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티비를 시청한다는 것은 오로지 음악과 문화 관련 내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 뿐이다.
웬만한 것은 인터넷을 서핑하거나 OTT프로그램을 통해 관심 있는 것을 챙겨본다.
하지만 이즈음은 티비 프로그램조차도 OTT재방율이 많아 티비가 살아남을 방법이 있을까 싶었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몇몇 프로그램은 방영되는 순간에 누려야 할 생생한 즐거움이 있어 포기하지는 않지만
사실 웬만한 것은 하루쯤 지나 확인하여도 별 상관 없을 프로그램들이 지천이다.
티비드라마 역시 그 수순에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첫방 시청률이 앞으로의 드라마 성공 여부를 관장하기도 하고 때론 후발주자로서의 면모가 뛰어나
선발주자들을 물리치거나 첫발은 별로였으나 뒷힘을 발휘하는 드라마도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나 티비가 활성화 되지 않는 이면에는 OTT로 향하는 시선들이 많아서이기도 할 터.
와중에 OTT가 점유하는 방영분의 많은 제작 여건이 티비 드라마 왕국을 무너뜨리고 저해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에나 지금이나 주연급들의 몸값이 너무 많은 것들을 좌우하는 가운데 몸집을 불려준 OTT 때문에도
일반 드라마가 활성화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이에 기세등등한 몸갑으로 책정되는 주, 조연과 보조의 차이도 너무나 확연한 채로 말이다.
어쨋거나 사설이 길었다.
우연히 즐겨보는 티비 프로그램을 찾다가 딱 눈에 들어온 "원더풀 월드"의 1회차 마지막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잃은 엄마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복수의 방법으로 가해자를 차량으로 치는 장면이요
"이것이 나의 대답"이라는 피해자 건우 엄마의 항변어린 속내가 가슴을 치고 들어와
진심으로 "원더풀 월드"를 시청하기로 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한참 전에 비슷한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절절한 모정이 생각났고
여전히 피폐한 영혼으로 살아가는, 아니 죽지 못해 살고있는 어린 엄마가 기억되었다.
아마도 그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버릴까 겁이 나기도 하고 죽은 아들 외에 남겨진 두 자녀의 앞날도 가늠이 되는 바
김남주의 가해자 처벌 방법이 쿵, 심장이 떨려오면서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저런 방법 밖에 없었을, 특히 법도 교묘하게 피해가는 가해자 저들의 횡포는
아마도 보통의 시민들에게는 지옥일, 있는 자들을 위한 법만으로 존재하는
모든 악조건을 소시민에게 떠넘기도도 당당한 대한민국의 현재 법치국가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하였다.
아무리 애를 써도 법이란 것은 저 건너편 모든 부를 소유한 자들의 몫으로만 보인다는 말이다.
아이의 죽음, 그 이면에 흐르는 장면장면은 그 무엇이든 가능할, 가공할 위력들의 산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
악연이 이어져 오는 것에는 한번으로 끝내지지 않는다는 것....그리고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것들이
사실은 현재 진행형의 판세라는 것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인지하게 되는 것 말이다.
가진 자들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사람의 생명을 경시한다 가 기본 룰이 되는 것처럼 보여지는 모든 면면은
아마도 드라마 뿐만 아니라 현실판에서도 가능할 일 이겠다.
어쨋거나 드라마는 드라마 일 뿐이라고 단정짓지는 말자.
그렇게 복수의 끝에 자신의 명예와 온전한 가정이 파괴되어버리고 절절함만 남은 엄마의 존재감은
상실의 끝을 달리면서도 또다른 세상을 향해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다.
미처 보듬지 못했던 세상에 손을 내어밀고 자신을 내어버리지 않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찾기도 한다.
허나 늘 그렇듯이 파국을 치닫고 자신을 던져버린 엄마의 뒷길에는 그야말로 남편의 한순간의 배신이 길게 이어져 온다.
자신의 입지를 위해 그동안 그 남자가 무엇을 선택했을지 가늠이 되는 그런....
게다가 바로 코앞에 살면서 그녀의 잃어버린 삶을 지켜보았을 불륜녀의 그림자는 경악할 지경.
그 실체는 아이의 희생을 담보로 잡혔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그런 장면들에서도 본능적으로 느껴지지만 말이다.
암튼 김남주와 차은우와의 관계는 어찌 엮여질지....변모된 차은우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도 즐거운 "원더풀 월드"
악을 파멸하고 스스로 그것이 선이었다고 위로하였지만 변해버린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것.
파멸로 이르던 삶조각의 한 줄기 빛은 온갖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살아남아 근근히 자신을 세우고 있던
또다른 피해자를 만나며 서로 위로하고 상처를 보듬으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엿보게 한다.
법으로도 처단되지 못할 악이란 것이 사실 살아가는 일상의 곳곳에서 등장하며 소시민을 경악하게 하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기댈 곳 없는 소시민은 빠르게 포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드라마는 현실을 뛰어넘어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한다....대리만족을 불러 일으킬.
하여 개인적으로는 이제 4회차를 지났을 뿐인데 상당히 감정적으로 고무적이다.
뭔가 기대하고픈 드라마를 만난 기분이다.
그런 관계로 향후 이 드라마의 결말을 미리 가늠하는 결례를 범하고 싶지는 않다.
대충 감이 오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첫댓글 나도 우연히 2회차부터 봤는데 계속 보고 싶더이다.
계속 챙겨보기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즐겨보고 싶은 드라마가 생겼다는 사실에 다행이라는 생각.
요즘 드라마가 난립이라고는 하나
구미에 맞는 드라마는 없는고로 즐감할 듯.