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불총림 백양사(주지 시몽 스님)가 만암 대종사<진영사진>의 생애와 수행, 사상, 교육, 교화 등의 재조명에 나선다. 입적한지 58년만의 일이다. 현대 한국불교사에서 백양사의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는 일은 현대불교사를 바로 세우는 신호탄의 의미도 가지고 있어 주목된다.
백양사 주지 시몽 스님은 1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는 10월 28일 오후 1시 30분부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다시 보는 만암대종사’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만암 대종사가 백양사는 물론 한국불교현대사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암 스님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무했었다. 이는 사실 정화당시 종정이었던 만암 스님이 ‘환부역조’를 거론하며 비구측을 비판하며 자리에서 물러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환부역조’라는 당시 종정의 선언을 정화이후 한국불교를 이끌어온 비구종단으로서는 썩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만암 스님에 대한 학술적 재조명은 한국불교현대사에서 하나의 기점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날 세미나는 미산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의 사회로 5개 주제가 발표된다.
제1주제는 ‘만암의 생애와 불교사상’으로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가 발제하고 금강 스님(미황사)이 논평한다.
제2주제는 ‘만암의 수행과 백양사 강학전통’으로 김용태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가 발제하고, 이종수 동국대 연구초빙교수가 논평한다.
제3주제는 ‘만암의 선농일치 사상’으로 김광식 연구초빙교수가 발제하고 이치란 조계종 국제교류위원이 논평한다.
제4주제는 ‘만암의 교육활동’으로 한동민 수원시박물관 학예팀장이 발제하고 황인규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논평한다. 마지막 제5주제는 ‘만암의 교화활동’으로 원로의원 암조 스님이 발제한다.
이번 세미나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온 불교근현대사에서 식민지불교 체제하에서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고불총림’의 깃발을 세운 만암 종헌 스님의 삶과 사상을 재조명해 호남불교의 정신적 의지처로 자리 잡도록 백양사의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고, 수행가풍을 진작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만암 대종사는 1910년 한국불교를 일본불교에 예속하려하자 한용운, 박한영과 함께 임제종을 설립했던 주역이다. 1916년 백양사 주지가 되어서는 극락전 한 채만 남아있을 정도로 퇴락한 백양사 도량을 현재의 규모로 일으켰다. 스님은 불교근현대사에서 ‘교육’에 가장 힘을 쏟은 스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스님은 백양사 청류암에서 광성의숙(廣成義塾)을 열었고 심상학교를 세워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나아가야 할 길을 일반인에게 교육하는 데 힘썼다. 1928년에는 불교전수학교를 세워 초대 교장에 취임했다. 이 불교전수학교는 중앙불교전문학교를 거쳐 현재 동국대학교로 발전했다. 광복 이후에는 목포에 정광중학교와 정광고등학교를 설립하는 등 교육사업에 공헌이 크다. 또 승단의 재정자립을 위해 전남여객버스회사(현 금호고속관광), 전남베어링, 동광유지를 설립하기도 했다.
특히 현 조계종단의 뿌리인 조선불교를 불교 조계종으로 환원시키고 일제잔재를 청산하는불교정화에 앞장섰다. 1954년 한암(漢巖)의 뒤를 이어 초대 조계종 종정이 되어 종헌과 종법을 제정하였다. 1957년 1월 나이 81세 법랍 71년으로 입적했다.
백양사 주지 시몽 스님은 “만암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재조명하는 작업은 잃어버린 백양사의 역사 찾기이자 불교정화운동 및 조계종단사 다시보기로 그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를 기획한 김광식 교수(동국대)는 “고불총림의 개요 결성 성명문, 호남 고불회 취지서, 고불총림 강령, 청규 등에 만암 스님이 고불총림을 세운 이유가 잘 나타나 있다”며 “식민지불교 청산을 전제한 정화운동을 전개하면서 수행자의 본분을 지키려는 대종사의 혜안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양사의 만암 스님 재조명 작업은 이번 세미나 이후 내년 상반기 2차 세미나를 열어 발표된 성과를 모아 ‘만암대조사 학술논문집’을 발간한다. 또 만암 대종사의 평전과 백양사 사지 발간 등에도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