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한때 여행기를 올리곤 했는데 기억하시는 분 있을랑가 모르겠네요. ㅎㅎㅎ
백만년만에 찾아왔습니다. 감회가 새롭네요. +_+
블로그에 잠깐 여행후기도 올리고 했는데 블로그 업뎃이란 게 은근 고역이더라고요. ㅠㅠ
까페에 얼마나 머무를지는 모르지만 저도 간간이 후기 올려볼께요. :)
이젠 나이가 들어서 여행 다니는 것도 시큰둥하더라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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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트위스트
‘중국 도시들은 뭔가 죄다 수상스러워요.’
처음 중국 도시들에 던져졌을 때의 당혹감과 긴장감이 떠올라, 그 글귀에 씽긋 웃을 수밖에 없었다.
별 수 있으랴, 구 소비에트 연방의 독창적인 미의식을 탓할 수밖에. 동유럽과 코카서스부터 중앙아시아와 평양까지, 빼곡히 들어선 잿빛 아파트들과 사회주의 영웅들의 동상은 그 가공할 일목요연함에 그로테스크함보다는 도리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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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드의 널찍한 차선과 유럽풍 건물들.
동방의 진주라 불렸다는 코스모폴리탄 시티, ‘상하이.’
그 규모와 역사답게, 상하이는 이른바 ‘과거와 현재, 미래의 혼재’ 이자 중국의 발전을 보여주는 도시다. 황푸 강가의 푸동개발지구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과 마천루로 번잡하고, 기차역 부근 외곽지구엔 빨랫줄을 골목에 늘어뜨린 목조가옥들 사이로 뚝딱뚝딱, 시종일관 공사판의 소음속에 고층건물들이 여기저기서 솟아오른다. 와이탄과 옛 조계지엔 고풍스러운 유럽풍 석조건물들이 즐비하고, 번화한 난징루에서 고작 몇 리 이내엔 베이징의 후통을 연상시키는 좁은 골목들이 곧잘 전개되곤 했다.
우리는 온통 붉은 리본들로 치장된 옥불사(위포쓰)에서 향을 피우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사원 뒷켠 연못을 노니는 탐스러운 잉어들을 구경했다. 실험 예술가들의 거리인 장난감같은 골목길을 배회했고, 어스름이 깔리는 상하이 시내를 발 아래 두고 높다란 육교를 건넜다. 엉성한 빨간 조화를 들고 구걸하며 끈덕지게 달라붙는 어린아이들을 쫓아내느라,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던 젊은 비즈니스 상하이런은 한창 진땀을 흘렸다. 구 프랑스 조계지에선 서양인들이 주가 된 라이브 재즈공연을 보며 칼스버그를 마시고, 신천지와 그 일대를 돌아다니며 나이트클럽을 순회했다. 파티 나잇을 앞두고 엘레노어는 프랑스인 아니랄까 봐 샹송을 부르며 시가를 피웠고, 벤쟈민은 생각외로 재치있고 귀여웠고, 디에고는 어린 나이가 무색하게 야무지고 사려깊었다. 상하이의 뒷골목에는 어김없이 직접 밀대와 손으로 두드려 만든 신장식 국수와 양꼬치 식당이 있고, 어린 종업원 아이는 위구르 모자를 쓰고 애처로울 정도로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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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탄의 야경 (google image search)
돌이켜보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상하이에서의 일주일.
그렇게 항상 누군가와 함께였고 따라서 고독한 사유를 곱씹기 힘든 여정이었지만, 간혹 이른 아침에 일어나 도미토리 창문으로 상하이 스카이라인과 그 밑에 옹기종기 달라붙은 낡은 목조주택을 바라보곤 했다. 쇠락하고 후미진 구시가지. 얇디 얇은 유리창을 끼운 목조건물들. 100년은 그 곳에 서서 상하이의 변화를 지켜보았을 3층 다락방 창문을 보며, '색.계.'의 작가 장 아이링 소설의 주인공들을 떠올렸다. 이 곳 다락에선 소녀의 꿈과 좌절이 파고의 물결마냥 반복됐겠지. 역사의 격동기에 때론 함몰되고 때론 버티면서 숱한 주인공들의 드라마가 펼쳐졌을 것이다.
번드(Bund)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따가운 햇살은 한 풀 꺾여있었다. 우리는 황푸강변의 노을을 기다리며 구석에 앉아 연 날리는 행락객과 노점상들을 바라보았다. 새로이 솟아오른 금융빌딩의 유리창문에 황금빛 줄기가 반사돼 눈부셨다. 황푸강변은 꼭 홍콩의 빅토리아 하버를 닮아가는 게 별로 정감이 안 간다. 이 곳도 그렇고 그런 뻔한 도시가 돼버리는 것 같아 왠지 씁쓸했다. 그러나 그것도 그저 이방인의 변덕스런 감상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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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푸동 개발지구와 동방명주 (google image search).
동방명주 홍보팀에서 찍었나, 과도한 보정이 SF 영화같아 거부감만 인다.
진짜 상하이가 이렇게 변하면 최악이다;
황푸강의 야경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와이탄의 고급레스토랑에서, 우리는 비즈니스맨들과 파티복을 차려입은 서양인들 사이에서 감질맛 나는 분량의 연어와 샐러드를 앞에 놓고 기네스를 곁들였다. 친절한 중국친구에게 그간 신세진 데 대한 보답이었지만, 젠장, 무리했다. 한 턱 내는 처지에 내색은 할 수 없고;; 가격 대비 효율성을 따지면 차라리 동방명주 꼭대기의 바에서 칵테일이나 기울이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상경한 촌닭마냥, 드레스코드를 맞춰입은 외국인들로 가득 찬 고급 레스토랑에서 중국 소도시 출신의 내 친구는 주눅이 들었다. 그리고 테라스의 서양인들을 힐끔거리며 속삭였다.
“역시 이런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외국인들은 다르구나! 우리 영어학원에서 일하는 많은 루저(;) 원어민 강사들이랑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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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번화가, 난징루 (google image search)
비오는 을씨년스런 날 찾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너무 초라해서 서글펐고, 중국 근대화의 영웅 쑨원의 옛집은 특유의 위엄이 서려 있었다. 루쉰공원 안의 시민들을 넋놓고 곁눈질하다, 마침 공원안에 마련된 루쉰 박물관에 들러 그의 친필 원고와 생전에 썼던 소품들도 눈에 담았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 루쉰. 그러나 루쉰공원에서 루쉰 박물관을 방문하면서 윤봉길 의거 기념관엔 들르지 않았다면 죄책감을 느껴야 할까. 사실 윤봉길 기념관은 리모델링 중이기도 했거니와, 입구가 너무 작고 초라해서 헷갈리기도 했다. 그런데 어쩌면 그건 핑계였을지도 모르겠다. 이국땅에서 국민 영웅의 초라한 기념관을 찾기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씁쓸한 뒷맛만도 너무 짙었다. 때를 잘못 타고 난 의연한 젊은이의 용기와 무모함, 소명의식조차 그 무게를 덜어주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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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의 카멜레온 같은 매력이 작품을 살린, 색.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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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계.의 작가, 장 아이링, 그리고 '조이럭 클럽'으로 일약 유명세를 탄 에이미 탄.
장 아이링의 '색.계.' 원본은 사실 그녀의 다른 단편들에 비해 평범하고 너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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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코드로 자주 글을 발표하는 리사 시(Lisa See).
조상중에 중국계가 있고(쿼터 쯤 되지 않을까;) 차이나타운에서 자랐다고는 하지만,
파리에서 출생하고 LA에서 성장한 배경을 가진 그녀의 중국풍 두드러지는 글을 읽으면 뭔가 언밸런스.
게다가 그녀의 외모부터 너무나 서구적이라 이질감은 더해진다.
('소녀와 비밀의 부채'. 장쯔이가 하차하고 2월부터 전지현과 리빙빙 주연으로 촬영중이라는데,
기대와 동시에 걱정이;; 소설은 후반으로 갈수록 날림이었다.)
상하이-.
민족과 세계, 애국심과 코스모폴리탄. 옛날과 오늘, 오늘과 미래.
수많은 극단들이 혼재하고 그들 접점 사이에 미세한 마찰을 일으키면서, 이 오래된 도시는 그렇게 생명력을 갖고 성장해 나갈 거다.
불과 몇 년의 텀을 두고 이 도시를 다시 찾을 때는, 상하이는 이미 내 기억과 상상력보다도 더 앞서 자라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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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엔쳉의 '상하이의 삶과 죽음.'
중국 현대사의 화두인 문화대혁명과 홍위병에 대한 뛰어난 묘사,
한 인간의 숭고한 의지의 드라마가 조화된 걸작이다.
니엔쳉은 작년에(2009) 병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타임지에서 읽은 듯하다.
첫댓글 상하이의 느낌을 리얼하게 잘 표현하셨네요...두번 정도 갔는데..황포강에서 바라다 본 동방명주만 생각날 뿐입니다.
사진 예술이다~했는데 구글 이미지였군요.^^
아우--멋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