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에 걸쳐 우리 옛 나라 고구려의 역사를 배웠습니다. 연결되어 묘청의 난, 최영의 요동정벌, 남이와 김종서에 대해서도 엮어서 함께 공부하였습니다. 배움자료도 함께 올려두었습니다.
2000년 전 오랜 고구려 역사가 오늘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함께 배움한 학생들의 갈무리글을 통해 전해봅니다.
<준>
꽤 긴 시간동안 고구려에 대해 배웠다. 한국사람으로서 가지는 고구려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감정들(설렘, 두근거림) 있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며 새롭게 배워가는 과정이 재밌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나누고 싶다. 5세기 초 장수왕은 수도를 국내성에서 평양으로 옮기며 남진정책을 핀다. 이 사안을 두고 지금까지 상반된 두 의견이 있지만 나는 아쉬운 마음이 컸다. 장수왕의 남진정책으로 우리 역사의 대륙적 성격이 퇴화되고 반도적 성격이 강해졌다는 생각이든다. 결과적으로 고구려의 남진정책으로 위기감을 느낀 백제와 신라가 동맹을 맺게 되고 결국 신라로 통일하게 된다. 고구려의 상무정신과 기풍, 천손 세계관 등이 작은 반도 안에 갇히게 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만약 고구려와 장수왕이 남진정책을 펴지 않았다면 대륙으로 더욱 뻗어가 중국을 호령하는 강대국이 되지 않았을까, 동북공정에서도 조금 자유로워지지 않았을까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든다.
5세기 말, 중화민족을 통일한 수가 고구려를 침공한다. 엄밀히 말하면 수가 쳐들어올 것 같은 낌새를 느낀 고구려가 먼저 선제 공격을 한다. 고수전쟁에서 들여다본 부분은 두 나라의 세계관이다. 고구려의 세계관은 하늘의 자손인 천손이 자신의 지역과 백성을 다스린다는 독자적인 세계관으로 긍지와 자부심이 표현돼있다. 반면 중화문명의 세계관은 황제가 하늘을 대신해 천하를 다스린다는 세계관으로 모든 국가를 지배하려는 침략적 야욕이 드러나있다. 이런 세계관 충돌의 연장선에서 중화민족을 통일한 수가 고구려를 침략하는 건 자연스런 수순이었고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군사적 행동으로 기선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여긴 고구려 영양왕이 선제 공격을 하게 된다. 누가 먼저 쳐들어갔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6.25전쟁에서 남침, 북침 논쟁이 의미없는 것처럼 둘 다 전쟁준비를 하고 있었고 전쟁에 참여했기에 전쟁의 주체도 양쪽에 있고 책임도 마찬가지다. 다만, 생각이 든 것은 ‘반드시 일어나야 할 전쟁’이라는 것이 있냐는 점이다. 전쟁이라는 것은 무조건 많은 생명이 죽는 비극이기에 전 지구공동체가 전쟁이 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당전쟁과 연개소문을 배우며 묘청과 김부식, 이성계와 최영, 김종서와 신숙주 등을 함께 배웠다. 누군가는 부패한 기존 세력을 밀어내기도 했고 누군가는 기존 세력과 함께 반란군과 싸우기도 했는데 연개소문, 묘청, 최영, 김종서와 남이의 공통점이 있다. 북방과 관련된, 북진정책에 힘썼던 인문들이라는 점이다. 북쪽 땅에 대한 중요도를 볼 수 있는 일이지 않나 싶다. 내가 판단하기에 이들은 겉보기에는 정반대의 선택들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판단 가운데는 공통적인 이유가 있었구나 싶다. 나의 출세보다 나라의 이로운 선택을 하는 것. 밀어내야 할 때, 지켜야내 할 때를 판단하는 기준을 어디에 두눈가가 중요하구나 느낀다. 이들의 선택을 내 삶에 비춰본다. 나의 이익을 위하고 있었는지, 관계 발전을 위하고 있었는지. 관계를 위함이라 내 스스로에게 말했는데 돌아보니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생각되는 일들이 있다. 이들의 선택을, 선택의 중심이 되었던 뜻을 배우고 싶다.
<하준>
고구려 역사를 공부하며, 고구려는 단군 조선의 정신과 뜻을 계승하려 했다는 걸 배웠다. 솔직히 이 말만 들으면 무슨 의민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하나로 꿰어지는 부분이 있다.
먼저 고구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광개토호태왕을 본다. 나도 공부하지 전에는 그냥 ‘전쟁을 잘 해 영토를 넓혔던 왕’으로 기억 돼 있었다. 광개토호태왕은 왜 전쟁을 했을까? 이 때는, 사방에서 적들이 고구려를 침략해 한시도 잠잠한 날이 없을 때였다. 그래서 18세에 왕이 되어 침략세력을 평정한 것이다. 전쟁의 목적이 식민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의 평안이었다. 그의 본래 이름인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에도 잘 나와 있다.
연개소문도 비슷하다. 현대의 시선으로 보면 군사반란하고 최고 권력을 차지한 사람이지만 그가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가 중요하다. 당시는 당이 고구려의 내부 일에 간섭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던 때였다. 그럼에도 고구려는 친당, 반당으로 나뉘어 싸우고 결국은 계속 당의 요구에 응했다. 이 상황을 주시하던 연개소문은 반란을 일으키고 당과 전쟁을 한다. 당시 고구려 백성들은 연개소문을 지지했는데 이것만 봐도 쿠데타와 다르단 걸 알 수 있다. 즉, 반란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뜻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생각된다. 그 시대의 흐름에 안주하지 않고 지금이 어떤 때인지 살펴 혁명을 하는 것. 연개소문 외에도 묘청, 최영, 김종서, 남이 등이 있었다.
이번 동아리 중간 돌아보기를 하면서 우리가 어떤 목적으로 동아리를 하나 생각해보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주체적으로 일을 꾸려가 보는 것, 그 주제를 연마하는 것 등) 가장 중요한 건 그 시간이 재밌고, 그 시간을 통해 서로 알아가고 깊어지고, 그래서 일상을 더 생기있게 살아가는 것이겠다. 이것을 중심으로 그 동안의 동아리를 돌아봤고 아으로 함께 고민하고 전략을 세워가자 나눴다. 풋살할 때도 내 안에 잘하고 싶은 마음, 잘 맞춰가고 싶은 마음, 그래서 잘 안되고 합이 안 맞을 때 어려워지는 마음이 있다. 전체적으로도 골에 집착하고 실력이 입에 오르내리는 기운도 보인다. 우리가 풋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몸 수련하고 재밌으려 하는 것 아닌가? 이걸 중심으로 지금 우리의 기운이 그러한지, 그러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살펴가야겠다.
고구려와 수ㆍ당은 세계관 차이, 작은 신화 차이 때문에 전쟁을 한다. 내 뜻이 잘 섯는지, 그 뜻으로 인해 어떠한 어려움이 생기지는 않는지, 기운과 때를 살펴 알아채고 넘어가는 힘 기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