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리그는 한국 축구의 돈줄이자 표상이라고 했습니다. 프로리그가 있기
에 모기업들이 5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무릅쓰며 축구에 돈을 부으며 연예산 150
억원대의 국내 최대 스포츠 조직 대한축구협회도 프로축구가 없다면 연 76억원짜
리 나이키 스폰서도, 20억원짜리 한일전도 없을 겁니다. (물론 연 20억원짜리 히
딩크 감독을 쓸 이유도 없겠지만.) 동시에 프로로 나서서 연봉 3억원을 받을 수
있기에 수많은 꿈나무들이 축구를 시작하기도 하며 1년에 200만명이 넘는 사람
이 기꺼이 많게는 1만 5천원에서 적게는 2시간까지 (...공짜관중) 비용을 들여가
면서 축구를 즐기는 것입니다. 아무튼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은 게 프로리그
입니다.
이런 프로리그의 체질은 아시다시피 매우 취약합니다. 2개 구단은 언제 없어져
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이유는 아시다시피 돈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에 프로스포츠가 남아 있는 이유는 누가 봐도 모기
업들의 '사명감'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광고효과라고 해도 안양 LG
의 경우 모기업의 지출이 110억원 수준인데 LG전자의 연간 집행 광고비가 1천억
원임을 고려하면 그 광고효과가 그리 큰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이야 35억원 정
도를 법인세 공제로 되돌려 받지만 그게 언제까지 남아 있겠습니까. 이런 상황에
서 2부리그 창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내용이고 실업팀들이 아무리
여론을 받아도 광고효과조차 의심스러운 실업리그에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합니
다. 관중이 1만명 이상 들어오는 1부가 그런데 독일조차 8천명에 머무르는 2부리
그가 생존할 수 있을지요.
따라서 프로리그 개혁의 중점은 현행 리그에 대한 이야기는 리그보다는 구단 운
영에 관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화두, 서울클럽에 대해서도 같
이 이야기하겠습니다.
가장 독립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포항 스틸러스의 경우를 들어 분
석을 해 봅시다.
포항 구단의 연간 지출은 80억원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고 연봉자 김병지 (계
약금 포함 2억 2천만원+a) 외 억대 연봉자 8명이 있고 총 40명 수준의 선수단과
최순호 감독 등 코칭스태프에 투입되는 연봉이 연 40억원대로 가장 많을 것입니
다. 그 외에 버리는 돈이나 다름없는 외국선수 이적료로 나가는 돈, 프런트 운영
비 같은 게 있을 거고 올해는 클럽하우스에 돈을 좀 많이 썼다고 들었습니다.
수입은 어떨까요. 포항 구단이 연간 17~19회의 홈경기에 평균 1만 3천명의 관중
을 받는다고 하면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아마 거의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
간 홈관중은 23만명입니다. 프로리그 평균인 1인당 1,832원 (스포츠비즈니스에
서 나온 금액입니다.) 의 관중수입을 대입하면 입장수입은 총 4억원 남짓합니
다.
여기서 대관료를 제하면 (통상 일정금액+관중수입25%) 포항구단에 들어오는 돈
은 3억원쯤 되겠죠.(형편없죠?) 키트 서플라이인 아디다스와의 계약에서 타구단
의 예를 볼 때 수입은 2억원쯤. 메인스폰서 주택은행의 광고는 올해 순위 5위를
감안하면 10억원입니다. A보드 광고료는 전혀 들은 바가 없지만, (국내 최초의
롤광고) 아디다스나 주택은행 집행해주면 남는 부분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으로
봐서 많지는 않을 겁니다.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는 어차피 국내에서는 돈남기려고 하는 수준은 안되는지라
(레플리카 유니폼이 아무리 저질이라도 2만원 받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생각
하지 않는 편이 낫겠습니다.
마지막으로 1억원 되기 어려울 연맹이익 배당금. 여기까지 16~17억원이 나왔습니
다. 정말 끝입니다. 아주 소소한 것 몇 개 뺀다면. 이 나머지가 포항제철을 위시
한 각 주주기업에서 내려오는 지원금입니다.
좀 불쌍한 이야기이지만 외국 리그의 경우를 댈까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02년 부터 나이키의 유니폼을 입습니다. 그 계약금액은 13년간 4억 4천만달러
로 연 400억원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2000년부터 메인스폰서를 맡은 보다폰과의
계약은 4년간 3천만파운드로 연간 140억원 정도입니다. (참고로 안정환으로 친숙
한 AC페루자의 경우 대우자동차의 스폰서 비용은 연간 15억원 정도로 들었습니
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연간 홈경기 수는 리그, FA컵, 유럽클럽대항
을 합쳐 33회 정도로 볼 수 있는데 평균 관중은 6만 5천명 정도입니다. 이를 기
본 표값 22파운드에 곱하면 (블럭에 따라 얼마든지 더 비싼 표가 있습니다.) 연
간 관중수입은 4천 8백만 파운드, 900억원입니다. (맨유는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기 때문에 더 비싼 시즌티켓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만.) 여기까지
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000-01 수입 2200억원을 구성하는 내용 중 일부입니
다.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구단이지만, 이
런 빅리그의 경우 아무리 수입이 적은 구단이더라도 우리 돈으로 100억원 밑으
로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외국의 축구클럽들은 근본적으로 돈을
있는 만큼 씁니다.
위의 차이는 어디서 올까요? 한국의 톱클럽과 유럽의 톱클럽 사이에 키트 서플라
이 스폰서는 200배, 메인 스폰서는 14배, 관중수입은 300배 차이가 납니다. 그리
고 한국의 톱클럽은 유럽의 2류클럽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수입을 올립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현실은 관중의 양과 질입니다. 유럽의 4대리그의 평균 관중이
2만 5천명 수준인데, 그렇다면 한국의 99년 평균 관중 1만 4천명은 그렇게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한 스포츠신문의 기사에서 본 바로는 잉글랜드의 4부리그 클럽
의 관중 1명이 평균 13파운드, 우리 돈으로 2만 2천원을 쓴다고 합니다. 미국의
독립리그 A-리그의 표준 티켓 가격은 보통 우리 돈으로 1만원입니다. 우리나라
는 입장료 2,500원, 뭐 하나 사먹고 500원, 이게 끝이겠죠. 누가 봐도 잉글랜드
4부리그나 미국 A-리그보다는 한국 K리그가 훨씬 수준 높고 재미있습니다. 그렇
다면 비용도 그에 맞게 현실화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경쟁 유흥에 맞춰보겠습니다. 영화 입장료는 보통 서울에서 6,500원이고 지방에
서는 3,000원까지 가는 곳이 있는데 상영시간은 축구 경기와 비슷할 겁니다. 그
런데 요즘 멀티플렉스로 개장한 곳에서는 8,000원 이상으로 올려 받는 곳이 꽤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일반석도 현행 6,000원에서 최소 8~9천원까지
는 올려받을 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특징없는 특석 따위는 밀어버리고
블럭별 가격제를 실시하는 편이 낫겠죠. 이를 통해 관중 1인당 입장수입을 4천원
대 이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J-리그 (1부) 입장료가 평균 3천엔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우습지만요.
또 중요한 것은 시즌티켓입니다. 보통 우리나라의 관중 입장은 경기 결과에 따
라 심하게 유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즌티켓은 재원확보와 안정적 관중 동원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불안정한 일정, 특히 유랑경기가 우리나라의 시즌티켓 정착을 어렵게 하고 있
고, 1년에 대여섯번은 벌어지는 무료입장 경기까지 합치면 (특히 정치인까지 그
지랄들을 해 대덥니다.) 우리나라에서 바로 정신병원 가야 하는 사람 아니면 절
대 시즌티켓을 사지 않을 겁니다. 시즌티켓이나 각종 패키지는 더 많은 관중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여기에 맞춰 무료입장도 재고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이 예전과 달라진 것은 공
식적인 무료입장이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모 신용카드를 가지면 수도
권 3개 구단의 경기를 무료입장할 수 있죠. 모 휴대전화도 그렇고 부천과 같
이 '보너스'를 제시하는 곳도 있습니다. 사실 무료입장은 유럽에서도 있습니다
만, 한국과 다른 것은 유럽의 무료입장은 스폰서와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
컨대 코카콜라가 98월드컵 때 한국 경기마다 777장의 입장권을 확보해서 한국 응
원단을 파견한 식입니다. 그리고 그 무료입장은 -잘 들어차지 않는 하급 블럭에-
-일정한 숫자를 정하여- 행해지는 것입니다. 무료입장이 도가 지나쳐서 정직한
관객을 우롱하는 경우가 나오는 우리 나라와 다른 거죠. 예컨대 대회마다 알짜
중앙블럭은 무료관객에 배정하는 축구협회나 수량제한이 없는 신용카드, 스포츠
카드, 휴대전화와 같은 경우는 낙제인 것입니다. 무료입장은 잘 이용하면 스폰
서 확대와 관중 증가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그 이전에 '표는 그렇게 쉽게 구해
지지 않는다'라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아주 기본적인 관중수입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만, 스폰서십의 경우 다소 골
치 아 파집니다. 왜냐면 우리가 늘린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럽
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브라질 대표팀보다 4배나 많은 돈을 받는 게 전
혀 이상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반대로 프로클럽 전체 스폰서를 다 합쳐도 국가
대표의 1/3도 안되는 게 현실 아닙니까. 그리고 여기에는, 프로클럽 전체 팬을
다 합쳐도 국가대표의 1/10이 될지 의심스러운, 엄연한 현실이 가로막혀 있습니
다.
경기장에 들어온다고 해서 팬은 아니며, 축구팬이라고 해서 다 그 구단 팬은 아
닌 겁니다. 입장료 말고는 1원도 안 쓰는 관객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달가운 존재
는 아닙니다. (...너무 돈에 치우친 이야기인가요... 어쩔 수 없습니다. 생존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 입장객을 자기 구단 팬으로 만드는, 경제쪽에
서 쓰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동행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서울클럽 이
야기를 하겠습니다.
서울이라는 엄청난 시장에 96년 후 지금까지 클럽이 안 생긴 이유는, 아주 간단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100억원을 써서 수원에 클럽을 만드는
대신 그 3배를 써서 서울에 만드는 게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당장에 했을 겁니
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프로농구에서 그대로 입증이 된 바가 있습니다. 서울이
라는 시장을 분석해보죠.
서울 유나이티드 창단위원회 사이트에도 쓴 적이 있지만, 서울은 프로스포츠 흥
행의 최대 키워드인 지역의식이 거의 없는 곳입니다.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심
한 종주도시입니다. (어느 정도나마 유사한 경우가 파리나 그럴 겁니다.) 동시
에 서울은 지난 100년 사이에 인구가 50배, 50년 사이에 10배 증가한 도시이며
서울시민은 사실 대다수가 2~3대 사이에는 대한민국 국토 전역에 흩어져 살던,
지방사람으로 자신을 서울사람이 아닌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이북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위의 말은 일본의 도쿄에도 통합니다만 도쿄는 간사이 지역과의 라이벌 의식이
존재합니다. 요컨대 1천만명이 사는 서울에 Seoulite라는 것은 별로 없는 것입니
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파리의 연고구단 PSG는 1970년에서야 간신히 생겼습니
다.
서울의 이야기를 했지만, 한국에는 프로스포츠 생존의 기본 요건인 소지역주의
가 거의 없습니다. 한국에서 소지역주의라고 할 만한 것은 현재로서는 부산, 대
구 정도나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과거 프로야구의 흥행은 대지역주의가 뿌
리였죠. 그것이 거의 해체된 지금에 와서, 특히 광주 지역의 프로야구 흥행력의
몰락은 가히 놀라울 정도입니다. 이 소지역주의는 주민의 지역 귀속 의식을 의미
하며, 이 지역 귀속 의식은 연고 클럽에 대해 자신의 대표로서의 인식을 하느냐
에 달려 있습니다. 축구 관람의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지금에 와서 (내년에
는 더 높아집니다. 두고 보십시오.) 뭔가 부족한 경기를 보게 하는 것, 특히 나
중에 생길 하부리그에 관중이 들어오냐 마느냐의 관건은 어디까지나 이런 연고
의식입니다. 자기 지역 프로팀의 일이 자신의 일과 같이 느껴지는 의식입니다.
프로스포츠가 지역연고를 갖게 된 것은 이런 것입니다. 프로스포츠의 발상지는
미국입니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준다는 데서 팔아먹었겠지
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죠. 결국은 근본적으로 별개의 존재인 팬과 클럽을 이어주
는 매개는 지역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고 보면 각 구단들의 지역의식이 희박한
미국에서 프로스포츠에서 흥행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지역의식이 그렇게도 강하다
는 뜻입니다만. 물론 유럽에서 생겨난 축구의 경우 프로 발상 이전에 동네클럽
이 먼저 있었지만, 적어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같은 대명문을 지지하는 수십만명
의 팬을 묶는 힘은 누가 뭐래도 지역의식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지금은
희미한 맨체스터 시티라는 클럽에 유나이티드에 꿀리지 않도록 팬이 모이는 힘
도 지역의식입니다.
과거 프로야구는 형편없는 구단들의 지역의식에서도 대지역주의를 이용해 잘 팔
아먹었습니다. 해태타이거즈의 연속우승 시대에는 그랬죠. 90년대 중반에는 대도
시 팀들의 성적과 이전보다 높아진 경기 수준이 흥행성을 유지했습니다. (지금
MLB와 월드컵의 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후 대도시 팀들이 바닥을 기고 MLB
에 비해 허접한 경기력이 확 드러나자 흥행성이 형편없어지지 않습니까. J리그
초반돌풍의 키워드는 경기력(좀더 정확히 말해 이름값)이었으며 K리그 98년 붐
은 프랑스 월드컵의 기대 이하의 성적에 따른, 구단이 아닌 한국축구에의 연고
의식과, 우습게도 연예판과 같은 신인스타였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이것을 유럽의 각 리그와 지금의 J리그와 같은 반석에 올리려면 그것은 지역의식
이 아니면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선 구단 스스로의 지역의식을 올려야 합니다. 클럽이름이 중요한 이유가 그것
입니다. 성남일화, 줄여서 일화!라고 해봐야 그 이름에 신경 쓸 성남시민은 거
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성남의 클럽이 되어 버리면 적어도 성남시민은 한가
지 존재가 다가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정착할 때까지 버틸 대로
버텨야 합니다.
연고 의식은 하루이틀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수원, 울산, 포항 등
의 연고가 강했던 것은 상당부분 기업의 지역 장악이 강했기 때문입니다만, 이제
는 더 이상의 그런 경우는 나오지 않을 것이며 특히 서울의 경우는 훨씬 난망입
니다.
좀더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기존의 지역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입
니다. 예컨대 안양 지역에는 안양고와 안양공고가 있습니다. 안양고에 대한 안양
시민(평촌쪽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의 자부심은 그렇게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양고에는 축구부가 없습니다만 새로 만들어서 '안양FC 유소년클
럽'으로 하는 거죠. 그런 식으로 안양구단은 안양고와 밀접한 관계가 되는 겁니
다. 그렇다면 안양고의 동문들이 나설 거고 안양 시민 전반의 안양구단에 대한
친밀도는 많이 올라갈 겁니다. 물론 안양공고도 그럴 수 있죠. 그런 식으로 특
히 중소도시 위주로 지역 명문학교와의 관계를 통해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서울과 같은 큰 도시에는 오히려 연고지를 자르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
습니다. 예컨대 (짜고서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강남과 강북 사이의 라이벌
의식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 런던에서 벌어지는 일이죠. 아무튼 더비
의 형성은 지역의식을 높여줍니다. 잉글랜드의 셰필드 웬즈데이의 경우 1부로 떨
어졌을 때 오히려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더비매치를 할 수 있어서 시즌티켓 판
매가 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이는 재미있는 경기, 수준 높은 경기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팬들의 연고의식이 프로리그 흥행에 최대 요인이 됨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상 기본요건인 지역연고에 대해서 했습니다. 이제 그것을 이용하는 기술이 되
겠습니다.
기존의 스폰서십에는 (우리의 경우) 단 2가지밖에 없었습니다. 키트 서플라이,
그리고 메인스폰서입니다. 그나마 메인스폰서는 모기업에서 맡아버려서 (키트 서
플라이까지 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만큼 스폰서십에 대한 관리가 안일했습니
다.
하지만 스폰서십은 몇가지가 더 있습니다. 예컨대 FIFA의 공식 스폰서는 세분화
된 오피셜 서플라이어 (아디다스, 코카콜라 외) 와 함께 상품화권자가 있습니
다. 수원구단의 경우 지금 키트 서플라이어는 메인은 라피도, 축구화는 아디다스
로 되어 있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더한 것도 있습니다. 코카콜라 음료를 사용하
면 코카콜라를 음료 서플라이어로, 에스에스패션 정장을 입으면 그것을 복장 서
플라이어로, 유니텔에서 공식사이트를 관리해주면 그것을 전산 서플라이어로 이
용하는 등의 방식이 있는 것입니다. 상품화권자의 경우 수도 없는 응용이 가능하
죠. (순간적으로 '신문선의 고기나라'의 상표 가치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생각
이 들었습니다.) 단순 광고 수준의 스폰서도 같이 두면 그게 다 스폰서십입니
다.
여기서 최대 전제조건이 위에서 말한 팬의 확대 및 충성도입니다. 5만원씩 주고
광고 찍힌 유니폼을 사 입고 클럽 스폰서에 관심을 가져주는 그런 팬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구단 중 하나라는 포항이 주택은행에게 고작 10억원
밖에 못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그 전파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좀더 비약해서 한
화이글스 키트 서플라이어가 아디다스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아
마 후원금 받기가 창피할 겁니다.
스폰서십의 핵심은 세분과 집중이라는 대조적인 두 개의 단어로 집약될 수 있을
겁니다. 일단 발굴 가능한 분야는 가능한 만큼 만들어 내고, 그 분야에 한해서만
큼은 딱 인지가 가능하도록 스폰서를 챙겨주는 것입니다. 특히 최대의 물주인 메
인 스폰서와 키트 서플라이어에 대해서는 충실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당연히
필요하지만) 기왕 대여한 경기장 주변 공간도 스폰서를 위해 철저하게 써먹고
요. 비인간적이라고도까지 할 수 있겠지만 생존을 위함입니다.
입장수입과 중계료가 경기를 파는 것이고 스폰서십이 명성을 파는 것이라면 프랜
차이즈 사업은 명성을 이용해 직접 물건을 파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기본은 팬이고 기본이 같기에 이 세 가지는 하나가 올라가면 다른 것도 따라
올라가게 되어있습니다만, 이 분야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미숙한 분야입니다.
우선 가장 직접적인 것은 미국 쪽에서 친숙한 장내 판매입니다. 한국의 경우 모
든 경기장은 기본적으로 공영이고 (심지어 포철에서 지은 포항-광양 경기장조차
소유권은 시로 넘어갔습니다.) 장내 판매는 아주 드문 사례를 제외한 한 구단과
는 전혀 관계없게 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잠실-대전 야구장은 장내 판매대를 구단에서 점유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잠실 야구장의 경우 연 30억원의 임대료를 냈는데 이를 벌충할 만한 수익이 나온
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초보적인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조차 만만찮은 수익의 잠재
성이 있는 셈입니다. (참고로 LG트윈스-두산베어스 양 구단의 입장수익은 합쳐
서 연 45억원 수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보듯 구장이용료 증가분 17억원
정도의 장내 판매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장내 판매는 수익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표값보다 과자값을 더 쓸 사람
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구장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장기임대 이후
잠실-대전 야구장이 많이 깨끗해졌다고 하니까요. 이는 한번 구장을 찾은 관객
이 다시 오게 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꼭 장기 임대가 아니더라도 시의
시설 임대를 구단에서 Spot 별로 따오는 노력만 하더라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까
요. (뒤의 방식은 효과는 비교적 작겠지만 비용은 아주 적습니다. 장기임대를
할 경우 잠실야구장의 경우에서 보듯 기존 대관료의 3배 가까운 비용이 들어가니
까요.)
이 다음 단계는 상품입니다. 외국의 경우 종류도 다양하죠. 런던에 가 보면 아스
날, 첼시에 1부에 있는 크리스털 팰리스, 윔블던 유니폼 입고 다니는 친구들이
널려 있습니다. 유럽 어디나 마찬가지고 한번은 인도네시아 반정부 시위에 아스
날 유니폼을 입고 있는 친구가 보여서 놀란 적도 있습니다. 유럽에서 이들
Replica Jersey류의 가격은 대체로 프랑스 450프랑, 우리 돈으로 7만원 정도이
며 (메이커별로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엄브로나 아식스는 약간씩 비싸고 나이키
는 싼 편입니다.) 일본은 아주 비싸서 보통 12만원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
우 대표팀 레플리카 가격인 4만 5천원이 적정 가격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이것을
사 입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죠. (2만원 밑으로도 파는데.) 유니폼이 그런데
머플러니 깃발, 팬시와 같은 것은 누가 사겠습니까. 품질과 팬 충성도 양면의 문
제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안양의 유니폼,모자, 사인볼이 있습니다만, 솔직
히 조악합니다. 대표팀 유니폼에서 보듯 프랜차이즈가 진전될 때는 지금 유럽과
도 같이 가짜가 많을텐데 공식 상품의 차별화는 결국은 질입니다.)
제가 제기하고자 하는 것은 물건 자체보다는 파는 장소입니다. PSG는 파리 한복
판 샹젤리제 거리에 클럽샵이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백화점 5층을 싹 차지하고 장사를 하고 있고 바이에른 뮌헨도 한복
판 시청사 주변에 샵이 있습니다. 여기서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 비즈니스 파트너
입니다.
서울구단 창단에 참여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팬이 다른 구단 신경쓸 일 있습니
까.) 여기에 대해 생각하면서 메인스폰서로 딱 떠오른 이름이 무엇인지 아시는지
요.
바로 '롯데월드'였습니다. (특정기업 광고라 죄송합니다.) 우선 프로구단 스폰서
십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이 있고 또 그만한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업종입니다. 기업이 스포츠에 관심이 있으면서 다른 축구팀은 갖고 있지 않고,
또 국제적 지명도를 갖고 있어 (한해 외국인이 80만 이상 찾으면서 200억원 이
상 떨구고 가는 어트랙션입니다.) 우량이 아니면 곤란한 서울팀에는 잘 어울리
고 국제 클럽대회에 나갔을 때 쓸모도 있습니다. (99-00 컵위너스컵에 '카이' 광
고를 내보낸 안양구단은 솔직히 정신 상태가 의심스럽더군요. 국내 중계도 안되
었는데.)
하지만 롯데월드의 최대 매력은, 바로 이 프랜차이즈 사업에 엄청난 노하우를 갖
고 있다는 것입니다. 테마파크라는 게 원래 그렇죠. 입장료로는 절대 운영 안되
는 곳이어서 프랜차이즈에 목숨을 걸게 됩니다. 게다가 계열에 롯데백화점과 편
의점 세븐일레븐이 있어 각각 서울 지역에서 1, 3위입니다. 즉 서울에서 가장 좋
은 위치에 엄청나게 많은 클럽샵, 또는 티켓부스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
에 입장 부분에서 말한 다양한 티켓 패키지 판매는 클럽샵의 존재가 없는 한 불
가능합니다. 그런데 스폰서 롯데월드의 존재로 인해 그 클럽샵을 엄청나게 쉽게
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축구와 얼마나 어울리는지를 고려하지 않는 한 롯데월드는 일류의 프랜
차이즈 사업 경륜을 가졌습니다. 따라서 구단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한 최고의 스
폰서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안양구단이 동사무소에서, 전남구단이 택시에서
표를 판 것을 큰 일보로 평가했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인
지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생각하기는 쉽지만, 모기업이라는 존재가 그것을 못하
게 막았을 따름이지만요. 더불어 구단 수입의 세 요소는 함께 발전합니다. 프랜
차이즈 사업의 성공은 다시 팬을 확대하고 입장수입과 스폰서십을 늘려줍니다.
이상 구단 수입 증대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구단 수입의 세 요소는 함께 발
전하며, 그 근본은 팬이라는 것입니다. 한국 프로리그의 경우 물론 그 수입을 발
굴하는 기술도 떨어지지만, 근본적으로 팬의 저변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고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팬을 늘리는 데야 뻔하죠. 팬에게 친숙해지고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아주 간단한 진리가 포함된 것입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경우
지나치게 거기에만 매달리는 꼴이 났습니다. 결과적으로 골은 적게 나고 선수 부
상도 잦았고요. 이제는 즐길 수 있는 축구가 되어야 합니다. 팬 뿐만 아니라 선
수들도 말입니다.
더불어 리그 차원의 이야기를 한가지 하겠습니다.
현재 리그의 가장 꼴불견은 리그 일정이 대단히 불안정하다는 것입니다. 유럽과
달리 날씨가 격한 우리나라에서 강우 연기 같은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상한 이유
로 경기 시간이 바뀌고 장소가 옮겨지는 일이 흔히 벌어졌습니다. 국민적 이슈
가 되는 대형 국제대회가 있다면 몰라도 (딱 월드컵, 아시안컵, 올림픽, 아시아
드 4개 정도입니다.) 다른 이유로, 특히 대표팀 일정에 밀려 리그 일정이 누더기
가 되는 일이 흔했습니다. 지금이야 월드컵 준비 때문에 납득해준다 쳐도, 2002
년 이후 소소한 대표팀 일정 때문에 리그 일정이 2주씩 중단되고 해서 경기 일정
을 알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팬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아니면, 우리나라 프
로리그 망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잠실 야구장에는 어느 날에든 생각 없이 가면 경기가 있습니다. 축구 리그도 매
일은 아니더라도, 팬들의 머릿속에 다음 일정이 떠오를 수 있도록 깨끗한 일정표
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2001년 J-리그의 일정표가 얼마나 예술이었는지
알 만한 사람은 아실 겁니다.
다음 편은 국가 리그의 조직입니다. 프로연맹이고 실업연맹이고 대학연맹이고
싹 밀어내고 대한체육회 선수 등록 규정 같은 것 완전히 무시하자는 내용입니
다. 그러고 나서야 2부리그고 뭐고 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