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전 스님의 본생담으로 읽는 불교
21. 마하수타소마 본생(‘본생경’537번) ④식인귀 조복1
죽음 두려워 않는 모습으로 식인귀 마음 흔들어
당당한 이유 궁금했던 식인귀 4구 게송 들려달라 요청
정법 향한 간절한 마음 일으키도록 식인귀와 ‘밀당’도
당당함·적확한 논리·뛰어난 심리파악으로 식인귀 조복
인육을 요리하는 요리사.
섶나무를 쌓아 불을 붙이고 산적꽂이를 만들고 있던 식인귀는 수타소마가 돌아온 것을 보고 매우 기뻤다. 수타소마가 “나를 죽여 생제(生祭)를 지내라”고 하였다. 식인귀는 수타소마가 죽음의 두려움이 없는 것을 보았다. 식인귀는 그것이 카사파(가섭) 부처님 게송의 위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는 그 게송을 듣고 싶어졌다. 그는 수타소마에게 그 백금(百金)의 가치가 있다는 4구 게송을 들려달라고 요청하였다.
이하에서는 수타소마가 식인귀와 주고 받는 게송을 통해 식인귀를 굴복시키는 과정이 묘사된다.
먼저 수타소마는 식인귀에게 부끄러움을 알게 한다. 그것을 위해 식인귀가 비법자(非法者)임을 분명히 가리킨다. 그래서 그는 비법자인 식인귀에게 “비법과 법이 어떻게 합해질건가?”하고 묻는다. 또 “백금의 가치가 있는 게송은 성지(聖智)를 드러내는 게송인데, 비법을 행하는 자가 성지는 들어서 무엇에 쓰겠는가?”하였다.
식인귀는 이 말을 듣고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하면서 ‘고기를 구해 사슴을 잡는 자와/ 자신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 어느 것이나 죽은 뒤에는 다 같은걸/ 어째서 나만을 비법이라 말하는가?’
수타소마는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먹기 때문에 너는 비법이다”고 대답한다.
식인귀는 말문이 막히자 수타소마가 왜 돌아왔는지 물었다. 수타소마는 성실을 지키기 위해서 다시 돌아왔다고 하였다. 수타소마는 인육의 맛에 중독된 식인귀를 일깨우기 위해 진실의 맛이야말로 최고의 맛이라고 찬탄하는 게송을 읊었다.
‘이 지상의 어떠한 맛난 것도/ 진실보다 더 맛난 것 없나니/ 진실에 굳게 선 사문, 바라문/ 그들은 멀리 생사(生死)를 뛰어넘네.’
식인귀는 수타소마의 얼굴이 활짝 핀 연꽃이나 보름달 같이 빛나는 것을 보면서 “사람 잡아먹는 손아귀로 다시 돌아와 어떻게 죽음의 두려움이 없고, 마음은 집착이 없고, 진실을 말하는가?”하고 물었다. 수타소마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하였으므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답하였다.
‘나는 갖가지 선업을 행하였다./ 광대한 찬미의 보시도 행하였다./ 아버지 어머니께 봉사하였다./ 법답게 통치하여 칭찬 받았다./ 동포와 벗들에게 할 일 다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갖가지 보시했다./ 사문 바라문을 만족시켰다.’
이 말을 듣고 식인귀는 수타소마를 선인(仙人)으로서 지혜 있는 사람이며 자신이 잡아먹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백금의 게송 듣기를 다시 요청하였다.
이상의 대화에서 수타소마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없는 당당한 태도, 식인육에 대한 반박할 수 없는 비판, 진실이 최고의 맛이라는 사실, 빛나는 얼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선행을 통해 극복한 사실을 듣고 식인귀가 백금의 4구 게송을 듣기를 더욱 원하게 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수타소마는 “그대 같은 욕지거리는 법을 들을 그릇이 아니다”하며 거절한다. 이 거절로 인해 식인귀의 게송 욕구는 더욱 커지고 결국 간청으로 발전한다. 식인귀는 수타소마에게 다시 간청하면서 다음 게송을 외웠다.
‘사람들 모두 바른 법 듣고/ 선과 악을 잘 분별하나니/ 만약 법을 들을 수 있으면/ 내 마음은 법을 즐거워하리.’
이제 식인귀의 마음은 백금의 게송을 받아들일 충분한 상태가 된 것이다. 수타소마도 이를 알고 마침내 다음과 같은 백금의 가치 있는 4구 게송을 읊었다. 지난번 연재에서 소개한 게송이므로 문맥의 흐름을 위해 두 게송만 읽어보기로 하자.
‘성인과 한 번 만난다는 것/ 그것은 있어야 하네./ 그런 만남은 그를 수호하나니/ 악인과의 만남은 그렇지 않네.// 푸른 허공도 멀고, 이 땅 끝도 멀고/ 바다 저쪽도 멀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실로 이보다 더 먼 것은, 대왕님/ 바른 법과 악한 법의 거리이니라.’
게송을 들은 식인귀는 다음 게송을 읊었다.
‘깊은 뜻과 묘한 상을 갖춘 이 게송/ 당신이 잘 읊은 그 말을 듣고/ 내 마음 기쁨에 가득 차나니/ 벗이여, 왕이여, 네 가지 사례 행하리.’
인도 문화에서는 좋은 말에 대해 사례를 하는 것이 전통이다. 이에 따라 식인귀는 네 가지 사례를 약속한다. 그러나 수타소마는 “너의 죽음을 깨닫지 못하고 파멸과 하늘 복, 손해와 이익을 알지 못하며, 맛난 음식을 탐하고 비법에 빠져 있는 너는 주었다 다시 빼앗아 갈 것이다” 하면서 거절하였다. 이것은 사례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먼저 받아내기 위한 포석이다. 준다 해놓고 안주겠다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에 식인귀는 목숨을 거는 약속의 게송을 외운다.
‘주었다 다시 빼앗아가는/ 그런 사례를 나는 안한다./ 주저 말고 말하라, 내 벗이여./ 목숨을 버려서도 나는 주리라.’
이렇게 확실한 다짐을 받았다. 수타소마는 이제 네 가지 사례의 내용을 제시함으로서 식인귀가 맛에 대한 탐닉을 끊도록 유도한다. 수타소마가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타소마는 첫 번째 사례를 말하였다.
‘성인은 성인과 서로 사귀고/ 지자는 지자와 서로 사귄다./ 그대는 병 없이 백세 살아라./ 이것이 첫째 사례, 나는 바라네.’
이 말을 듣고 식인귀는 자신 같은 흉악한 생명이 오래 살기를 바란다는 말에 매우 기뻤다. 설득의 첫 수순은 설득의 상대방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고래도 춤춘다는 칭찬 아니던가!
수타소마는 두 번째 사례를 말하였다.
‘관정하고 즉위하여 왕의 이름을 가진/ 국토의 주인, 모든 왕 여기 있다./ 이런 국토의 왕을 잡아먹지 말아라./ 이것이 둘째 사례, 나는 바라네.’
식인귀는 이 둘째 사례도 주겠다고 하였다. 수타소마는 세 번째 사례를 말했다.
‘백도 넘는 여러 왕은 네게 잡혔다./ 손바닥을 뚫리고 눈물에 젖어 탄식한다./ 저들을 제 나라로 돌려보내라./ 이것이 셋째 사례, 나는 바라네.’
식인귀는 셋째 사례도 주겠다고 하였다.
수타소마는 셋째 사례까지 받아냄으로써 식인귀의 살육으로 인해 생겨난 파생적 문제는 깔끔히 해결하였다. 남은 것은 식인귀 자신의 중독을 끊도록 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1656호 /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