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전 스님의 본생담으로 읽는 불교
20. 마하수타소마 본생(‘본생경’ 537번)③ 희생제 준비
“법문 듣고 돌아오리라” 식인귀에게 약속
인육 먹는 왕, 가족도 내버리고 살인 일삼는 ‘식인귀’로 몰락
학살 멈추고자 목신이 꾀를 내어 수타소마 찾아가도록 유인
식인귀에 잡힌 후에도 수타소마는 법문 듣고 환희심 일으켜
연못에서 목욕하는 수타소마왕.
더 이상 참지 못한 사람들이 인육 먹는 왕을 추방하라고 나섰다. 카라핫티 장군은 왕의 부인과 왕자, 왕녀들을 왕의 곁에 데려다주고 이들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지만, 왕은 “내게는 그들이 저 인육보다 사랑스럽지 않소”라고 하였다. 카라핫티 장군은 왕의 요청에 따라서 칼 한 자루와 한 명의 요리사를 주어 국외로 추방하였다.
그는 숲속에 살면서 길을 통과하는 사람들을 죽여 요리사에게 요리를 시켜 먹고 살았다. 어느 날 길을 통과하는 사람이 없자 요리사를 죽여 그 살을 베어 구워 먹었다. 그리고 나서는 제 살을 베어먹었다.
식인귀 소문이 온통 퍼진 그때, 큰 부호인 바라문이 500대 수레에 물품을 싣고 천금을 주고 사람들을 고용하여 식인귀의 숲을 통과하였다. 식인귀는 그 부호 바라문을 잡아오는 도중에 고용된 사람들이 쫓아오는 바람에 달아나다가 카디라나무의 가시를 밟아 발바닥을 뚫고 올라왔다. 식인귀는 바라문을 내팽개치고 달아나 버렸다.
식인귀는 “나무 여신님, 만일 당신이 내 상처를 7일 동안에 완치시켜 주시면 온 염부제 안에 있는 왕족의 목 피로 나무줄기를 깨끗이 씻고 내장으로 둘러싸고 5종의 맛난 살로 생제(牲祭)를 드리겠습니다”하고 맹세하였다. 상처는 7일 동안에 완전히 나았다. 그는 이것이 나무 여신의 신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다시 원기를 회복했을 때 전생에 함께 야차로 있으면서 인육을 먹던 야차가 나타나서 ‘무가상(無價相)’이라는 주문을 가르쳐 주었다. 그 뒤로 식인귀는 바람처럼 빠르고 용감해졌다. 그리하여 7일 만에 100명의 왕을 잡아 왔다. 왕을 잡을 때 바람처럼 달려가서 “나는 식인귀다”하면서 겁을 주고 발을 잡아 거꾸로 매달고 발꿈치로 머리를 차면서 등에 메고 돌아와서 손바닥에 구멍을 뚫고 밧줄로 꿰어 니구로다나무에 매달았다.
목신(牧神)은 그의 학살을 막을 수 없어서 사천왕에게 호소하였지만, 사천왕도 자신들의 힘으로는 할 수 없고, 오직 수타소마만이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목신은 출가인의 행장을 하고 식인귀 가까이에 갔다. 식인귀는 그가 왕족이라고 확신하여 그를 잡아 101명을 채우려고 했지만 3유순의 길을 쫓아가도 잡을 수가 없자 “사문, 멈추시오”하고 외쳤다. 그러자 그 출가인은 “나는 멈추었다. 그대도 멈추도록 노력하시오”하고, 멈추지 않으면 죽어서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는 ‘왕이여, 만일 네가 진정 세다면/ 저 수타소마를 잡아 오너라./ 그로써 만일 생제 지내면/ 그 때문에 너는 천상에 나리’하고 게송을 외우고 자기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어 허공에 태양처럼 빛나면서 서 있었다. 식인귀는 자기의 신을 예배했다하여 몹시 기뻤다.
수타소마를 잡으러 간 그는 내일이 목욕일임을 알고 수타소마가 있는 미가티동산에 가서 왕의 연못에 들어가 연잎으로 머리를 덮고 기다렸다. 수타소마는 목욕하러 왕원으로 가는 길에 난다 바라문을 만났다. 그는 한 게송이 100금의 가치가 있는 카사파 부처님의 4구게를 들려주려고 탁실라로부터 120유순(1800km)의 길을 걸어오던 길이었다. 수타소마는 그날이 마침 목욕하는 날이므로 목욕한 뒤에 와서 듣겠다고 하였다.
수타소마가 목욕하고 욕의(浴衣)를 입었을 때 식인귀가 큰 소리로 외치고 번갯불처럼 머리 위로 칼을 휘두르면서 뛰어올라 수타소마를 어깨 위에 걸치고 3유순을 바람처럼 달려갔다.
식인귀가 느릿느릿 걸으니 수타소마의 머리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수타소마도 죽음을 두려워하여 울고 있구나 짐작하고 그 이유를 물었다. 수타소마는 바라문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하여 한탄하는 것이니 그와의 약속을 이루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한다. 식인왕이 믿을 리가 없다. 수타소마는 “저 해와 달이 땅에 떨어지더라도 자신은 거짓말을 하지 안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칼을 두고 맹세하는 선서(宣誓)를 행한다. 이에 식인귀는 수타소마가 왕족으로서는 하지 않는 선서를 행하는 것을 보고 그를 보내주었다.
수타소마는 돌아와서 목욕재계하고 바라문 보다 낮은 자리에 앉아 그 게송을 청하였다. 난다 바라문이 전대에서 꺼낸 아름다운 책을 손에 들고 카사파 부처님의 4구게를 외웠다.
‘성인과 한 번 만난다는 것/ 그것은 있어야 하네, 수타소마왕이여/ 그런 만남은 그를 수호하나니/ 악인과의 만남은 그렇지 않네// 성인과만 같이 앉고/ 성인만을 친하기를/ 그 때면 바른 법 배워 얻고/ 더욱 착해지리, 아무 악 없이// 아름다운 왕의 수레도 썩는 것처럼/ 사람의 몸도 얼마 안 돼 늙으리/ 그러나 성인(聖人)의 법 끝내 늙지 않네/ 실로 성인의 법은 성인이 말하나니// 푸른 허공도 멀고, 이 땅 끝도 멀고/ 바다 저쪽도 멀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실로 이보다 더 먼 것은, 대왕님/ 바른 법과 악한 법의 거리이니라.’
성지(聖智) 불어남을 바라고 좋은 말 바른 법 듣기를 좋아하며 그것에 만족할 줄 모르는 수타소마는 한 게송마다 백금의 열 배인 천금을 주었다. 아버지 왕이 너무 많이 주었다고 불평하자, 수타소마는 다음 게송을 외웠다
‘비록 내 노복의 입으로부터 듣더라도/ 깊은 이치 갖춘 한 게송 들으면, 사람의 왕이시여/ 깊이 존경하고 봉사하리, 그 사람에게/ 실로 바른 법에는 내 만족하지 못하나니.’
수타소마 왕은 아버지에게 왕위를 돌려드리고, 식인귀에게로 떠났다.
이번 연재가 주는 함의를 생각해보자. 첫째, 식인귀의 악행은 중독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독된 악행은 멈추려야 멈출 수 없다. 악인은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중독의 본체는 맛 등 감각의 쾌락에 대한 탐닉이다. 탐닉→중독→악행→악법으로 악화되고, 절제→청정→선행→선법으로 향상한다. 중독과 악행은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게 할 것이고, 절제와 선행은 죽어서 천상에 나게 할 것이다. 지옥과 천상의 거리는 멀다. 바른 법과 악한 법의 거리가 가장 멀다.
둘째, 성인과의 만남이 한 번 있어야 한다는 카사파 부처님의 게송은 의미심장하다. 지혜로운 자, 성인을 만나는 것은 그 사람에게 정신적 전환을 가져오며, 정신적 수준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된다. 지혜의 증장은 혼자서 쉽게 되지 않는다.
셋째, 진리의 말씀에 대한 수타소마의 존경심이다. 그는 진리의 말씀을 자신의 노복 입에서 듣는다 하더라도 깊이 존경하고 그에게 봉사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눌 스님도 “법을 말씀한 법사에게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지 말라. 그것으로 인하여 장애가 생겨 수행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게 된다. 밤에 길을 가는데 죄인이 횃불을 들었다고 그 광명을 받지 않으면 구덩이에 빠진다”고 하였다.
[1654호 /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