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 가덕도 꼼수에 놀아나다 ‘바보’가 된 국민의힘 의원 33인 명단 하태경·조경태 등 20명은 부산·울산·경남 소속 의원들이었고, 6명이 비례, 7명이 충북 등 다른 지역구 의원 조샛별(조갑제닷컴)
지난달 26일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막장 특별법이 탄생했다. 구체적 입지나 건설 계획조차 정하지 않은 채 무조건 가덕도에 공항을 지으라고 명령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이 법은 입지선정을 위한 각종 절차 및 예비 타당성 조사 등을 전부 생략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군사시설보호법·물환경보전법·하천법·하수도법·농지법·대기환경보전법·산림보호법·항만법· 화재소방안전법 등 31법이 정한 각종 인·허가, 승인 절차를 일거에 무력화시킨 전지전능한 특별법이다. 예컨대 가덕도 일대는 군사 시설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국방부가 심의 절차를 통해 해제하지 않으면 공항을 지을 수 없는데 생략됐다. 환경부의 폐수 배출 시설 허가 절차나 산림청의 보전 산지 해제 절차 등도 건너뛸 수 있다. 국토부·기재부·법무부 등 모든 관련 부처가 나중에 문책당할 것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토부는 안전성·시공성·운영성·환경성·접근성·항공수요·경제성 등 7개 항목 모두에서 가덕신공항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국토부가 추산한 건설비 28조에는 공사 중 태풍이 휩쓸고 갈 때마다 유실된 흙을 다시 메우는 예산까지는 들어있지 않다. 태풍 길목에 위치한 신공항의 안성성과 유지비는 어떤가. 부산시는 장기 침하가 50년간 35㎝ 진행될 거라 주장하나, 가덕도보다 여러 조건이 더 나은 간사이 공항도 22년 동안 13m가 침하됐다. 유지비가 10조 원을 넘었단다. 근처로 빌딩 높이의 배들이 다닌다. 해수부에서 반대한다. 김해비행장과 공역(空域)도 겹친다. 공군도 반대한다. 싱가포르 창이·호주 브리즈번·홍콩 첵랍콕 공항은 모두 육지로 둘러싸인 내해에 있지만, 가덕도는 외해에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활주로를 해수면 위 40m, 건물 10층 높이로 올려야 한다. 망망대해에서 세찬 바람을 그대로 맞아야 하는 항공모함 수준이다. 그러니 비행기 조종사들도 반대한다. 거기에 가덕도에는 지형보전 1등급 지역이 6곳, 녹지자연 절대보존 지역 3곳, 동백꽃 군락지와 1㎞ 안에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가 있다. 환경부에서 반대하는 이유다. 원전 2년 연장도 참지 못해 불법을 저질렀던 투철한 환경론자들이 생태계의 보고를 파괴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낙연 대표는 “국회가 법을 만들면 정부는 따르는 게 당연하다”며 밀어붙였다. 선거가 목전인데 불법이니 뭐니 따지지 말라는 얘기다. 황당한 것은 여당이 국민 세금으로 매표 행위와도 같은 일을 밀어붙이는 데, 여기에 야당이 반대하기는커녕 한편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달 26일 가덕도 특별법은 찬성 181 반대 33으로 통과되었는데, 찬성 의원 181명 중 33명이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이 중 20명은 부산, 울산, 경남 소속 의원들이었고, 6명이 비례, 7명이 충북 등 다른 지역구 의원이었다. 반대표를 던진 33명 중에는 22명이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22명 중 15명은 대구·경북 지역 의원이다. 여당의 선거용 포퓰리즘 정책에 야당이 분열된 모습이다. 특별법 제정에 찬성함으로써 정부 여당의 막장에 가까운 매표 행위를 비판하고, 혈세 낭비,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을 지적하고 견제해야 할 야당이 ‘공범’이 되었다. 엉터리 국책사업 추진에 따른 법적 책임을 다음 정권에서 묻기도 어렵게 만들어 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여론의 눈치만 보면서 민주당에게 끌려가다가 자기 당 출신 대통령을 쫓아내는 데 한편이 되었던 모습이 오버랩된다. 실제 국민의힘 부산시당 위원장이자 특별법 발의와 찬성에 가장 앞장섰던 하태경 의원은, 박근혜 탄핵에도 앞장서며 탈당까지 했던 인물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번에도 부울경 민심을 핑계 삼아 가덕도 특별법 추진에 편승했을 것이다. 진실과 팩트를 낱낱이 드러내 지역민들을 설득하는 길 대신, 쉬운 길을 택했다. 그런데 오히려 사리분별이 뛰어난 시민들에게 뺨을 얻어맞았다. 부울경 시민들의 54%가 가덕도 특별법에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리얼미터 설문 조사에서 전국 유권자의 53.6%가 가덕도 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대해 ‘잘못된 일이다’라고 응답했다. ‘잘된 일이다’라는 응답은 33.9%. 신공항 수혜지역인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잘못된 일’이라는 답변이 54.0%로 과반을 차지했고, ‘잘된 일’이라는 응답은 38.5%에 그쳤다. 흥미로운 것은 신공항과 무관한 호남지역의 결과다. 모든 권역에서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우세했는데, 광주 및 전라도 지역에서만 긍정적 여론이 우세(잘된 일 52.0%, 잘못된 일 30.7%)했다. 여기서 정부 여당이 노린 이 사업의 정치적 목적이 드러난다. ‘가덕도 신공항’을 매개로 문재인 정권의 기반인 호남과 PK 사이의 연대가 가능해진다. 반대로 PK와 TK의 분열까지 유도할 수 있으니 신의 한 수인 셈. 결국 ‘국민의힘’은 여당이 노리는 야권 분열에 장단 맞춰주다가 뺨맞는 신세가 됐다. 보수야당이 추구해야할 가치도 명분도 스스로 버렸다. 이 정부가 국민 세금 아낄 줄 모르고 추진하는 수많은 포퓰리즘 정책에 앞으로 야당은 무슨 명분과 힘을 가지고 견제할 건가. 가덕도 특별법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 33명 리스트 권명호, 김미애, 김성원, 김태호, 김희곤, 박성민, 박수영, 백종헌, 서병수, 서일준 서정숙, 신원식, 안병길, 엄태영, 윤영석, 윤창현, 이 용, 이종배, 이종성, 이주환 이헌승, 정동만, 정점식, 정진석, 정찬민, 조경태, 최승재, 최춘식, 최형두, 태영호 하영제, 하태경, 황보승희 반대 의원 22명 리스트 강대식, 곽상도, 구자근, 김석기, 김영식, 김용판, 류성걸, 박대수, 박형수, 양금희 유의동, 윤두현, 윤재옥, 윤희숙, 이만희, 이 영, 임이자, 정경희, 정희용, 조명희 지성호, 추경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