레이지만
집나가면 고생이지요
또한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기분이 다르지요
고문님께서 가족여행이었으니
행복한 모습 눈에선합니다
여유로운 삶이부럽습니다
늘건강하세요
여행도 나이 조금 젊었을때 다녀야지
한해가 갈수록 체력이 딸리는것 같습네다
한동안 다니다 보니 이제 머니도 바닥이 났습네당 ㅎ
열심히 달려왔던 지난 날을 뒤로 하고 새로움을 경험한 일들을 깔끔한 필체로 표현하신 지정님의 글은 많은 이들에게는 로망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떠난 사람이 있던 그 자리엔
다른 사람이 찾아오고
또 다른 사람이 왔다 가고
떠나기도 했지만
그 자리엔 여전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다른 사람이 있지요.
누군가 온다는 것은
떠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떠난다는 것은
누군가 다시온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지정님은 그 순리를
잘 아시는 분입니다.
졸필을 좋게 평 해 주시고 ,,,
인생 뭐 별거 있겠습니까?
이제 그간의 보상차원에서 즐겨야지요 ㅎ
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다음 산행때 보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