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산 야생화 산행기
일자: 2024년 5월 18일 토요일
장소: 태백산 대덕산, 금대봉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일원)
참석인원: 정봉섭, 고용선, 마원미, 이동구+1, 손미연, 박유동, 이승표+1, 정지환(10명)
4. 일정: 두문동재→금대봉→분주령→대덕산(1310.3m)→분주령→두문동재
(거리 12.4km, 산행 시간 5시간 30분 소요)
5. 날씨: 매우 맑음
6. 산행기
1. 함백산 단독산행
새벽 3시 30분 눈을 뜹니다. 대충 세수를 하고 배낭을 꾸려서 현관문을 나서니 차가운 바람이 훅하고 몸속을 파고든다. 5월 중순이지만 새벽 공기는 차고 상쾌하다. 4시 집에서 출발하여 남안성 IC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남제천IC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을 지나고 정선군으로 들어서니 가스가 차창으로 보이는 경치를 가린다. 강원랜드가 있는 사북을 지나고 고한부터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6시 30분 오늘의 산행 들머리인 두문동재에 도착하니 벌써 몇 대의 차량이 주차장에 주차되어있다. 부지런히 배낭을 정리하여 도로를 횡단하여 나만의 1차 목적지인 함백산을 향해 출발이다. (6시 45분)
산행 시작점은 폭이 넓고 경사는 완만하여 힘들지 않은 구간이다. 폭이 넓은 길이 끝나면 좌측으로 휘어지는 길은 경사가 조금 있어 숨이 찬다.
여기서 은대봉까지는 계속해서 오르막의 연속이다. 길옆으로 참나무 잎들은 아직 완전히 자라지 않아서 연녹색을 띠고 있다. 새벽이라 불어오는 바람이 차지만 공기는 상쾌하다. 숲이 우거지고 고도가 낮아 주변의 볼거리라곤 나무와 이름 모를 풀이 전부다. 그렇게 20여 분을 올라 은대봉에 도착하니 동으로는 태백이, 서로는 정선이, 북으로는 백두대간이 아스라이 보인다. 갈 길이 바빠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출발이다.
10시 전까지 함백산을 오르고 다시 두문동재까지 오려면 서둘러야 한다. 평편한 숲길을 조금 지나니 경사가 있는 내리막길이 나오고 길옆의 숲속은 온통 파헤쳐있다. 멧돼지들의 소행이라 추측한다. 앞에서 아주머니 세 분이 온다. “안녕하세요” 짧지만 반갑게 인사하고 휭하니 지나친다. 그렇게 30여 분을 내려가니 사거리 이정표가 나온다.
쉼터에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빵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바로 출발이다. 길은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고 발밑에는 온통 초록의 물결이다. 그런데 지금쯤 야생화가 피어있을 줄 알고 산행 계획을 세웠는데 꽃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 산행지가 야생화 천국이라느니 자랑하였는데 꽃이 없으니 난감하다. 지난 수요일 이곳에 눈이 왔다고 하는데 그 피해가 여기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철쭉은 꽃망울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있고, 나뭇잎은 진녹색으로 검게 변해있어 한눈에 보아도 냉해를 입은 모습이다. 길은 간간이 부러진 나무에 막혀있어 돌아가는 길이 새로 나 있다. 어떤 경우에는 허리를 숙이거나 넘어진 나무를 넘어가야 하니 힘은 두 배로 든다. 지난 소백산 산행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갈 길이 먼데 ....
오르막을 25분 정도 더 올라 중함백산 정상에 서니 남으로 함백산 정상이 서쪽으로 정선, 동쪽으로 태백이 훤히 보인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다시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5~6명의 대간 꾼이 무리를 지어 지나간다. 내리막길을 다 내려가니 큰 나무 밑에 원형으로 돌의자를 놓은 아주 근사한 쉼터가 나온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저기 앉아서 물 한 모금 먹고 쉬어 가고픈 마음이지만 늦어도 8시 20분까지 함백산 정상에 도착해야지 10시 이전에 두문동재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 평지와 완만한 경사는 거의 뛰어가는 것 같이하여 드디어 8시 24분에 함백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정상에는 바람이 더 세차게 불고 2명의 여자분이 있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정상에서 전경 사진을 찍고 바로 돌아서 두문동재를 향해 온 길을 다시 내려간다.
2023년 겨울 많은 회원과 만항재 방향에서 이곳을 올라 온 기억이 난다. 그때는 겨울이라 눈도 있고 바람도 지금보다 더 세게 불었지만 웃음이 나는 재미있고 행복한 산행이었다. 혼자하는 산행은 왠지 모르게 쓸쓸하다. 은대봉을 내려가는데 부부가 올라온다. 아주머니가 꽃이 피었는지 물어서 이것저것 산행 중 본 것을 말해 준다. 다시 쉬지 않고 부지런히 걷고 뛰어 산행 시작 약 3시간 만에 계획대로 9시 45분 두문동재에 다시 도착한다. 도상 왕복 11.2km.
기다리던 지환이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2. 대덕산 전체 산행
배낭을 벗어 놓고 쉬고 있으니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도착한다. 용선형 부부가 먼저 도착하고 뒤이어 봉섭형, 동구형 부부, 승표 부부가 도착하여 서로 안부 인사에 정신이 없다. 그사이 다른 팀의 사람들이 몰려와서 주변은 매우 혼잡하다. 매번 그랬듯이 입구 두문동재 표지석 앞에서 각자 포즈를 잡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는 분이 진심을 담아 찍는 것 같다.
10시 15분 탐방지원센터에서 인원을 확인하고 예정보다 조금 늦게 대덕산을 향해 힘차게 출발이다. 길은 넓고 경사는 완만하여 힘들지 않게 걸어간다. 한참을 걸어가니 금대봉과 대덕산 탐방로 갈림길이 나온다. 먼저간 형들이 벌써 저만치 금대봉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금대봉에서 대덕산으로 가는 길이 있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간다. 한참(30분) 오르막을 올라가니 금대봉에 도착한다. 서로 기념사진을 찍고 승표가 가지고 온 소백산 막걸리를 한잔 마신다. 여기저기서 지나온 산행 이야기, 오늘 산행에 대하여 진지한 토론을 한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고 우측으로 난 매봉산 방향 길로 내려간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길옆은 온통 초록색 풀로 장관을 이루고 간혹 야생화가 피어있어 모두가 행복해한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내려가는데 계속하여 내리막길이 나오고 매봉산, 백두대간 방향 이정표가 나온다. 직감적으로 뭐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가는 형들에게 모두 멈추라고 소리친다. 길을 잘못 들었다고 말하니 다들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미 형이 다가와 장난스럽게 목을 조른다. 어찌할 것인가?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본다. 이대로 검룡소로 내려갈 것인가? 아니면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갈 것인가? 누군가 소리친다. 다시 돌아가자고! 그래서 간단하게 지금 사태를 설명하고 발길을 돌린다.
다시 돌아오는 오르막길은 왜 이리 멀고 힘든지! 좀 더 산행 경로에 대하여 자세히 숙지하지 못한 죄책감이 밀려온다. 그렇게 한참 오르막길을 올라 금대봉에 다시 도착하여보니 대덕산 탐방로 길은 막혀있다. 돌아서 길을 내려가니 넓고 평탄한 탐방로 길이 나온다. 다시 콧노래가 나오고 저마다 농담이 나오고 날씨는 근래 보기 드물게 화창하고 좋다. 이곳으로 오니 지나는 사람들도 많다.
길이 편하니 다들 꽃을 찾는다. 오전 산행에서 걱정하였던 것이 현실로 다가온다. 많아야 할 야생화가 보이지 않는다. 겨우 몇 송이 보이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산행은 언제나 즐겁다. 조금 더 걸어가니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고 멀리 대덕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풍력 발전단지가 손에 잡힐 듯이 보이고 그 옆으로 바람의 언덕과 고랭지 채소밭이 가늠된다. 그 뒤로 육백산이 보이고 삼척시 도계읍이 산에 가리어 숨어있다.
북으로는 두타산 청옥산이 물결을 이루고 저 멀리 백두대간 능선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산쟁이라면 많은 사람이 걷고 싶고 동경하는 장대한 백두대간 능선길을 보니 설레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다. 계단에 줄지어 서서 백두대간 능선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다.
다시 숲길을 오르고 내려 걷는데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꽃 박사 봉섭 형과 원미 형은 꽃 사진을 찍는다고 먼저 가라고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라고. 앞서거니 하면서 가는데 국립공원 직원이 큰 배낭을 메고 꽃 사진을 찍는다고 정신이 없는 것 같다. 길옆에 피나무라는 표지를 단 큰 나무가 우뚝 솟아 있다. 피나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다. 국공 직원이 다가와 묻지도 않았는데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피나무의 피는 나무의 껍질을 의미하고 껍질이 질겨서 주로 밧줄로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나무를 올려다보니 나무줄기는 참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이 둥근 것이 참나무와 다르다. 그 외 많은 것을 설명하였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시 길을 가는데 앞에서 다른 국공 직원이 한 무리의 사람과 산행하면서 꽃에 대하여 강의를 하고 있다. 아마 사전 신청을 한 안내 산행인 것 같다. 「지금 알아보니 ‘천상의 화원 금대봉 야생화 해설’ 프로그램인데 사전 예약이 필수이며 태백역 관광안내소에서 할 수 있단다.」 한참 능선길을 오르고 내려서 분주령에 도착하여 형들을 기다린다. 하나둘 도착하는데, 많이 지친 것 같다. 검룡소로 내려간다고 하는 사람, 더 이상 못 가고 두문동재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사람 제각각이다. 결국 나, 용선 형, 지환이 만 대덕산으로 가기로 하고 나머지 인원은 여기서 두문동재로 가기로 한다. 모두 기념사진을 찍고 갈 길을 재촉한다.
대덕산을 향해 오르막길을 쉬지 않고 오른다. 한참을 정신없이 오르니 또 풍력발전 단지가 보이고 그 옆으로 시멘트 포장길이 있다. 아마 풍력 발전기 설치 중 만들어 유지보수하려고 남겨 놓은 것 같다. 여기서부터 대덕산까지 0.4km 계속 오르막길이다. 대덕산을 거쳐 검룡소까지 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중 나이가 많은 분들도 있다. 그분들도 잘 걷는다.
1시 40분에 분주령을 출발하여 2시 10분에 대덕산 정상에 도착한다. 예상보다 빨리 온 것 같다. 넓은 정상 언덕에 조그만 돌로 만들어 놓은 정상표지석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산들의 정상 표지석과 비교하면 크기에서 많은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나름 아담한 것이 정감이 간다. 정상에서 보는 바람의 언덕은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있고, 삼척 도계읍의 육백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온 사방이 확 트여 물결처럼 겹겹이 늘어선 산들은 그 웅장함을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처음 계획은 분주령에서 오른쪽으로 대덕산에 올라서 내려올 때 왼쪽 길로 내려오려고 계획을 하였지만 올라갈 때 생각 없이 내려오는 오른쪽 길로 올라가고 말았다. 아마 왼쪽 길은 이정표에 검룡소가 표시되어있어서 그랬나 보다. 정상에서 아무리 찾아도 검룡소 가는 표시길밖에 없어서 올라 온 길로 바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 지도를 다시 한번 보니 검룡소가는 길로 내려오다가 왼쪽으로 난 길로 가면 검룡소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분주령이 나오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
잠시 휴식하고 두문동재를 향해 출발이다. 지환이를 먼저 보내고 거의 뛰듯이 빨리 걷는다. 분주령을 지나고 한참을 가니 쉼터에서 지환이가 기다리고 있다. 잠시 쉬면서 물 한 모금 마시고 간식을 먹는다. 쉬는 것도 잠시 다시 두문동재를 향해서 간다. 4시 5분에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니 모두 기다리고 있다. 원미 형이 큰 물병을 준다. 드디어 오늘 산행이 끝인가 보다. 정선 송어 횟집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