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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 가 : chavi(yuh0903@hanmail.net)
* 창작실: 그린나래
* 제 목 : 음악의 미친 전도사.
* 편 수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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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분위기 괜찮다-"
"뭐하는 덴데? 자꾸 분위기만 좋대-"
"와인바- 조금은 특별한 와인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랏빛 매혹적인 한 와인바에 들어왔다.
곧 사람들은 자리를 잡고 앉고, 그들에게 한 여성이 다가간다.
"어서오세요. 'EXIT' 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공연은 언제쯤....?"
"'EXIT' 의 공연 말씀이시죠?
'EXIT' 의 공연은 30분 뒤 시작됩니다."
"아.. 미트, 크림 스파게티 하나씩 주고, 주방장 추천 와인으로 식사에 맞춰서"
"계산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주문을 받던 한 여성은 주방에 들어가 직접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
이것저것을 넣더니 이내 스파게티 두접시를 완성한다.
"미희야! 이거 20 번 테이블! 디저트 와인으로 같이 내보내!"
"네-! 언니 공연 3분 남았어요! 준형오빠 아직 안 왔어요!"
"내가 연락할게! 주방 그만 받아- 주문도!"
앞치마를 벗어 던지더니 어느 방으로 들어간다.
"소진아- 얼른 해- 옷은 리나 캐비닛에 있다."
"준형인?"
"오고 있어- 얼른 준비해."
소진이란여자는 옷을 갈아입곤 무대 뒤쪽으로 뛰어 나간다.
곧이어 방에 있었던 세 명도 나가고, 그들이 나가자마자 한 남자가 들어오더니
피크를 꽉 쥐고선 옷을 갈아입는다.
모두가 무대 뒤에 모이자 사이렌이 울리고 조용한 와인바 는 어느새 열광적인 콘서트 장이 되었다.
"얼굴 잘 가렸지? 오늘 대충 온 사람은 기자 4, 매니저 21, 그룹이사로 보이는 4.
다른 날보다 배는 많으니까 조심하고.. 가자."
소진을 중심으로 무대에 오르고, 조용하던 와인바는 그들이 오르자 사람들의 함성은 더 커졌다.
"도로로롱-"
리나의 키보드를 시작으로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고,
강력한 비트의 음악소리사이에서 고운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짧은 노래가 끝나자마자 이번엔 일렉의 독주가 시작되고, 뒤를 이어 베이스와 키보드가 따라들어간다.
그들의 기교 가득한 음악에 사람들은 더 환호하고 다시 한 번 빠져든다.
그렇게 10여분이 지나고, 노래가 가라앉자 보컬인 소진은 마이크를 스탠드에서 빼더니 소개를 한다.
"'EXIT' 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저는 'EXIT' 의 보컬 이소진 이고요. 'EXIT' 의 리더 일렉의 강승현!
베이스의 장준형!! 귀염둥이 'EXIT' 의 마스코트 키보드의 리나!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EXIT' 코리나!!!"
마약의 상징을 가진 코리나가 연주되고, 흘러나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마약처럼 중독된다.
"중독되는 너의 향기에 나는 미쳐가
스쳐가듯 나는 너의 바이올렛 펄퓸 (Violet Purfum)
아카시아의 짙은 향기보다 너의 미묘한 바이올렛 펄퓸에
나는 미쳐가."
소진의 노래가 끝나자 이어서 승현이 마이크를 잡고, 소진이 일렉을 연주한다.
"나를 미치게 하는 너의 블랙 펄퓸 (Black Purfum)
너의 향기는 지독한 그리움의 블랙펄퓸"
"너와 내가 섞여 영롱한 블랙 바이올렛 펄퓸
우리의 향기에 너희는 중독돼"
"중독되는 너의 향기에 나는 미쳐가.
너는 나의코리나"
노래가 끝이 나고 보라색 조명이 바뀌고 소진도 일렉을 다시 들어 피크도 없이 연주한다.
30분간의 연주가 끝이 나고 사람들은 멍한 표정을 가지고는 앉아있다.
분위기도 차분하고 매혹적인 처음의 보랏빛 와인 바로 변한다.
소진과 나머지들은 옷을 갈아입고 몰래 나가자 카운터엔 사람들이 몰려있다.
그 와중에도 벨이 울려 테이블로 가니 캐스팅 디렉터로 보이는 3명이 앉아있다.
"네- 손님."
"방금 'EXIT' 볼 수 있을까? 난 NM 기획……."
"죄송합니다. 영업 방침에 따라 'EXIT' 는 그 누구와의 접촉도 불가능 합니다."
"이렇게 나와.... 그러면 'EXIT' 에게 전해 주겠어? 지금 당장 나오지 앉으면 가게 문 닫게 해버린다고..."
"네? 풉- 킥킥킥.. 이가게 'EXIT' 가 누구 소윤데- "
들을 가치도 없어 뒤돌아 있다가 다시 그 사람들을 돌아서서 내려 봤다.
그리고 언제 온 건지 내 뒤에 애들이 있었다.
"사장님.. 무슨..."
"저- EX..!!!"
"아냐- 수고했어. 소진인 지금 일 있어서 나랑 잠깐 있어야 하니까 먼저 연습실로 가."
"네. 내일 뵙겠습니다."
내 말의 본뜻을 알아들은 그들은 재빠르게 뛰어나갔다.
8시 30분. 이 거리의 사람이 가장 많이 붐빌 시간. 걸릴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애들이 나가자마자 꽤 많은 사람이 따라 나가고.. 내 앞에 있는 3사람 중 1사람도 나가버린다.
"사장이라... 말이 더 쉽겠군. EXIT 를 넘겨. 충분한 보상은 주지."
"거절 하면 가게가 위험해 지겠죠? 가게는 나에게 소중한 거랍니다.
나의 집이자 어머니의 품 같은 존재니까요.
하.지.만. 나에게 EXIT는 소중합니다. 사장과 직원이라는 이름의 관계,
친구라는 관계. 절대 놓칠 수 없네요. 재밌네요.
어디한번 해보시죠. 고작 NM 기획이 EXIT를 건들 일수 있을까요?"
약간은 뻥찐 표정의 두 사람들 뒤로 하고, 미희에게 가게 잘 하라고 당부한 뒤에-
옷을 갈아입고 일렉을 메곤 가게 문을 나섰다.
나를 따라오는 아까 그 2사람이 있었지만, 리나의 분홍색의 귀여운 바이크를 타고는 쉽게 따돌렸다.
"나왔어-!!"
지하에 있어서 조금은 답답한 우리의 연습실에 들어서니 연습실에 온전한 것들은 보이지 않다.
"이게..무..무슨.... 준형이는?!"
"....준형이네 아버님이 오신거야-.. 후...윽-..."
구석에서 리나를 감싸고 있던 승현이 나오는데 간간히 들려오는 신음소리며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들은 끔찍할 정도로 잔인하다.
승현이가 리나대신 맞아서 그렇겠지만, 승현이가 이정도면 준형이는 더 심할 게 분명하다.
"뭐야, 얼굴 왜 그래?"
이유는 대충 눈치 챘지만, 혹시나 해서 승현이에게 물었더니, 어느새 승현이는 지쳐 누워있고
울면서 승현이 옆에 있는 리나가 대답한다.
"흐앙.... 마악-...."
"뚝- 리나..나 괜찮으니까 그만 울어- 이소진 맨날 똑같은 레파토리잖아. 이번에 좀 강했어.."
"리나는?"
"보시다시피 얼굴에 살짝. 내가 다 막은 거 같았는데- 한대 맞았어―"
리나는 일어나려는 승현이를 바닥에 눕히고는 나에게 뛰어와 징징된다.
"소..소진아- 흐잉....승현이 어떻게? 승현이 많이 아플 거야! 아저씨들이 막-마악- 때렸어!! ?"
징징되는 리나를 진정시켜 119를 부르게 하고,
완전히 박살난 준형이와 승현이의 베이스와 일렉
그리고, 리나의 키보드는 멀쩡해 보이지만 아마 다시사야할거다.
곧이어 119가 들어와 승현이와 리나만을 데려간다.
폐허가 되어버린 연습실과 친구들의 소중한 악기들...의 파편.
그 파편들 사이에서 반짝이는 우리의 피크....
"젠장...."
명색에 EXIT 멤버고 보컬이다. 그런데- 이런 거 하나 못막았다는게 죽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난다.
결국, 땅에 내려놓은 내 일렉을 들고 회사로 뛰어 들어왔다.
1시간여 뛰어 을까... 숨은 턱까지 차올랐지만 준형이와 승현이, 리나를 생각하니 별것이 아니었다.
특히 얼마나 다쳤을지 모르는 준형이....
제 1 비서실도 경유하지 않고 바로 제 3 비서실까지 왔다.
"아가씨? 연락 없었는데?"
"아버지 계세요?"
"네- 안에 계세요."
비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갑자기 열린 문에 아빤 놀란 얼굴이었다.
아빠가 일어서기도 전에 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서 아빠 앞으로 걸어갔다.
"무슨 일이냐?"
"준형이...."
"준형군 일은 나도...어쩔 수가 없구나..."
"..................그거...할께.. 그거 하면... 준형이...."
"그거라니..."
"빌어먹을 후계자 말이야.!!"
"...............그 조건이라면 나도 좋다. 단, 완벽한 상황 처리가 아닌 기회를 주지."
"기회..? 참, 그거 발표는 나중에 해"
"그거야 상관없지 후계자 수업은..."
"그 빌어먹을 수업도 고등학교 떄다 끝난 거 알고 있어."
"사..사무실은 옆에 있고, 서류도 모두 준비되어 잇다. 비서는 네가 채용해서 써."
당황한 듯 한 아버지 얼굴을 몇 초간 바라보다 내 사무실이란 곳에 갔다.
번듯하게 '후계자실' 이라고 써있다.
후계자실이라 써있는 명패를 뜯어버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명패에도 내 이름이 있고, 비어있는 책장들과 서류에 뭍인 책상들.
"기회....이곳에 있겠네...."
일렉을 걸이에 걸어두곤, 싸여있는 서류를 뒤적거렸다.
"세령그룹 엔터테인먼트 기획 M&A 인수....기회다."
기회를 찾았다. 세령이면 준형이네 회사. 하지만 회장은 진짜 준형이의 아버지가 아니다.
돈을 보고 찾아온 더러운 인간이지...
"기회를 찾았어.."
난 먼저, 미희에게 전화를 해서 인테리어 공사를 해야 하니 두 달간을 오지 말라 했다.
VIP 고객들에게도 일일이 메일을 보냈다.
메일 전송이 완료 되었다고 소리가 들릴 무렵 전화가 울린다.
"네."
[나! 승현이!!!]
"괜찮은 거야?!!!"
[어!! 리나는 그냥 아까 상처 소독만 했고! 나도 팔에 금간 거 뿐이어서 괜찮아!
한 달 정도 일렉은 못할 거 같아!!]
"그럴 거 같아서 가게...이리 와서 얘기해- 나 미해에 왔으니까."
[미해?!!! 야!!!!]
"와서 이야기해-"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리고 한쪽에 있던 노트북을 켰다.
한 개를 켜자 노트북 세대가 연결되어 켜진다.
"쓸데없이..."
어쨌든 세령그룹의 사정과 엔터테이먼트 소속 연예인들
그리고, 어쩌면 이 M&A 건에서 핵심이 될지도 모르는 준형이에 대한 자료를 찾았다.
"애물단지라....피식-"
서류를 인쇄해서 파일 철을 끼어 서랍에 넣어 자물쇠를 채우고,
주식 현황을 살폈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밖이 시끄럽다.
"우리 소진이 친구라니까요?!!"
"아가씨 친구분이신지 전 잘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밖에 비서랑 싸우는 모양인데...
비서가 1년 넘게 회사에 왔지만, 내가 회사 안들어온지 2년이 넘어서 덩달아 저 녀석도 모를 거다.
"김 비서-"
[네. 후계자 님.]
"그딴거 집어치우고, 저 녀석들 들여보내. 내 친구들이야."
내말에 잠시 소란스러워 지더니 문을 열고 승현이와 리다가 들어온다.
얼굴은 있는데도 구긴 채.
"후계자실? 이소진. 네가 진짜 미쳤나?"
"그러지마, 승현아.. 소진이도 생각이 있겠지-"
"생각은 무슨생각!!! 지난 2년 동안 저 녀석 여기 안들어갈려고 별짓을 다했어!
그건 네가 잘 알잖아!!"
승현이는 들어오자마자 내 앞으로 오더니 소리를 지르고, 리나는 그런 승현이를 진정시킨다.
"기횔 잡으려고.. 준형이를 데려올 꺼야.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지..
더 이상 세령이 준형 이를 못 건들게 만든다. 그래서 말인데..."
"소진이가 말하는 건 뭐든지 도와줄게!! 승현이도 그럴 거야! 그치?"
"...........알겠어-"
"우선 리나는 EXIT 인터리어 새 단장해줘. 기간은 두 달. 분위기는 네 전공을 살려서 해.
와인바 가 아닌 칵테일 바로."
"그거야 쉽지-!"
"난? 리나 도와주면 되?"
"아니, 승현인 .. 너희 악기 사라. 준형이 악긴 말고, 너랑 리나꺼.
그리고 EXIT 연습실 미해로 옮길 준비 해줘..
몇달 뒤에 EXIT를 미해로 옮길 꺼야."
"...........알겠어. 네가 원한다면야.. 그리고 준형이를 데려올 수 있다면야..."
승현이와 리나가 나가고.... 어느새 밝은 달이 떴다.
"결전은 3일뒤. 승리는... 내가 할 거야.."
자료준비로 2틀 밤을 세고 오늘은 세령과의 협상이 있는 날.
자료만 주고 인수단을 보내려 했지만, 아무래도 준형이의 일이 있느너 같아 내가 나가야 겠다.
승현이와 리나도 바쁜 건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소진님. 회장님께서 부르십니다.]
김 비서의 말에 난 자료를 마저 챙기고, 바로 나갈 생각으로 어제 주문해둔 블랙슈트를 입었다.
"접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셨다.
"소진아-"
자리에 앉으니 엄마가 날 부르면서 탁자에 도시락을 펼쳤다.
"소진이 힘들지? 엄마가 소진이 좋아하는 걸로 골라서 싸왔어.
우리 소진이 어떡하니……."
"괜찮아.. 아빠도 드세요-"
내 말에 아빠가 젓가락을 들자 엄마가 젓가락을 뺏어 버린다.
"소진이 먹으렴- 너한테 그 힘든 일 다 맡기고는 하루가 다르게
늦게 나가시고 칼퇴근 하시더라.."
어쩐지... 직원들이 나한테 결제 받는 게 많다더니....
시계를 슬쩍 보니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김밥 몇 개와 딸기 몇 개를 황급히 집어 먹고 일어섰다.
"어디가? 더 먹고가렴-"
"준형이 데리러 가야되 엄마. 회장님.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렴..다녀오면... 네가 원하는걸. 하게 해주지....
우선 다녀오고 나서 이야기 하자."
세령과 어쩔 수 없는 라이벌이 되어버려...
준형이와 했던 약혼이 파혼되어버렸고... 서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약혼을 했다.
월드 호텔 309호실에 안내받아 들어갔더니 아직 안 온 모양.
룸서비스가 올라오고 간단하게 오렌지 쥬스로 목을 축였다.
"달칵-"
뜻 밖에 안쪽 방문이 열리고 옷을 대충 걸치며 머리를 터니 준형이가 나온다.
"장준형?!!! 괜찮은 거야?!!"
얼굴에는 별 상처가 없지만 얼핏 옷사이로 보이는 상처들은 끔찍했다.
"네가 여기 왜왔어? 미해에 들어간 거야?
강승현 개새끼... 내가 막으라니까..."
"승현이한테 뭐라하지마... 내가 들어간 거야... 넌 여기 왜 온 거야?"
"너랑 똑같은 이율껄?"
미해와 세령의 M&A.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실력을 보이는 두 그룹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선 바닥을 면치 못한다.
그래서 그냥 한 회사에 넘겨주기로 해버린 M&A.
그때 문이 열리고 세령의 장 회장이 들어왔다. 준형의 새 아버지...
"안녕하셨어요? 장 회장님."
"하하- 소진이를 여기서 볼 줄은 몰랐는걸. 들어간 게냐?"
"설마요- 잠깐 일좀 도와드리는 거예요."
후계자 승인은 했지만, 아직 미발표. 특히, 친구의 아버지여서 친하고 준형의 아버지여서 증오하지만..
라이벌은 라이벌...아직.. 말해서는 안 된다.
"시작하겠습니다.. 미해의.."
"그냥.. 소진이라 하세요. 윤비서님."
"아..네.."
장 회장과 윤비서가 들어오자마자 준형인 방으로 들어갔다.
장 회장의 얼굴은 보기도 싫다는 듯이..
장 회장과 윤비서가 자리에 앉자 우리사이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내가 먼저 그 흐름을 끊어버리고 화면을 보여주면서 시작했다.
"저희가 먼저..."
"아뇨,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여길 봐주세요."
먹고 먹히는 싸움이 시작되었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흠..미해에서 이행만 제대로 준다면야.."
"미해의 딸 이소진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죠."
"좋네.. 뭐.. 이제 먼저...일..."
"회장님과 제 사이에 하나 남은 게 있는데요."
난 말을 하면서 눈짓을 주었지만, 나를 노려보기만 할뿐 나가지 않는다.
결국 경호원들을 불러 윤비서를 내쫒고 준형이를 방에서 끌고 나왔다.
"설마 EXIT를 말한 거라면.."
"EXIT는 이제 미해만의 소윤데- 더 이상 세령의 간섭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참, 아까 30%의 이운을 드리는 것에 조건을 달죠. 준형이. 제가 데리고 갑니다."
"그...그런 말도 안 되는!!!!!!!!!!!!"
장 회장의 얼굴은 노기에 붉어졌지만 준형이의 눈엔 설렘이 새겨진다.
"뭐 어떻습니까....? 준형 이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류회장님의 아들인 준형이에겐
회사를 물려주고 십진 않으시잖아요?
세간의 이목을 속이기 위해 내일. 이시간 자동차 사고로 준형이를 죽이고,
장 회장님의 핏줄을 이어받은 세준이가 회장이 되기를 원하시지 않으셨나요?"
준형이의 얼굴엔 당혹스러움과 놀람이 함께 어우러져 나타났고,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거 같다.
"그....그건...!!!"
"한가지더.. 현재.. 준형이의 친 어머님.. 김하연 사모님 외에 있는 여자가 있는거..."
"다...닥쳐라!!!!!!!!!!!!!!!!"
장 회장이 날린 손에 난 소파위로 쓰러져 버렸고,
준형인 날 잡아주곤 패닉상태에 빠져버린듯 가만히 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날 죽이고, 세준이를 올리고.. 그다음엔 엄마를 죽이겠지?
당신에겐 또 다른 여자가 있으니까!!! 이제야 퍼즐이 맞네..
아버지가 죽고.. 갑작스럽게 진행된 우리 엄마와의 결혼식.
그리고 결혼하고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엄마는 임신을 했고. 세준이가 나왔지.
세준이가 태어날 무렵에 날 유학 보내고...이제야 퍼즐이 맞았어.."
준형인 울었다.. 물건을 집어던질 법도 하고 소리를 칠 법도 한데...그냥 울었다.
장회장이 포기 서류에 도장을 찍고 나가고,
어떻게 알았는지 방문을 열고 리나와 승현이가 들어왔음에도...
난 조용히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나의 시림 한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 사람을...
방을 나와 맥주를 잔뜩 사들고는 회사로 돌아왔다.
나는 보고를 하러 회장실로 갔고, 준형이와 애들은 후계자실로 들어갔다.
"수고했구나. 준형인.."
"정신이 말짱하진 않아요.."
"...그래. 준형이 잘 도닥거려주고... EXIT는 하려무나..
단.. EXIT를 미해의 꽃으로 만들어라."
EXIT의 자유와 인정.. 드디어.... EXIT는 더 이상 우리의 탈출구가 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너희 네면 집으로 들어와..."
"그건 애들한테 말해볼께요. 솔직히 난 싫어요.
참 8시예요. 퇴근하셔야죠. 칼. 퇴. 근. 회. 장. 님!"
아버지와 이야기를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준형이는 참 슬프게 마신다.
두달뒤.
와인바 EXIT가 아이리스로 바뀌어 오픈하고 우리 EXIT도 'Chello Of Melody'로 바뀌었다.
첼로의 선율. 우리다.
우리 네명 모두는 집으로 들어갔고, 미약하지만 미해 엔터테인먼트도 꽤 유명해졌다.
우리의 데뷔도 결정 났고... 리나와 승현인 약혼을 했다.
오늘은 아이리스의 오픈. 그리고 'Chello Of Melody'의 첫 공연.
보라색의 와인바 가 화이트와 블랙의 조화를 이룬 멋진 칵테일 바가 되었다.
"어서 오세요! 아이리스입니다!!"
더 이상 우리가 서빙하지 않았다. 오늘 우리의 얼굴이 밝혀질 예정이기 때문에.
사장은 다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미희가 하기로 했다.
아이리스의 오픈 특별 공연. 우린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무대 밑에 있다.
진짜 공연장처럼 아래에서 올라가는 케이블을 비롯해서 각종 퍼포먼스가 가능하게끔 제작된 무대.
달라진 건 무대와 의상뿐. 우리의 열정과 자신감은 변하지 않았다.
사이렌이 울리고, 장치를 설치한 테이블이 뒤로 밀려가고 사람들은 무대로 쏟아져 나온다.
"띠리링- 도로로롱-"
리나와 승현의 소리를 시작으로 첫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클럽에 온 듯 춤을 추고 발을 구른다. 우리도 뛰어 다니며 공연을 했다.
노래가 끝나고 공연도 끝났다.
테이블이 앞으로 밀려나오고 사람들도 자리에 착석한다.
사람들이 자리로 돌아가는 동안 무대 위엔 4개의 고양이 소파가 올려졌다.
"안녕하세요― EXIT…….아니, 'Chello Of Melody'의 보컬,일렉의 이 소진입니다- 반갑습니다!"
"꺄아!!! 언니 너무 예뻐요!!"
"안녕하세요― 키보드의 리나 예요!"
"'Chello Of Melody'의 리더와 일렉을 맡은 강승현 입니다!"
"장..."
"여기 멋진 오빠는 베이스의 류준형!! 멋있죠?"
"네!!! 언니랑 잘 어울려요!!"
미희의 휘파람과 환호소리에 사람들도 동조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얼굴을 알리고 같이 노래도 하고... 행복하다.
"회장님. 네. 류씨로 소개하던데요."
[준형이가?]
"아죠. 이소진양이.."
[그년만 없으면... 그년 먼저 해결했어야 했는데..!!!들어와!]
구석의 앉은 한 남자는 무대에서 즐겁게 노는 그들을 잠시 보더니 밖으로 나간다.
테이블을 치우러 간 미희는 무언갈 발견하고 주위를 둘러보다 급히 챙긴다.
"부모님의 반대로 얼굴없는 EXIT로 활동하다가, 당당하게 허락 맞고
'Chello Of Melody'로 탄생했습니다.
간단하게 '첼로' 라고 불러주세요- EXIT의 무대. EXIT도 더 이상 와인바 가 아닌
아이리스라는 칵테일 바로 탈바꿈했는데- 와인바 는 그 모습 그대로 3층에 올려놨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EXIT는 없다는 거 기억해 주세요."
"오늘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건 저희를 소개하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일은 여기 이 무대에서 더 이상 저희를 보기 힘드실 것 같아요."
"웅성-웅성- "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멈추길 기다리다 승현이가 이야기를 마저 한다.
"대신에.. 저흴 브라운관에서 보실 수 있을 거 같아요! 미해 기획사에서 저흴 데려갔거든요-"
"어째서!!! NM과는!!!!!!!!"
저번에 왔던 디렉터 셋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따진다.
미해가 대기업이고 미해 기획이 유명세를 타도
이 바닥에서 아직 NM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오래 남지 않았다.
"친구가 미해로 하졌어요. 무서운 친구가 있거든요. 그리고, 미해 회장님께서 직접 오셨는걸요?"
"Chello Of Melody'가...그 정도 대접은 받아야 하지 않나요? "
리나의 말도 맞고 승현이의 말도 맞다.
내가 하쟀고, 아빠도 봤고... 무엇보다 Chello Of Melody'가.. 그 정도는 돼야지..
"우리도 그 정도는!!!"
"피식-"
가만히 있던 준형이가 내 마이크를 뺏어 가더니 낮게 조소를 피운다.
"NM 이라면 내가 누군지 알텐데...?
그 자릴 포기했어도...NM 따위가 세령을 상대할 수 있을까?"
나는 안 밝혀졌어도 준형이는 후계자 자리를 포기한다고 발표 했었 으니까...
"자자- 분이기 삭막하게-"
준형이에게서 마이크를 빼앗아서 리나에게 넘겼고, 리나는 데뷔날자를 알려준다.
"데뷔는 ...말해도 되겠죠? 데뷔는 5달 뒤! K 방송국!
데뷔 해봐야 알겠지만 매달 3쨋주 화요일 9시!
이곳 무대엔 저희가 있을 거예요. 그럼! 다들 다음에 봬요!"
리나의 인사로 우린 내려오고 뒷문으로 나와 준형이 차를 탔다.
"근데- 우리 데뷔하고 나서 넌 어떻게 할 거야?"
"후계자 자리야.. 한 달에 두 번 정도만 하면 되서 괜찮아.. 참,"
"왜?"
"나 비서 없어서.. 이틀동아 나 도와줄 비서가 필요하잖아-
정식 채용하기엔.. 좀 그렇고.."
"내가 도와줄게..
뜻밖에 준형이가 먼저 나선다.
솔직히 준형이는 회사 같은 것에 신물이 나서 안할 줄 알았다.
하지만, 준형이 정도의 경제지식과 이 바닥을 아는 사람이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네가?"
승현이도 같은 생각이었던 건지 놀래서 쳐다본다.
리나는 언제 잠든건지 승현이 무릎을 베며 자고 있다.
"나야 고맙지..."
"대신에.. 세령을 무너뜨려줘."
세령을 무너뜨린다. 어려워..
한회사의 라이벌이라고 무너뜨리면 대한민국, 세계의 경제가 흐트러지고..
세령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또한 빛이 사라진다.
"그건 힘들어. 미해가 무너질 수도 있어. 그리고 경제가 무너져.
.............너의 품에 다시 안겨줄께."
"....내 ....품에..."
"류 회장님 회사. 세령. 류준형..네가 가져가야지."
"........한 가지 더.. 부탁할게."
"뭔데..?"
세령을 준형이에게 돌려주려면 M&A 뿐이다. 힘겨운 싸움이다.
하루 빨리 시작해야 겠다.
"나랑.. 사귈래...?"
세령세령.....사귀자고... 뭐?!!!
"어?!!"
승현이도 놀란 듯 한 표정이지만 눈은 반짝거린다.
"우리.. 파혼했지만..약혼까지 했었고..."
준형인 아예 한쪽에 차를 대고 내 손목을 잡고 내린다.
어느새 승현이가 운전을 해서 가버리고 우린 한 카페로 들어갔다.
"그거 때문에 그런 거라면…….난.."
"아냐!!!! 널 처음 봤던 그날부터....사.....사....아씨....사랑했어...."
수줍게 말한 준형이는 고개를 숙이고 돌려버린다.
나의 한쪽 가슴이 따뜻해진다.
날 잡고 있는 준형이의 손에서 쿵쾅 거리는 심장박동이 느껴지고..
내 심장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뛴다.
"..............................나도.....사랑해.........."
지난 8년 동안 지닌 사랑한단 말 한마디를..드디어 했다.
어느새 우린손을 잡고 있었다.
우린... 서로에게 물으며 떠들기 시작했고, 서로의 얼굴은 밝았다.
"언제 처음 봤어? 난 7살 때 너 봤는데?"
"나도 7살때. 우리 집에서 파티가 있었는데- 네가 왔었거든.
그때 반했지 뭐, 다음날인가? 학교에 가니까 너랑 승현이가 같이 손잡고 다니길래
둘이 좋아하나보다..하고 말 안했지.
너랑 나랑 친구 된 게 17 인데- 17에 나 약혼 했잖아. 그래서 뭐 못하다 지금 한거지.."
"나도 한 8년 된 거 같은데? 어느 순간 네가 남자로 보이는 거야-
승현이한테 너에 대해 물어봤지..
아마 그때가 너 베이스 만질 때 였을껄? 14살 때..쯤이니까.."
"응. 그것도 무작정 배운 거야. 승현이가 너 베이스 좋아한 댔거든..개자식
지금 말하니까 열 받네.. 베이스 좋아한데서 베이스 배우는데-
넌 일렉 좋다고 승현이랑 일렉 배우지..."
"뭐.. 난 너 베이스 치는 거에 반했으니까 됬지? 참!!! 연습실!!!!!!!!!
지금쯤 승현이랑 리나랑.....!!!"
"집에 갔을 껄?"
"어?!! 어?!!!!!!"
"아까 문자 와서 키 없어서 간다고.."
"키 사무실에 있어. 영락없이 회사 들어가야겠다. 일어나자."
준형이는 계산 한다며 먼저 카운터로 갔다.
많은 것이 이뤄졌다.. 행복하다..
미해기획에서 연습을 시작한지 벌써 6달이 넘었다.
나와 준형이, 승현이의 손은 엉망이고 리나의 손목도 부어있은지 오래.
연습실에서 맞춰보고 있는데 문이 열리면서 진이가 들어온다.
"진! 오늘 스케줄 일찍 끝냈나봐?"
"어- SKY 애들이랑 있다가 사장님한테 붙잡혀서 다들 연습실로 배치됐어-
나야 도망 나왔고."
오빠도 참..... 왜 그러는 건지...
2달전에 도망갔다가 돌아온 오빠에게 후계자 자릴 넘기고 난 첼로에만 매달렸다.
"저쪽 가서 셔- 이불이랑 베개랑 다 있어."
준형이의 말이 나오자마자 눈을 반짝이더니 이불을 뒤집어쓰고 잔다.
우리도 악기를 내려놓고 쉬기 시작했다.
승현인 얼음 팩을 만들어 리나 손목에 대주고 나도 바닥에 굴러다니는 연고들을 집어 들었다.
"피크를 쓰는 모양인데도 이 모양이네.. EXIT 때는 피크 없어도 멀쩡하더니만..."
"요즘 쉬는 거 없이 하루종일 하잖아. 줘- 발라줄께."
내 손에서 연고를 뺏어 들어 내 손에 덕지덕지 바르고, 나도 승현이 손에 문질렀다.
연과 어느 정도 스며들고 마르자 우린 다시 악기를 집어들었다.
연습곡으로 쓰는 코리나. 데뷔곡인 Pantom. 다음 주부턴 녹음이다.
"데뷔전부터 엄청난 매니아 층을 가지고 있는 밴드입니다!!!"
"그래요! 그들이 드디어 데뷔를 한 다네요!!!!"
"'Chello Of Melody'!!! Pantom!!!!!!!!!"
우리의 이름이 불려지고, 카메라가 우릴 비춘다.
우리가 서있는 이 무대에 조명이 비친다.
드럼이 없는 조금은 특별한 밴드.
나와 준형이, 승현이, 리나 만의 밴드.
리나의 키보드를 시작으로 노래가 울리고 승현이의 강한 일렉소리가 들어간다.
리나와 승현이의 듀엣을 시작으로 나와 준형이의 보컬.
"깨질 듯 한 차가운 너의 손길에-"
"내 손에 잡히면 부숴질듯한 너의 환상-"
그리고 우리의 열정 가득한 연주. 키보드와 베이스.. 일렉의 공연.
부조화의 아름다움. 노래가 끝나고 무대의 조명이 내려졌다.
악기를 무대에서 내리려는 듯 다가오는 스텝들.
직접 제작한 우리악기. 그 누구의 손에도 맡길 수 없다.
스스로 키보드를 분해해서 들고 내려가고, 우리의 일렉과 베이스도 챙겼다.
우리와 SKY가 함께 쓰는 대기실.
지금은 SKY의 무대. 다섯 명의 파워풀한 음색과 화려한 안무가 돋보이는 댄스그룹.
"아!!!"
SKY의 무대를 보고 있는데 베이스를 손질 하던 준형이가 끊어진 줄에 손이 베인 듯 피가 흐른다.
그와 동시에 무대가 끝났는지 왁자지껄 하며 들어오는 SKY.
SKY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줄 새도 없이 요즘 계속 챙겨 다니는 연고를 발랐다.
"왜 끊어진 거야? 1시간 전에 갈았잖아."
가만히 줄을 보던 준형이가 줄을 뺀다.
"승현이랑 너도 갈아놔- 너희 둘도 똑같을 거야."
준형이의 말에 일렉을 확인해보니 상당히 팽팽하다.
최상의 음색을 내지만.. 최악의 상처를 만드는 이런 줄.
"무의식이겠지.. 서로를 위해 상처를 감수한 거야..."
무의식 속에 서로에 대한 배려.. 우리가 지닌 최고의 무기.
인터뷰가 들어왔고, 그에 우린 응했다.
"안녕하세요! 'Chello Of Melody' 여러분!"
"안녕하세요!!!"
데뷔한지 2틀째. 첫 방송. 무대 위에서가 아닌 땅 위에서 카메라를 본다.
"우선- 데뷔를 축하드려요!"
"감사해요- 하하"
"'Chello Of Melody'! 데뷔 전부터 유명했었죠?"
"소진이가 운영하던 와인바 에서 EXIT 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어요― 하하-"
"와인 바요? 와- 소진양 대단한데요?"
"지금은 아이리스라는 칵테일 바로 옮겼어요-"
리나와 승현이가 서로 맞장구 쳐가면서 인터뷰 하고, 나랑 준형인
몇 마디 거들면서 자리만 지켰다. 이런 건 재미없다.
"여러분의 악기좀 보여주세요―!"
"악기...저희 보물 이예요. 이 분홍빛의 키보드는 우리 귀염둥이 리나 꺼고...
이 갈색의 일렉은 제꺼-"
"요거 까만 베이스는 준형이꺼- 요거 하얀 건 소진이의 일렉-! 예쁘죠?"
여차저차해서 인터뷰가 끝나자 리포터가 악수를 건넨다.
"감사드려요."
"아녜요-.. 아...저...악수는... 죄송해요..."
"네...네?!"
우리가 죄송하단 표정을 지으면서 악수를 거부하자 약간 민망한 듯 한 모습이 보인다.
"악기를 만지다 보니 손이 엉망이어서요."
리나는 덜한데............
난 얼른 점퍼주머니에 손을 넣어버렸다. 상처투성이인 내선.
승현이와 준형이도 손은 모두 주머니에 들어가 있고, 리나도 잠바에 손을 넣어 놨다.
리포터도..카메라도 전부 나가고..우리에겐 침묵이 찾아왔다.
"후회해...?"
"아니."
나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친구들. 나도 후회하지 않는다.
"나도- 악기 챙기자."
악기를 챙겨들고, 무거운 키보드를 들고 있는 리나를 도와주며 걸었다.
복도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선배들도 많고, PD도 많았지만, 악기 때문에 인사도 못한다.
1시간 뒤에 펼쳐질 우리의 무대. 코디언니가 준 옷을 대기실에 앉아있거니,
언니가 장갑을 준다. 이거 끼면 불편할 텐데...
"누나..."
"시끄러- 껴!!! 손은....!!! 바보 같아!"
인터뷰때 본건지.. 눈물이 달린 채로 말을 하곤 밖으로 나간다.
잠시 녹화가 중단되고 우리의 악기를 들고 무대로 올라갔다.
우릴 본건지 사람들이 환호하지만, 장갑이 신경 쓰여서 다른 건 들어오지도 않는다.
애들도 나와 비슷한 듯.
녹화가 다시 시작하고, 우리의 노래가 흐른다.
한참을 쳤을까.. 자꾸 장갑이 다름 음을 건들듯 말듯 한다.
노래가 흐르던 중에 난 장갑을 벗어버렸고, 피크도 놓치는 바람에 맨손으로 줄을 퉁겼다.
신인 특집무대여서 노래만 3곡. 10여분의 시간이 걸리는데 첫 번째 곡 중간에 던졌으니...
노래가 끝나고, 반주만 흐르자 우린 움직이며 서롤 바라봤다.
언제 벗었는지 이 녀석들도 장갑을 벗어던졌고,
승현이의 피크도 날아가고, 준형이도 간신히 잡고 있다.
"앗-"
두번째 곡이 시작도 되기 전에 결국 우리의 손에 피가 보이고. 바닥에 떨어진다.
PD가 피를 본건지 카메라를 멈추려 했지만 우리의 연주는 멈추지 않는다.
아픔을 참고 서로를 믿고 있으니까..
우리의 노래가 멈추고, 베이스를 마지막으로 연주고 끝났다.
손가락이 전부 터지고.. 리나도 손목이 부었다.
피묻은 손을 피해 악기를 잡고 무대를 내려와 대기실로 들어왔다.
누가 불러온건지 구급대원 몇이 약상자를 들고 우릴 기다린다.
사람이 앉을 소파에 악기들을 올려놓고 구급대원에게 상처를 보여줬다.
이리저리 베이고 찢겨 너덜한 내 손가락.
가장먼저 놓쳐서 그런지 내가 너무 심하다.
내 손을 보며 멍하니 있던 대원이 정신을 차려 치료를 시작하고, 그제야 다른 대원들도 치료를 시작한다.
"이 손으로 악기를 건드려요? 미쳤어..."
"우린 음악에 미친 'Chello Of Melody' 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 손이 이게 뭡니까?"
"노래가 중간에 끊기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우리의 말에 대원들은 어이없다는 듯 한 얼굴들.
한참 치료 받고 있는데 PD가 뛰어 들어온다.
"팬들이 자네들 피를 본 모양이야. 스튜디오에서 꼼짝도 안 해.
2시간 있다가 다른 녹화가 있어서 무대 해체해야 하는데-"
PD의 말에 이끌려 우리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우리 셋이 서있던 자리에 흥건한 피와 승현이의 붉게 물들은 흰 장갑.
이리저리 떨어진 우리 셋의 피크.
"안녕하세요 'Chello Of Melody' 입니다."
"언니!! 괜찮아요?"
"오빠!!! 손!!!!"
사람들이 우리를 걱정해주고 우릴 위해 눈물을 흘린다.
"괜찮아요. 많이 겪던 일인데요 뭘."
"연습과 공연 때문에 손은 이지경이지만, 음악을 멈출 순 없었어요."
"누가 뭐래도 우리 음악이니까..."
리나가 손목을 이리저리 돌리고, 흰 반창고가 붙여진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우리의 피크를 줍고, 하얀 장갑으로 보이지 않은 검붉은 장갑으로 피를 대충 닦았다.
몇 달이 흐르고... 별들의 축제. 가요시상식.
데뷔한지 5개월이 되지 않아 맞이했다.
레드카펫에 올라야 한 다해서 대충 하려 했지만..
코디의 성화에 우리의 색깔을 입었다.
리나는 귀엽게, 승현인 장난꾸러기처럼. 준형이는 카리스마 있게..
난 섹시한 콘셉트인거 같다.
"치마가 왜 이렇게 짧아? 옷은? 아예 다 벗기지 그래?"
옷을 갈아입을 때부터 의상이 맘에 안 들었는지 틱틱거리는 준형이.
나 역시 불편하고 신경 쓰인다.
잘못하면 보일 듯 한 스커트와 얇은 상의. 겨울인데....너무 춥다.
벤에서 이불을 두르고 있다가 식장에 도착해서 카메라가 터지는 소리가 나자 이불을 걷어내고
내 일렉을 살짝 걸치듯 매고 레드카펫을 걸었다.
준형이의 윗옷은 내 어깨에 걸쳐진지 오래.
이미 2달전 우리 둘이 약혼을 한게 밝혀지고 서로 사랑한다는 게 알려 져버려
신경이 쓰이거나 하지 않다.
"지금 2008년 최고의 신인! 'Chello Of Melody'가 멋지게 입장하고 있는데요―!"
식장으로 들어가기 전 리셉션 장에 도착했고, 선배라는 느낌보단 모두 친구 같은 느낌으로 인살 했다.
대상 후보에 올라와 있는 SKY 와 T... SKY는 진이가 있는 데고, T는 승일오빠가 있는 곳이다.
모두 미해 기획 이여서 누가 받더라도 상관없다.
"진!!! 보난!!!!"
진과 보난을 부르자 멋있게 차려입은 SKY 와 T가 전부 온다.
"오랜만- 요즘 연습실에서도 보기 힘들다?"
"미해 지하에서 4층으로 옮겼어."
"왜?"
"지하여서 그런지 키보드랑 베이스가 울리잖아-"
"아아-"
"오늘 우리끼리 연습실에서 파티하자."
"어- 누가 받더라도 상관없잖아-"
스텝들에 의해 다들 찢어지고 다시 홀로 남겨진 우리 넷.
결국 구석에 자리 잡아 이따 공연을 위해 악기를 조율했다.
가방 안엔 코디언니가 넣어둔 엄청난 양의 피크.
기타 뒤에 붙여둔 여분의 피크. 주머니 속의 피크.
여분의 피크는 많았지만 쓸 일은 없다.
가수들의 리허설이 시작되고, 카메라 위치만 잡는 거라서 악기 없이 올라갔다.
올라가자마자 나오는 AR. AR을 쓰지 않는 우린 당황스럽기만 하다.
"좋아요! 이따 무대에서 그렇게만 해요!!"
카메라 감독은 다 했는지 나가고 조명감독도 내려갔다.
"음향감독님!!"
"네?!!"
"AR!! 누가 쓰게 했어요?"
"아까 매니저 분이 오셔서-"
"연주로 할 테니까!! MR로 돌려주세요!!"
"아- 예!"
매니저 오빠가...
누구보다 우릴 더 잘 아는데...
대기실로 뛰어 들어가는 코디 언니 밖에 없다.
"오빤?"
"사장님 호출. 왜? 무슨 일이야?"
"아냐- 매니저 오빠가 AR 로 신청해서- MR로 바꿧어-"
"너희 AR 안 쓰잖아-"
"아무래도 사장이 그랬나봐. 나 나갔다 올께. 애들 먼저 해줘-"
오빠가 갑자기 왜.....
"오빠!!"
[어?! 소진아- 와아- 얼마만이야! 떴다고-!!]
" AR...오빠가 준거지?"
[어...]
"어..."
너무나 가까이에서 들리는 목소리..
어느새 내 뒤에 있다.
"우린 AR 안 써."
"앞으론 AR 써."
"우린 그런거 안 써!!!!!!!!!"
"써!!!!!!!!!!!!!"
결국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모두 쳐다본다.
SKY와 T들도 이쪽으로 온다.
"손이.. 이 모양인데!! 내가 너! 준형이! 승현이! 셋 무대하고 나면
손가락 다 터지는 거 모를줄 알아?
리나는 어떻고!!! 손에 약냄새 배어서는!! 너희가 미친 음악!
지난 3년간 내가 미쳐봐서 알아!! 최소한 난!!!!........
음악보단...소진이 네가 먼저야...내 소중한 동생이 먼저라고..."
오빠의 눈물이 흐르고...난 내손을 뒤로 감쳤다.
"어머- 첼로 이소진 아냐? 손 장난 아니다- 저 꼴로 무대 선거야?"
"그러게- 여자 손이..."
"첼로 손 다 저러잖아-"
뒤로 감춘 손이 뒤에 있던 사람들이게 보이고…….난 손을 맞잡아 버렸다.
달려오던 SKY 와 T 도 멈춰버리고 애들도 멈춰버린다.
"오빠.난.. 음악이 먼저여서 그래.. 오빠 걱정도 고마운데.. 오빠가 날 먼저 생각해주는 것보다..
내가 음악에 미쳐서 그래. 바보 같은 마음이...병신 같은 머리가....음악이 먼저래.
무대에 올라가면.. 난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단지 친구들의 음색에 더하고 싶단 생각뿐이야.."
"........."
"형..형이 소진이 생각해주는거 잘 알아요. 형이 음악에 미쳤다면 알 수 있잖아요.
우리 쉽게 포기 못해요. 우리 돌아오는 것도 힘들어요..
나도 내손 다친 것보다 소진이 다치는 거 싫고, 소진이 손 아플까봐 쉽게 손도 못 잡아요.
우리 세 명 손가락에 피냄새 약냄새..우리 이런 거 알아주는 사람들이 애써 무시해줘도..
우리도 알아요. 지난 5달 동안 리나는 손목 붓기도 안 빠져서 밤새 앓고
승현이와 소진인 유난히 날카로운 줄에 음색이 나빠질까 줄이 미끄러질까 니스 칠도 못하고..
나도 베이스란 녀석 때문에 손가락 엉망되서 사랑한다는 여자 손도 못 잡고 어디 손도 못대요.
하도 베여서 굳어버린 손이.. 너무 아프고, 고통이 찾아와도 우린 후회한적 없어요."
준형이는 대기실에 있던 그 사이에 또 베인 건지 세 손가락이 밴드 투성이다.
리나는 얼음팩으로 특수 제작한 아대를 만지작거린다.. 승현이도...
"우린 이런 애들 이예요. 신인 특집때.. 13분 연주할 때..
애네 셋다 피크 놓쳐서 10분 동안 맨손으로 쳤어요.
끝난 다음 무대엔 세 명의 발밑에 피 웅덩이가 고여 있었죠.
오빠.. 그 정도로 우린 연주했던 사람들이예요. AR은.. 무대를 못하더라도 절대 못해요."
어느새 사람들은 사라졌고 주위엔 우리뿐이다.
오빤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다.
나도 알고 있다. 오빤 드럼 칠 때가 가장 행복하단걸.
내가 후계자 자리에 앉자마자 나타난 건 단지, 나를 위해서 란걸.
"해일아. 스텝들한테 음료 돌리고 MR로 바꿔."
오빠의 말 한마디에 우리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빠가 갑자기 우릴 끌고 대기실로 들어가 소파에 던져버리고 황급히 무얼 찾는다.
이윽고, 오빠 손에 들린 건 구급상자.
얇은 반창고를 몇 개 꺼내더니 우리 손가락 마다 동여맨다.
"이거. 절대 푸르지 마. 그나마 괜찮을 거야."
우리 셋을 감아주고 피크를 쥐어보니 피크의 감촉도 그대로 느껴진다.
살짝 핏물들은 옷들을 모두 갈아입고, 우리의 보물인 악기를 챙겨서 식장으로 들어섰다.
객석엔 사람들이 가득했고, 연예인 석에도 동료연예인이 가득하다.
'Chello Of Melody',T,SKY. 가 적힌 카드에 앉았고, 곧 식이 시작됐다.
"최고의 별들이 모인 별들의 잔치! 별들의 전쟁!"
"제 73회 가요대전! 그 화려한 막은 SKY 가 열겠습니다."
SKY 가 올라가 마련된 의자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는..."
SKY가 이벤트성 노래로 부르는 감사. 라는 노래.
마지막에 누군갈 위해 바친다.
일반 사람들. 팬들. 가족들. 친구들.. 그 범위는 다양했다.
"음악에 미쳐.. 아픔도 잊으며, 별이라면 신경 쓸 아름다움도 잊으며.."
"단지 음악만을 파고들고 음악만을 하는.."
"바보 같은 우리의 동생들...'Chello Of Melody'에게 이 노래를 바칩니다."
우리에게 준 노래. 최고의 뮤지션이 준 노래....
"SKY의 감사 잘 들었고요! 이번 곡은 'Chello Of Melody'에게 돌아갔네요!"
"같은 회사에서 한 솥밥을 먹는 식구들이죠?"
"그렇습니다! 화려한 막이 열렸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최고의 뮤지션들이 받는 영예로운 상들!"
"일생에 단 하나밖에 받지 못하는 신인상! 작년도 수상자이신 T 가 시상해주시겠습니다."
어쩐지.. 다들 안 보인다 했더니 저기 있었구나... 시상과 공연무대.. 멋있다. 역시...
"안녕하세요― T 입니다! 작년엔 여기서 저희들이 이 상을 받았는데- 올핸 멋진 신인분들께 드리네요-"
"진이씨- 이번에 누가 받을 거 같아요?"
"글쎄요..... AGE! 가 받지 않을까요? 예쁘잖아요!"
"'Chello Of Melody'도 만만치 않죠?"
우리의 쟈캣 사진이 화면에 오리고 몇몇 신인들의 사진이 오른다.
"제 73회 가요대전 신인상! 'Chello Of Melody'의 Pantom!!!!축하합니다!!"
신인상.. 우리의 손에 들어왔다. 드디어...
"감사합니다!!! 오늘 정말 행복해요!!! SKY 오빠들한테 특별한 선물도 받고 신인상도 받고!"
리나가 신이 난듯 트로피를 손 한가득 잡아 눈을 떼지 못한다.
자리에 돌아와서도 놓지 못하는 리나.
몇 개가 더 지나가고, 조연출이 조용히 우릴 부른다.
무대에 올라설 시간이다.
"2008년 신인상에 빛나는 'Chello Of Melody'의 무대!!"
우리가 무대에 올라서고,, 준형의 베이스를 시작으로 음악이 시작된다.
연주가 끝나고 뜨거운 열기를 가시기도 전에 카메라와 MC가 다가온다.
"준형씨-!"
"꺄-!!!!!!!!!!!"
화면에 준형이가 비춰지자 팬들이 소릴 지른다.
"네 안녕하세요―"
" 'Chello Of Melody'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식이 시작하기 전에 'Chello Of Melody'의 손이 화제가 됐어요! 손좀 보여주세요―!"
손을 보여 달라는 요청.. 다른 연예인들도 이쪽만 보고 있다.
"실망하실 텐데...손들이 전부 엉망 이예요."
승현이가 거절하는 투로 말했지만.. 이 MC...집요하다..
결국 반창고를 떼버리고 손을 내밀었다.
"악기를 만져서 그런지.. 엉망인데....이해해 주세요.."
반창고를 붙였어도 연주 때문인지 손이 부어오르고..
굳은살이 박혀 버린 손 마디마디... 진하게 흉터가 남은 손가락들..
"이쁜대요- 뭘-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만들어진 손이잖아요?"
"아.. 감사합니다."
"'Chello Of Melody'가 팬들을 슬프게 하는 한 가지 이유가 또 있죠?
소진씨. 리나씨- 남자친구가 잘해줘요?"
"네? 아....."
갑자기 우리들의 사이를 뭍는다.. 이슈거리는.. 되겠지...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2순위 일거예요.
소진이도 저도... 모두 그 무엇보다 음악이 먼저니까"
"뭐랄까...음악에 ...........미친 전도사라고나 할까요?"
음악에 미친 전도사..? 맞는 말이다. 음악에 미친 전도사 이 소진.
"'Chello Of Melody'의 또 다른 매력은 화음이죠! 너무 잘 맞아요-"
"글쎄요.. 비결은...서로를 위한 배려...라고나 할까요?"
승현이가 일렉을 카메라에 비추면서 싱긋- 웃어버린다.
팬들의 소리가 또 들리고, MC의 얼굴엔 물음이 가득하다.
"일렉도 베이스도 이렇게 너무 팬팬하면 음색은 좋아도 많이 다쳐요.
심하면 손가락도 잘리고요.."
"어머!!!"
"그런데도 우리 셋의 줄은 모두 이래요. 자신보단 서롤 배려하는 거죠."
승현이의 말을 마지막으로 카메라가 넘어가고
간간히 비춰지는 카메라에 웃는 것도 세 시간여.. T의 특별공연이 끝나자
대상만 남았다.
가수들 모두 대상으로 올라가고, 우리는 악기 때문인지 맨 앞에 섰다.
누가 나와서 발표하고 폭죽이 터진다.
"축하해- 진아.."
아이돌로 데뷔해서 7년 만에 타는 대상.
노력은 엄청 났지만 빗나간 상.
SKY가 상을 타고, 우는 진이와 린아 언니.. 데이즈를 안아주고 내려왔다.
내가 몰래 음악할때, 여러 가지로 도와주던 진이.
연습실 하나 없어 돌아다닐때, SKY의 수익금으로 연습실을 마련해주건 사람들..
여러 가지 이유로 퍼기하고 싶었고, 울고싶을때 와서 위로해주던 데이즈. 그들의 기쁨이 내 기쁨이다.
뒤에서 울음소리가 나는 듯 싶더니 리나가 울고 있다.
언제나 먼저 힘들어 했던 리나..
버림받아 연습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먹고 살 때.. 기획사 몰래 SKY의 숙소에서 같이 살았다.
그랬기에..SKY와의 관계는 더 돈독하다.
미해의 연습실로 자리를 옮기고, 연습실은 땀 냄새로 훈훈하다.
수건과 전선이며 잡동사니를 밀어놔도 악기 때문에 공간이 크지 않다.
결국 좁은 공간에 끼어 앉아 냉장고에 가득찬 맥주를 꺼냈다.
눈어림으로 봐도 백여캔... 시간이 지나자 모두들 쓰러져 자버렸다.
겨울도 다 지나가고 벌써 봄. 3월이다.
지난주에 굿바이 무대를 하고 요즘은 하루 종일 연습실에서 뒹굴 거린다.
1집을 악기 연주 위주로 했다면 2집은 가창력을 높여서 연주와 섞을 거다.
손은 상처가 아물어 티도 안날만큼 깨끗하지만, 팬들은 선물대신 각종 연고를 가져온다.
밖에서 승현이가 한손엔 음료를 또 한손엔 약봉투를 들고 온다.
"이 연고 회사들.. 우리한테 고마워 해야돼. 약이 몇 개야-"
"다 똑같은 연고만.... 에휴..."
주황색과 초록색의 연고를 쌓아둔 곳에 봉지채로 집어던져 버린다.
백 개는 족히 넘을 듯 한 양. 우리가 아무리 많이 연습 한다해도.. 적어도 몇년은 쓸 양이다.
"참, 아까 사장 형이 올라오라 했는데-"
"오빠가?"
고개를 끄덕이는 승현이와, 자고 있는 준형이, 리나를 깨워 사장실로 올라갔다.
"달칵- 왜 불렀어?"
"탁-"
오빠가 조용히 집어던진 봉투.. 아이리스 봉투다.
"미희가 들고온거야- 너희 처음 아이리스 소개되던 날. 세령사람인것 같다 하더라."
큼지막한 봉투안에 들 은건 작은 쪽지.
마구 낙서 되어있는 그 쪽지에서 알아볼 수 있는 단어는
계획.. 처리.. 미해.. 아이리스... 첼로...그리고.승현.
".....이게 뭐야."
"그것보다. 왜 하필 아이리스 소개 날이었지? 날은 많잖아. 이 쪽지를 남긴 것도 그렇고..."
"우릴 건드려서 미해를 무너뜨리려는 걸까? 미해가 고작 밴드 하나로 무너질 리 없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그냥 밴드가 아니잖아. 미해의 딸인 네가 있고, 준형이도 있잖아?
EXIT 당시에 너희 팬 중에 타 그룹들 후계자나 간부들.. 회장,사장. 그들의 딸..
팬들이 얼마나 빵빵한지 않아? 'Chello Of Melody'로 바꾸고 나서 그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너흴 부른 건. 조심하라고..."
"미희는 왜 지금 가져왔대?"
"아냐- 그날 새벽에 가져왔어. 그러다가 내가 지금 말하는 거고..."
"아... 우리 지금은 그냥 휴식기야. 위험한 게 있을까?"
"그야. 당연하지.. 활동 스포라이트를 받을 때가 아니라 휴식기 일 때면
'Chello Of Melody'가 무너져도 그리 시끄럽지 않을 테니까... 2집이야 안내면 사라지니..."
".....그걸 생각 못했네― 어쩌면 미해를 이용해서 'Chello Of Melody'를 넘어뜨리려는 수도 있으니까."
"너희 내가 강박 사님한테 말씀 드려놀테니 전원 잠시 입원해 있어.
미해 병원으로 가고 특실 4인실로 잡아서 갈 테니까."
"그 정도야?"
"예방책이야- 너희가 아프다고 하면. 그쪽에서 방심하지 않을까 하고."
"그냥 우리 발로 들어가긴 뭐하지 않나...."
"시끄러- 어서 미해병원으로 가-"
귀찮다는 듯이 쫒아내는 오빠. 언제 연락한 건지 로비엔 사람들이 있다.
엠블런스를 타서는 되지도 않는 붕대를 손에 감고, 물감으로 붕대 군대군대를 칠했다.
"아가씨!!!!도련님들!!! 승현아!!!! 이...이게 무슨!! 김간호사!!"
"괜찮으니까 들어가서 얘기해요-"
강박사님 덕분에 이 목이 집중되고.. 사람들은 붕대를 보더니 놀란다.
"'Chello Of Melody'야!! 손이 왜 저래?!! 피잖아!!! 다친 거 아냐?!!"
"굿바이 무대하고 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연습들어간거 아냐?"
박사님 진료실에 들어가선 붕대를 둘둘둘- 풀어냈다.
"이거 멀쩡하니까 걱정 마세요- 다 쑈니까. 짠! 멀쩡하죠?"
"아빠도. 내가 이렇게 다칠 정도로 연습할거 같아?"
나와 승현이가 손을 내보이며 장난을 치자,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 앉으신다.
"사장님께 연락은 받았으니, 검진이나 받고 누워 계세요."
"어? 아빠- 나도? 어?!"
승현이가 무언걸 생각 하는지 기겁을 한다.
검진이야 항상 하던데로 하면 될 텐데..
"어- 해!!! 띡- 김간호사- 12층 특실 4인실 준비해주고 여기 있는 4명 검진 받게 해."
"네- 원장님"
아까의 연기를 마저 하기 위해 새붕대를 감고, 들어오는 병원침대에 누웠다.
제일먼저 병원실로 들어가는 건지 로비를 지나는데 진료 대기자들이 힐끗거린다.
"'Chello Of Melody' 맞지? 손봐봐- 장난 아냐- 4명 전부다.."
"굿바이 무대도 했잖아-"
"병원까지 올 정도면 심한 거 아냐? 저번 방송에서 손가락 짤릴수도 있다고 했잖아-"
손가락이 잘리긴... 흉터도 아물어서 꺠끗하구만... 아씨 귀찮아.. 괜히 했나...
병원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가서 수십 개의 검사를 했다.
검사를 끝나자 녹초가 되어버린 우린 병실로 돌아왔다.
병실에서의 이틀이 지나자, 소문이 난건지 기자들이 찾아오고, 팬들도 찾아온다.
탁- 앞에 보디가드들이 있어 아무나 못 들어오는 문이 열린다.
"어? 사장형- 왔네-"
"오빠 왔어?"
"이것들아-!!!!!!!!!! "
"왜?"
"손에 피묻은 거 왜한거야?"
"리얼리...."
"시끄러- 그거 때문에 기사 장난 아니거든?
지금 미해 불나는 거 모르냐?"
"우리가 어떻게 알아- 오빠 말대로 병원에서 쥐 죽은 듯이 있는데-"
"아후-!!! 이 녀석만 보면 류준형이가 불쌍해--!!"
"준형이? 글쎄- 잘만 자잖아. 깨우면 죽어-"
"시끄러- 병원에 기자회견자 있으니까, 거기서 2시간만 연기해-"
"에엑? 우리 여기 숨어있는 거잖아!"
"네 말대로 리얼리티를 살려야지. 손가락은 멀쩡하다. 상처치료 깨끗히 했다.
박사님이 같이 해주실 거야. 지금 병원에 있는건 손과 손목 어깨의 정밀검사와 집중치료를 위해서다..
라고.. 말할꺼니까 걱정 마.."
"언젠 대?"
"내일 3시. 제발 조용히좀 살자-"
오빠가 오빠 할 말만 하고 나가고, 오빠들이 들어오면서 가져온 악기와 노트북, 책, 들이 쌓여있다.
승현이가 가장먼저 노트북을 켜서 보더니 우릴 불러 모은다.
"야야- 일로 와바. 아까 사장 형이 말한 기사 떴다."
"인기 밴드 'Chello Of Melody' 가 손가락이 잘리는 부상으로 인해 입원중이다.
멤버 리나는 손목의 부상이 심각해서 'Chello Of Melody'의 2집 컴백이 불투명하다."
"내 손목 멀쩡한데?"
"내 손가락도-"
"진짜 기자회견 해야겠구나..."
노트북을 가지고 맞고를 치다가 내일을 위해 잠이 들었다.
밤새서 맞고를 친 승현이와 준형이 때문에 덩달아 잠을 설친 리나와 나.
덕분에 모두들 얼굴이 마치 병자마냥 하얗고 부르텄다.
기자회견장.
박사님이 가운데 앉으시고 둘씩 서로 앉았다.
소문을 어떻게 내려는 지는 모르지만, 우리 세 명은 오른쪽 손부터 어깨까지 붕대를 하고 있고,
리나는 양손에 붕대를 하고 있다.
"'Chello Of Melody' 멤버들의 상태는 어떤가요?"
"저도 기자님들의 기사들을 봤습니다― 하하. 이들은 손가락이 잘리거나, 손목이 나가버리는 정도는 아니고
고된 연습으로 인해 근육과 신경, 피부에 심한 자극이 왔을 뿐입니다.
이 4명 전부 어렸을 때부터 봐오던 아들놈의 친구들이라 건강상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리나양을 제외한 셋은 손가락, 손목, 어깨로 통증이 지속되고 있고, 리나 양은 손목과 어깨, 허리에 무리가 갔습니다.
여러분이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얼마나 더 입원을 해야 하나요? 완치는 가능합니까?"
"예- 완치야 가능합니다. 입원은 3주에서 5주정도 입니다. 정밀검사와 집중치료중에 있는데-
회복속도가 빨라서 더 빨리 퇴원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Chello Of Melody' 멤버 분들께 묻겠습니다. 2집 발매에 이번 사건이 컴백에 지장은 없는 겁니까?"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2집 발매는 최소 8개월 후이며, 그 사이에 미니 앨범까지 발매될 겁니다."
"미니 앨범이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예. 가격은 약 1/5 정도의 4-5 곡이 수록되어있고, 한곡은 저희 넷의 보컬이. 3-4곡은 순수 연주만이 들어갑니다.
퇴원하는 데로 녹음에 들어갈 것 입니다."
"2집 정규 앨범의 특징은 무엇이 있습니까?"
"저희 4명의 자작곡으로만 만들어지고 여러가지 버전으로 연주 되어 수록됩니다.
보통 앨범보다는 약 2-3 배 정도 수록곡이 많을 겁니다. 물론, 가격의 변동은 크지 않을 겁니다.
참, 보이지 않는 드럼연주가 들어갈 예정인데- 이미 드러머 분은 녹음을 완료 하셨고, 방송 출현을 없을 겁니다.
이번 앨범은 전곡 자작곡에 프로듀싱까지.. 저희가 전부 할 것입니다."
오늘은 2집 컴백일.
미니앨범의 반응은 꽤 좋았다. 우리 보컬도 보컬이었지만, 연주가 많은 히트를 쳤다.
오빠의 예상대로 세령은 우리가 입원해있을때 건드렸고, 방심을 한 모양인지 제대로 된 타격은 없었다.
오빠랑 아빠가 무슨 짓을 한건지 그대로 주저앉은 세령.
준형이와의 약속대로 세령을 매입하고, 세령은 지금 미해에 들어와있다.
세령이야 미해에 잠시 맡긴 거고, 우리가 은퇴하면 준형이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시기가 어떻게 된 건지 SKY가 나오기 전날에 T가 굿바이 무대를 하고,
오늘 우리가 나오고 어제 SKY가 굿바이를 했다.
그다지 썩 친하게 지낸 이는 없기에 그냥 대기실에서 손에 밴드나 감으면서 악기를 만진다.
손가락의 밴드가 유행이라도 된건지 화려한 무늬의 밴드.
검붉은 무늬가 어지럽게 그려진 밴드.
"'Chello Of Melody'!! 준비해 주세요-"
PD가 문을 벌컥 열면서 한번 외치고 가고, 우린 우리 악기를 챙겼다.
무대에 악기를 설치하고 보이지 않는 소리의 드럼을 무대 중심에 올렸다. 드럼 녹음은 오빠가 해줬다.
"스스로를 음악의 미친 전도사라고 부르는 분들이시죠?"
"그렇습니다- 2달전에 미니앨범으로 온갖 음악 차트를 싹 쓸어버리신 밴드!"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밴드! 멋진 분들을 만나보죠- 'Chello Of Melody'의 'das Herz'!!"
리나의 반주가 시작되고, 보이지 않는 드럼이 들어갈 찰나. 무대 밑에서 오빠가 뛰어 올라와 드럼을 친다.
조금 놀래긴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오빠의 드럼 소리에 맞추어 우리의 멜로디를 더했다.
"뜨러워진 심장은- 내 열정은- 음악에 미쳐 무대 위에서의 아름다운 붉은 악마들-"
연주보다 더 연습한 보컬. 가창 연습 덕분에 연주 코드가 많이 높아졌다.
'das Herz'가 끝나고.. EXIT가 시작됐다.
모든 게 이루어 졌고. 내손에 전부 들어왔다.
더 이상은 놓치지 않을 나만의 것. 버리지 않는다.
내 손에 쥐어진 일렉과, 내 앞의 마이크.
날 비추는 조명과 날 어지럽게 만드는 수많은 카메라.
날 향해 소리치는 관중들..
스피커를 통해 흐르는 음률.
그리고 미칠 듯이 뛰는 심장.... 마음속에 준형이..
그리고 눈을 감고 몸을 음악에 맞기며 손을 움직여 음을 만든다.
나는 음악에 미친 전도사.. 음악의 마법사.. 이소진이다.
"우리 둘 다 서로가 서로에게 2순위일껄요?
소진이도... 저도.. 그 무엇보다 음악이 먼저니까요.."
"뭐랄까... 음악의....미친 전도사라고나 할까요?"
나는... 음악에 미친 전도사...
우린 음악에 미친 전도사... 'Chello Of Melody....이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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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완결
그린나래작가
음악의 미친 전도사.
ch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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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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