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전 스님의 본생담으로 읽는 불교
19. 마하수타소마 본생② 카라핫티 장군의 설득
남을 해치는 탐닉, 결국 자신의 파멸 불러와
선행 축적된 발판 튼튼해야 진리로 도약할 수 있어
쾌락 추구에 중독돼 멈추지 못하면 ‘자해의 부메랑’
물고기·바라문·거위 비유로 중독·파멸 인과 보여줘
왕의 명령으로 사람고기를 구하던 요리사가 군사들에게 발각돼 포위된 장면.
카라핫티 장군은 왕의 탐닉을 끊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옛이야기를 하였다.
1. 첫 번째 이야기
옛날 큰 바다에 여섯 마리 큰 물고기가 살았다. 그 중에서 아난다, 티만다, 앗죠하라는 그 길이가 500 유순(7500km)이었고, 티티미티, 밍가라, 티미라핑가라는 천 유순(1만5000km)이었다. 그들은 모두 바위의 이끼를 먹고 살았다. 어느 날 물고기들은 두 발 가진 사람이나 네 발 달린 짐승도 왕이 있는데 우리만 왕이 없다고 생각해서 아난다를 왕으로 삼았다. 그 뒤로 물고기들은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갔다.
어느 날 아난다왕이 이끼를 먹는다고 먹었는데 유달리 맛이 있었다. 아난다왕이 그것을 토해 보았더니 물고기였다. 그 뒤로 그는 물고기들이 문안 인사를 올 때 한두 마리씩 잡아먹기로 하고 발각되면 물고기들이 가까이 오지 않을 것이므로 그들이 인사하고 돌아갈 때 무리의 끝에 있는 한 마리를 뒤에서 덮쳐 잡아 먹었다.
물고기들은 친족들이 자꾸 없어지므로 그 중 현명한 물고기가 문안하러 갔을 때 아난다왕의 귓불에 몸을 숨겼다. 아난다왕이 물고기들이 돌아갈 때 맨 뒤의 것을 잡아먹는 것을 보았다. 그 현명한 물고기가 다른 물고기들에게 이것을 알리자 다들 달아나버렸다.
아난다왕은 고기 맛에 탐착해 다른 먹이는 먹을 생각도 하지 않고 물고기들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산을 발견하고 이 산에 물고기들이 숨어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산을 몸으로 둘러쌌다. 그러자 물고기의 꼬리가 보였다. 그 꼬리를 마구 씹어 먹었다. 그러나 그것은 50 유순이나 되는 제 꼬리였다. 심한 통증이 일어났다. 피비린내를 맡고 모여든 고기들이 아난다왕의 살을 찢어먹고 또 찢어 먹어 마침내 머리까지 미쳐왔다. 그는 몸이 너무 커서 몸을 돌릴 수 없어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아난다는 고기를 먹어보고/ 그 맛에 탐닉하여/ 고기가 다 없어지자 드디어는/ 제 몸을 먹고 죽어버렸네.//맛에 홀려 이렇게 취한/ 어리석은 사람은 앞날을 모른다./ 아들을 잃고 친족 버리고/ 홀로 돌아와 제 몸 먹는다.
이 이야기에 맞서 왕은 히말라야에서 온 성자들께 공양하던 바라나시의 부호 수자타의 아들이 성자들이 먹던 잠부나무 열매 껍질을 얻어먹었는데, 성자들이 떠난 뒤 그 열매 껍질을 구하지 못해 다른 열매껍질을 먹고 죽어버린 이야기를 하였다.
2. 두 번째 이야기
옛날 바라나시에 5계를 지키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의 외아들은 3베다를 환히 알아서 부모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아들은 또래의 아이들과 떼를 지어 돌아다녔는데 다른 아이들은 어육(魚肉)도 먹고 술도 마셨지만 이 소년은 어육도 술도 마시지 않았다. 또래의 아이들은 “저 녀석이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 우리 꾀를 써서 녀석에게 술을 먹이자”하여 축제에 놀러 가자고 제안하였다. 또래들은 외아들을 위하여 우유를 준비해주겠다고 하고는 연잎 사이에 매어둔 강렬한 술을 연꿀이라고 하면서 차례로 마셨다. 외아들도 이내 연꿀인 줄만 알고 마셨다. 또 숯불에 구운 고기도 먹었다. 그리하여 몇 잔 거듭 마시고 술에 취했을 때 또래들이 그것이 연꿀이 아니요, 술이라고 바로 가르쳐 주었다. 외아들은 “이렇게 맛난 것을 나는 오랫동안 모르고 지냈구나. 술을 더 많이 가져오라!”고 외쳤다. 그 술을 다 마시고 반지까지 빼주고 다른 술까지 사 마시고는 빨간 눈에 비틀거리며 혀 꼬부라진 소리로 집에 돌아가 자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바라문 가정에서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아버지, 내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
“술을 마시는 죄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는 지금까지 그처럼 맛난 것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되풀이하여 그만두게 하려 했으나 아들은 여전히 그만둘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아버지가 금한다면 자신은 그 맛난 것을 찾아 떠나겠다고 하였다. 할 수 없이 아버지는 아들을 법정으로 데리고 가서 폐적(廢嫡)하고 집에서 쫓아내 버렸다. 아들은 의지할 데 없는 거지가 되어 누더기를 몸에 감고 바루를 들고 걸식하다가 어떤 성벽 곁에서 죽고 말았다.
이 이야기에 대항하여 왕은 히말라야의 성자들께 공양하던 부호 수자타가 밤에 성자들께 인사하러 온 제석천과 천녀들을 보고 그 천녀를 잊지 못하여 천녀를 내게 달라하면서 울부짖으며 탄식하다가 끝내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3. 세 번째 이야기
옛날 치타쿠타 황금굴에 9만 마리의 다타랏다 거위가 살았다. 그들은 4개월간의 우기(雨期)에는 날개가 비에 젖어 바다에 떨어지기 때문에 외출하지 않고 자연미(自然米)를 동굴에 채워두고 그것을 먹으며 지냈다.
우기에 수레바퀴만한 운나나비 거미가 동굴 입구에 줄을 쳤는데, 하나의 실이 소밧줄 만한 것도 있었다. 거위들이 그 그물을 찢기가 어려워 젊은 거위에게 두 마리분의 먹이를 주고 비가 그치면 거미줄을 끊고 출입구를 내곤 하였다. 어느 때 우기가 5개월간 지속되는 일이 있었다. 양식이 떨어지자 거위들은 먼저 알을 먹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새끼를 먹고, 그 다음에는 늙은 것을 먹었다.
거미는 다섯 개의 그물을 쳐 두었다. 비가 그치자 두 마리 몫의 먹이를 먹은 젊은 거위가 그물에 돌격해 네 개까지는 찢었으나 다섯 번째 그물을 찢지 못하고 그물에 걸리고 말았다. 동족의 살을 먹었기 때문에 힘이 약해진 탓이었다. 거미는 그 젊은 거위의 머리를 째고 피를 빨아먹었다. 다른 거위도 그물에 돌격했으나 거기에 걸릴 뿐이었다. 거미는 그것들 전부의 피를 다 빨아먹었다. 이렇게 하여 다타랏다 거위는 전멸했다.
첫 번째 물고기왕 이야기는 남을 해치는 탐닉이 결국 자신을 해쳐서 파멸에 이름을, 두 번째는 알콜 중독이 파멸에 이름을, 세 번째는 선을 위해서라도 악을 범하는 것 역시 파멸에 이름을 보여주고 있다. 진리 자체는 선악(善惡)마저 초월하지만, 선행의 축적 위에서 진리에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악행은 그 도약의 발판을 부수어버리고 만다.
요약하면, 첫 번째 이야기는 탐닉→타해(他害)→자해(自害)→파멸, 두 번째는 중독→파멸, 세 번째는 자해→파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남을 향한 악행이나 자신을 향한 악행이나 어느 것이든 욕망의 추구에 원인이 있다. 감각적 쾌락에 대한 과도한 욕망의 추구가 탐닉 즉 중독이며, 중독이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면 남을 해칠 뿐만 아니라 결국 자해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파멸에 이름을 보여주고 있다.
[1652호 /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